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길재 기자의 성경에 빠지다] (77) 코린토 신자들에게 보낸 첫째 서간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는 사랑의 친교로 일치돼야
- 바오로 사도는 제3차 선교 여행 도중 27개월 동안 에페소에 머물면서 분열된 코린토 신자들의 소식과 그들이 질문해온 신앙생활에 있어 부딪히는 여러 문제에 대한 답을 주기 위해 코린토 신자들에게 보낸 첫째 서간을 썼다. 사진은 바오로 사도가 활동했던 당시의 코린토 고대 유적지.
코린토는 고대 헬라스의 상업 중심지였습니다. 기원전 146년 로마군에 의해 완전히 파괴됐으나 율리우스 카이사르에 의해 기원전 44년 아카이아 속주의 수도로 재건된 로마 제국의 식민 도시입니다.
바오로 사도는 제2차 선교 여행(50~52년) 때 코린토에서 18개월간 머물면서 이곳 사람들에게 복음을 선포하고 세례를 주며 교회를 세웁니다.(사도 18,1-17) 앞서 바오로 사도는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건너와 필리피와 테살로니카에서 복음을 선포하고 그리스도인 공동체를 세웠으나, 유다인들의 선동으로 황급히 그곳을 떠나 베로이아를 거쳐 아테네로 갔습니다. 그는 테살로니카 공동체의 사정을 파악하기 위해 티모테오를 보내고 자신은 코린토로 떠났습니다.
바오로 사도가 머물 당시 코린토는 국제 상업 중심지로 다민족·다종교가 섞여 있던 도시였습니다. 특히 문란한 성(性) 풍속으로 유명한 곳이었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아퀼라와 프리스킬라 부부의 집에서 천막을 만드는 일을 하면서 안식일마다 시나고그에 가서 유다인들에게 복음을 전했습니다.
그러다 실라스와 티모테오가 테살로니카 교회 소식을 갖고 오자 티티우스 유스투스의 집으로 거처를 옮긴 후 유다인이 아닌 다른 민족들을 상대로 복음을 선포하는 데 전념했습니다. 이곳에서 처음으로 복음을 받아들인 이는 스테파나스 집안 사람들입니다.(1코린 16,15)
바오로 사도는 유다인들의 고발로 아카이아 지방 총독 갈리오의 재판정에 서게 됩니다. 이후 바오로 사도는 코린토를 떠나 에페소와 카이사리아·예루살렘을 거쳐 처음 선교 여행을 떠났던 안티오키아로 돌아갑니다.(사도 18,11-22) 아울러 바오로 사도는 제3차 선교 여행(53~58년) 때 코린토 가이오스 집에 머물면서 ‘로마 신자들에게 보낸 서간’을 썼습니다.(로마 16,22-23; 1코린 1,14-15)
코린토 신자들에게 보낸 바오로 사도의 서간은 신약 성경 정경에 두 권만 수록돼 있지만, 실제로는 더 많았다는 게 성경학자들의 일반 견해입니다. 일례로 코린토 신자들에게 보낸 첫째 서간(이하 코린토 1서) 5장 9-13절의 ‘불륜을 저지르는 자들과 상종하지 말라’는 훈계는 코린토 1서 이전에 쓴 편지 내용입니다. 그래서 성경학자들은 이 부분을 ‘경전전(經典前) 서간’이라고 합니다. 또 코린토 신자들에게 보낸 둘째 서간도 서로 다른 두 통의 서간이 한 권으로 묶인 것이라고 성경학자들은 봅니다. 따라서 바오로 사도가 코린토 신자들에게 보낸 서간은 적어도 4통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제3차 선교 여행 때 에페소에 27개월간 머뭅니다.(사도 19,1-22; 20,31; 1코린 16,8-9) 이때를 대략 52년 중반부터 55년 후반까지로 추정합니다. 사도는 코린토 교회가 여러 계파로 분열됐고, 그리스도인 일부가 문란한 옛 삶의 방식을 버리지 못했을 뿐 아니라 전례와 교리, 특히 ‘부활’에 관한 논쟁으로 큰 혼란을 겪고 있다는 것을 듣게 됩니다. 그래서 사도는 코린토 신자들이 겪는 혼란을 해결하고 ‘사랑’으로 일치된 올바른 그리스도인의 삶을 살도록 권고하는 편지를 씁니다. 이 서간이 바로 코린토 1서입니다.
‘경전전 서간’을 고려하면 바오로 사도의 에페소 선교 활동 초기에 코린토 1서가 작성됐다고 볼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에페소를 떠나기 얼마 전이라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코린토 1서를 쓴 후에도 코린토 교회와 에페소에 있던 바오로 사도 사이에 여러 교류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오순절까지는 에페소에 머물러 있겠습니다”(16,8)라는 내용을 보면 ‘봄’에 쓴 것은 분명합니다. 성경학자들은 일반적으로 바오로 사도가 54년 봄 또는 55년 봄에 코린토 1서를 썼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그리고 헬라어 신약 성경은 ‘Προs Κορινθιουs Α’(프로스 코린티우스 알파), 라틴어 대중 성경 「불가타」는 ‘Ad Corinthios Ⅰ’,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가 펴낸 우리말 「성경」은 ‘코린토 신자들에게 보낸 첫째 서간’이라 표기합니다.
코린토 1서는 16장으로 구성돼 있는데 ‘공동체 안에서 빚어지는 분열에 대한 해답’(1─6장)과 ‘공동체의 실생활에서 일어나는 여러 문제에 대한 해답’(7─16장)으로 구분됩니다. 사도는 바오로 편·아폴로 편·케파 편·그리스도 편으로 분열된 코린토 신자들에게 ‘일치’를 강권합니다.
사도는 모두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세례를 받았기에 공동체의 분열과 파벌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합니다.(1,10-17) 그리고 ‘십자가의 복음’을 부각해 믿는 이들은 성령을 통해 깨닫게 된다고 일깨웁니다.(1,18-2,16) 아울러 복음 선포자와 신자 모두 하느님께 속하기에 주제 넘게 처신하지 말라고 경고합니다.(3-4장)
바오로 사도는 근친상간과 불륜 등 신자들의 윤리 도덕 폐해를 듣고 음란한 자와 사귀지 말라고 명합니다.(5,1-13) 그리고 다른 사람과 문제가 있더라도 이교도 법정에 고소하려 하지 말고 평화롭게 해결하라고 당부합니다.(6,1-11)
바오로 사도는 또 결혼과 독신에 관해 하느님께 받은 각자의 은사대로 살기를 권고합니다.(7장) 우상에게 바쳤던 제물에 관해 우상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누구나 그 제물을 먹을 수 있지만, 믿음이 약하거나 소심한 이들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으로 지혜롭게 처신하라고 설명합니다.(8-10장) 사도는 또 전례와 신앙생활에 있어 남녀가 가져야 할 태도와 자세(11,1-6)와 성찬례를 엄숙하게 거행할 것(11,17-34)을 알려줍니다.
사도는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는 사랑의 친교로 일치돼야 한다고 강조합니다.(12-14장) 끝으로 사도는 그리스도의 부활은 믿음의 근원이며 복음 선포의 토대이고, 죽은 이들의 부활의 원동력이며 인간 구원의 완성이라고 가르칩니다.(15장)
[가톨릭평화신문, 2024년 6월 16일, 리길재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