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스님의 법 향기로 그려내는 장엄燈”
지난달 31일 늦은 8시 제주시 영평동 한마음선원 제주지원(지원장 혜묘 스님) 진입로. 만개한 벚꽃향기에 꿀벌들을 유혹하는 유채꽃까지 밤에 맡는 꽃향기까지 부처님이 태어난 룸비니 동산에 온 것처럼 꽃비가 흩날린다.
고요한 경내에 한마음선원의 칠층탑과 우주탑을 형상화한 심볼마크가 대웅전 위에 무명을 밝힌다. 그리고 그 무명소리를 깨치듯 야외에 비닐천막을 덮은 장엄등 제작공간만이 환하게 불을 밝히고 있었다.
오는 26일 제등행렬에 선보일 장엄등 제작에 20여명의 신도들은 막바지 작업으로 분주했다. 밑바닥을 강철로 지지기반을 튼튼히 하고 각 조형물마다 뼈대를 철사로 세세하게 연결 한 후 전기작업에 이어 배접까지 마무리된 상태에서 장엄물의 윤곽을 잡아주는 선긋기와 채색 작업이 한창이었다.
장엄등 제작은 지난 2월 초 새해맞이 촛불재를 봉행 후 중순부터 본격적으로 장엄등 불사에 돌입했다. 늘 이맘때면 신도들은 100일 기도의 마음가짐이다. 매일같이 직장 퇴근 후 늦은 시간까지 기도의 마음, 내 마음 ‘주인공’을 찾는 마음공부가 아니고선 절대 이뤄낼 수 없는 험난한 수행이기 때문일 것이다.
한마음선원 장엄등 평등공양등(平等空法燈)’ 선봬내 마음 ‘주인공’ 찾는 100일 동안의 험난한 수행지난 2년 동안 여의주를 찾는 하늘로 용천하는 용(龍) 장엄물이었다면 올해는 “우주의 섭류 돌아가는 것이, 과거 현재 미래가 돌아가는 것도, 모두 일거수일투족이 하나의 광대무변한 평등공법으로 돌아가는 이치”라는 대행 큰스님의 법어를 담은 ‘평등공양등(平等空法燈)’을 선보인다.
전체적인 그림을 보면 하나의 수묵화를, 어찌보면 십우도의 마지막 ‘입전수수(入纏垂手)’를 형상화 한 듯하다. 평등공양등에는 삿갓을 쓴 스님은 ‘우리들의 근본 불성, 즉 깨달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사찰의 금강역사처럼 앞에서 호령하는 두 백호는 부처님의 법을 수호하는 일체 생명들을 상징한다. 산 위에 학과 소나무는 둘 아닌 도리를 의미하며 일체가 한마음으로 돌아감을 상징한다. 그리고 망고나무와 만다라화 나무는 뿌리에서 만가지 꽃이 피고 열매가 익어 두루 먹이는 자연의 이치를 상징한다.
제주지원은 한마음선원 안양본원에서 기본적인 제작 방법을 습득한 후 자체 회의를 거쳐 가면서 제주지원만의 색다른 장엄물을 기획, 제작하고 있다. 무릇 안양본원에서 기본 스케치가 늦어질 경우에는 제주지원도 애간장이 타기는 마찬가지다. 작업과정 속에도 수없는 변화과정 그리고 신도 간의 의견을 소통하면서 탄생하는 장엄물은 그야말로 그 어디에도 걸림이 없는 ‘주인공’ 마음만이 오롯이 간직한 작품들이다.
혜묘 스님은 “장엄물 제작창고에는 큰스님의 법어로 불린 음성공양을 매일같이 들려준다”며 “늦은 밤 11시까지 매일같이 그리고 제등행렬이 임박하면 밤을 새는 경우도 허다하지만 신도 간의 불협화음 없이 공동 작품으로 승화해 낼 수 있는 것은 바로 큰 스님의 법어를 통해 모두가 나를 내려놓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스님은 “큰 스님의 법어가 신도들을 하나로 모으는 힘이자 그 마음을 하나로 돌리고 언제든지 퍼서 쓸 수 있는 마르지 않는 샘의 원천”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