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에서 볼리비아를 꺽은 우루과이가 원정에서 파라과이에 무려
4대1 패배. 역시 홈에서 파라과이를 4대1로 꺽고 기세 좋게 출
발한 페루는 칠레 원정에서 2대1 패배. 우루과이 원정에서 5대
0으로 참패를 당한 볼리비아는 홈경기에서 콜롬비아에 4대0의
완승.
남미예선은 그 시작부터 이변을 쏟아내며 팬들을 의아하게 만들
고 있습니다. 그러나 찬찬히 그 속을 들여다 보면 사실 이변이
랄 것도 없이 남미 축구의 특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에 지나
지 않습니다.
원래 축구에서 홈팀이 갖는 유리함은 실로 막대한 것으로 정평
이 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홈어드밴티지가 더욱 두드러지
게 나타나는 지역이 바로 남미입니다. 거의 절대적이라 해도 지
나치지 않을 정도로 남미 각국의 홈어드밴티지는 악명(?)이 높
습니다.
남미에서 홈어드밴티지는 단순히 "홈의 익숙함"이라는 피상적
인 요인에 그치지 않고, 전력에 관계없이 승패를 가름할 정도로
절대적인 위력을 발휘하는 결정적인 요인으로 평가되기도 합니
다.
즉, 한 두 골차의 전력의 열세는 언제든 홈어드밴티지와 맞물려
뒤집힐 수도 있는 것이 바로 남미축구라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닙
니다.
2.거친 축구로 상대의 예봉을 꺽는다
남미축구가 거칠다는 것은 이미 유명한 사실입니다. 브라질 정
도를 제외하면 남미 각국은 거의 예외없이 거칠고 사나운 축구
로 무장해 있습니다.
유럽처럼 힘과 체력을 중시하는 축구도 아닌 잔기술에 의존하는
남미식 축구가 거친 데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상대의
잔기술을 봉쇄하는데 거친 태클이나 거친 몸싸움처럼 효과적인
것도 없기 때문입니다.
다만 원정경기에서 이러한 거친 축구를 잘못 구사했다가는 경고
나 퇴장을 당해 경기 자체를 그르칠 수도 있지만, 홈에서의 적
당히 거친 축구는 되레 홈어드밴티지라는 방어막으로 보호될 수
있기에, 남미 각국들은 자신들의 홈에서 거친 축구를 펼치며 상
대를 압박하는 것이 체질화되어 있습니다.
즉 제3국에서 펼쳐지는 경기라면 심판의 강한 제재를 받아야 할
할 상황도 홈이라는 잇점 때문에 구렁이 담 넘어가듯 그냥 넘어
가는 경우가 다반사인 것이 바로 남미 축구라는 것입니다.
예컨대, 두 선수가 몸싸움을 하며 넘어져도 그것이 홈팀에 유리
한 방향으로 판정되며, 결정적인 순간에 행해지는 거친 태클도
홈팀에 유리하게 판정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것입니다. 물
론 이러한 점은 유럽이라 해도 크게 다르지 않겠지만 그 정도에
있어서 남미가 좀더 심하다는 것입니다.
3.거친 플레이가 홈어드밴티지에 편승하여 전력을 편차를 줄이
는 역할을 한다
브라질이나 아르헨티나처럼 전력상 월등한 팀을 제외하고, 통상
남미에서는 전력상 열세에 있는 팀이라도 전력상 우월한 팀을
홈으로 불러들인다면 충분히 해볼 만한 승부로 인식하고 있습니
다.
그것은 얼마간의 전력의 열세는 홈어드밴티지로 충분히 메꿀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홈어드밴티지로 상쇄할 수 있는
전력차는 대략 2골차 정도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예컨대, 마치 테러를 가하 듯 상대팀의 스타플레이어를 거칠게
다루어도, 그것이 눈에 띌 정도의 파울이 아닌 한, 또 플레이
도중에 발생한 것이 아닌 한, 제때에 파울로 지적되어 홈팀에
불리하게 작용하는 경우가 비교적 드물다는 것입니다.
이렇듯 거친 플레이로 상대팀의 플레이메이커나 스타플레이어를
봉쇄하게 되면 아무리 전력상 우위에 있는 팀이라 하더라도 페
이스를 잃고 우왕좌왕하게 마련이며, 그러한 순간을 놓치지 않
고 홈팀이 결정타를 먹이게 되면, 어느새 경기는 홈팀의 일방적
인 페이스로 흐르기 십상이라는 얘기입니다.
최근 남미지역예선에서 전력상 우위에 있다고 평가되던 원정팀
들이 자신들보다 전력이 떨어진다는 홈팀에게 어이없이 대패하
며 속절없이 무너졌던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들 때문입니다.
4.고지대로 상대를 유인하여 상대의 전력을 약화시킨다
남미에서 브라질이나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등은 비교적 저지대
에 위치하고 있지만, 콜롬비아나 볼리비아, 에콰도르, 페루, 칠
에 등은 상당히 고지대에 위치한 국가들입니다.
특히 콜롬비아나 볼리비아, 에콰도르 등의 수도는 해발 2천5백
미터 이상의 고지대에 위치한 곳으로써, 원래 이런 곳에서는 산
소량의 부족으로 호흡 곤란을 야기할 수 있기에 육상 같은 기록
경기들은 사실상 유치가 불가능한 지역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렇듯 고지대에 위치한 국가들은 이러한 자국의 고지대
를 일종의 홈어드밴티지로 적극 활용하여 전력의 편차를 줄이는
데 힘쓰고 있습니다.
최근 10년간 남미에서 베네수엘라와 함께 가장 전력이 약한 팀
으로 평가되는 볼리비아가 유독 홈에서는 강세를 보이는 이유도
결국은 고지대라는 홈의 잇점을 십분 활용했기 때문입니다.
최근 콜롬비아는 브라질 리그나 그 밖의 리그에서 활약하는 선
수들이 많은 탓에 선수들의 고지대 적응력에 문제가 있다고 보
고 저지대인 바란키야에서 홈경기를 치른 바 있습니다.
볼리비아가 자신들보다 전력상 앞선다는 평가를 받던 콜롬비아
를 무려 4대0으로 대파할 수 있었던 것도 실은 해발 3천6백미터
에 이르는 라파스 수도에 아직 고지대 적응력이 떨어지는 콜롬
비아를 불러들여 경기를 치루었기 때문입니다.
5.다혈질적인 남미인 특유의 기질이 그라운드에도 존재한다
유럽인들은 머리로 축구하고 남미인들은 가슴으로 축구를 한다
는 얘기가 있을 정도로 남미축구는 상당히 열정적인 면모를 지
니고 있습니다.
그들의 그러한 면모는 실제 그라운드에도 그래도 반영되어 남미
축구는 종종 그라운드의 소요사태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유럽
의 훌리건들은 노동자 계급의 전통적인 행동양식에서 파생된 것
으로 이해되지만 남미의 광적인 그라운드 열기는 무엇보다 남미
인들의 다혈질적인 기질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홈팀의 패배를 결코 용납하지 않으려는 경기장의 열기가 그라운
드의 선수들이나 심판들에게 직 간접적으로 작용한다면, 적어도
한 두 골 차의 전력의 열세는 경기장의 광적인 분위기로 얼마든
지 역전될 수도 있는 것이 남미 축구라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입니다.
6.홈어드밴티지의 실체 - 광적인 경기장 분위기와 그에 편승한
기세의 축구
지난 78년 아르헨티나 월드컵 결승에서 홈팀에게 패한 네덜란드
선수들이 경기장을 빠져 나오면서, "우리도 월드컵을 유치해야만
우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뇌까렸던 얘기는 유명합니다.
그만큼 남미 축구에 있어서 그 현장의 열기란 흡사 용광로처럼
뜨겁습니다. 마치 폭동을 방불케 할 정도로 홈팀의 승리와 원정
팀의 패배를 당연시하는 일방적이고 배타적인 분위기가 남미의
축구 현장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유럽이나 남미 공히 홈팬들의 열기는 가히 상대방을 압도하고도
남을 정도이지만, 상대팀에게 주는 위압감이라는 측면에서 남미
축구는 확실히 유난스러운 데가 있습니다.
이러한 홈팬들의 뜨거운 열기는 선수들의 몸놀림에도 그대로 반
영되어 전력에 관계없이 홈팀이 원정팀을 압도하는 형태로 나타
나기 일쑤입니다.
즉 강팀들과의 경기나 원정 경기에서는 본래 지닌 전력상 맥을
못추어도 안방에서는 홈팬들의 광적인 응원열기에 편승하여 "신
바람 축구"로 바뀌어 실제 전력 이상으로 힘을 발휘하는 것이
바로 남미축구의 특성입니다.
게다가 이렇듯 홈팀을 향한 일방적이고도 극성스런 응원 열기는
직 간접적으로 판정에도 영향을 미쳐 홈팀에 유리하게 작용하다
보니 의외의 결과가 속출하는 것입니다.
7.브라질과 아르헨티나를 제외한 나머지 팀들은 사실상 홈어드
밴티지에 의존하여 남미예선을 운영한다
그러나 이렇듯 홈어드밴티지가 유난히 기승을 부리는 남미에서
도 비교적 특별한 팀이 셋 있는데,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베네수
엘라가 바로 그들입니다.
원정팀을 주눅들게 하는 극성맞은 홈어드밴티지에도 불구하고 홈
과 어웨이를 가지리 않고 별다른 기복없이 비교적 자신의 실력을
발휘하는 팀이라면 역시 남미 축구의 쌍벽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를 들 수 있습니다.
그에 반해 베네수엘라는 남미 10개국들 중에서 거의 유일할 정도
로 홈어드밴티지를 활용하지 못하는 팀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베네수엘라는 기본적인 전력 자체도 물론 약하지만 남미에서 사
실상 축구보다 야구가 더 큰 인기를 누리는 거의 유일한 나라여
서 본래 축구의 열기 자체가 다른 나라보다 뜨겁지 않습니다.
그러다보니 다른 나라들처럼 홈어드밴티지라 할만큼 홈팀에 유리
한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지 않아, 남미의 다른 나라들처럼 홈의
잇점을 충분히 살리지 못하는 까닭에 홈에서조차 승률이 저조한
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