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균을 이용한 암 치료법」을 부활시키려는 최근의 노력은 장벽에 부딪혔다. 예컨대, 약화된 살모넬라균을 정맥에 주입하는 방법은 “안전하기는 하지만 종양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는 임상시험 결과가 나왔다. 이에 존스홉킨스 대학교의 연구진은 Clostridium novyi라는 토양세균을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그 이유는 “종양 속에는 산소가 희박한데, 마침 C. novyi는 혐기성 세균이어서, 산소가 부족한 곳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암 세균요법의 창시자 윌리엄 브래들리 콜리 (http://en.wikipedia.org/wiki/William_Coley)
유독한 세균들로 가득 찬 주사기는 언뜻 보기에 암환자의 기피대상 1호일 것 같다. 그러나 개(犬)와 - 비록 한 명에 불과하지만 - 인간을 대상으로 실시된 새로운 연구에 의하면, 특정 세균들을 종양에 직접 주입할 경우, 종양의 크기를 줄이거나 심지어 제거할 수도 있다고 한다. 이번 연구결과는 - 비록 일부 임상시험에서는 신통찮은 결과가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 세균을 이용한 암 치료법의 효과를 입증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세균감염이 종종 종양을 치료하기도 한다"는 사실이 처음 밝혀진 것은 200여 년 전의 일이다. 하지만 이런 방법을 처음 임상에 적용할 생각을 한 사람은 뉴욕의 잘나가는 외과의사 윌리엄 콜리였다. 1890년대에 그는 "일부 환자들에게서 나타난 종양(연조직 육종: soft tissue sarcomas)의 퇴행(regression)은 연쇄상구균 감염(Streptococcal infection) 때문"이라는 가설을 세우고 암 환자들에게 연쇄상구균(Streptococcus) 생균(生菌)을 주입함으로써 종양을 치료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두 명의 환자들이 감염으로 사망하자, 그는 작전을 바꿔 '죽은 세균'을 주입함으로써 1,000명 이상의 환자들을 치료하는 데 성공했다. 그가 사용한 '죽은 세균'에는 콜리독소(Coley's toxin)라는 이름이 붙었는데, 구체적으로 Streptococcus pyogenes와 Bacillus prodigiosus(Serratia marcesens)의 사균(死菌)으로 구성됐었다(http://cancerguide.org/coley.html). 콜리는 이 독소를 종양에 직접 투입하거나 혈류에 주입함으로써 많은 환자들의 목숨을 살렸다.
그러나 방사선치료, 화학요법, 수술 등의 현대적 치료법들이 등장하면서, 콜리의 접근방법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하지만 1999년 콜리의 사례들을 재검토한 결과, 그의 치료 성공률은 현대의 암 치료법에 필적했던 것으로 밝혀져 과학자들을 놀라게 했다(☞【참고】).
많은 과학자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세균을 이용한 암 치료법(bacterial cancer treatment)을 부활시키려는 최근의 노력은 장벽에 부딪혔다. 예컨대, 약독화(弱毒化)된 살모넬라균을 정맥에 주입하는 방법은, 임상시험에서 “안전하기는 하지만 종양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지난 10여 년 동안 존스홉킨스 대학교의 버트 보겔스타인 교수(암유전학)가 이끄는 연구진은 다른 세균, 즉 흙 속에 사는 Clostridium novyi(보툴리누스균의 사촌뻘)을 집중적으로 연구해 왔다. 그 이유는 “종양 속에는 산소가 부족한데, 마침 C. novyi는 혐기성 세균이어서, 산소가 부족한 곳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C. novyi는 종양 속에서 성장하고 분열하여 암세포를 죽인다. 우리는 ‘C. novyi가 종양을 파괴하는 효소를 분비한 다음, 파괴된 종양의 찌꺼기를 먹어치운다’는 가설을 세웠다”라고 바이오메드밸리 디스커버리스(BioMed Valley Discoveries Inc., 미주리주 캔자스시티 소재 바이오업체)의 사우랍 사하 박사(암 연구자)는 말했다. 사하 박사는 『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 8월 13일호에 실린 논문의 공동저자다.
보겔스타인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이번 연구에서, C. novyi의 아포(spore)를 랫트의 뇌종양 부위에 주입함으로써 랫트의 생존기간을 연장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실험동물에게서 성공한 방법을 인간에게 바로 적용할 수는 없으므로, 연구진은 인간과 좀 더 가까운 동물을 실험대항으로 택했다. 그것은 개(犬)였다. 인간과 마찬가지로, 개는 유전적으로 실험실의 설치류보다 훨씬 다양하다. 또한 실험용 설치류의 종양은 연구자들에 의해 유발된 것인 데 반해, 개의 종양은 - 인간의 종양과 마찬가지로 - 저절로 생겨났다는 장점이 있다. 연구진은 소유주들의 동의를 받아, 16마리의 애완견들에게 C. novyi의 아포를 주입했다. (애완견들은 기존의 치료법으로는 치료가 불가능한 종양에 걸린 상태였다.) 치료 결과, 16마리 중 6마리는 종양의 크기가 줄어들거나 사라졌고, 다른 5마리는 종양의 증식이 멈춘 것으로 나타났다. 종양의 증식이 멈추거나 크기가 줄어든 개들 중 여러 마리는 종양 제거수술을 받았다.
동물실험 결과에 고무된 연구진은 인간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 착수했다. 첫 번째 대상자는 복부종양(abdominal tumor)이 전신의 여러 부분(오른쪽 어깨 포함)으로 전이된 환자였다. 연구진은 개에게 투여된 분량의 1%에도 못 미치는 세균을 환자의 어깨에 주입했는데, 종양의 증식이 둔화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문제는 특이한 부작용이 나타난다는 거였다. 종양은 위팔뼈(humerus)로 침투한 상태였는데, 암세포가 파괴됨으로 인해 위팔뼈가 갈라져, 이를 복구하려면 별도의 정형외과 수술이 필요했다. 환자는 결국 다른 부위로 전이된 종양 때문에 사망하고 말았다.
연구진은 선행연구에서, “C. novyi는 종양세포를 파괴할 뿐만 아니라, 면역세포를 자극하여 암을 공격하게 한다”고 보고한 바 있다. “C. novyi는 산소가 부족한 환경(oxygen-poor milieu)에서만 생존하기 때문에, 종양을 특이적으로 공격한다. 그것은 종양과 정상세포를 구별한다”고 사하 박사는 말했다. 연구진은 임상시험을 계속 진행하여, 세균요법(bacterial therapy)에 잘 반응하는 종양의 종류를 밝혀낼 계획이다.
연구진은 세균감염의 부작용을 막기 위해 세균의 독성을 약화시켰고, C. novyi는 산소에 노출되면 사망하기 때문에 전파능력이 제한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연구에 사용된 개들과 인간 환자는 항생제를 투여받았다. 또한 연구원들은 보호복 및 장갑 착용 등의 감염방지 조치를 취했다. “이번 연구는 큰 의미가 있다. 왜냐하면 ‘세균요법이 실험동물의 유도된 종양(induced tumors)뿐만 아니라 실제 종양(real tumors)에도 효과가 있다’는 것을 증명했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기존의 다른 치료법들(예: 방사선요법)을 이용하여, 세균의 공격을 용케 피한 종양세포들을 처치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암 콜로라도 주립대학교 산하 플린트 동물암연구소의 더글러스 탬 박사(암생물학, 동물종양학)는 논평했다.
“이번 논문은 매우 훌륭하고도 중요하다”라고 안티캔서(AntiCancer Inc,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소재 바이오 업체)의 로버트 호프먼 박사(암생물학)는 말했다. 호프먼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선행연구에서 사용됐던 것과는 다른) 살모넬라균이 다양한 종양을 치료할 수 있음을 입증한 바 있지만(http://onlinelibrary.wiley.com/doi/10.1002/jcb.24769/abstract), 동물실험 단계에 머물러 있을 뿐 아직 임상시험을 해 본 적은 없다. “세균요법의 단점 중 하나는 ‘대부분의 환자들은 원발성 암(original cancer)보다는 전이성 암(metastatic cancer) 때문에 목숨을 잃지만, 치료용 세균은 종양 부위에 직접 주입되는 관계로 전이성 암을 공격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세균요법의 효과를 향상시키고 사용 범위를 넓히려면 전이성 암을 겨냥하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호프먼 박사는 말했다.
※ 원문정보: Saurabh Saha et al., "Intratumoral injection of Clostridium novyi-NT spores induces antitumor responses", Sci Transl Med 13 August 2014: Vol. 6, Issue 249, p. 249ra111, Sci. Transl. Med. DOI: 10.1126/scitranslmed.3008982 (http://stm.sciencemag.org/content/6/249/249ra111) ※ 출처: Science News (http://news.sciencemag.org/biology/2014/08/bacteria-shrink-tumors-humans-dogs)
【참고】 콜리독소, 일명 혼합세균백신(MBV: Mixed Bacterial Vaccine)의 역사
1888년 하버드 의대 졸업생으로 뉴욕의 잘나가는 외과의사이자 슬론-케터링의 연구원이던 윌리엄 브래들리 콜리 박사는, 암 연구사에 있어서 가장 흥미로운 것 중 하나를 발견했다. 사실, 그의 발견은 현대 면역요법(immunotherapy)의 시작이었다. 하지만 세상은 처음에 그의 발견에 관용을 베풀다가 나중에는 비웃었고, 종국에는 억압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그의 발견은 많은 과학자들 사이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메모리얼 병원에서 근무하던 시절 첫 번째 환자(19세의 여성 골암 환자)를 잃고 실의에 빠진 콜리는, 뉴욕 병원을 찾아가 진료기록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 환자는 조기에 암을 발견하고 팔을 절단하여 예후가 좋았음에도 불구하고 사망하고 말았다.) 그는 15년간의 기록을 뒤진 끝에 모든 골암 환자들의 진료기록을 찾아냈는데, 대부분의 환자들은 치료에 실패하여 사망한 것으로 되어 있었다. 그러나 그중에는 특이한 환자가 한 명 있었다. 그 환자는 의사들이 치료를 포기했음에도 불구하고, 병원을 퇴원하여 완벽한 건강을 유지하고 있었다. 특기(特記)사항 난에는 "두 번에 걸쳐 단독(erysipelas: Streptococcus pyogenes가 일으키는 심각한 피부감염증)을 앓았음"이라고 적혀 있었다.
암 환자들에게 연쇄상구균을 주입함으로써 반응을 이끌어내 보려던 콜리의 시도는 실패로 끝났다. 하지만 그는 운좋게도 친구를 통해 독일의 유명한 세균학자인 로버트 코흐로부터 고병원성 세균 배양물(virulent culture)을 얻을 수 있었다. 이 배양물을 투여받은 환자는 고열을 수반하는 심각한 단독을 앓았는데, 며칠 후 환자의 편도와 목에 있던 종양이 완전히 사라졌다. 1893년 그는 이 사례를 논문으로 발표했다.
생균을 사용하면 위험할 뿐만 아니라 환자의 고통을 가중시키므로, 콜리는 방법을 개선하여 효과를 보았다. 즉, 생균을 사용하는 대신, 연쇄상구균의 독소를 다른 세균(Bacillus prodigiosus, 오늘날에는 Serratia marcesens라고 불림)과 혼합하여 사용했다. 독소 혼합물은 생균 배양물과 비슷한 효과를 발휘했다. 콜리는 동료들과 함께 독소의 생산과정을 감독함으로써 최상의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파크-데이비스라는 제약회사는 독소를 상업적으로 생산하여 몇 년 동안 판매했지만, 제품을 가열함으로써 효과를 떨어뜨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크-데이비스가 판매하는 제품(#IX)은 수술이 불가능한 환자들에게 투여하여 37%의 치료율을 보였다. 1943년, 미 국립 암연구소(NCI)의 연구원인 M.J. 시어스에 의해, 콜리독소의 생리활성물질은 LPS(lipopolysaccharide)인 것으로 밝혀졌다. LPS는 그람음성세균의 세포벽을 구성하는 물질이다. 그러나 1953년, 독소의 생산은 전면 중단되었다.
1950년대 후반~60년대 초반에 걸쳐 30여 년 동안, 템플 의대 미생물학 및 면역학과의 석좌교수인 프랑스 아바스는 마우스와 인간을 대상으로 콜리독소의 효과를 연구했다. 연구 결과는 전반적으로 양호해서, 진행성 암 환자들에게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1976년에는 메모리얼 슬론-케터링 암센터에서 임상시험이 시작되었다. 1991년, 독일 괴팅겐 대학교의 K.F. 코멜은 “진행성 흑색종 환자에게 콜리독소를 투여하여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발표했다. 1991년에는 중국에서도 콜리독소를 연구하여 예비 임상시험 결과를 발표했다.
콜리독소의 효과는 그의 딸 헬렌 콜리 노츠에 의해 분석되었다. 뉴욕 암연구소의 이사였던 그녀는 동료들과 함께 894건의 사례를 분석하여, 다음과 같은 결과를 얻었다:
그 밖의 암에 대한 5년 생존율은 다음과 같았다: 호지킨림프종 67%(수술 불가능), 난소암67%(수술 불가능), 악성 흑색종 60%(수술 불가능). 전반적으로 수술 불가능한 환자들의 5년 생존율은 45%, 수술 가능한 환자들의 5년 생존율은 50%였다.
1962년 바버라 존스톤 박사가 발표한 이중맹검 시험 결과는 명확했다. 위약으로 치료받은 그룹의 경우 37명의 환자 중 한 명만이 증상 개선의 징후를 보였다. 이에 반해 콜리독소로 치료받은 그룹의 경우 18명은 증상 개선, 7명은 통증 감소, 9명은 종양이 괴사하거나, 전이가 억제되거나, 림프절이 수축하거나, 종양이 사라지는 등의 효과를 보았다.
1982년 독일 쾰른에서 열린 회의에서, 노츠는 1876년에 메모리얼 슬로-케터링 암센터에서 시작됐던 무작위 임상시험 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는 다음과 같았다: 진행성 비호지친성 림프종 환자의 완화율(remission rate) 은 93%, 화학요법만을 받은 환자의 완화율은 29%.
※ 출처: http://www.ncbi.nlm.nih.gov/pmc/articles/PMC188859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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