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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자고교 왕따 오춘자 】───────────────
※춘자고교 왕따 오춘자※
[33]
서로 마주한 체 20m가량 떨어진 두 분식점 ‘하니분식’에는 설우와 내가 있고 ‘홍두깨분식’에는 후락이와 랑해가 있다.
지금 설우와 후락이의 사이에 팽팽한 신경전이 오가고 있는 중이다.
랑해는 후락이의 옆에 서서 여전히 영어단어를 외우고 있었고 나는 설우의 옆에 그냥 뻘쭘이 서있었다.
“뭐니? 새로 온 알바생인 가봐?”
“아줌마들 장사 안 되니까 이제는 별별 방법을 다 동원한다. 그치?”
“그래도 알바생들 잘 생겼지 않아? 얼굴이나 볼 겸 닭 꼬치라도 한 개 사먹자.”
양 분식점에 타 학교 교복을 입은 남자들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자
빛나리 여고의 여학생들은 일제히 자신이 손님이 되기를 청하고 나섰다. 현재까지는 양쪽 모두 5명으로 동점인 상태이다.
“정말 알바비 안 받는 거지?”
여학생들에게 닭 꼬치를 나눠준 뒤 나에게 넌지시 물어보시는 주인아주머니. 꽤 약삭빠르게 생기셨다.
난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하…네, 안 주셔도 돼요. 그리고 1시간만 도와드리는 건데요, 뭐.”
여기서 1시간이라 말한 건 제한시간이 1시간이기 때문이다.
내 말에 아주머니의 근심 어리던 표정이 한결 밝아지셨다. 즐겁게 떡을 볶고 꼬치를 구우신다.
그런 아주머니가 왜 얄밉게 느껴지는 걸까? 이때 여학생 3명이 얼굴을 붉히며 다가왔다.
“저기 잡채말이 3개만 주세요.”
잡채말이는 유부 안에 잡채를 넣어 튀긴 음식을 말한다.
“잡채말이? 그게 뭐야?”
하지만 설우는 몰랐다.
“거기 오른편에 있는 거요.”
머리가 긴 여학생이 수줍어하며 말했다. 설우는 여학생이 손으로 가리키는 것을 보고는 이제야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설우와 대화를 했다며 좋아하는 여학생과 그 옆에서 그녀를 부러운 눈길로 보고 있는 친구들이 보인다.
‘역시 여자들에겐 설우의 얼굴이 더 먹혔던 거야.’
나는 흐뭇한 미소를 흘리며 맞은편에 있는 후락이네 분식점을 응시했다.
그…그런데 이게 웬일? 후락이가 보이지 않는 것이다. 보이는 거라곤 여학생들의 수많은 뒤통수뿐이다.
바글바글. 그래. 후락이가 있는 ‘홍두깨분식’의 현재 사정을 표현하기엔 바글바글 이라는 의태어가 제격일 것이다.
입이 떡 벌어졌다. 저 속에서 후락이가 웃고 있을 걸 생각하니 분통이 터졌다.
하지만 열이 받고 속이 상한 건 나 혼자만이 아니었다. 지금 설우의 눈에선 이글이글 불길이 타오르고 있었다.
빠득빠득, 이를 가는 이설우. 후락이네 분식점을 응시한 체 설우가 나지막이 말했다.
“춘자야…”
“으응?”
“배 안 아프냐?”
우리가 지고 있어서 배가 아프지 않느냐고 묻는 걸까? 나는 설우가 한 말의 의미를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냥 아프다고 해버렸다.
“응. 아픈 것 같아.”
“그럼 싸지 말고 얼른 가봐라.”
응? 왜…왠지 ‘사돈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라고 할 때의 그 배가 아닌 것 같은데….
어리둥절하다. 그렇게 내가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있으니 답답했던 건지 설우가 언성을 높였다.
“넌 왜 그렇게 눈치가 없냐? 지금 지고 있는 게 누구 때문인 줄 몰라서 그래?
네가 내 옆에 있으니까 그래서 여자들이 다 저쪽으로 가는 거잖아! 1시간 동안 안에 들어가서 잠이라도 자고 있어!”
……윽. 이설우, 무지하게 열 받았다.
지는 건 나도 분하기는 하지만 설우가 이 정도까지 승부욕이 강했을 줄이야.
“네….”
그의 말이 일리도 있고 해서 고개를 푹 숙인 체 테이블 한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물론, 밖이 훤히 다 보이는 자리에 앉았기 때문에 두 사람의 대결을 생생히 감상 할 수가 있었다.
하니분식(15명):홍두깨분식(37명)
15분이 지난 지금, 아직까지는 설우의 계획이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었다.
설우의 다리를 보니 한쪽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지기라도 할까봐 많이 초조한 모양이다.
“푸-ㅅ”
갑자기 웃음이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지금 우리의 행동을 생각해보니 황당하기도 하고 또 어이도 없었다.
이렇게 유치할 수가….
하긴, 원인은 나이니 내가 비웃을 처지는 못 된다. 이대로 설우가 지고 마는 것일까 하는 불안한 마음이 드는 가운데
설우의 계획은 20분이나 더 지나서야 빛을 발하게 되었다. 보충수업을 시작하기 전에 잠시 교문 밖으로 나온
3학년 언니들이 일제히 설우가 있는 이곳 ‘하니분식’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성이 나있던 설우의 얼굴에 다시금 웃음꽃이 봉오리를 맺었다. 이기기만 하면 저 봉오리가 활짝 필 텐데….
나는 여기에 앉아 열심히 기도나 해야겠다.
“오빠! 오뎅 5개에 얼마예요?”
“오빠, 떡 꼬치 2개 주세요!”
“오빠, 몇 학년이에요?”
“오빠! 컵 떡볶이 2개 주세요!”
잠깐! 세 번째 여자애! 몇 학년인지 자기가 알아서 뭐하려고?!!!!!
..........
이 말을 앞에 나가서 당당히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어쨌든 현재 스코어(score)는 하니분식(56명):홍두깨분식(49명)으로 설우가 앞서고 있다.
이제 남은 시간은 25분. 그 25분을 누가 더 잘 활용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리게 된다.
♪♬♪♩♬-.
갑자기 어디에선가 경쾌한 리듬의 음악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놀라 밖을 보았다.
‘홍두깨분식’이다. 분식점 앞에서 춤을 추고 있는 김후락.
그는 댄스라고 칭할 수 있을 정도의 대단한 실력의 고난위도 춤을 구사하고 있었다.
“어머, 저기서 뭐하나본데?”
“가보자!”
여학생들은(심지어 우리 분식점 앞에 있던 여학생들도) 삼삼오오 모여 ‘홍두깨분식’으로 달려갔다.
‘후락이 녀석, 저런 것까지 할 수 있었을 줄이야!’
계산미스(miss)다. 아니, 솔직히 춤까지 춰가며 대결에 임할 줄이라곤 상상도 못했다.
후락이의 승부에 대한 집착은 설우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았다.
이번엔 랑해까지 영어단어 책을 집어던지고서 후락이를 도왔다.
하니분식(58명):홍두깨분식(69명)
형세역전이다. 설우는 지금 주먹을 꽉 쥔 체 분노하고 있었다.
설우야, 너도 혹시 춤이라도 추려는 거니?
“오춘자!”
깜짝이야! 갑자기 나를 부르는 설우의 고함소리에 심장이 철렁했다.
“왜 그러는데?”
“이리 와봐.”
가라고 할 때는 언제고 이제는 다시 오라니…이젠 승부를 완전히 포기한 것일까?
나는 의자에서 일어나 설우의 곁으로 다가갔다.
“왜? 그냥 집에 가자고? 포기 한 거야?”
“오춘자…”
“응. 말해.”
이상하다. 무슨 할 말이라도 있는 것처럼 설우가 뜸을 들인다. 크게 심호흡을 한번 하는 이설우. 그가 소리친다.
“오춘자! 사랑한다!!!”
허억! 얘, 얘가 갑자기 왜 이래? 약이 올라서 막 나가자는 거야?
얼마나 큰 소리로 외쳤던지 음악소리까지 삼켜버렸다. 후락이의 춤에 넋이 빠져있던 여학생들까지도 뒤를 돌아 우리를 보았다.
얼마나 쪽팔리던지 낯 뜨거워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설우의 기묘한 행동은 이게 다가 아니었다.
여학생들의 시선이 모아지자 설우의 손이 내 어깨를 잡아당기더니만 이내.
“읍!”
내 입술을 덮쳐버리는 것이 아닌가!!
깜짝 놀라 눈만 휘둥그렇게 뜬 체 경직되었다. 설우는 강한 힘으로 나를 꼼짝도 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여학생들도 저마다 경악스러운 얼굴로 우리를 주시했다. 음악소리가 끊어지고…곧이어 설우의 강한 키스도 끝이 났다.
뜨거운 입술을 떼어내며 설우가 속삭였다.
“미안하다. 첫 키스를 이런 식으로 해버려서.”
입술만큼이나 얼굴이 후끈 달아올랐다.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이렇게 큰일을 저질러버리다니…
오춘자, 너도 이제 해볼 건 다 해봤구나. -_-*
“와아-, 멋지다. 부러워~”
“좋겠다. 무슨 영화 같애.”
“저 여자 진짜 부럽다.”
여기저기서 여학생들의 탄성이 새어나왔다. 설우의 입가에 살짝 미소가 그려진다.
다시 정면을 응시하며 후락이에게 얄미운 미소를 날려 보내었다. 후락이의 표정이 심하게 일그러진다.
어느새 후락이의 손님이 설우의 손님이 되어버렸다. 랑해는 다시 영어 단어 책을 손에 쥐었다.
결국 키스는 설우의 계략이었던 것이다. 그래도 키스를 한 뒤 설우가 내게 속삭였던 말은 꽤 진지함이 배어있었다.
땡땡땡. 제한시간이 다 되었다.
결과는 하니분식(91명):홍두깨분식(73명)으로 설우, 즉 우리의 승리였다.
아르바이트를 해달라는 두 분식점의 주인아주머니들의 간곡한 부탁을 뒤로 하며 우리 네 사람은 여고에서 조금 떨어진
슈퍼 앞에 서있다. 후락이는 설우가 보내는 승자의 미소를 보지 않기 위해 애써 시선을 외면하고 있는 중이다.
“내가 이겼어. 이젠 인정하시지, 그래? 너보다 내가 더 잘 생겼다는 걸.”
설우의 말에 후락이가 분한 얼굴을 하더니 무슨 생각이 든 건지, 이내 웃어보였다.
“흥! 무슨 헛소리를! 손님은 네가 더 많았지만 매상은 내가 더 올렸어!
장사의 기본은 손님 수가 아니라, 벌어들인 돈이 얼마냐가 중요한 거라고!”
솔직히 후락이가 설우보다 2,000원 더 많이 번 건 인정한다. 하지만 이건 순전히 억지에 불과하다.
후락이는 분명히 대결 시작 전에 승패를 결정짓는 건 여자 손님의 수라고 말했다. 후락이 녀석, 졌다는 게 많이 분한 모양이다.
“사내새끼가 뒷말은. 돈이야 얼마 벌었든 손님은 내가 더 많이 끌어 모았잖아. 네가 뭐라고 지껄이든 간에 이긴 건 분명히 나야.
그리고 경고하는데 말 길게 해. 너 아까부터 듣자듣자 하니까 말이 드럽게 짧은데, 너보다 내가 한 살 더 많아.”
설우가 반말을 하는 후락이를 왜 그냥 놔두나 했다. 결국엔 따끔하게 충고를 하는 설우였고 후락이는 콧방귀만 끼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네가 얘를 무시했다면서? 분명히 일러두는데 오춘자 너한텐 엄청 아까운 기집애야. 함부로 입 놀리지 마.”
설우의 한마디에 가슴이 뛰었다. 그야말로 감동 그자체이다.
후락이가 교복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어재낀다. 갑갑하다는 얼굴이다.
“그렇게 소중하면 네 애인 관수나 잘하지 그래?”
“무슨 소리야?”
“설마 모른다는 건 아니겠지? 네 애인, 어린애처럼 길바닥에서 질질 짜고 다니는 걸.”
김후락, 지금 무슨 소리를 하려는 거야? 순간, 설우의 표정이 굳어졌다.
나는 안 좋은 예감에 후락이의 말을 막으려 했다.
“김후락, 그만해.”
“오춘자, 너야말로 조용히 해.”
하지만 설우가 나의 행동을 용납하지 않았다.
후락이가 피식- 비웃음을 토해내며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네 애인, 그것도 같은 학교 애들한테 골목에서 다굴 당하고 있더라. 정확히 어제 이 시간에 말이지.
가방까지 찢어졌는데 몰랐냐? 너도 오춘자가 그렇게까지 소중한 건 아니었나보군? 지켜주지도 않으니까.”
“……….”
설우는 침묵했다. 가슴이 뜨거워진다. 불길이 용솟음치듯 가슴 속이 활활 타오르는 기분이다.
아침에 거짓말을 한 것이 들통이 나버리고 말았다. 이윽고 설우의 입술이 다시 열렸다.
무겁게 목소리를 내리깐다.
“사실이야?”
“그럼 내가 지금 거짓말이라도…”
“씨발, 넌 닥쳐!”
후락이가 대답을 하려하자 설우가 고함을 쳤다. 그에 후락이 녀석이 놀란 모양인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오춘자, 네가 말해. 사실이냐?”
지금의 설우에겐 거짓말을 할 수가 없다.
“…응. 사실이야.”
난 고개를 떨구었다. 곧 설우의 음성이 이어졌다.
“어떤 새끼들이야? 씨발, 어떤 새끼들이냐고!!!”
쾅!!!!!!!!!!!!!!!!!
슈퍼 앞에 세워져 있던 양동이를 힘껏 발로 차버리는 설우였다.
※다음편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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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책이 왔어요. 앞표지보단 뒷표지와 2권 안의 일러스트가 맘에 들더군요.
하지만, 왠지 전고협 표지가 더 마음에 듭니다.
어쨌든 12일부터 시작이 될 이벤트.. 많은 참여 바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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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까이야기□
First Story。그녀석의 슬픈인형.
Second Story。ⓐⓝⓖⓛⓔ'ⓣⓞⓡⓨ.
Third Story。전국 고교 일진협회.
Forth Story。춘자고교 왕따 오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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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재밌게 봤습니다. 동생은 좀 나아졌나요? 행복한 하루 되세요. *^^*
항상 너무너무 재밌어요, 이제 설우가 알게됬으니, 흐흐흐- 이번엔 다음편예고까지~!
담편 예고 쥑이는데요?? ㅎㅎㅎ 친절도 하셔라.. 오춘자 횡재했네... 키스까지 하고... 그럼 담편 무지 기다리겠습니다..
하하.....--설우 열받았땅;;;
헉...설우야...파이팅!
예고편이 엑박만 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