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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 등반기(2005. 10. 21 - 2005. 10. 23)
표면적 이유는 결혼 13주년 여행이고 사실은 서서히 시작되는 나의 중년(?)을 기념하는 산행을 하고 싶었다.
한라산은 몇 번 올라 보았고 제주도는 10번도 넘게 갔지만(출장으로) 정작 백록담은 딱 1번 보았을 뿐이다. 18년 전 대학 졸업여행 때 어리목 코스로 올라 교수님과 함께 백록담에 손 담그다 국립공원 관리인이 부는 호루라기 소리 지겹게 들은 기억이 난다.
백록담은 아직도 그대로일까?
아기자기하거나 별 매력은 없어도 한라산은 현재 남한에서 젤로 높은 산이니 이번 기념 산행은 한라로 정했다. 내 체력의 한계도 느껴보고 싶고.......
한라산은 어리목이나 영실, 돈내코 같은 일반인이 쉽고 짧게 오를 수 있는 코스는 다 막아 놓았다. 일명 휴식년제....1700 까지는 갈 수 있지만 정상 도전은 관음사 코스나 성판악 코스 2개만 열려 있는데 두 코스가 다 왕복 20 km 정도 걸리는 시간과 인내를 요하는 코스다.
우리 계획은 성판악으로 올라 관음사로 하산하는 것이었다.(결과는 성판악으로 올라 성판악으로 하산했다. 왜냐면 차를 두고 올랐다가 돌아올 차편이 마땅찮아서리....)
금요일 저녁 6시 20분 제주행 뱅기를 타고 제주에 도착하니 7시 30분 정도(약간 지연) 되었고 렌트카 인수하고 어쩌고 하니 8시가 다 되어 간다. 퇴근하고 바로 오는 거라서 배가 많이 고팠다. 미리 인터넷에서 맛집 정보들을 알고 갔기에 제주시 그랜드호텔 골목으로 가자고 하니 울 마징가 한마디로 딱 자른다. 일단 체크 인 하고 먹잔다.
아! 참아야지........
남원까지 가려면 넉넉하게 1시간 걸리는 데 ....우뛰.......
밤이라서 보이지는 않지만 낭만 좋아하는 내가 남조로로 가자고 했다..
남조로는 제주에서 해안도로를 빼고 육로로는 참 아름다운 도로다. 그리고 제주에서 남원까지 바로 가는 길이기도 하고......
남조로 따라 내려가니 2년새 도로 공사 억수로 많이 한 거 같더라. 낭만 가득했던 12번 국도는 확 뚫린 고속 국도가 되어 있었다. 운전하기는 좋을 지 몰라도 난 별로였다.
예상보다 빨리 도착했다.
프론트에 체크 인하니 마지막 남은 방이란다. 너무 늦게 왔나?
자 이제 슬슬 밥 먹으러 가볼라고 하니 근처 왠만한 밥집은 다 문을 닫았고 술을 곁들여 파는 집만 문이 열려 있다. 횟집이나 해물 뚝배기 뭐 이런 거 먹어야 하는데.....
서귀포까지는 20-30분 정도 걸린다 하니 가면 10시 다 될테고 ...........
대략 난감해 질라고 한다.
가까운 위미항이나 남원 읍에서 해결하기로 하고 나가봤지만 다들 영업을 접는 눈치라서 정육점에서 토종 돼지고기라고 자랑하는 놈으로 500 그람 사 왔다.
에이 김새네.....
하지만 둘이서 밥 해먹는 건 정말 오랜만이다.
놀러 갈 때는 애들이나 아니면 친구들, 선후배까지 맨날 수십 명이 떼지어 다니다 둘이만 앉으니 색다른 맛이네. 산에 갈 때 먹으려고 싸온 밑반찬과 상추쌈으로 늦은 스페인식 저녁을 먹었다. 밥 먹고 나니 11시다. 어~~~~ 살찌는 소리 또 들리누나.....
내일 아침은 일찍 일어나야 한다.
우리가 여기 온 이유가 무엇인가? 오로지 한라산이 여기 있기에 온 것이 아닌가?
성판악에 늦어도 8시까지는 도착해야 하고 진달래 매표소에 12시 전에 도착을 못하면 정상에 못간다니 서둘러야 할낀데 도시락까지 준비하려면 빨리 자야겠당.
드디어 아침이 밝았다.
햇님보다 먼저 울리는 알람소리에 후다닥 일어나 세수하고 옷 입고 밥먹고 도시락까지 준비했다. 도시락은 정상에서 먹을 건데 삼식이 흉내로 미역국을 준비할까 하다가 추어탕으로 준비했다. 물론 직접 끓일 여가가 없으니 1회용 추어탕이다. 부산에서 미리 준비해 간 거지만 나로서는 아주 머리 많이 쓴 작품이다. 팔팔 끓여 보온병에 넣고 밥 2통에다가 상추쌈에 찍어 먹을 고추, 마늘까지 챙겨 넣고 참치 1통, 김까지..... 오늘 점심은 아주 꿀맛이겠다.
성판악까지는 30분 정도 걸렸다. 매표소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표를 사고 있었는데 일본인이 많았다. 요즘 한라산에는 외국인이 등반하면 정상등반 증명서를 준다고 한다. 그래서 외국인이 더 많이 선호하는 산이라고 한다. 내가 생각해 봐도 괜찮은 아이디어 같다. 그냥 오르는 것도 좋지만 이런 작은 이벤트라도 하면 더 기억에 남을 것이니깐...
성판악에서 8시 10분에 출발했다. 정상까지 4시간 30분 걸린다고 이정표에 써 있었다. 우리는 단촐하게 둘 뿐이니 시간은 좀 단축될 것 같지만 거리가 무려 9.6 km라 하니 고생은 각오하고 간다. 슬슬 걸으니 참 숲이 아름답다는 것을 온몸으로 느끼겠다. 오르막도 거의 없고 그냥 오솔길을 걷는 기분으로 걷는 처음 1시간은 나 혼자만의 자유를 마음껏 누렸다. 울 마징가 매표소에서 한번 등을 보이곤 어디로 사라졌는지 보이지도 않는다. 아마 저 멀리 가 있을 거다. 원래 그랬다 마징가는.......옛날 그 옛날에 데이트 할 시절에도 손 한번 잡지 않고 멀리 도망가서 먼저 밥 해 놓고 기다리던 사람....그런 점이 좋아서 결혼했지만 다른 부부들이 알콩달콩 손 붙잡고 올라가는 모습이 부럽지 않은 건 아니었다.
혼자서 고독 씹는 마징가-가을은 남자의 게절이라나....
하지만 인생에는 다 좋은 것도 없고 다 나쁜 것도 없다.
같이 안가니 정말 혼자서 여행 온 것 같다. 걸으면서 하늘도 보고 나무도 보고 이 생각 저 생각, 나는 철저히 혼자가 될 수 있었다. 좋았다. 참.....좋았다.
자갈이 깔려 있는 길에는 단풍잎들이 살포시 앉아 인간이 만들지 못하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마음껏 자랑하고 나는 그 단풍잎 안 밟으려고 조심조심 걸었다. 참 아름다운 아침이다. 숲 사이로 비치는 햇살 한줄기, 말간 하늘, 붉은 단풍잎, 정상에 못 가도 하나도 억울하지 않을 것 같았다.
사진도 찍고 낙엽 주으며 슬슬 걸으니 진달래 대피소가 나온다. 출발부터 딱 2시간 20분 걸렸다.
마징가는 역시 진달래 대피소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가 둘이 함께 여행 온 기념으로 사진을 한 장 찍었다. 이번 여행에서 둘이 찍은 건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울 큰딸이 있었으면 계속 찍으라고 성화를 부릴텐데 ......마징가는 절대로 남에게 사진을 찍어 달라든지 하는 말은 하지 않는다. 아니 못 한다가 정답이겠지. 역시나 내가 옆에 지나가는 학생에게 부탁해서 겨우 한 장 찍었다. 아직도 마징가는 카메라만 들이대면 온 몸이 뻣뻣하게 굳는 증상이 나타난다.
정상까지 2.3 km 남았다,. 하지만 이게 무서운 코스인 것이다. 지리산도 법계사에서 천왕봉도 마지막의 4 km 구간이 어렵고 특히 천왕샘에서 꼭대기까지 500m 가 사람 죽이는데 한라산도 그렇다. 이제까지는 산책 삼아 걸었지만 이제부터는 바람과 싸우며 거친 돌길 오르막을 올라야 하는 거다. 숨 좀 고르고 올라보자.
에고 다리야.......에고 허리야......아 돌길.......뻔히 정상이 보이는데 도무지 줄어들지 않을 것 같은 이 거리.
위로가 되는 것은 제주도가 한눈에 훤히 내려다보인다. 1900 정도 올라서니 서귀포도 보이고 위미항도 보이고 남원부터 남제주가 훤하게 보인다. 범섬, 문섬, 형제섬도 나란히 보인다. 날씨는 정말 쾌청하다. 온 탐라를 아낌없이 보여준다. 정말 복 많은 여자다 나는....
하지만 이 바람은 어쩔쏘냐? 삼순이 촬영할 때 하도 바람이 많이 불어 남자 네 명이 김선아의 발을 잡고 찍었다고 하더니 그건 거짓이 아니었다. 무려 60키로가 넘는 나의 몸무게로도 지탱이 안되는 이 난감한 상황......바람 때문에 다리에서는 바지 펄럭거리는 소리가 깃발 나부끼는 소리 같이 들린다. 손은 시려워 주머니만 찾게 되고 뺨도 얼고 콧물은 또 어찌나 흐르는지.....완전 스타일 다 구긴다.
정상으로 가는 나무 난간에는 고드름이 달려 있다. 아하! 지금 영하로구나. 가을 산행이라고 얕보고 왔다가 큰 코 다치고 갈지도 모르겠다. 꼭대기에 갈수록 바람은 더 심해 몸이 기우뚱한다. 마징가는 도대체 어디 있는 건가?
꼭대기에 다 왔다. 바람이 내 몸을 휘저었지만 굴하지 않고 백록담을 보려고 난간에 섰다. 뻥하니 뚫린 분화구는 제자리에 있었지만 백록담 이름이 무색하게 물은 조금도 없다. 흰 사슴이 물을 마신다는 백록담에는 흰 사슴도 맑은 물도 없이 분화구만 덩그라니 남아 이 곳이 화산이었다는 것을 알려준다. 허탈하다. 예전에는 조금이었지만 물이 있었는데.......비어 버린 분화구를 사진으로 남기느라 마징가를 잠시 잊었다. 이 아저씨 어디 있지?
저기서 누가 손을 흔든다. 자세히 보니 마징가다. 이런 와중에 작은 바위에 붙어 도시락 까먹는 울 남편 마징가....정말 그레이트 마징가답다. 소리 없이 강한 남자.
너무 작아 내 몸도 온전히 가려질 것 같지도 않은 그 바위 옆에 쪼그리니 정말 신기하게도 바람이 하나도 안 분다. 그래서 도시락을 먹을 수 있었구나. 나도 비좁지만 바위 옆에 따개비처럼 붙어 도시락을 까먹었다. 추워서 곱은 손을 호호 불어가며 먹는 그 밥맛은 말로 설명이 좀 어렵다. 한번도 쉬지 않고 사진 찍느라 잠시 멈춘 것 외에는 숨도 아껴가며 올라온지 4시간......배도 고프고 다리도 아프지만 너무 뿌듯하고 행복하다. 보온병에서 술술 올라오는 김을 보니 추위도 어느 정도 가시고 밥이 들어가니 입도 절로 떨어진다. 역시 김밥보다는 쌈밥이 먹기가 좋다. 목도 덜 막히고....
밥을 얼른 먹고 기념촬영에 나섰다. 하지만 바위 옆에서 벗어나는 순간 또 이곳은 시베리아다. 정말 한 장은 찍고 내려가야 하는데 중심이 잘 안 잡힌다. 어쨌거나 빵빵하게 부풀은 모습으로 한 장 겨우 찍고 하산을 서둘렀다. 바람과 추위로 더 이상 머물기는 무리였다. 푸른 하늘은 깨질 듯 맑은데 얼굴 없는 바람이 사람 잡는다.!!!!
아참....백록담 쳐다보고 하고 싶은 말이 있었는데 그 말 못 했다. 바람이 너무 불어 무드 잡고 고함칠 여건이 안되었다. 대신 마징가 귀에 대고 말했다. 이 남자 듣더니 피식 웃는다. 내보고 세월 가도 하나도 안 늙는다고 우낀단다.(알라뷰 마징가)
하산 길은 등산보다 어려웠다. 현무암이 거칠고 울퉁불퉁한 돌이란 거 진작부터 알았지만 무릎과 발목에는 치명적인 돌이다. 잘못 삐끗하면 10km를 기어서 내려가야 할 판이다. 길이 이렇다보니 내려가는 길은 둘이 보조 맞추어 걸을 수 있었다. 게다가 평소에 운동이라고는 별로 안하는 마징가는 발목이 약해서 계속 아프다고 했다. 나는 솔직히 발목은 아픈 줄 모르겠고 허리가 아팠다. 이유는 음......거시기한 데이였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해도 최악의 컨디션이었지만 정말 무사히 그리고 정말 신속하게 등산을 끝냈다. 등산과 하산 점심까지 정확하게 7시간만에 끝냈다. 안내서에 따르면 등반 표준시간이 8시간 30분이라고 되어 있는데 무려 1시간 30분을 앞당긴 셈이다. 역시 애들 안 데리고 오니 간편하고 잔소리할 일은 없다. 단지 좀 심심하다. 우리 막내의 코메디같은 얼굴과 재롱을 안 보니 허전하네. 담에는 꼭 애들 데리고 와야지.
주차장에 도착해서 어디로 갈 지 의논했다. 드라이브하기에는 동쪽 해안이 좋을 성 싶다. 세화리 근처 바닷가는 정말 아름다웠던 기억이 난다. 산굼부리 가는 삼나무 길도 그립고 군데군데 억새 밭에 한가로운 햇살도 보고 싶었다. 역시 자연은 우리를 배신하지 않는다.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그대로 그 빛깔로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
동쪽해안을 따라 돌며 일출봉도 보고 손에 잡힐 듯 누워 있는 우도도 보고 연풍연가 촬영지인 섭지코지를 지나 표선으로 남원으로 그리고 서귀포까지 제주의 절반을 돌았다. 서귀포항은 천지연 폭포 바로 옆이다. 울 마징가 세상에서 젤로 좋아하는 일이 애들 돌보기와 장보기(백화점 절대 안감, 꼭 재래시장만 감)인데 서귀포 항에는 새벽장이 선다고 한다. 내일 새벽 꼭 오자고 다짐을 하더니 서귀포 중앙시장으로 갔다. 싱싱한 갈치를 보니 다 사고 싶었지만 오늘밤은 여기서 잘 것이니 내일 사야 한다. 여기저기 둘러보다 맛있는 귤 3상자 사고(1상자 12000원....너무 저렴함.) 병어 말린 것 두 바구니 사고 히라스 회 뜬 것 사 가지고 숙소로 왔다.
내가 전복죽 타령을 간간이 했음에도 불구하고 마징가는 전혀 동요하지 않고 소주 한잔 마실 요량으로 곧장 숙소로 차를 몰았다. 아! 정말 괘씸하다. 근처에 횟집도 많고 해물 뚝배기 집도 많건만 이렇게 곧장 숙소로 오는 이유는 오늘이 축구를 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어중간하게 밥 먹다 퍼지면 축구를 느긋하게 못 본다고 난리다. 박지성과 이영표가 붙는다나 뭐라나.......물론 둘 다 내가 좋아하는 스타이긴 하지만 매정스럽게 전복죽도 한 그릇 안사주고.....두고 봐라 두고두고 내가 바가지 긁을 테니.........
숙소로 와서 뜨끈한 물로 샤워하곤 그 이후는 모르겠다. 마징가 혼자 축구를 봤는지 어쨌는지........너무 피곤하고 다리도 아프고 허리도 결려서 쓰러져 잠이 들었다.
일요일 아침이다
느긋하게 잠을 좀 자면 좋겠지만 마징가는 난리다. 서귀포항에 배 들어올 시간 지났다고...
하여간 부지런한 남편하고 살려면 약간의 각오가 필요한데 특히 휴일 아침이 그러하다. 주섬주섬 짐 챙기고 대강 세수한 뒤 남은 밥으로 아침을 먹고 체크 아웃을 했다. 새벽배가 닿은 사귀포항에는 싱싱한 갈치랑 고등어가 많을 거라는 생각, 우리 딸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자꾸 떠올리며 늦잠 못 잔 짜증을 참아 본다.
서귀포항에 도착하니 역시나 배들이 들어 와 있었다. 하지만 어제 그제 계속 제주에 바람이 많이 불어 조업을 못한 배가 많아 갈치 값이 엄청나게 비쌌다. 한 상자에 15만원이란다. 굵은 것은 한 상자 20만원씩 한단다. 일단 15만원짜리로 하나 고르고 비행기에 싣도록 포장해 달라고 했다. 선배 선생님이 특별히 부탁한 놈이기에 안 사갈 수도 없고 특히 우리 도경이는 갈치라면 사족을 못 쓴다. 두 상자로 나누어 두 집이 갈랐다. 무거운 상자 들어 올리는 마징가의 표정이 얼마나 흐뭇한지 이거 다큐멘터리 대상감인데 아깝다. 그 푸근한 미소....평소 나한테는 깍쟁이처럼 잘 웃어 주지도 않더니 잘 생긴 갈치 앞에서 여지없이 무너지는 저 모습. 정말 단순하게 산다. 우리 집 사람들은........
서귀포를 떠나 비행기 시간 맞추어 제주시까지 가자면 서둘러야 하겠다. 아름다운 화순 해안, 대정 해안, 차귀도 해안도로를 돌며 충분히 평화롭고 행복했다. 가끔 차 세우고 돌담도 찍고 선인장도 찍어 가며 협재에 이르렀다. 내가 제주에서 가장 사랑하는 해변이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이 협재를 좋아한다. 나도 그 중의 하나다. 에머랄드빛 바다, 하얀 모래밭, 드문드문 보이는 야트막한 검은 바위, 손에 잡힐 듯 가까운 비양도......
협재 다음으로 좋아하는 해변은 바로 남원 큰엉이다. 깊고 푸른 물 속으로 둥글둥글한 돌들이 가라앉아 있는 그 곳은 또 다른 아름다움이 있걸랑......일단 두 곳 다 보았으니 됐다.
제주시에 이르러 렌트카를 인도하고 티켓팅을 했다. 제주 공항의 내국인 면세점은 사람들로 벅적거렸다. 울 마징가 쓱 한번 보더니 암말도 안하고 저쪽에 가 앉는다. 그건 무슨 뜻이냐면 볼 거 있으면 보고, 살 거 있으면 사고, 알아서 하고 자기는 건드리지 말라는 뜻이다. 물론 따라다니며 그거 비싸니 싸니, 사라니 사지 말라니 하는 것보다는 편하지만 같이 구경하고 고르는 작은 재미를 도통 모른다. 갈치 고를 때의 10% 정도 관심만 가져 주어도 난 좋은데........
너무 많은 것을 바라면 행복하기 힘들다. 이건 나의 지론이다. 일단 적당히 포기할 건 포기하고 즐긴 건 즐겨야지.....마징가에게 짐을 맡기고 아이쇼핑에 나섰다. 참 다행인 것은 그 많은 물건 중에 별로 갖고 싶은 게 없다는 점이다. 돈이 없는데 갖고 싶은 게 생기면 열이 나기 마련인데 별로 소용에 닿는 물건이 보이지 않는다. 화장품이나 핸드백 등은 내가 좋아하는 물품이 아니기에 엄마 드릴 꺼 하나 사고 쇼핑을 마쳤다.
부산에 돌아오니 갑자기 애들이 너무 보고 싶다. 애들은 외삼촌 따라 밀양에 놀러 갔다고 한다. 애들 기다리면서 엄마랑 수다를 떨었다. 결혼하고 지금까지 신혼 몇 달을 빼고는 엄마 없이 살아 본 적이 없다. 엄마는 쭉 내 옆에서 나를 써포트 해주었다. 내가 온 산하를 헤집고 다니며 취미생활을 하고 사회생활하며 그나마 애들에게 엄마 노릇하도록 만드는 1등 공신이다. 울 엄마 없었으면 내 삶은 어땠을까?
한라산 단풍이 아름다운 만큼 백록담이 높고 깊은 만큼 울 엄마의 사랑과 희생도 아름답고 깊다. 가까이 있어 느끼지 못하던 울 엄마의 고마움과 소중함을 함께 느끼던 3일 이었다.
내년 엄마 칠순에는 건강상의 이유로 해외 여행을 못하시는 엄마를 위해 제주도 가족 일주를 준비하고 있다. 동생네랑 함께 할 2박 3일의 칠순여행은 다년간의 노하우를 살려 정말 멋지게 준비하리라 마음먹으며 이번 여행을 마친다.
첫댓글 진짜, 미미니 홍길동 아이가?
미미야, 그런데 사진은 계속 안보인다.
하산할 때 관음사코스로 내려오면 풍경이 기가 막힌다. 허긴한데 코스가 워낙 난코스라 내려오면 기냥.....다음에는 한번 도전해 보시기를...
사진안보이는거는 내가 해결~~~~~!사다!
그래도 안나오네??!
어? 내컴은 잘 나오는데? 뭐가 문제지?
내가볼때는 니컴은 나오고 남 에 컴에는 안나오면 더욱더 열심히 해라~~~~!너말고 다른 친구들도 볼수있게~~!
좋은 사진 몇개는 내 앨범에 올리께. 한라산 단풍하고 백록담 뭐 이런거....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미미 화이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