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산하 - 만동묘에 얽힌 사연
영원한 인간사랑 ・ 2023. 12. 13. 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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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산하 - 만동묘에 얽힌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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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07. 22:27조회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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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산하
만동묘에 얽힌 사연
화양동서원에 딸린 만동묘는 임진왜란 때 우리나라에 원군을 보내온 명나라 신종과 명나라 마지막 황제인 의종의 신위를 모시고 제사를 지내던 사당이다. 숙종 30년(1704)에 권상하 등이 화양동서원 안에 건립한 만동묘는 경기도 가평군에 있는 조종암(朝宗巖)에 새겨진 선조의 어필인 ‘만절필동(萬折必東)’의 처음과 끝 자를 따서 이름을 지은 것이다. 1726년에 영조는 만동묘에 제전과 노비를 내렸고, 그 뒤 예조에서 90명이 돌아가며 묘우를 지키게 하는 등 여러 가지 지원을 하였다. 정조가 즉위한 그해에 어필 사액을 받았고 순조 때는 허름한 건물을 헐고 다시 지었다. 헌종 때는 해마다 음력 3월과 9월에 충청도 관찰사가 정식으로 제사를 지냈다. 당시 만동묘는 신위를 봉안한 다섯 칸짜리 묘우와 제관들의 숙소 그리고 유생들의 회합 등에 쓰이던 정침과 동서 협실로 이루어져 있었다.
만동묘에서 제사를 지낼 때는 전국의 유생 수천 명이 모여들었으며 1년 내내 선비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이곳이 유생들의 집합소가 되면서 화양동서원과 마찬가지로 폐단이 극심해졌다. 고종 2년(1865) 나라에서는 서울의 대보단에서 명나라 황제들을 제사 지내므로 따로 제사할 필요가 없다는 이유를 들어 만동묘를 폐하였다. 이후 흥선대원군이 권력을 잃은 뒤에 재건되었으나 순종 1년(1907) 일본 총독부의 금지령으로 만동묘를 철폐하였으며, 그 뒤 재산을 국가와 지방관청에 귀속해버렸다.
제4곡인 금사담(金沙潭)은 화양구곡 가운데서도 가장 손꼽히는 절경이다. 깨끗한 물속에 잠긴 모래가 금싸라기 같다고 해서 지어진 이름인 금사담 위의 높직한 암반 위에 송시열의 서재이자 별장이던 암서재(巖棲齋)가 있다. 암서재는 송시열이 굴피집을 짓고서 제자들을 가르쳤던 곳으로 좋은 경치를 정원으로 삼아 앞쪽에 난간을 둔 자그만 집인데, 암서재 역시 주자의 운곡정사를 본떠서 지은 것이다. 암서재 앞 금사담 가의 바위벽에는 ‘금사담’이라는 이름을 비롯해 ‘충효절의(忠孝節義)’니 ‘창오운단(蒼梧雲斷) 무이산공(武夷山空)’ 등 여러 글자가 새겨져 있다.
창오산은 예로부터 중국에서 임금을 상징하는 산이고 무이산은 주자가 살던 산이다. ‘창오산은 구름이 끊어지고 무이산은 비었다’라고 한 것은 명나라가 사라지고 오랑캐, 즉 청나라가 들어선 상황을 송시열의 입장에서 절박하게 표현한 것이다. 이곳 암서재 바로 옆에 일명 큰절이라고 부르는 환장사(煥章寺)가 있었다.
환장사에는 재미난 일화가 숨어 있다. 『이순록』에 실린 다음의 글은 이곳에 머물던 승려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통해 사색당파를 구별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여기에 거처한 지가 30여 년이 되었는데, 산수가 절승이므로 유람하러 오는 길손들을 많이 겪어서 자연히 사색당파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 모양과 행동을 보면 쉽게 구별할 수 있습니다.
처음 동구에 들어올 때 산천을 두루 돌아보면서 좋다! 좋다! 하고 동(洞) 안에 들어와서는 반드시 암자의 중을 부르고 서원을 지날 때에는 눈을 부릅뜨고 손을 휘저으며 기침하고 침을 뱉기를 함부로 하고 만동묘를 지날 때 공경하고 근신을 하지 않는 자는 남인이요, 동에 들어올 때 산수를 자세히 보지 않고 서원과 만동묘에 이르러서는 반드시 중들의 허물 있는 것을 자세히 살펴서 잔소리를 하며 성가시게 구는 것은 노론이요, 동에 들어와서 산수만을 보고 서원과 만동묘를 지날 때 존경하는 뜻은 없으나 또한 너무 거만한 태도도 짓지 않고 바쁘게 지나가는 자는 소북(小北)이요, 동에 들어올 적에 좌우로 산천을 돌아보며 혹 냇가에 앉거나 바위에 기대었다가 서원에 이르러서는 조심스럽게 뜰에서 절하고 자세히 서적을 보며 감탄하기를 마지아니하고 만동묘에 이르러서는 처마만 쳐다보아도 이미 깊은 감회가 생기고 전(殿) 안을 봉심(奉審)하고 몸을 굽혀서 뜰을 지나 암자에 이르러서는 중들의 생활을 자세히 묻고 밤에는 늙은 중을 불러 담화하면서 산중의 조작을 묻는 자는 소론입니다.
[네이버 지식백과] 만동묘에 얽힌 사연 (신정일의 새로 쓰는 택리지 9 : 우리 산하, 2012. 10. 5., 신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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