우주에서 가장 흔한 형태의 별은 사실 질량이 작은 별들입니다. 당연한 이야기일지 모르겠지만 우주에서도 작은 크기의 천체가 큰 크기의 천체보다 훨씬 흔합니다. 천문학자들은 우리 은하계를 구성하는 별 가운데 적어도 80% 이상은 태양 질량의 40% 수준 이하인 질량을 가진 적색 왜성 (red dwarf) 라고 보고 있습니다.
적색 왜성 역시 수많은 외계 행성들을 거느릴 수 있는데 대표적으로 생명체 존재 가능성이 이전부터 거론되온 글리제 581 ( http://jjy0501.blogspot.kr/2012/07/93-581.html 참조) 역시 적색 왜성입니다. 한개 이상의 외계 행성을 거느린 적색 왜성은 이제 별로 놀라운 이야기도 아닌 세상이 되었습니다. 이 중에는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할 수 있는 외계 행성을 거느린 적색 왜성들도 존재합니다.
(글리제 581 의 행성 시스템. 이중에서 c,g,d 는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는 habitable zone 에 위치한 것으로 보고 있음 The habitable zone of Gliese 581 compared with our Solar System's habitable zone.
http://en.wikipedia.org/wiki/Gliese_581#mediaviewer/File:Gliese_581_-_2010.jpg )
하지만 실제로 적색 왜성이 생명체가 살기 좋은 환경인지는 끊임없는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최근 하버드 - 스미소니언 천체물리학 센터 (Harvard-Smithsonian Center for Astrophysics (CfA)) 의 오퍼 코헨 (Ofer Cohen) 는 미국 천문학 학회에서 적색 왜성의 환경이 매우 극단적 (extreme space environment) 이며 이는 조석 고정 (tidal locking) 를 제외하고 생각해도 그렇다고 언급했습니다.
일단 적색 왜성은 태양에 비해 많이 어둡기 때문에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하려면 외계 행성은 모항성에 매우 가까운 위치에 존재해야 합니다. 이것은 결국 이 외계 행성이 극단적인 우주 기상 (space weather) 에 노출된다는 의미라고 코헨은 지적했습니다. 즉 적색 왜성의 변화에 따라서 그 주변을 공전하는 외계 행성의 환경이 극단적으로 변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최근 미시간 대학의 연구자들이 중간 나이의 적색 왜성과 그 주변을 도는 외계 행성을 시뮬레이션 한 결과 지구 같은 자기장을 가지고 있는 행성의 경우 적색 왜성에서 뿜어져 나올 수 있는 강력한 플레어를 막기는 역부족일 것으로 결론을 내린 바 있습니다. 적색 왜성은 거대한 흑점을 발달시켜 갑자기 어두워지거나 혹은 이를 한꺼번에 폭발시켜 격렬한 플레어 (즉 태양 폭풍 같은 것) 를 만들 수 있는데 이는 주변을 도는 외계 행성의 생명체들에게는 좋지 않은 뉴스입니다.
우리의 태양은 비교적 밝기가 일정한 편이지만 적색 왜성은 그렇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있습니다. 심각하게 밝기가 감소한 경우 사실 액체 상태의 물이 있던 행성도 얼어버릴 수 있으며 이 경우 알베도가 변해서 행성 표면 기후는 극적인 감소를 보일 수 도 있습니다.
반면 강력한 항성풍과 플레어, 코로나 물질 방출은 왠만큼 강력한 자기장을 가진 행성이라 할 지라도 대기를 날려버릴 수 도 있습니다. 어떤 연구자들은 적색 왜성 주변의 행성에서 나타나는 오로라가 지구에서보다 무려 10만배나 강력할 것이고 적도에서도 오로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습니다. 사실 지구가 적색 왜성 주변을 공전할 경우 오로라를 어디서든 매일 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하네요.
(제법 큰 흑점을 가지고 있으면서 플레어를 방출하는 적색 왜성, 그리고 그 주변 행성의 상상도 This artist's conception shows a hypothetical alien world orbiting a red dwarf star. Although it is in the star’s habitable zone, this planet faces an extreme space environment that is stripping its atmosphere and generating powerful aurorae. Since they are subjected to such harsh physical conditions, red-dwarf planets may not be habitable after all, so life in the universe might be even rarer than we thought. Credit: Harvard-Smithsonian Center for Astrophysics)
앞서 언급한 조석 고정은 모항성에 너무 가까이 다가가는 경우 공전 주기 = 자전 주기가 되는 현상으로 현재 지구와 달이 직면한 것과 같은 상황입니다. 지구에서 달은 한쪽 면만 볼 수 있으며 뒷면을 볼 수 없습니다. 만약 지구와 태양이 조석 고정이 된다면 지구의 한쪽면은 영원히 태양을 향하고 반대쪽은 영원히 태양을 등지게 됩니다. 이것 역시 생명체들에게는 희소식이라고 말할 순 없겠죠.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할 만큼 적색 왜성에 가까이 다가가면 조석 고정의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물론 이와 같은 극한적인 환경이 생명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확실한 증거라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연구자들이 지적했듯이 지구와는 매우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여기에서 생명체가 발생했다면 지구와는 매우 다른 형태가 되지 않을까.. 하고 추측은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즉 지구 같은 형태의 생태계가 조성되기에는 적색 왜성은 판이하게 다른 환경이라는 것이죠.
다만 그렇기 때문에 어쩌면 더 극적으로 다양한 생명 다양성이 우주에 존재할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지구에서도 볼 수 있듯이 환경이 다르다는 것이 생명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이기 보다는 매우 다른 생명체가 적응 방산할 수 있는 조건이 되기 때문이죠. 과연 진실은 어떤 것인지 알기 위해서는 사실 우리가 적색 왜성에 직접 탐사선을 보내봐서 생명체 유무를 확인해 봐야 할 것입니다. 언젠가 그 날이 오면 과연 아무것도 없을까요 아니면 우리의 빈약한 상상력을 비웃고 있는 무언가가 있을까요. 아마도 당분간은 결론을 내리긴 힘들 것 같습니다.
참고
http://phys.org/news/2014-06-harsh-space-weather-doom-potential.html
http://en.wikipedia.org/wiki/Habitability_of_red_dwarf_systems
[출처] 우주 이야기 248 - 적색 왜성은 생명체가 살기 힘든 환경일까 ? |작성자 고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