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3000원에 누님에서 노친네로~~!/ 한수명
지난 주에 겪은 일이다.
차를 몰고 천천히 가는데 고1 정도 된 학생이 나랑 눈이 마주쳤다.
나보고 "저~~죄송한데요 돈 있으시면 3000원만 주실래요?"라고 물었다.
"아이고 학생아, 내가 지금 있는 돈 다 쓰고 현금이 하나도 없다."
어쩌노...왜 3000원이 필요하니라고 물으니 '집에 가야 하는데 차비가 없어서'라고 한다. 그렇구나. 그러면 내가 은행에서 삼천원을 뽑아서 줄테니까 내 차를 탈래? 라고 물었더니 차를 덥썩 탄다. 차를 타고 가는데 은행이 빨리 안 나오니 학생이 "누님 이렇게 너무 멀리 가면 안되는데..." 하며 당황해 한다. "은행에서 돈 인출하고 아까 너가 탄 자리에 도로 데려다 줄게"하니 좋아한다. 그리고 가는 길에 '아버지는 뭐하시니'라고 물었다. 아버지는 공무원이고 어머니도 맞벌이하신단다.
그 학생이 차를 탄 자리로 다시 돌아와, 만 원을 주며 저기 씨유 상점에 가서 너 사고 싶은 것 하나 사고 삼천 원 가지라고 했다. 씨유가 좀 머니까 바로 앞의 빵집에 들어가 7000원짜리 샌드위치를 계산하려 했다. 그런데 그 학생이 나보고 "그냥 만 원 이거 나 주면 안 되나요?" 라고 물었다. 내가 정색을 하고 말했다. "내가 너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는데 왜 만 원을 줘야 하니? 니가 돈을 얻어가고 싶으면 니 폰에서 내 전번을 찍어라. 그러면 믿고 줄게"라고 했다. 갑자기 그 학생이 "저 돈 안 받을래요. 안 줘도 되요"라고 한다. 나는 너무 황당하여 "너 차비 없다며 집에 가서 돈 받아서 아줌마 통장에 보내주면 되지" 라고 했더니 황급히 가버린다. 가면서 빤히 보고 있는 나보고 눈을 째려보며 하는 말 왈~~ '노친네가 깐깐하기는~~' 하면서 가버린다. 나는 너무 기가 차서 웃음이 나왔다.
집에 와서 아들에게 이야기 하니 "어머니 요즘 버스 정류소에 그런 애들 많아요. 삼천 원씩 10명 받으면 삼만 원 되거든요." 나는 그런 애를 이번에 처음 만났는데 친구들 말로는 더러 그런 애들이 있다고들 한다. 나보고 누님 누님하던 애가 노친네라니...이런 황당한!!!~~~~
외진 곳에서 만났으면 내가 다치지 않았을까 싶다. 무서운 세상이다.
첫댓글 이 작품도 공짜 좋아하지 말라는 게 작가가 숨겨 놓은 주제다.
"누님!"이라는 립 서비스에 넘어가서 은행까지 가서 3천 원을 찾아 주려는 과잉친절의 마음이 이는 것도, 어린 놈이 세치 혀로 어리숙한 노친네의 주머니를 털려고 꾀를 부리는 것도 "땀 흘려 일하지 않고 뭐든지 쉽게 얻으려는 심리"가 내면에 가득한 때문이다. (동정심을 자극하는 데는 성공 했지만 끝까지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만원을 탐 낸 금방 들통 나버리는 어린애의 속임수가 귀엽기조차 하다.)
협회행사에 <수익자 부담 원칙>을 강조하니 똑 같이 돈을 낸다면 그 돈으로 "친한 친구들 하고 다른 데로 놀러 간다"고 반대한다. 경제학 용어로 돼지고기가 비싸지면 소고기로 대체재를 선택한다는 뜻이다. 어느 정도는 공짜가 있어야 문학활동에 참여한다는 사람에게 묻는다. 그대의 어떤 점이 소고기이고, 협회의 어떤 점이 돼지고기인가?
돼지고기를 소고기 보다 더 맛있게 요리 해서 만인의 입을 즐겁게 해주는 능력을 가진 분이 요리사이다. 그대는 왜 협회를 소고기로 만들어 내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가?
언제부턴가 스멀스멀 우리의 의식을 좀 먹어버린 공짜 바라기 정신이 나라를 망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