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上卷(04)
金文烈富軾鄭諫議知常 以詩齊名一時 文烈結綺宮詩
김문열부식정간의지상 이시제명일시 문열결기궁시
문렬 김부시과 간의 정지상은 한때 시로써 나란히 유명하였다.
문렬의 <결기궁>시에
堯階三尺卑 千載稱其德 秦城萬里長
요계삼척비 천재칭기덕 진성만리장
二世失其國 隋皇何不鑒 土木竭人力
이세실기국 수황하불감 토목갈인력
“요임금 뜰은 석 자 흙 층계였으나
천년을 두고 그 덕을 일컫었도다.
진나라 만리 긴 성 쌓았으나 이세에 나라를 잃고 말았구나.
수나라 황제는 어찌 거울삼지 못하고 토목 공사에 인력을 다 써버렸구나" 하고
燈夕詩
등석시
華盖正高天北極 玉爐相對殿中央 君王恭○疎聲色 弟子休誇百寶粧
화개정고천북극 옥로상대전중앙 군왕공묵소성색 제자휴과백보장
<등석>시에
“임금님 앉으신 자리는 북극에 닿을 만큼 높아 있고,
옥로는 대궐 복판에 마주 놓여도다.
임금님은 공손하고 조용하여 성색을 멀리하니
기생들아 화려한 화장을 자랑마라“라 하니
詞意嚴正典實 直有德者之言也 鄭詩語韻淸華 句格豪逸
사의엄정전실 직유덕자지언야 정시어운청화 구격호일
말과 뜻이 참 바르고 전아하고 알차서 진실로 덕 있는 사람의 말이라 하겠다.
정지상의 시는 어운이 맑고 화려하며 구격이 호일하다.
深得晩唐法 尤長於拗體
심득만당법 우장어요체
만당의 시법을 깊이 체득하였는데 더욱 요체를 잘하였다.
如 石頭松老一片月 天末雲低千點山 地應碧落不多遠 僧與白雲相對閒
여 석두송노일편월 천말운저천점산 지응벽락불다원 승여백운상대한
예를 들면“돌 옆에 노송나무 조각달 걸려 있고
구름 낀 하늘가에 나지막한 수많은 산봉우리 땅은 하늘과 그리 멀지는 않다.
스님이 흰 구름과 더불어 한가롭게 마주 앉으니
綠楊閉戶八九屋 明月捲簾三兩人 等句出口驚人膾炙當世
녹양폐호팔구옥 명월권렴삼양인 등구출구경인회자당 세
버들은 일여덟 채 집들을 가리우고 달이 밝아 발을 걷은 방에 두세 사람 보인다.
등의 싯귀가 나와서 사람을 놀라게 하여 당세에 회자되어
可以一洗空○矣 二家氣像不貌
가이일세공군의 이가기상불모
여러 작품들을 깡그리 씻어 없앴으니
김부시와 정지상 두 사람의 기상은 가지런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