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는 작가가 대본을 쓰고 프로듀서가 연출을 합니다. 만화도 똑같은 이치죠. 스토리작가가 대본을 쓰고, 그림작가는 그림을 그려 이미지를 창조하는 거죠. 대중들은 이현세, 허영만같은 두 작업을 병행하는 작가들에게 익숙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사람이 더 많습니다.”
박철진씨를 만났다. 그는 최근 ‘이터너티’라는 단행본 만화의 스토리를 썼다. 이터너티는 ‘삼국지에 관우, 유비, 장비가 현시대의 고등학교에 왔다면 어떤 학생이었을까’라는 의문에서 출발한다. 팬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이 작품은 대만과 동남아시아 일대에서도 번역이 되어서 출간됐다. 하지만 책은 많이 팔리지 않았다. 국내 만화시장은 책대여점이 들어선 이후로 불황이다.
“과거에는 2000원짜리 단행본 만화를 아이들이 돈을 모아 사서 4-5명씩 돌려 보았죠. 이제는 대여점에 책이 한권 가면 최소 100명이 돌려봅니다. 당연히 책을 조금 찍어 낼 수 밖에 없죠.”
만화는 단행본의 경우 평균 6000부에서 1만 5000부 정도를 찍는다. 열혈강호시리즈 같은 경우 권당 10만부 정도가 팔렸다. 작가는 3000원짜리 단행본이 한 권 팔리면 보통 300원을 인세로 갖는다.
생활은 그리 넉넉하지 않지만 자유롭고 여유롭다. “잡지 연재의 경우 한달에 48페이지를 씁니다. 집필하기전까지는 여행을 많이하죠. 그러면서 영감을 얻습니다. 모든 것을 소재화 시키죠. 가령 이 탁자에 물컵이 있죠. 이 물 속에서 요정이 나와서 현실의 고교생 남자와 사랑에 빠지는 거죠.”
아직까지 우리 나라에 만화스토리작가를 전문적으로 양성하는 곳은 없다. 그의 경우도 어릴적 소설가의 꿈을 키웠다. “명작들을 보면서 구성을 배웠습니다. 또 잡식성의 독서가 좋죠. 개방적인 생각을 갖게 합니다. 만화책은 적당히 읽는 것이 좋습니다. 너무 많이 읽으면 현실감각이 떨어지거든요.”
이웃 일본에 가면 만화열풍에 대해 한국 사람들은 놀란다. 만원버스에서 막히는 차도에서 그들은 몇 시간씩 만화를 보면서 싱글벙글이다. 국민의 만화사랑이 대단하다. 일본시장은 커나갈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만화 사랑은 우리나라도 이웃 일본 못지 않다.
“만화를 사랑해주는 사람들이 많을 수록 만화시장은 커가고 좋은 작가도 많이 나올 겁니다. 물론 지금도 좋은 작가들이 많지만요.” 박철진씨의 웃음은 넉넉해 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