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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저] 전국 반나절 생활권… ‘여행혁명’ 시작됐다 (2001.12.25) 고속도로 6개구간 연말까지 완전개통 |
▲ 2001년 개통 6개 고속도로 |
2002년부터는 전국 여행길이 혁명적으로 간편해진다. 지난 몇년간 공사 중이던 서해안·중앙·제2중부고속도로, 대전∼진주간 고속도로가 12월 말에 대부분 개통되기 때문. 이는 한국인들의 21세기 생활문화의 지형도를 바꿀 정도로 큰 영향을 끼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1박 여행지가 당일 혹은 무박으로도 가능한 대상지로 바뀌면서 나라 안의 여러 문화유적지와 풍광을 좀더 여유롭게 즐길 수 있게 되었다. 또 거리는 가깝다 해도 대도시에서는 접근하기가 나빴던 고을이 당일 방문지로 바뀌는 효과도 생겼다. 한국도로공사(1588-2505) 홈페이지(www.freeway.co.kr)에 접속하면 신설 개통된 고속도로 정보를 한눈에 알 수 있다.
◇서해안고속도로
▲ 서해안고속도로의 상징이기도 한 서해대교. 서해안고속도로 인천~무안 구간이 완전 개통되면서 충청도 내포지방과 호남지방으로의 여행길이 많이 수월해졌다. |
서해안고속도로는 호남고속도로나 국도를 이용할 때의 갈증을 한번에 풀어준 샘물 같은 존재로 백제문화권과 서해 절경이 그만큼 바싹 다가왔다. 서해안고속도로의 동군산∼무안(114.3㎞) 구간이 12월 말 개통됨으로써 7시간 걸리던 인천∼목포가 3시간30분이면 주파 가능하고, 서울∼목포도 호남고속도로를 이용할 때보다 1∼2시간이 줄어든다.
서해안고속도로의 경유지는 8개시(시흥, 안산, 군포, 평택, 서산, 보령, 군산, 김제)와 9개군(화성, 당진, 홍성, 서천, 부안, 고창, 영광, 함평, 무안). 완공되면서 태안, 부안, 여수지역의 3개(태안해안 변산반도 다도해)의 해상국립공원이 당일 혹은 무박 관광권에 편입된다.
▲고속도로 접근:서울 근교는 고속화도로가 거미줄처럼 얽혀 있어 길이 복잡하므로 잘 숙지해야 서해안고속도로로 들어갈 수 있다. 광명에서 1번 국도를 타고 수원 방향으로 달리다 보면 우측으로 서해안고속도로와 제2경인고속도로 진입로인 석수인터체인지가 나온다. 이 길로 올라서서 금방 오른쪽으로 빠져야 서해안고속도로를 탈 수 있다. 그냥 직진하면 제2경인고속도로로 들어가게 된다. 또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달리다 판교분기점∼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조남분기점을 거치면 서해안고속도로를 탈 수 있다. 이외에 경부고속도로∼신갈분기점∼ 영동고속도로∼안산분기점∼서해안고속도로 코스도 있지만, 이 경우 조금 에돌아가야 한다.
▲내포지방권:서해안고속도로 개통으로 가장 큰 혜택을 누리는 곳은 예산, 서산, 태안을 비롯한 금북정맥 자락의 충청도 내포지방. 경부고속도로나 천수만 방조제 등을 이용할 때보다 접근이 1∼3시간쯤은 단축되어 ‘충청도 중의 충청도’라는 내포지방의 문화를 흠뻑 음미할 수 있다.
금북정맥의 끄트머리로서 예전 중국과의 무역항으로 이름 높던 안흥항은 물론 천리포 만리포 등의 태안 바닷가가 다 이 권역에 속한다. 특히 2002년 국제 꽃박람회를 개최하는 태안 안면도는 꽃지해변 등 아름다운 바다와 자연휴양림을 품고 있고, 충남 서산의 해미읍성과 수덕사를 둘러보며 천수만 철새 탐조와 낙조여행을 함께 할 수 있다. 또 예전엔 수도권에서 접근하는 데만 반나절 이상 걸리던 장항, 군산 등 금강 하구 지역도 당일로 어렵지 않게 다녀올 수 있게 되었다. 금강 하구 갈대밭을 찾은 철새들 감상과 하구의 갈대밭 등이 볼거리.
▲변산반도권:수만 권의 고서를 쌓아놓은 듯한 절경을 자랑하는 채석강과 적벽강, 그리고 백제 고찰 내소사·개심사 등 천년고찰을 품고 있는 변산반도는 바다 풍광도 좋고 산속의 경치도 좋아 인기가 높은 곳임에도 수도권에서 5시간 이상 걸려 부담스러운 곳이었지만, 서해안 고속도로를 이용하면 전보다 1∼2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당일로도 답사가 가능하다. 역시 동백으로 유명한 선운사와 미당 서정주 생가와 고인돌 군락지 등이 있는 고창, 그리고 굴비로 유명한 법성포와 나비축제의 고장 함평도 당일 여행권으로 편입되었다.
▲영암·해남·강진권:예전엔 경부·호남고속도로를 타고 하루 종일 달려 내려가야만 겨우 다다를 수 있는 곳이었다. 이젠 서해안고속도로를 타면 3시간30분 걸려 무안까지 곧장 간 뒤 무안서 1시간쯤만 더 달리면 영암에 도착하니, 많이 잡아도 총 5시간 이내면 호남의 소금강이라 불리는 월출산의 암봉을 감상할 수 있다. 도갑사, 무위사 같은 천년고찰이 산의 품격을 높여주고 있다. 더불어 한반도 육지의 끝이라는 이유로 90년대 중반 이후 갑자기 유명해진 해남의 ‘땅끝마을’과 강진의 다산초당, 영랑 김윤식 시인의 생가 등 소위 ‘남도답사 1번지’의 문화예술의 향기를 전보다 훨씬 여유롭게 맡을 수 있다.
◇ 대전∼통영간 고속도로
무주∼함양(59.4km) 구간의 공사가 11월 21일 끝나 대전∼진주(161km) 구간이 완전 개통됐다. 진주∼통영 구간은 2005년 완공 계획. 대전에서 진주까지 고속도로만 간다 해도 1시간30분이면 되니, 진주 고을이 멀다는 표현에 쓰던 ‘진주라 천릿길’이란 말도 박물관으로 들어갈 때가 되어버렸다.
이젠 추풍령을 넘지 않고도 영남 땅 내륙이나 남해안으로 빠르고 편하게 접근할 수 있는데, 7시간 이상 걸리던 서울∼거제 구간이 5시간대로 짧아졌다. 또 운전자들은 서울 대전 등지에서 부산으로 갈 때 종전에는 대구를 거쳐가는 구마고속도로를 이용했으나, 앞으로는 대전∼진주간 고속도로를 많이 이용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백두대간 산줄기 중 남쪽의 명산인 지리산과 덕유산으로의 접근이 매우 용이해졌다.
▲고속도로 접근:경부고속도로 대전인터체인지 3km쯤 남쪽에 있는 비룡분기점에서 대전남부순환고속도로를 이용해야 한다. ‘산내’ 방향으로 8km쯤 달리면 산내분기점이 나오는데, 여기서 이번에 개통된 고속도로를 타고 남쪽으로 달리면 길은 남대전을 지나면서 곧장 진주까지 갈 수 있다. 아직 이 구간에 익숙지 않은 운전자들은 비룡분기점을 그냥 지나치기도 하는데, 대전인터체인지를 지나면서 미리 우측 차선으로 바꿔 타야 한다.
▲덕유산권:대전서 1시간 안에 구천동 계곡 깊숙이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오지의 대명사였던 무주구천동은 이제 더 이상 오지가 아니다. 무주리조트 곤돌라를 타고 향적봉 정상에 오른 뒤 내려올 예정이라면 수도권에서도 당일로도 덕유산을 왕복할 수 있다. 남녘의 유일한 스키장인 무주리조트는 무주∼함양 구간 개통으로 영남권에서 오가기 좋아졌다. 특히 부산, 대구, 진주로부터 주행시간은 1시간 이상 단축되어 부산∼무주는 2시간 30분, 대구·광주∼무주는 1시간30분 소요된다. ‘무진장’으로 불리는 고을 중 하나인 진안도 호남고속도로를 이용할 때보다 들르기가 훨씬 용이해졌다. 말의 귀처럼 생긴 진안 마이산은 멀리서 봐도 기이한 형세를 자랑하는 거대한 암봉. 태풍에도 넘어가지 않는다는 수십기의 돌탑이 이색적인 탑사를 둘러본다 해도 수도권에서 당일여행이 가능하다.
▲가야산권:팔만대장경으로 유명한 해인사를 품고 있는 가야산은 신라시대 최고의 문장가였던 고운 최치원이 신선이 되어 사라진 산. 입구의 홍류동천은 절경으로 이름 높은데, 특히 단풍이 맑은 계류에 붉은 그림자를 드리운 가을 경치가 일품이다.
▲지리산권:무엇보다 백두·한라와 더불어 이 땅의 3대 명산으로 꼽히는 지리산으로의 접근이 아주 쉬워졌다. 이전 수도권 등의 북부에서 지리산을 접근하려면 호남고속도로를 탄 뒤 국도를 이용해 전주를 거치거나 88고속도로를 이용해야했지만, 이젠 대전서 직통으로 1시간30분 이내에 지리산 동쪽의 산청까지 갈 수 있다. 따라서 칠선계곡, 백무동계곡, 대원사계곡, 중산리계곡 등 천왕봉을 중심으로 한 동부 지리산의 경치를 이전보다 충분히 즐길 수 있다.
▲통영·거제권:진주까지 간 뒤 국도를 이용하면 경상도 남해안의 한려해상국립공원 지역도 빠르게 갈 수 있다. 이전의 서울∼거제 (경부고속도로∼ 구마고속도로∼마산∼통영∼ 거제)는 장장 7시간이나 걸리는 장거리. 때문에 무박 2일로도 빠듯했던 게 사실이다. 2시간 이상 단축되었기 때문에 좀 여유로운 1박 2일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중앙고속도로
춘천서 대구로 이어지는 중앙고속도로(280km) 중 미개통으로 남아있던 제천∼풍기(50.5km) 구간이 12월 14일 열리면서 ‘육지 속의 섬’으로 불릴 정도로 오지였던 경북 북부 내륙 지방으로의 여행이 ‘혁명적으로’ 간편해졌다. 정체도 심하고 사고 위험도 높았던 백두대간의 죽령 고갯길에 터널이 뚫리면서 걱정거리가 없어졌고, 이 길을 이어 안동을 거치면 대구 지나 마산까지 곧바로 연결된다.
남한 땅 내륙 중앙을 남북으로 연결하는 중앙고속도로는 경부·중부고속도로와 나란히 남북축(춘천∼홍천∼횡성∼원주∼제천∼ 단양∼풍기∼영주∼예천∼ 안동∼의성∼ 군위∼대구)을 이루고 있어 교통량 분산효과도 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재 5시간 걸리는 서울∼안동이 1시간 이상 줄어 당일 여행지로 편입되고, 춘천∼대구는 6시간에서 무려 3시간으로 크게 줄어든다.
▲접근:원래는 춘천서부터 연결되어 있지만 수도권에서는 영동고속도로를 타고가다 원주 서쪽의 만종분기점을 이용하면 된다. 남원주 인터체인지 방향을 잡으면 제천∼단양∼풍기∼영주∼ 예천∼안동∼ 의성∼군위∼대구까지 이어진다. 대구 등지에선 대구 서쪽의 금호분기점에서 찾아들어 가면 된다.
▲소백·월악산권:백두대간 줄기의 큰 고개인 죽령 남북에 자리한 소백산과 월악산 접근이 쉬워졌다. 철쭉으로 유명한 소백산은 겨울 눈꽃 대상지로도 각광받는 산이다. 소백·월악의 산기슭이 수도권에서 모두 당일코스로 연결된다.
▲영남 북부내륙권:백두대간과 낙동정맥 사이에 꽁꽁 숨어있던 낙동강 상류의 안동, 예천, 영주 등은 중앙고속도로 개통 효과가 극명하게 나타날 고을. 소수서원, 하회마을 도산서원 등 유교 전통을 감상할 수 있는 고을도 당일로 둘러볼 수 있게 되었다. 또 거대한 바위봉우리들이 깊은 맛을 내는 청량산, 주왕의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려 있는 청송의 주왕산 등 무박 2일로도 부담이 되던 절경들이 손앞에 다가왔다.
▲영남 북부 동해안권:울진으로 해서 영덕으로 이어지는 낙동정맥 동쪽의 경북 동해바다의 파도를 보기가 수월해졌다. 특히 울진은 오랜 전부터 명승지로 꼽혀왔던 불영계곡, 1급수의 맑은 물이 흐르는 왕피천, 관동팔경의 하나인 망양정 등의 절경과 국내 유일의 자연 용출 온천인 덕구온천이 있어 산·계곡·바다·온천을 모두 즐길 수 있는 고을이지만, 서울서 6∼7시간이나 걸려 연휴가 아니면 좀 꺼리던 곳. 중앙고속도로 개통으로 이젠 1박 2일이면 충분히 그곳을 다녀올 수 있게 되었다. 안동∼청송∼영덕을 거치면 주왕산을 거쳐 대게로 잘 알려진 영덕항에 갈 수 있다.
◇ 영동·동해고속도로
▲ 뛰어난 절경을 자랑하는 동해 추암. 영동고속도로 대관령 구간이 터널 개통으로 서울~강릉이 2시간 30분이면 주파 가능하게 되면서 동해 바다가 한층 가깝게 다가왔다. |
영동고속도로는 동해쪽으로 갈 때 가장 인기 있는 길로서 그 때문에 상습적으로 정체가 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젠 서울에서 강릉까지 2시간30분이면 주파가 가능해졌다. 특히 늘 막히던 횡계∼대관령∼ 강릉(26.5km) 구간과 동해고속도로의 주문진∼강릉(15.4km) 구간이 지난 11월 28일 동시에 개통되면서 꿈같은 얘기가 현실화되었다. 이 구간은 터널 7개와 교량 33개를 놓아 직선화하면서 운행시간이 50분에서 15분으로 단축되었고 사고 위험도 줄였다.
▲강릉 북부권:강릉 경포대와 양양 낙산사 등 관동팔경과 설악산, 오대산 등 나라 안에서 첫손가락에 꼽히는 명산들의 절경을 즐길 수 있다. 또 주문진에서 양양, 속초 지나 고성으로 이어지는 7번 국도를 따라 바닷가 드라이브를 즐기며 동해바다도 당일로 실컷 감상할 수 있게 되었다.
▲강릉 남부권:무릉계곡을 품고 있는 청옥·두타산으로 잘 알려진 동해, 너와·굴피집 등 강원 산간의 전통주택과 관동팔경의 하나인 죽서루 등을 감상할 수 있는 삼척으로의 여행이 수월해졌다. 옥계·망상·맹방 등의 해안에선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넘실대는 겨울바다의 낭만을 즐길 수 있다.
◇ 제2중부고속도로
제2중부고속도로는 하남∼호법(40.7km) 구간에 기존의 도로와 나란히 건설되어 지난 11월 23일 개통됐다. 곤지암인터체인지 및 중부1·2·3터널 구간의 짜증나는 상습 정체가 해소돼 중부고속도로 운행시간이 평일의 경우 20분, 그리고 주말의 경우 절반 가량 단축된다. 새롭게 개통된 고속도로는 장거리 이용 차량의 편의를 위해 동서울요금소에서 호법분기점까지 진출입 시설을 없애 광주·곤지암 등의 인터체인지를 이용할 수 없도록 했다. 따라서 영동고속도로나 대전방향의 장거리 이용 차량들은 신설 확장되는 도로를 이용하는 것이 더욱 편리하며, 곤지암·광주·서이천 인터체인지를 이용하려는 차량들은 기존 고속도로를 이용하면 된다. 따라서 한국 도자문화의 전통과 혼이 살아 숨쉬는 경기도의 이천, 여주, 광주에서 ‘흙과 불이 빚은 예술품’을 손쉽게 관람할 수 있게 되었다.
(민병준 여행 칼럼니스트 mbjbud@chollia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