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의 정신과 의사 임재영씨]
억대 연봉 받던 병원 그만두고 탑차 개조 '이동 상담소' 만들어
병원 못 가는 환자에게 무료 상담 "이해하고 응원해준 아내에 감사"
하얀색 1t 탑차에 '찾아가는 고민 상담실'이라고 적혀 있었다. 바닥에 연둣빛 인조잔디를 깔고 야외용 테이블을 놓은 내부도 여느 트럭과 달랐다. 정신과 전문의 임재영(37)씨는 이 탑차를 몰고 수도권을 돌며 무료 상담을 하고 있다. 테이블에 놓인 화장지를 가리키며 그가 말했다. "찾아오시는 분 10명 중 8명은 상담 도중 눈물을 흘립니다."
임씨는 억대 연봉을 받으며 7년간 일하던 병원을 지난 2월 그만두고 거리로 뛰쳐나왔다. "상담을 하고 싶어 정신과에 왔는데 정작 상담이 필요한 많은 분이 병원에 오지 않더군요." 그는 "병원은 아무래도 약 처방을 중심으로 운영될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나는 오래 걸리더라도 상담에 집중하고 싶었다"고 했다. "힘들고 가난한 사람에게 15분에 2만원, 45분에 5만원이 넘는 진료비는 부담스럽지요. 기록 안 남기려고 받는 비보험 진료비는 그것의 2배 수준입니다. 애초에 15분으로 상담이 제대로 될 리도 없지요."
임씨는 억대 연봉을 받으며 7년간 일하던 병원을 지난 2월 그만두고 거리로 뛰쳐나왔다. "상담을 하고 싶어 정신과에 왔는데 정작 상담이 필요한 많은 분이 병원에 오지 않더군요." 그는 "병원은 아무래도 약 처방을 중심으로 운영될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나는 오래 걸리더라도 상담에 집중하고 싶었다"고 했다. "힘들고 가난한 사람에게 15분에 2만원, 45분에 5만원이 넘는 진료비는 부담스럽지요. 기록 안 남기려고 받는 비보험 진료비는 그것의 2배 수준입니다. 애초에 15분으로 상담이 제대로 될 리도 없지요."
그가 처음 트럭을 몰고 거리에 나섰을 때 반응은 의외로 냉랭했다. 임씨는 "신림동 고시촌에 들렀을 땐 5시간 동안 1명밖에 상담하지 못했다"며 "명함을 건네도 눈앞에서 버리거나 의심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계속한 결과 지난 10개월간 200명 넘게 상담했다. 그는 "병원에서 나와 보니 의사가 대단치 않다는 것, 환자 없는 의사는 더 보잘것없다는 걸 깨닫게 됐다"고 했다.
지난 3월부터는 자살 위험군으로 분류된 서울구치소 수감자들도 상담하고 있다. '어머니 목숨을 뺏은 아들'과 '여중생을 성폭행 살해한 30대 남성' 같은 강력범을 만나면서 그는 한국 사회에 상담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임씨는 "상담을 계속하다 보니 범죄를 낳은 개인적인 배경 말고도 환경적인 배경이 있었다"고 했다. 경제적 빈곤부터 가정 폭력, 알코올중독 같은 불우한 가정사 등 하소연할 수 없던 것들이 쌓이고 쌓여 범죄로 이어졌다는 얘기다.
"마음의 병을 치료하지 않으면 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밖에 없어요. 전문적이면서 누구나 쉽게 받을 수 있는 상담 시스템, 새로운 상담 문화가 필요합니다."
임씨는 내년부터 상담을 전문으로 하는 비영리단체 설립에 나설 계획이다. 억대 연봉을 포기하고 사비를 들여 거리에서 무료 상담을 하면서 가장 미안한 사람은 아내라고 말했다. 임씨는 "아내의 동의가 없었다면 병원을 나오지 못했을 것"이라며 "이 일을 할 수 있게 응원해준 아내에게 고맙다"고 했다.
지난 3월부턴 경기 의왕시 정신보건센터에서 비상근 계약직 센터장으로 일하면서 월급 150만원을 받고 있다. 그는 "종종 들어오는 강연비까지 더하면 저축은 못 해도 생계를 유지할 순 있다"고 했다. "거창한 목적은 없어요. 이제 두 살과 네 살 된 아들들에게 돈보다는 더 나은 사회를 물려주고 싶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