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탁스 클럽에 오랫만에 글을 하나 올렸습니다.
며칠 전에 K-7을 처분했습니다.
아마 다시 구입하지는 않을 겁니다. 지난 10여 개월 동안 제가 디카 사진에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해준 고마운 사진기인데 작별을 고했습니다.
그간 참 많이도 펜탁스 사진기와 렌즈를 사고, 쓰고, 보냈습니다.
처음 시작을 ME-SUPER로 해서 MX, KX, K2, K2-DMD, SUPER-A, LX, SFX, Z-5, Z-1, Z-1P, Z-20, MZ-3, MZ-S 등 제 손을 거쳐 간 펜탁스 사진기는 수십 대가 넘었습니다. LX는 네 대가 거쳐 갔고, MZ-S도 현재 네 번째 기기가 제 손에 있습니다. 중형도 펜탁스645, 펜탁스67을 거쳐 현재 남아 있는 기기는 67-2입니다.
제 손을 거쳐 간 펜탁스 렌즈는 SMC-A 15/2.8, SMC-A 16/2.8 어안, SMC 17/4.0 어안, SMC 20/4.0, SMC 24/2.8, SMC-A 24/2.8, SMC 28/2.8, SMC 50/1.2, SMC-A 50/1.2, SMC-A 50/1.4, SMC-A 50/2.8 마크로, SMC 85/1.9, SMC-m 100/4.0, SMC-m 120/2.8, SMC 135/2.5, SMC-m 150/3.5, SMC 200/4.0, SMC-A 200/4.0, SMC 300/4.0, SMC-FA 24/2.0, SMC-F 50/2.8 마크로, SMC-FA 85/1.4, SMC-F 100/2.8 마크로, SMC-F 135/2.8, SMC-FA 200/2.8, SMC-F 300/4.5
SMC-A 24-50/4.0, SMC-m 24-35/3.5, SMC-A 28-80/3.5-4.5, SMC-A 35-70/4.0, SMC-m 35-70/3.5-4.5, SMC-A 35-105/3.5, SMC-m 40-80/2.8-4.0, SMC-A 70-210/4.0, SMC-m 80-200/4.5, SMC-F 24-50/4.0, SMC-F 28-80/3.5-4.5, SMC-FA 28-105/4.0-5.6, SMC-35-105/4.0-5.6, SMC-F 35-135/3.5-4.5, SMC-F 70-210/4.0-5.6
SMC-DA 16-45/4.0, SMC-DA 55-300/4.0-5.8
SMC-645A 35/4.0, SMC-645A 45/2.8, SMC-645A 75/2.8, SMC-645A 120/4.0마크로, SMC-645A 150/2.8, SMC-645A 200/4.0, SMC-645A 300/4.0.
SMC67 45/4.0, SMC67 55/4.0, SMC67 75/4.0, SMC67 105/2.8, SMC67 135/4.0, SMC67 200/4.0, SMC67 300/4.0 등입니다.
위의 렌즈 중에는 쓰다가 팔고서 다시 사고 한 렌즈가 여러 개씩 있습니다. 펜탁스 렌즈 말고도 펜탁스 사진기에 쓸 수 있는 렌즈들을 사고 판 것도 부지기수입니다. 그렇게 많은 렌즈들이 들어오고 나가는 동안에 엄청난 돈도 나갔습니다.
이젠 다 떠나고 24-90/3.5-4.5 줌 렌즈 하나와 코시나 20/3.8 단 렌즈 하나가 전부입니다. 67에는 그래도 여섯 개의 렌즈가 있기는 합니다. 제가 쓰다가 넘긴 기기들은 지금 우리 펜탁스 클럽에서 많은 분들이 잘 쓰고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제가 이렇게 장황한 글을 쓰는 것은 자랑하기 위한 것도 아니고, 무슨 미련이 남아서도 아닙니다. 조금 전에 어느 신입회원이 ME를 샀다고 좋아하는 것을 보면서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저도 처음에 구입한 사진기가 ME-SUPER였습니다. 1987년 4월 말에 24개월 할부로 45만원을 주고 구입했습니다. 그때 교사 한 달 월급이 30만원 남짓이었으니 대단히 비싼 사진기였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것이 25년이 다 되어 가면서 생각지도 못한 수많은 기기들을 사고팔았던 것입니다.
저는 펜탁스 사진기를 쓰면서 펜탁스 사진기나 렌즈에 대해 남들에게 크게 자랑을 한 적도 없지만 펜탁스 사진기가 다른 사진기에 비해 부족하다는 생각은 조금도 없었습니다. 늘 만족했고, 사랑했습니다. 지금은 라이카 R 사진기와 렌즈를 조금 가지고 있지만 펜탁스 사진기가 라이카에 비해 떨어진다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습니다.
저를 아는 사람들은 저를 '펜탁스 마니아'라고 불렀고, 펜탁스 사진기에 대해 모르는 것이 있으면 모두 제게 와서 물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펜탁스 사진기가 다 떠나고 남은 게 별로 없으니 섭섭하기도 합니다.
그동안 펜탁스클럽 회원들께 늘 고마웠습니다. 제가 쓰다가 내어 놓은 기기, 주저 없이 사 가시고, 사간 뒤에 아무 불만도 없었습니다. 저는 지금도 밖에 나가서 펜탁스 사진기를 가지신 분을 보면 제일 반갑습니다. 사이트에 펜탁스클럽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에 여기에 동지를 틀었고, 이종원 님과 초창기 회원님들하고는 가끔 만나 소주도 한 잔 나누고 했습니다.
엊그제 K-7을 처분하고 캐논 5D를 구입했는데 그 사진기가 좋아서라기보다는 풀프레임 사진기에 대한 관심과 캐논 사진기에 어댑터를 장착해서 라이카 R 렌즈를 병행하고자 하는 생각에서였습니다. 펜탁스에 라이카 렌즈를 쓸 수 있다면 두말 할 것 없이 펜탁스입니다. R마운트 렌즈가 열 개가 넘는데 그것으로 필름만 쓰기는 아까워서 바꿨습니다.
떠날 때는 말없이 가야 하지만, 제가 펜탁스 클럽을 아주 떠나지는 않습니다. 필름으로 MZ-S가 남아 있고, 펜탁스67도 항상 제 곁에 있으니까요...
제가 펜탁스 클럽에서 딱 한 번 서운했던 적이 있습니다. K-7을 구입하고서 사용법을 몰라서 K-7방에 질문을 올렸더니, 거기 방장이라는 분이 그 방에 가입하지 않은 사람의 글이라고 삭제하겠다는 쪽지가 와서 엄청 놀랐습니다.
펜탁스 클럽 안에 있는 방인데 펜탁스클럽회원의 질문에 답변을 거부하겠다는 것이 어이가 없었습니다. 그러려면 펜탁스클럽 안에 존재하지 말고 따로 사이트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요? 그 뒤로 다시는 그 방에 기웃거릴 일도 없었지만 펜탁스클럽 초창기 회원으로서 굴욕을 느꼈습니다.
캐논 5D를 며칠 써보니 K-7보다 훨씬 못합니다. 기계적 완성도도 떨어지고 사진도 잘 나오질 않습니다. 제가 몰라서 그럴 거라고 생각합니다. 어느 사진기이고 안 좋은 사진기는 없다고 합니다. 저도 그 말을 확신하고 있습니다. 다만 사용하는 사람이 얼 만큼 제대로 알고 쓰느냐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펜탁스 정말 좋은 사진기입니다.
그간 저와 교류를 해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저도 펜탁스클럽을 영원히 떠나지 못할 겁니다. 다만 사고 팔 것이 별로 없어서 자주 만나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멋진 사진 생활하시기 빕니다.
감사합니다.
마루/이영주 올림
첫댓글 저도 초창기때 이선생님 삐삐번호 지금도 가지고있습니다.
아! 그럼 전에 만난 적도 있었나요? 제가 지금 초창기 회원 분들 연락처도 다 잊었고, 만난 지도 오래 되서 가물가물한데 호산나 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니까 새롭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