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에 도착해서 하선할 때 어떤 날에는 30-40분이 소요되기도 합니다. 특별히 객실출입구 가까이 차를 대게 해주기에 이런 배려는 늦게 하선하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월요일 조금이라도 일찍 완도에 와서 국화축제도 보고 완도도 둘러보고싶었지만 그건 희망사항일 뿐 부지런히 달려와도 완도에는 짙은 어둠이 내려앉아 있습니다.
저녁까지 다 먹어도 겨우 8시를 넘겼으니 4시간을 차 안에서 보내야 합니다. 휴대폰 밖에 딱히 할 게 없으니 유튜브 뽀로로 영상이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요.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 큰 화면으로 (세로형 폴더폰이라 펼치면 제법 큰 화면이 됨) 세워서 틀어주니 두 녀석이 꽤 집중하며 봅니다. 완이에게도 의미있는 것이 생겨서 참 다행입니다.
새벽 2시반 출발 배편은 밤 12시 전에도 승선을 하게 해줍니다. 배 안에서 충분히 잘 수 있도록 조치해주는 듯 한데요, 우리도 12시에 차를 맡기고 늘 그렇듯 거의 선두로 승선을 합니다. 배정된 방에 잠시 완이를 놔두고 준이 화장실 잠깐 봐주는 있는데... 준이는 아직 남녀화장실 구분이 안되서 혼자 보내면 여자화장실로 가곤 해서 꼭 따라가봐야 합니다.
예전에는 화장실가라고 해야 가곤 할 정도로 내수용성 감각문제가 꽤 둔하더니 요즘은 화장실가겠다는 의사표현을 꽤 적극적으로 합니다. 내수용성 감각문제는 많이 좋아졌으나 일상생활 속 추상개념은 아직 좀 어려워서 남녀라든지 시간과 장소 인식은 약합니다. 그래도 위생개념이나 남의 것 침범하지 않는 태도는 교육을 잘 받아서 아주 훌륭할 정도입니다.
배정된 방에 들어와보니 입구에 질펀한 소변... 완이부터 소변을 보게하지 않은 내 잘못이 가장 크지만, 승선 전에 대소변 다 보게했기에 괜찮을 것이라고 믿었는데... 어제 월요일 오전 11시 픽업해서 새벽 배에 오르기까지 거의 90점 줄 정도로 의젓하게 하나하나 나무랄 데 없이 잘 했는데 옥의 티가 너무 컸네요. 조울모드가 3+1(3시간 조증, 1시간 울증)교대단위로 나타나긴 했지만 이건 5일동안 보충제 먹지않은 탓이니 금방 잡을 수 있겠으나...
아직도 쉬마려울 때 화장실가야한다는 본능적 발상조차도 어려운 걸까? 처음도 아니고 배탄 경험이 이제는 꽤 되는데... 될 듯 될 듯 마치 처음으로 돌아가는 행동을 보일 때 막 화가 나기까지 합니다. 겨우겨우 막대걸레 찾아서 한 밤 중에 선실을 닦으면서 교육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은, 교육이 너무 늦어진 아이의 문제를 노골적으로 보게 됩니다. 감각회복 속도로 볼 때 이 정도의 상태로 올 아이가 결코 아님을 다시한번 안타까워하며 대걸레질을 했습니다. 아직 승객들이 본격적으로 탈 시간이 아니라서 어찌나 다행인지.
감각의 문제에서 빨리 해방되어야 사리판단, 결정력, 기억기능 등이 작동함을 다시 강조하고 싶습니다. 눈에 띄게 똑똑해지는데도 이제서야 돌고 싶어 합니다. 지금까지는 물건만 잡으면 그저 돌리는데 심취하더니 이제는 자기 몸을 스스로 돌리기도 하고, 도는 기구에 편승하려고 하기도 합니다. 뭔가 순서가 뒤죽박죽이지만 놓쳤던 감각문제를 하나씩이라도 풀어갈 수 있으니 다행입니다.
새벽 6시, 어슴프레 붉은 기운이 대기에 서서히 퍼지면서 주황색 달빛은 점점 창백한 기운으로 물러나고 있습니다. 위쪽 지역들은 가을도 마무리되어가고 있는데 제주도는 아직 초록색들이 만연합니다. 그래도 서늘한 새벽공기는 어쩔 수 없습니다.
시집간 딸이 친정집에서 자기 필요한 것 싹쓸이 해오듯, 집에서 가져온 것들, 장 봐 온 것들 어찌나 짐을 바리바리 싸가지고 왔는지 그거 나르는데만 2700보가 소요되었네요. 밤사이 안개가 축축히 내려앉은 잔디밭을 부지런히 오가며 잠시의 외출이 마치 긴 세월인양 큰 호흡을 해봅니다.
마이클 부블레의 명곡 'Home'노래가 저절로 연상되는 아침입니다. 제주도는 이제 home이 된 걸까요? https://youtu.be/lbSOLBMUvIE?si=YUwoWdkdYLSWDR11
첫댓글 보름 후엔 강의 땜에 육지 또 가시군요. 남양주는 예전에 제 일터여서 이름만 들어도 반갑답니다.
완이 배변 문제가 깔끔하게 해결 될 때가 언제쯤일지, 곧 그 시간은 다가오지 않을까 기대감을 갖어보게 됩니다.
얼마후 저희도 목포에서 승선하는데, 밤 1시경이라 좀 일찍 승선하길 바라게 되네요.
아무쪼록 환절기 감기 몸살이 대표님과 우리 친구들 피해가길 빌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