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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전서후(耕前鋤後)
남편은 앞에서 밭을 갈고 아내는 뒤에서 김을 맨다는 뜻으로, 부부가 서로 극진하게 도우며 일하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
耕 : 밭갈 경(耒/4)
前 : 앞 전(刂/7)
鋤 : 호미 서(金/7)
後 : 뒤 후(彳/6)
출전 : 이연수(李延壽)의 남사(南史)
비탈진 밭이지만 남편은 앞에서 쟁기질을 하고 아내는 뒤에서 호미로 김을 맨다. 추수가 끝난 황금빛 들판에서 이삭을 줍고 있는 밀레의 이삭 줍는 여인들처럼 평화로운 모습이 그려진다. 더불어 부부가 힘을 합쳐 오순도순 생활을 영위하는 모습도 정겹다.
이 성어는 부부가 서로 도우며 일하는 것을 비유한 말이 됐는데 진(晉)나라 때의 유명 시인 도연명(陶淵明)에서 유래했다.
동진(東晋) 말기에 태어나 남조(南朝)의 송(宋)까지 육조(六朝) 최고의 시인인 도연명은 본명인 도잠(陶潛)보다 자로 더 많이 불린다. 그 이름으로 바로 떠오르는 것이 귀거래사(歸去來辭)다. 도연명은 증조부 도간(陶侃)이 고위직을 지낸 집안이었지만 자신은 낮은 벼슬로 청빈한 생활을 했다.
팽택(彭澤)이란 고을의 현령을 하고 있을 때 상급 고을에서 감독관이 내려 왔다. 그럴 때 하급관리는 의관을 갖추고 맞이하는 것이 통례였는데 도연명은 그 앞에서 굽실거리며 융숭하게 맞아 줄 뜻이 전혀 없었다.
내 어찌 다섯 말의 쌀 때문에 허리를 굽혀 향리의 어린 아이에게 절을 할 수 있겠는가(我不能爲五斗米 折腰向鄕里小兒/ 아불능위오두미 절요향향리소아)라고 한탄했다. 그리고는 인수(印綬)를 풀어 사직하고 고향으로 가면서 부른 노래가 귀거래사다.
부인도 말리지 않고 남편의 뜻을 따라 가난한 생활을 했다. '남편은 앞에서 밭을 갈고 아내는 뒤에서 호미로 김을 맸다(夫耕於前 妻鋤於後云/ 부경어전 처서어후운).' 이연수(李延壽)가 편찬한 남사(南史)의 열전 은일상(隱逸上)에 실린 내용이다.
새해를 희망차게 시작하였으나 즐겁지 않은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명절은 가족이 한 자리에 모여 즐거워야 할 때 친척 맞이 등에 부부갈등이 잦아 명절 이혼이란 신조어가 생긴 지도 오래 됐다.
대법원 통계로도 작년 명절 연휴 다음 달 소송이 40% 가까이 늘었다고 했다. 상대방의 입장을 배려하면 쉽게 풀릴 일이 이렇게 커지니 안타깝다.
이와는 다른 경우지만 젊은 부부들은 맞벌이를 하고 싶어도 적합한 일자리가 없어 고심한다. 취직한 자리도 출산 후에는 복직하기가 어려우니 아예 출산을 기피하거나 결혼까지 무작정 미룬다. 부부가 힘을 합쳐 살아가는 사회 환경은 이룰 수 없는가.
▶️ 耕(밭갈 경)은 ❶형성문자이나 회의문자로 보는 견해도 있다. 뜻을 나타내는 가래 뢰(耒; 쟁기, 경작)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井(정, 경)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井(정)은 가로와 세로로 테를 짜는 일이고, 가래 뢰(耒)部는 쟁기를, 耕(경)은 논밭을 가로세로 가지런히 갈다의 뜻이다. 회의문자로 보면 뢰(耒)와 井(정)의 합자(合字)이다. ❷회의문자로 耕자는 ‘밭을 갈다’나 ‘농사 짓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耕자는 耒(가래 뢰)자와 井(우물 정)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井자는 우물을 그린 것이다. 농사를 짓기 위해서는 물이 필요하니 井자를 응용된 것으로도 보인다. 그러나 耕자에 쓰인 井자는 밭을 일렬로 고르게 갈아놓은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耕자의 고자(古字)인 畊(밭갈 경)자에 井자가 쓰인 것도 고르게 갈린 논밭을 표현한 것이기 때문이다. 耕자는 이렇게 쟁기로 밭을 고르게 갈아놓은 모습으로 그려져 ‘밭을 갈다’나 ‘농사 짓다’라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그래서 耕(경)은 ①밭을 갈다 ②(농사에)힘쓰다, 농사짓다 ③노력(努力)하다 ④생계(生計)를 꾸리다 ⑤경적(耕籍: 임금이 신하를 거느리고 적전(籍田)을 갈던 일) ⑥농사(農事)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밭 갈 전(佃)이다. 용례로는 땅을 갈아 농사를 짓는 데 쓰는 기구를 경구(耕具), 경작하는 과수원이나 뽕나무 밭 따위를 경원(耕園), 토지를 갈아서 농작물을 심음을 경작(耕作), 갈아 놓은 땅 또는 농지로 삼는 땅을 경지(耕地), 논이나 밭을 개간하여 갊을 경간(耕墾), 땅을 일구어 농작물을 심어 가꿈을 경식(耕植), 논밭을 갈 때의 그 깊이를 경심(耕深), 농사 짓는 직업을 경업(耕業), 논밭을 갊을 경전(耕田), 논밭을 갈고 씨를 뿌려 가꿈을 경종(耕種), 농사 짓는 일과 거두어 일을 경확(耕穫), 곡식을 심기 위하여 땅을 파 일으킴을 경기(耕起), 농사를 지음을 경농(耕農), 밭 갈고 김을 맴을 경운(耕耘), 땅을 갈아서 농사를 짓는 사람을 경자(耕者), 농사 짓기와 글읽기 논밭을 갈고 글을 읽는다는 경독(耕讀), 농사일은 머슴에게 물어야 한다는 경당문노(耕當問奴), 산에는 밭을 갈고 물에서는 물고기를 잡는 생활을 한다는 경산조수(耕山釣水), 남편은 앞에서 밭을 갈고 아내는 뒤에서 김을 맨다는 경전서후(耕前鋤後), 밭을 갈고 우물을 판다는 뜻으로 백성이 생업을 즐기면서 평화로이 지냄을 이르는 경전착정(耕田鑿井) 등에 쓰인다.
▶️ 前(앞 전/자를 전)은 ❶형성문자이나 회의문자로 보는 견해도 있다. 뜻을 나타내는 선칼도방(刂=刀; 칼, 베다, 자르다)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歬(전)으로 이루어졌다. 歬(전)은 舟(주; 배, 탈것)와 止(지; 발의 모양, 나아가는 일)의 합자(合字)이다. ❷회의문자로 前자는 ‘앞’이나 ‘먼저’, ‘앞서 나가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前자는 月(달 월)자와 刀(칼 도)자와 함께 상단에는 머리 모양이 결합한 것이다. 그런데 前자의 금문을 보면 舟(배 주)자와 止(발 지)자가 결합한 歬(앞 전)자가 그려져 있었다. 이것은 ‘(배가)앞으로 가다’라는 뜻을 표현한 것이다. 그래서 갑골문과 금문, 소전에서는 歬자가 ‘앞’이나 ‘앞서 나가다’라는 뜻으로 쓰였었다. 그러나 해서에서는 舟자가 月자가 바뀌었고 止자는 ()로 변형되었다. 여기에 刀자까지 더해지면서 지금의 前자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해서에서 刀자가 더해진 것은 ‘가위’를 뜻하기 위해서였다. 후에 ‘자르다’라는 뜻은 剪(자를 전)자로 따로 만들어지면서 뜻이 분리되었다. 그래서 前(전)은 (1)이전(以前) (2)막연하게 과거를 이를 적에 쓰는 말. 그건 (3)어떤 직함이나 자격 등을 나타내는 명사(名詞) 앞에 붙여 전날의 경력을 나타내는 말 (4)일부 명사 앞에 붙어 전기(前期)의 뜻을 나타냄 (5)일부 명사 앞에 붙어 앞부분의 뜻을 나타냄 (6)연대(年代), 연호(年號) 앞에 붙어 기원전(紀元前)의 뜻을 나타냄 등의 뜻으로 ①앞 ②먼저 ③미래(未來), 앞날 ④미리, 앞서서, 사전에 ⑤거무스름한 빛깔 ⑥가위 ⑦앞서다 ⑧나아가다 ⑨인도하다 ⑩뵙다, 찾아뵙다 ⑪소멸하다 ⑫자르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먼저 선(先),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뒤 후(後)이다. 용례로는 어떤 사물을 의논할 때 먼저 내세우는 기본이 되는 것을 전제(前提), 앞과 뒤와 먼저와 나중을 전후(前後), 전에 가졌던 직업 또는 벼슬을 전직(前職), 지난해나 작년을 전년(前年), 앞으로 나아감을 전진(前進), 이미 있었던 사례를 전례(前例), 앞쪽이나 일선을 전방(前方), 앞쪽에 친 진을 전진(前陣), 지나간 시대를 전대(前代), 앞서의 경력을 전력(前歷), 미리 나타나 보이는 조짐을 전조(前兆), 전번의 시기를 전기(前期), 직접 뛰어든 일정한 활동 분야를 전선(前線), 글이나 편지 전문을 생략함을 전략(前略), 전에 그 임무를 맡았던 사람을 전임(前任), 앞에서 이미 서술함을 전진(前陳), 앞의 부분을 전부(前部), 앞으로 갈 길을 전도(前途), 앞에 게재함 또는 지난해를 전재(前載), 변함이 없이 전과 같음을 여전(如前), 오래 전이나 그 전을 이전(以前), 자정으로부터 낮 열두 시까지의 동안을 오전(午前), 어떤 일을 시작하거나 실행하기 전을 사전(事前), 이전이나 이제까지를 종전(從前), 바로 앞이나 일이 생기기 바로 전을 진전(直前), 식을 거행하기 전을 식전(式前), 살아 있는 동안을 생전(生前), 앞 수레가 엎어진 바퀴 자국이란 뜻으로 앞사람의 실패를 거울삼아 주의하라는 교훈을 이르는 말을 전거복철(前車覆轍), 앞수레가 엎어진 것을 보고 뒷수레가 경계하여 넘어지지 않도록 한다는 말로 전인의 실패를 보고 후인은 이를 경계로 삼아야 한다는 의미의 말을 전거가감(前車可鑑), 지난 시대에는 들어 본 적이 없다는 뜻으로 매우 놀랍거나 새로운 일을 이르는 말을 전대미문(前代未聞), 이전 세상에는 듣지 못하였다는 뜻으로 지금까지는 들어 본 적이 없는 새로운 것임의 비유하는 말을 전고미문(前古未聞), 이전 사람이 아직 밟지 않았다는 뜻으로 지금까지 아무도 손을 대거나 발을 디딘 일이 없음을 일컫는 말을 전인미답(前人未踏), 앞문에서 호랑이를 막고 있으려니까 뒷문으로 이리가 들어온다는 뜻으로 재앙이 끊임 없이 닥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을 전호후랑(前虎後狼), 앞으로 갈 길이 아득히 멀다는 뜻으로 목적하는 바에 이르기에는 아직도 남은 일이 많음을 이르는 말을 전도요원(前途遙遠), 앞으로 잘 될 희망이 있음 또는 장래가 유망함을 이르는 말을 전도유망(前途有望), 일에 부닥쳐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앞뒤를 재며 머뭇거림을 이르는 말을 전첨후고(前瞻後顧), 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있을 수 없음을 일컫는 말을 전무후무(前無後無), 처음에는 거만하다가 나중에는 공손하다는 뜻으로 상대의 입지에 따라 태도가 변하는 것을 이르는 말을 전거후공(前倨後恭), 앞길이나 앞날이 크게 열리어 희망이 있음을 이르는 말을 전도양양(前途洋洋), 앞길이나 앞날에 어려움이나 재난이 많음을 이르는 말을 전도다난(前途多難), 대문 앞이 저자를 이룬다는 뜻으로 세도가나 부잣집 문 앞이 방문객으로 저자를 이루다시피 함을 이르는 말을 문전성시(門前成市), 바람 앞의 등불이란 뜻으로 사물이 오래 견디지 못하고 매우 위급한 자리에 놓여 있음을 가리키는 말을 풍전등화(風前燈火), 범에게 고기 달라기라는 속담의 한역으로 어림도 없는 일을 하려고 함을 이르는 말을 호전걸육(虎前乞肉) 등에 쓰인다.
▶️ 鋤(호미 서)는 형성문자로 鉏(서)와 동자(同字), 锄(서)는 간자(簡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쇠 금(金; 광물, 금속, 날붙이)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助(조, 서)가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그래서 鋤(서)는 ①호미(쇠로 만든 농기구) ②김매다(논밭의 잡풀을 뽑아내다) ③없애다, 없애버리다 ④어긋나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호미 기(錤)이다. 용례로는 존재하지 못하게 없애어 버림을 서거(鋤去), 김을 맨다는 말을 서전(鋤田), 존재하지 못하게 깡그리 없애어 버림을 서진(鋤盡), 농작물이 다 타 죽어서 호미도 댈 것 없는 혹심한 가뭄을 서한(鋤旱), 척추동물의 콧마루를 이루는 한 개의 뼈를 서골(鋤骨), 남편은 앞에서 밭을 갈고 아내는 뒤에서 김을 맨다는 뜻으로 부부가 서로 극진하게 도우며 일하는 것을 비유하는 말을 경전서후(耕前鋤後) 등에 쓰인다.
▶️ 後(뒤 후/임금 후)는 ❶회의문자로 后(후)는 간자(簡字)이다. 발걸음(彳; 걷다, 자축거리다)을 조금씩(문자의 오른쪽 윗부분) 내딛으며 뒤처져(夂; 머뭇거림, 뒤져 옴) 오니 뒤를 뜻한다. ❷회의문자로 後자는 ‘뒤’나 ‘뒤떨어지다’, ‘뒤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後자는 彳(조금 걸을 척)자와 幺(작을 요)자, 夂(뒤져서 올 치)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後자는 족쇄를 찬 노예가 길을 가는 모습을 그린 것이다. 갑골문에 나온 後자를 보면 족쇄에 묶인 발과 彳자가 그려져 있었다. 발에 족쇄가 채워져 있으니 걸음이 뒤처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後자는 ‘뒤떨어지다’나 ‘뒤치다’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後(후)는 (1)무슨 뒤, 또는 그 다음. 나중 (2)추후(追後) 등의 뜻으로 ①뒤 ②곁 ③딸림 ④아랫사람 ⑤뒤떨어지다 ⑥능력 따위가 뒤떨어지다 ⑦뒤지다 ⑧뒤서다 ⑨늦다 ⑩뒤로 미루다 ⑪뒤로 돌리다 ⑫뒤로 하다 ⑬임금 ⑭왕후(王后), 후비(后妃) ⑮신령(神靈) 따위의 뜻이 있다.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먼저 선(先), 앞 전(前), 맏 곤(昆)이다. 용례로는 뒤를 이어 계속 됨을 후속(後續), 이후에 태어나는 자손들을 후손(後孫), 뒤로 물러남을 후퇴(後退), 일이 지난 뒤에 잘못을 깨치고 뉘우침을 후회(後悔), 같은 학교를 나중에 나온 사람을 후배(後輩), 반반씩 둘로 나눈 것의 뒷부분을 후반(後半), 핏줄을 이은 먼 후손을 후예(後裔), 뒷 세상이나 뒤의 자손을 후세(後世), 뒤에서 도와줌을 후원(後援), 뒤의 시기 또는 뒤의 기간을 후기(後期), 중심의 뒤쪽 또는 전선에서 뒤로 떨어져 있는 곳을 후방(後方), 뒤지거나 뒤떨어짐 또는 그런 사람을 후진(後進), 맨 마지막을 최후(最後), 일이 끝난 뒤를 사후(事後), 일정한 때로부터 그 뒤를 이후(以後), 정오로부터 밤 열두 시까지의 동안을 오후(午後), 바로 뒤나 그 후 곧 즉후를 직후(直後), 그 뒤에 곧 잇따라 오는 때나 자리를 향후(向後), 앞과 뒤나 먼저와 나중을 전후(前後), 젊은 후학들을 두려워할 만하다는 후생가외(後生可畏), 때 늦은 한탄이라는 후시지탄(後時之嘆), 뒤에 난 뿔이 우뚝하다는 뜻으로 제자나 후배가 스승이나 선배보다 뛰어날 때 이르는 말을 후생각고(後生角高), 내세에서의 안락을 가장 소중히 여겨 믿는 마음으로 선행을 쌓음을 이르는 말을 후생대사(後生大事), 아무리 후회하여도 다시 어찌할 수가 없음을 후회막급(後悔莫及)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