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순이가 온지도 벌써 보름이 훌쩍 지났네요. 정신없이 지나가서 아주 짧은 시간이었던 것 같기도, 또 많은 것이 바뀌었을 만큼 긴 시간이었던 것 같기도 해요. 개육아. 맞아요. 엄빠의 하루는 진순이의 산책으로 시작해서 진순이의 산책으로 끝나요. 개육아. 맞아요, 개육아의 과정 속에, 아이를 키우시는 분들이 엄청엄청 대단하게 느껴졌어요. 하하하하.. 저희 부모님께 잘 해야 겠어요.
대부분 희희락락이었던 엄빠의 산책은 진순이와 함께 산책 하면서 3m 줄을 완전히 다 활용해 걷게 하느냐, 조금 짧게 잡느냐, 혹은 인터넷으로 찾아본 줄을 끄는 개에게 적용될 만한 트레이닝을 쓰느냐 마느냐 등의 실갱이로 얼룩졌어요.
진순이는 많은 분들이 아시는 것 처럼 참 사람 친화적이지요. 처음부터 손과 얼굴 여기저기에 뽀뽀를 많이 해주고, 쓰담쓰담을 바라는 몸짓을 많이 보여 주었어요. 지금도 길에서 만나는 누구에게나 그래요. 그런데 진순이가 '좋아하는 사람'인 것과 '신뢰하는 사람' 인 것은 조금 다른 것 같아요. 먼저 좋아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 신뢰하는 사람이 되는 것의 첫 관문이겠지만요.
요즘은 점점 진순이의 신뢰를 얻고 있는 것 같아요. 거기엔 마냥 이뻐해 주고 싶은 마음과 안쓰러운 마음을 꾸욱 억누르고 규칙을 만들어 되도록 엄격하게 지키려고 노력했던 것이 도움이 된 것 같기도 해요. 요즘엔 식사, 통제력 기르기, 밖에서 차분해지기를 노력하고 있어요. 아, 그리고 진순이와 함께 놀 수 있는 방법 찾기도요.
진순이는 참 미식가인 녀석이예요. 닭의 간을 줄 때, 삶아 주면 먹지 않고 꼭 구워서 향을 살려줘야 먹어요. 생당근이나 어설프게 익힌 당근은 안 먹고, 버터를 넣고 구워 완전히 익혀 단맛이 나는 부드러운 당근이 되면 먹어요. 하핳핳... 너란 녀석, 장금이더냐?
엄마는 사랑이 듬뿍 담긴 맛있는 엄마의 요리보다 전문가가 영양성분에 맞추어 만들고 테스트도 거쳤을 사료를 더 신뢰해요. 진순이를 향한 열정과 냉정사이를 허우적 대는 엄마는 냉정을 택하려 하지만 그냥 건사료를 주면 냄새를 맡고 고개를 돌려 버리는 진순이 때문에 마음이 자꾸 약해졌었어요.
그런데 강형욱씨의 영상이나 다른 강아지 트레이닝에 대한 조언을 보아도, '개가 주는 음식을 먹지 않으면 아무 것도 배울 준비가 되지 않은 것이다. 음식을 치워라'라는 내용이 가장 처음 주어지는 내용이었죠. 이제 약을 먹지 않아도 되는 진순이에게 건사료를 먹이기 위해 자율급식에서 제한급식으로 바꾸었어요. 처음 며칠은 정말 진순이가 굶어 아프기라도 할까봐 열 번 넘게, "그냥 칠면조 삶아 줄까?" 하고 물었던 엄마에게 뚝심있게 "No" 라고 대답하던 아빠 덕분에 엄마는 냉정을 지킬 수 있었지만, 아빠가 몰래 간으로 된 페이스트(튜브형 간식)를 준 것을 발견 한 것은 비밀이예요. ㅎㅎㅎㅎㅎ
결국 엄빠vs진순이 간의 인내와 합의로 진순이는 건사료에 튜브형 사료를 조금 짜서 전자렌지에 데워 주거나, 건사료에 따듯한 쌀 우유 (비건인 사람들을 위해 우유 대신 마실 수 있는 '아침햇살' 맛 나는 음료)를 에스프레소 한 컵정도 부어 주면 잘 먹어요.
여전히 진순이는 많이 먹는 개는 아니지만요. 진순이가 건사료를 먹고 건강한 똥을 누는게 얼마나 이쁜지!! 닭 가슴살만 먹거나 간식만 조금 먹으면 엄청 무른 똥을 누거나 설사를 했거든요 ㅠㅠ... ㅋㅋㅋ 저 진순이 똥 변태가 된 것 같아요. ㅋㅋㅋㅋㅋ
밥을 줄 때 기다려를 연습하는 것은 기본입니다. 기다려를 하기 전에 일단 밥 냄새를 맡게 해 멘탈을 준비시키지요.
집에서 트레이닝용 스낵, 간식을 조그맣게 자른 것, 빵 조각을 조그맣게 자른 것, 그리고 밥을 조금먹는 진순이를 위해 몰래 건사료를 조그맣게 잘라 함께 섞어 종종 '기다려'를 연습해요. 진순이가 반려동물 샵 가서 직접 Pick 한 돼지 귀나 왕뼈다귀 같은 심심풀이 간식을 줄 때, 인형을 줄 때 도요.
인형이나 뼈다귀 같은 간식 이야기 하니까 생각나는데, 기다려 연습은 물건이나 간식에 집착하며 소유욕과 공격성을 보이는 것을 방지 하는 것에도 효과가 있는 것 같아요. 진순이가 처음 주는 장난감 인형에 소유욕을 보이며 아빠에게 '크르렁' 했었고, 뼈다귀 간식에 엄마를 경계하는 눈빛으로 본 적도 있었는데, 이번에 진순이가 너무 좋아하는 신상 장난감을 줄 때 먼저 기다려를 하고 준 후 진순이가 노는 동안 관심을 주지 않으니 어느정도 장난감을 가지고 놀다가 엄빠에게 오네요. 진순이의 눈빛과 몸짓을 완벽하게 읽지는 못하는 엄빠지만, 장난감과 뼈다귀가 있을 때 쓰다듬거나 가까이 가기에 꺼림직 했던 묘한 긴장감도 거의 느껴지지 않아요.
산책길 중에 숲을 가로질러 가면 스코틀랜드에나 있을 것 같은 하이랜드 소가 있어요. 갓 태어난 송아지 세 마리도 있는데 얼마나 귀여운지 몰라요. 전기가 통하는 줄로 둘러진 소 방목지를 지나면 철사망과 철문으로 둘레를 쳐 놓은 양 방목지가 있어요. 사람 외에 다른 동물에게 공격적인 진순이가 다른 동물이 시야에 들어 오고 주변에 있어도 차분할 수 있도록 연습을 하기 위해 그 곳을 지나가요. 처음엔 양과 소 모두에게 달려들었는데, 양은 얌전히 앉아 가만히 진순이를 바라보기만 하거나, 신경도 안쓰거나, 아주 어쩌다 '매~! 하며 점잖게 나무라는 것이 전부라 진순이가 양에는 흥미를 잃은 것 같아요.
오늘 아침 산책은 대 성공이었어요. 여전히 진순이는 갈기를 곤두세우며 소에게 달려들려고 했지만, 곧 차분해져서 가만히 자리에 앉았고, 심지어 제가 주는 트레이닝 간식도 먹었어요!!! 산책시 흥분도가 높은 진순이는 집의 정원 밖에서 뭘 먹은 적이 한 번도 없는데 말이죠!!! 엄빠는 진순이에게 희망을 보고 엄청 기뻐했답니다!
간식을 먹은 뒤에 한번 더 달려들려고 했지만요. ㅎㅎㅎ
사진 1. 어머, 마을에 왠 여우가?! ㅋ
사진 2. 날쎈돌이 사냥꾼 진순. 이러다 또 진드기 친구 데리고 오려고....;;
사진 3. 독일 시골 속 진순
사진 4. 진순이가 제일 좋아하는 이웃의 마쿠스 아저씨에게 건조 닭가슴살 간식을 받아먹고 기분좋게 쉬고 있는 모습. 마쿠스 아저씨의 발가락은 초상권 허락을 받지 않았음으로 비밀 ㅋ
첫댓글 우와~~너무 예쁜 진순이가 왔네요~~
입맛이 까탈스러워 거의 장금이 수준인 진순이땜에 엄마, 아빠가 애쓰시네요~~
엄마에게 단호해지라던 아빠의 몰래 간식 투척~~너무 귀여우십니다~~ㅎㅎ
독일마을의 여우 진순이 사진 넘 해맑아요^^
진순이가 젤 좋아하는 이웃의 마쿠스 아저씨~~고맙습니다^^
진순이 소식을 기다리다 이렇게 글이 올라오면 아껴서 천천히 읽고, 사진도 두번, 세번 보게 됩니다.
진순이 소식과 사진을 올려야지 하고 마음을 먹으면 여유가 날 때 쏟아내듯이 쓰고 사진도 여러장을 시도했다 그냥 되는 것만 올리는데, 수시아님이 이렇게 아껴 읽고 보신다니 오탈자나 사진을 더 많이 올리도록 신경을 써야겠네요. :)
진순이 아껴주셔서 고맙습니다.
열정과 냉정 사이에서~~개 육아
책 내시면 베스트 샐러가 될듯요^^
교과서가 아닌 초보 엄빠의 체험에서 나온 것이어서 절대 공감을 얻을거 같네요
어쨌던... 독일 에서 세금 내는 우리 진순이 정말 행복해 보입니다^^
ㅎㅎ 아기 키우시고 반려견, 묘, 다른 반려동물 키우시는 분들이 속말 다 쏟아내면 모두 흥미 진진하지 않을까요? ㅎㅎ 행복한 진순이 소식 계속 전해 드릴께요.
견생역전이 이런거 아닙니까!!
ㅎㅎㅎ 반려견과 함께하는 인생역전도요 ㅋㅋㅋ
진순 부럽네 저렇게 아름다운 곳을 매일 산책하는구나^^
ㅎㅎ 덕분에 저도 마을 근처 곳곳의 풍경을 즐겨요.
정성과 인내가 함께한 방식이 진순이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나봐요. 아직 좀 더 서로 적응하는 기간이 필요하겠지만 진순이 독일로의 입양이 성공적일 꺼라 믿습니다. 입양자분 내외께서 노력하신 과정이 고스란히 느껴져 글 읽는 내내 감사한 마음 뿐입니다.
응원과 우리 진순네 가족을 향한 따듯한 마음에 제가 감사합니다.
그림자님과 남편 분이 얼마나 노력하시는지 글 안에 고스란히 느껴져서 늘 감동이에요^^ 최고의 엄마아빠 만난 진순이가 효도해야 할 텐데 말이에요ㅎㅎ 마쿠스 아저씨께도 감사 인사 드립니다:)
ㅎㅎ 효도는 괜찮으니 속만 안썩여주면 저희는 진순이가 마냥 이쁘고 고마워요. ㅎㅎㅎ
정말 정성스런 육아가 느껴지네요~
멋진 환경에서 사랑많은 엄빠에다가 이웃 아저씨까지~ 진순이가 부러워지네요 ^^
저희도 가끔 진순이가 부럽답니다. ㅋㅋㅋ 그래도 우리 진순이 그동안 가족없이 지낸 시간 보상해주려면 멀었죠. ㅎㅎ
진순아 엄마아빠의 노력을 잘 받으들이고 행복하게 살자~^^
진순아 들었지? 행복하자 우리!
감사합니다. :)
견생역전한 진순이의 독일 적응기 읽는내내 엄마아빠의 사랑이 느껴져 늘 감동이네요~
저두 공주 첨 임보때 걱정이많아 똥 변태였어요 ㅋㅋ
ㅎㅎㅎㅎ 공주님 변은 요즘 안녕하신지요? ㅎㅎㅎ 진순이는 오늘 아침 슈틀른 역사상 최고 퀄리티의 똥을 생산하내셔서 엄마가 기분이 좋아요 ㅋㅋㅋㅋ
진순이 잘 지내고 있구나~그림자님 노력덕분에 하루하루 달라지는 진순이 모습에 글을 읽는 내내 제가 다 뿌듯하네요. 저도 밀키 왔을 때 처음 밖에서 쌌던 똥 사진 인화해서 가지고 다니는 걸요ㅎㅎ 너무나 사랑이 느껴지는 글 이예요~환하게 웃는 진순이 모습이 너무 이쁘네요:)
저는 똥 사진까지는....ㄷ ㄷ ㄷ 빈자리채우기 님의 밀키 사랑에는 제가 한참 멀었네요. ;;
정독했어요.. !! 책내셔도될것같아요👏👏👏
ㅎㅎㅎ 저도 제글 좀 전애 정독했는데, 오탈자가... ;; 앞으로 신경 써야겠네요. ㅎㅎㅎㅎ;; 진순이 소식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해요
진순아!
간식 까탈부림까지 하면서 사랑 받는구나~
좋겠당~부럽당~~^^
요즘은 까탈부림 많아 못해요 ㅎㅎ
표정이 여유로워졌어요~~♡ 개육아 응원합니다 ^^
뿐만아니라 도도해졌어요. 요즘엔 쓰담쓰담 내내 도도한 표정으로 ‘그래 거기. 여기도 해봐’ 이러는 것 같아요 같아요.
진순이 입양일기가 감동적이러서 영상으로 담아 '독일 슈툴른의 한국개 진순이' 라고 해서 유튜브에 올리면 금방 스타되시겠어요 ~
1미터개 진돌이 참조 ~
ㅎㅎ 진돌이 재미있죠. 저도 종종 본답니다. 그 분 복받으실 꺼예요.
진순이 육아일기 넘 감동적이예요.
진순이의 육아 항상 응원과 박수를 보냅니다.
^♡^~
응원과 박수에 힘이 나는 엄빠입니다. 고맙습니다. :)
진순이 독일에서 스타 된거 같아요~~진순이 육아일기 앞으로도 기대 많이 할게요~~
맞아요. 이 동네에서 스타예요. 스타가 늘 그렇듯 안티팬도 생긴 것 같아요. 위쪽 사는 미니핀처네 가족은 우리 진순이가 애들 있을 때 사나운 모습을 두 번이나 보여 우리를 못마땅해 하는 것 같아요 ㅠㅠ 엄빠가 잘 해야지 ㅠㅠ
개육아 정말 맞습니다~ 개육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파이팅!!!
감사합니다! 우리 서로 응원해요! 파이팅!
진순이 넘모 넘모 행복한 표정과 건강한 모습 감사합니다!
저도 감사합니다!
장금 진순! 엄마가 많이 배려해주시네. 감사의 뽀뽀
감사의 뽀뽀보다 산책가자고 조르는 뽀뽀만 많이 해 주네요. ㅋㅋㅋ
아이고 ㅠ 진순이 너무 신나겠네요! 넓은 곳에서 신나게 뛰어놀고 처음보는 것도 많구 정말 견생역전 ㅠㅠㅠㅠ 진순아 축하해!
사냥도 마음대로 못 하게 하고 우리가 줄을 끌어 통제해 불편할텐데, 산책 가는 기미 보이면 뭐가 저렇게 신나는지 모르겠어요. ㅋㅋㅋ
진순이다~ 진순이 털색깔부터 달라졌구나.
문득. 독일에서도 이름을 그대로 진순이라고 부르는지가 궁금하네요.
참.글이 따뜻하고 좋아요
진순이라고 그대로 불러요. 마쿠스 아저씨를 비롯한 몇 이웃은 ‘진수~ 진수~’ 부른답니다.
털색깔은 털갈이 하면서 속에 흰털이 빠져 더 어두워진 걸까요? 아님 아직 목욕을 한번도 안해서 더러워진 걸까요?
갓형욱님의 개 목욕 자주 시키지 않아도 된다는 말에 이제 막 쌓이기 시작한 신뢰가 무너질까봐 목욕을 미루고 있어요.
@그림자 색 깔이 연하게 예뻐진거 같아서요^^
목욕 안한티 하나도 안나요
저도 치즈 물티슈로만 닦아주고 있어요
저도 조심스러워서 쉽게 시도를 못하고 있네요ㆍ진순이는 독일에서 첫 친구가 마쿠스 아저씨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