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각이나 망상이 줄어들었는데도 왜 우리 아이는 여전히 사람들을 피하고 방에만 웅크려 있을까요? 조현병이 앗아가는 가장 치명적인 기능 중 하나는 바로 타인의 마음을 읽고 관계를 맺는 '사회성'입니다."
Q.선생님, 조현병을 앓고 있는 20대 아들 때문에 가슴이 무너져 글을 올립니다.
약물 치료를 받으면서 환청이나 망상 같은 증상은 많이 가라앉았는데, 도무지 사람들과 어울리려 하질 않습니다. 남들이 무심코 지은 표정이나 평범한 말을 오해해서 "나를 적대시한다", "나를 비웃는다"며 화를 내고, 결국 모든 인간관계를 끊어버린 채 방에만 틀어박혀 있습니다.
가족들과 대화할 때도 자신의 생각만 맞다고 고집을 부리고, 타인의 감정이나 입장은 전혀 헤아리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원래 이렇게 정이 없고 이기적인 아이가 아니었는데, 병 때문에 아이의 성격마저 변해버린 걸까요? 아이가 다시 세상 밖으로 나와 사람들과 소통하게 하려면 부모로서 어떻게 도와야 할까요?
A.안녕하세요, 힘든 치료 과정을 버텨내면서도 세상과 단절되어 가는 아드님을 곁에서 지켜보시며 얼마나 가슴이 아프고 막막하실지 부모님의 깊은 고충에 진심으로 위로를 전합니다. 아이가 타인의 마음을 오해하고 고립되는 모습을 보며 성격이 변한 것은 아닐까 두려우시겠지만, 이는 조현병의 핵심적인 인지적 증상 중 하나일 뿐 아이의 본성이 아닙니다.
조현병 환자가 겪는 대인관계의 어려움과 사회적 고립은 단순히 성격 문제가 아니라, 뇌의 '사회인지'와 '상위인지' 기능의 뚜렷한 손상에서 비롯됩니다.
타인의 감정, 의도, 신념을 이해하는 능력(마음 이론, ToM)과 감정 인식 능력(EPP)이 저하되어, 중립적인 표정조차 적대적인 것으로 오해하거나 사회적 신호를 잘못 해석하게 만듭니다. 이러한 결함은 환자의 실제 사회적 기술 저하와 강하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자신의 생각과 인지 과정을 객관적으로 성찰하고 통제하는 능력이 떨어져, 타인의 의도를 이해하지 못하고 결국 사회적 고립을 초래합니다.
신경학적으로 조현병 환자는 타인의 마음을 추론하거나 감정을 처리할 때 내측 전전두피질(mPFC)과 편도체 등 이른바 '사회적 뇌' 네트워크의 활성화 양상이 일반인과 뚜렷하게 다르게 나타납니다.
아드님이 다른 사람의 표정을 오해하고 고집을 부리는 것은 이기적이어서가 아니라, 뇌가 사회적 정보를 처리하는 과정에 근본적인 오류가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사회적 기능 저하는 단순한 약물 치료만으로는 온전히 회복되기 어렵습니다. 아이의 자기 인식과 감정 조절 능력을 키워주는 '메타인지 훈련'과 타인과의 소통 방식을 연습하는 '사회적 기술 훈련'을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심리치료적 개입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합니다. 특히 가족이 치료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아이가 새로운 사회적 기술을 안전하게 연습하고 피드백을 받을 수 있도록 지지적인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끊어진 '사회적 뇌'의 회로도 훈련을 통해 다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무너진 사회성을 회복하고 환자가 다시 세상과 안전하게 연결되도록 돕는 3가지 실천 방안을 제안합니다."
1. '사회 인지' 및 감정 인식 훈련 지원하기
조현병 환자의 사회성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뇌의 가소성을 활용한 직접적인 사회 인지 개입이 필요합니다. 타인의 얼굴 표정에서 올바른 감정을 읽어내는 연습이나, 특정 상황에서 상대방의 의도를 추론해 보는 훈련은 환자의 실제 사회적 결과물을 향상시키고 뇌의 활동을 정상화하는 데 유망한 효과를 보였습니다.
2. 실전보다는 통제된 환경에서의 '사회적 기술'부터 연습하기
연구에 따르면 환자의 사회 인지 능력은 변수가 많고 자원이 부족할 수 있는 '현실의 사회적 기능'보다는, 롤플레이 등 통제된 환경에서 발휘되는 '사회적 기술(Social Skills)'과 훨씬 더 강한 연관성을 보였습니다. 따라서 처음부터 복잡한 대인관계나 취업을 무리하게 강요하기보다는, 안전하고 구조화된 환경에서 시선 맞추기, 적절한 대화 톤 유지하기 등을 연습하는 단계적 접근이 필수적입니다.
3. 고립을 부추기는 '패배주의적 신념'과 '자기 낙인' 다독이기
환자가 사회적 상호작용에 참여할 동기 자체를 잃어버리는 데에는 '자기 낙인'이나 '패배주의적 신념'과 같은 심리 요인들이 크게 작용합니다. 환자가 대인관계에서 또 실패할 것이라는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일상에서 작은 긍정적인 사회적 경험과 보상을 자주 제공하여 타인과 교류하려는 동기와 의지를 북돋아 주어야 합니다.
본 센터는 아동과 청소년을 비롯한 모든 연령의 상담을 진행하는 센터로 사회성 발달을 위한 집단상담, 치료놀이 및 각종 상담방식이 다양한 치료센터입니다. 또한 전문 치료사가 배치되어 고민하고 어려워하는 부분을 정확하고 친절하게 상담을 해드리고 있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홈페이지를 방문하시어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언제까지 아이에게 친구들과 사이좋게 잘 지내라는 뜬구름 잡기식의 잔소리만 할 것인가? 초등학생인 우리 아이의 사회성을 길러줄 수 있는 답이 이 책에 담겨 있다. 사회성에 대해 20여 년간 상담하고 관련 프로그램을 개발해 아이의 사회성에 대한 고민을 해결해온 이향숙 박사의 오랜경험과 노하우가 이 책 한 권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책 소개 中)
*참고문헌
Lemmers-Jansen, I., Velthorst, E., & Fett, A.-K. (2023). The social cognitive and neural mechanisms that underlie social functioning in individuals with schizophrenia a review. Translational Psychiatry, 13, 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