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짧게 이어쓰는 성경구절 안에서
소홀했던 말씀의 중요성 깨달아
4년 전부터 복음화 위해 시작
전동 성당에서는 교육분과 주관으로 4년 전부터 복음화를 위해 성경 이어쓰기를 시작했는데, 현재까지 필사한 노트가 20권이
넘는다고 한다. 초창기에는 본당신자들이 주로 참여하였으나 성당이 성지순례지로, 한옥마을의 명소로 자리 잡히면서
순례자들도 참여하게 되었다. 성경 이어쓰기가 지금처럼 자리를 잡기까지 많은 노력도 더해졌다. 성경을 통독하며 순차적으로
이어서 써 내려가야하는 필사노트에 자신이 쓰고 싶은 구절을 펼쳐 쓰기도 하고 다른 종교인의 악의적인 장난도 쓰여 있었다.
성당 안에 들어서자 중간 통로에 제대를 향해 성경쓰기 책상이 아담하게 자리 잡고 있었고 성경과 필사노트, 그리고 거룩한 독서
시작기도문과 방명록이 가지런히 놓여있다. 성전 안인데도 킅 소리로 떠들고 심지어 음식물까지 섭취하는 황당한 상황 속에서
성경 이어쓰기에 동참하는 이를 기다리며 기도하던 중에 책상앞에서 한참동안 성경을 뒤척이고 있는 형제가 눈에 띄어 물었다.
성경에 관심이 있느냐고, 형제는 자신은 무신론자이나 구어체의 말씀이 친근하게 느껴져 앞뒤를 뒤적이며 읽었다고 한다 .
교우가 아니라도 기도하는 마음으로 써
잠시 후, 젊은 연인이 책상에 앉았다. 서로를 바라보며 한 구절씩을 써 내려가는 두 사람에게 성경구절의 의미와 어떤 마음으로
필사를 했는지 물었다. 두 사람은 한옥마을을 여행 중인 연인으로 종소리(삼종기도시간에 울린 종소리를 들은 듯 싶다.)가 너무
아름답게 들려 성당에 들어 왔고 비신자이나 신의 존재를 믿고 있으며 성경구절의 의미는 모르겠으나 앞으로 결혼하고,
서로 사랑하며 잘 살아 갈 수 있도록 신께 기도하는 마음으로 한 구절씩 썼다고 한다.
또 한참을 기다려 만난 젊은 자매는 자신은 개신교 신자여서 성경과 친근하다고 했다. 자매는 성경말씀의 힘을 믿고
자신과 가족들이 바라는 바를 이룰 수 있도록 하느님께 기도를 올리며 필사를 했다며 수줍게 웃었다.
엄마는 불러주고 아이는 꾹꾹 눌러쓰고
계속 기도하며 시간을 보내는데 한 젊은 자매가 초등학교 3학년쯤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의 손을 잡고 성경 앞에 앉았다.
아이와 함께 성호를 긋고 펼쳐진 성경의 부분을 잠시 읽은 후, 아이에게 볼펜을 들게 하였다.
자매는 낮은 소리로 성경 구절을 읽어 주었고 꼬마숙녀는 볼펜을 꾹국 눌러 다음 구절을 또박또박 써 내려갔다.
"누구든지 하느님의 성전을 파괴하면 하느님께서도 그자를 파멸시키실 것입니다. 하느님의 성전은 거룩하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이 바로 하느님의 성전입니다"(1코린3,17)
자매의 가족과 성당 마당에서 잠시 이야기를 나눴다. 자매는 경기도에서 전주 한옥마을로 가족 여행을 왔고
성당이 있어 가족이 함께 기도를 바치고 성당을 둘러보다 성경 이어쓰기 책상을 발견해 가족 대표로 꼬마숙녀가
필사를 하였단다. 평소 성경을 읽고 말씀을 묵상을 하고 있는지의 물음에 자매는 예전에는 성당을 열심히 다녔지만,
말씀에 무관심했는데 아이의 첫영성체를 앞두고 첫영성체 교리와 함께 부부가 부모교육을 받고 있어 요즘 성경을 읽고
아이와 함께 복음을 필사하고 있다고 했다. 잠깐의 시간이나마 오늘 읽은 성경말씀을 어떻게 묵상하였는지.
또 순례객으로 인해 하느님의 집인 성전이 소란하여 기도하는 데 불편하진 않았는지 물었다.
"얼마 전 성당에서 들은 교리 내용을 바탕으로 '여러분이 바로 하느님의 성전입니다.'라는 말씀을 통해 제가 하느님의 사랑으로
만들어진 실체임을 깨달았어요. 꼭 건물로 지어진 성당만이 아니라 하느님 말씀으로 무장하고 말씀을 실천하고, 기도 안에 사는
모습이 하느님 보시기에 좋은 교회요, 성전이라고요. 그래서 하느님의 사랑을 전하고자 제가 가족과 이웃과 더 나아가서는
하느님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하느님을 전하는 도구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아버지의 집을 소란하게 하던 많은 사람들은 결국 아버지의 품으로 와야 할 사람들이기에 그들이 불편하기보다
오히려 보기 좋았어요.
자매와의 나눔으로 나는 신선한 충격에 싸였다. 하느님의 위대하심만 알고 그 분 사랑의 실천은 모른 척했기에
성당을 드나드는 수많은 순례객이 불편했고 기도하는 아버지의 집을 강도의 소굴로 만드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에
참담한 심정이었는데 자매는 차거운 돌덩이 같던 내 마음을 감동시켜 평화롭게 만들었다.
사람의 머리와 가슴은 30cm 정도지만 가슴까지 내려오는 데 평생이 걸리는 사람도 있고, 평생이 걸려도
못 내려오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참으로 무엇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머리가 아니라 자매처럼 가슴으로 받아들여야하리라.
빠진 구절을 찾아 다시 채워 넣는 친절도
신선한 충격과 잔잔한 감동에 이어 만난 원주교구 부원 성당의 어르신 순례객 중 한 분이 성경필사를 하시기에 나눔을 청했는데,
어르신은 빙그레 웃으시면서 당신은 말씀을 이어서 필사를 한 것이 아니고 중간에 빠진 구절들이 있어 다시 써 넣었다고 하며
인터뷰를 사양했다. 성경필사노트를 살펴보니 정말 앞서 필사하며 빠진 말씀을 빼꼭하게 채워놓았다.
결국 오늘 하루도 신자이건 아니건 믿음이 있건 없건 하느님은 모든 것을 주관하시고 모든 것을 선으로 이끄셨다.
"하느님을 사랑하는 이들, 그분의 계획에 따라 부르심을 받은 이들에게는 모든 것이 함께 작용하여 선을 이룬다는 것을
우리는 압니다"(로마 8,28)
주님께서 특별히 말씀으로 보내주신 사람들을 만나며 '상대를 향기롭게 하기위해서는 자신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상대에게 뿌려진 그 좋은 향기는 그 사람뿐만 아니라 자신도 맡게 된다'는 생각을 했다.
이렇게 세상의 빛과 소금의 역활을 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눈이 아니라 하느님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든 사람들이며,
그들로 인해 세상은 더 아름답고 행복해질 것이다.
취재 이은나 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