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팡이를 버리며
희진 샥시에게
네가 벌써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구나, 참으로 빠르다는 생각, 지나간 날이 어리석었다는 생각을 거론한다는 건 진부하겠지.
깔끔하게 고백하자.
승찬이는 특별한 놈이야,
외손이 아들딸 합쳐 다섯, 이제 외손의 숫자가 더 늘어날 일은 없을 거 같구나, 혹 모르지. 네 큰언니가 재혼해서 생의 보루로 아이를 하나 가질지? 그렇게 된다면 참 좋은 일이겠지만, 욕심을 버리고 고한다. 승찬이가 특별하다는 데 관해서.
사고가 난 건 승찬이를 낳았다는 소리. 고추를 야물딱지게 달고 나왔다는 소리를 들은 지. 한 칠이 되지 않았을 때였지. 물론 승찬이의 이름도 짓기 전. 급한 마음에 불찰로 무르팍을 날렸구나 깊이 5 센티 길이 11센티의 대형 사고였지. 네 엄마가 너의 산후조리에 갔기에 알릴 수도 없었어. 이곳 현지 병원에서 무슨 수술인지 모르지만, 수술을 했는데, 병원에 더 있을 수가 없었어. 한국과는 달리 여기는 하루 입원하면 그날 저녁에 바로 계산을 해야 하는 지독한, 의술은 인술이 아니라 상술! 하루 있으면 이 나라 공무원 한 달 월급 정도가 날아가는 상황, 매일매일 병원비를 계산하는데 더 있을 수가 없었지.
결론은 어제 지팡이를 버렸다.
처음 휠체어에서 목발 두 개로 의지 했고, 좀 나아서 목발 하나를 버리고, 한 개의 목발로 버티다가, 장족의 진화를 거듭해서 지팡이 승급 심사에 합격하고 드디어 지팡이를 버리고, 우산 하나 폼으로 들고 다니며, 계단을 오르거나, 비틀거릴 적에 의지하는 정도가 된 오늘.
승찬이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구나.
승찬이가 특별하다는 이유는
그놈이 태어나자마자 외할아버지를 살림 놈이니까 특별이라는 수식어를 붙인다는 거.
병원에서는 링거에 진통제를 가끔 넣어주기에 통증을 몰랐지.
그런데 퇴원해서 집에 있으니, 그 통증은 감당이 불가. 지독한 고통.
무르팍에, 쪼그려 앉은 무르팍에 살점이 있냐.
깊이 5센티에 길이 11센티가 날아갔다면 그건 슬개골이고, 뼈고, 인대라는 얘기.
그렇게 뼈를 날린 통증을 감당하기에 아부지는 너무 늙었다는 거. 자다가 무르팍에 전류가 흐르는 것처럼 찾아오는 통증, 그걸 넘기려면 혀가 꼬이고 말리며, R M 과넞을 너믹고 나면 침대에 흥건한 식은땀,
그때마다 승찬이를 불렀지.
이미 승찬이와 약속을 했거든, 할아버지 꼭 이긴다. 반드시 살 거야. 아기야 지켜봐라.
아마도 승찬이가 누구와의 약속은 첨이었을 거야 RM 순수한 영혼과 한 약속인데 저버맇 수가 없었어.
승찬이를 엄청나게 불렀다. 고통스러운 통증이 유발하면, 바드시 이를 악물고 불렀지. 결과는 이겨낸 거야. 난 그 아이를 단단히 잡고 있었거든, 손수 영혼과의 약속을 엄청나게 중요하다 생각했거든,
아기와의 약속을 단단히 부여잡고 인터넷으로 무르팍 공부를 한 거야.
인간이나 동물의 뼈는 날아가거나 부러지면 바로 아교나 석회질처럼 끈적한 액체가 분비되며 서로 결합작용을 하려고 당기는 거지. 거미가 거미줄을 뿜듯이, 그렇게 액제로 붙으면 길을 잡으면 그 다음부터 조골세포가 형성되는 거야. 말그대로 뼈를 만드는 세포, 그게 달걀 안의 속껍질, 얇은 막처럼 생겨서 그게 굳어지면서 뼈로 형성되는 거, 그 과정에서 서로 붙으려는 조골세포가 번식하거나 성장하는 과정에서는 전류가 흐르는 것처럼 통증이 유발된다는 사실. 다쳤을 땐 이미 비행기를 못 타는 상황이고, 앉을 수가 없으니, 누워야 하는 상황에서 여섯 시간 비행할 수가 없는 입장,
뼈가 삐딱하게 붙거나, 휘어지게 붙으면 한국에 들어가서 재수술한다는 각오로 버텼지. 버티는 게 아니라 통증과의 사투, 거기서 승찬이가 응원을 한 거지. 계속 승찬이를 불렀고.
결과는 이겨낸 거야.
무르팍 구부리지 못하게 버팀을 대놓았으니, 거어다닐 수도 없는 입장. 방바닥을 손으로 짚고 엉덩이를 밀어 움직이려면 얼마나 더딘지. 간신히 책상 앞에서 뭔가를 끄적이다가, 변의를 느끼면 화장실까지 가는 시간이 인내력을 초월하는 수가 간간이 있었지. 그렇다고 아무런 증상이 없는데 화장실 앞에 앉아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움직임이; 굼뜨니, 여기는 난방이 필요없는 나라라 방바닥과 거실이 하얀 타일이야. 이 나라 좀 있는 집은 타일로 마감을 하는데 동남아 다 똑 같아. 반바지 안에 팬티를 입었으면 그놈이 팬티 안에 고스란히 있겠지만, 무르팍에 붕대를 그렇게 감고 버팀을 댔는데 팬티가 들어가겠냐. 그냥 실례를 하면 이놈이 반바지 가랑이로 삐져나와 타일 바닥에 흘리기도 하는 거. 일단 화장실 가서 처리하고, 방바닥과 거실 바닥에 흘린 걸, 마누라라도 미안할 지경인데 가정부를 부르겠냐? 가정부는 일 층에서 서식하면 내가 부르지 전애는 절대 올라오지 말라고 일렀으니, 그나마 시간을 벌 수가 있었지. 화장실에서 먼저 몸을 처치하고 휴지와 걸레를 들고 읗림ㄴ 오물을 닦아내는 처참한 과정, 거기서도 승찬이를 불렀다.
할아버지 지금 꼴은 이래도 반드시 네게 존경받는 몸으로 만들 거야.
그렇게 실례{를 한 과정이 삼 주일 사이에 서너 번, 그 과정에서 승찬이가 응원을 한 거야. 순수영혼으로, 첫 약속이라는 이름으로.
삼 주를 버티면서 일을 하고, 인부들에게 업혀다니고, 목발에 의지하고, 맨발로 미끄럼을 방지하고, 일로 통증을 회피하며 버틴 삼 주.
승찬이를 얼마나 불렀을까?
삼 주를 버티니, 비행기를 탈 수 있을 정도의 몸으로 만들어졌고, 실밥을 불었고. 이 나라에 없는 진단서와 병원비 세부 내역, 의사 소견서. 이거 전부 아부지가 만들었다,
타이핑해서 의사와 기거 맞지? 이거도 맞지? 아니라고 하면, 다음날 다시 시키는 대로 고쳐서 이거 맞지 사인해! 병원 도장 찍어. 첨에 병원에서 준 영수증이나 진료기록에는 미스터리라고만 적혀 있고 또 하나는 가정부 이름이 적혀있었다는 거, 그걸 영문이름으로 고치고 여권본호까지 넣어서 보험사 제출용으로 아부지가 다 만들었다. 이놈의 나라 병원에는 전산기록이 아니야 전부 수기 볼펜으로 기록하는데,
다 만들어서 도장 받은 날과 실밥 완전히 다 풀은 날, 실밥은 세 번에 나누어 뺐는데 마지막 뺀 날과, 또 짐 수리를 마치고 두 집을 세놓은 날과 시간이 거의 맞아떨어졌다는 거. 이 지독히 불교국가인 나라는 7월 110일부터 10월 4일까지는 불교의 무슨 금지 기간이라고, 결혼식도 안 하고 이사도 안 한 대여. 그 안에 수리를 해서 세를 놓아야 했거든, 그 기간 안에 수리를 못 끝내거나 세를 놓지 못하면 서너 달 집은 비어있고 그 사이 폐허가 되는데, 그 기간에 비어 있어 전기세를 미처 내지 못 하면 두 달 후 전기가 잘리는데, 그렇게 잘린 전기를 다시 이어려면 전기를 새로 넣는 것보다 힘이 더 들고 돈이 더 드는데.
이 세가지 사항이 동시에 해결된 거야.
비행기를 탈 수 있을 정도가 되었고 집수리 다 해서 세를 놓았고 보험사 제출용 서류를 다 만들었고, 동시에 해결되었으니 한국으로 날아간 거지. 재수술을 각오했는데, 그것도 하지 않았으니, 장애가 나오지 않느낟고 했으니, 천운인 거지.
넘마는 가족이 없냐고 왜 그렇게 사느냐고 역정을 내더라만, 그럼 아기가 금방 태어났는데 못난 할배 불찰로 좀 다쳤는데, 아프다, 뒤지겠다. 아침도 못 처먹었다, 밥이 안 넘어간다. 비행기도 못 탄다. 통증이 심하다.
이런 소리를 해서 식구들 혼을 써ᅟᅩᆨ 빼놓고, 살이 빠지고 애가 타도록 만들어야 했니? 그게 무슨 아버지야, 불한당이지.
암튼,
삼 주에 몸무게 7킬로가 빠질 정도의 사투!
여기에서 혁혁한 공을 세운 건 승찬이!
그놈이 순수영혼으로 외할아버지를 붙들었다는 거!
지팡이를 버리고 회고하노니,
어제는 짚고 다닐려고 우산을 그 백화점에서 젤 비싼 걸로 샀어.
폼나게 살아야지!
내가 누구야? 승찬이 할아버지잖아? 폼 좀 잡아야 되지 않겠어?
오늘은 우산 손잡이에 이름표를 출력해서 붙일 참이다. 이홍사라고 쓸까? 승찬이할비라고 쓸까 그게 고민이다.
지금 조금 어렵지만, 미얀마에 꼬인 일
실타래가 마디를 찾아서 풀릴 기미가 보이고 있어. 애를 많이 태웠는데, 멈마한테 죄인이 되었는데, 아부지 꼭 이 나라에 투한 거 본전 건져서 들어간다. 이것도 승찬이와 또 약속을 해버려! 사투로 밀어버릴까?
아침 먹으란다,
밑에서 가정부가 소리 지른다
승찬이도 아침 배불리 먹여라
희진 샥시, 너아부지, 니가 생각하는 만큼 꼰대 아니야. 젊은 생각, 패기와 건전하고 합리적인 사고를 소유한 승찬이 할아버지야!
밥 묵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