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선 중 세월호에 가장 먼저 도착한 목포해경 123정이 휴대전화로 촬영해
공개한 9분45초 분량의 구조 영상을 보면, 세월호 선장 이준석(69)씨는 제복은커녕 맨발에 짧은 속옷 차림으로 허둥대며 해경
구조선 뱃머리로 간신히 올라탄다. 배에 남은 승객들은 안중에도 없어 보인다. 그런데 이 영상을 본 많은 사람들이 “저건 속옷이
아니라 수영복 같다” “수영복으로 갈아 입고 탈출을 시도하려 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전원 구조된 선박직 선원 15명 중 속옷 차림은 이씨가 유일하다. 이씨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이씨와 선원들의 진술을 토대로 의혹을 정리해 봤다.
이
씨는 검경합동수사본부 조사에서 “사고 10분 전인 오전 8시40분쯤 조타실에서 항해 지시를 내리고 담배를 피우러 간 사이 사고가
일어났다”고 말했다. 이씨는 19일 구속직전에는 “항로를 지시하고 잠시, 침실에 볼 일이 있어 잠시 갔다 온 사이에 그렇게(배가
급격하게 기울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합수부는 이씨가 8시10분부터 30분가량 조타실과 가까운 선장실에서 머물렀던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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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 침몰 직전인 지난 16일 오전 9시 46분쯤 이준석 선장이 바지와 신발을 벗은 모습으로 선박에서 황급히 탈출하고 있다./서해지방해양경찰청 제공
이씨는 지난 16일 오전 9시 46분쯤 목포해경 123호 경비정에 구조됐다.
선박직 선원 전원은 조타실과 기관실에 모여 탈출을 모의한 것으로 조사됐다. 선원들 가운데 운항 관련은 조타실에 8명, 기관 관련은
기관실에 7명이 모여 있었다. 합수부는 “이씨가 속옷만 입고 조타실에 40분가량 머문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대략 9시쯤
조타실에 들어간 이씨는 40분여 뒤 구조됐다는 것이다. 팬티차림에 신발도 안 신고 40분을 보냈다? 팬
티 차림의 이씨는 구조선만 오기를 애타게 기다렸다는 얘기다. 하지만 40분이라는 긴 시간동안 바지를 입거나 신발을 신을 여유가
전혀 없었던 것일까. 제복 차림으로 나가면 승무원이 승객을 놔두고 먼저 탈출하는 사실이 명백해지기 때문에 고의로 옷을 입지 않은
것은 아닐까. 자신의 신분을 속이기 위해 당황한 승객으로 가장하지는 않았을까. 합
수부는 이씨의 짧은 바지를 속옷으로 보고 있으나 일각에선 “내 수영복과 똑같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 선장이 만일 수영복으로
갈아입었다면 승객의 안위는 안중에 없고 자신의 안위만을 챙기는데 급급했다는 비난이 추가될 수 있다. 조
타실에 있던 승무원 8명이 모두 구조될 정도로 시간이 충분했으나 속옷 바람으로 구조된 사람은 이씨뿐이다. 탈출하기까지의 40분
간은 승객들에게 퇴선 명령을 내리기에도 충분한 시간이었으나 이씨의 진술이 일관되지 않아 진상이 즉각 확인되진 않고 있다. 한국 여성과 필리핀 여성이 왜 조타실에? 이
씨는 “사고 순간에 담배를 피우러 조타실 밖으로 나갔다”고 진술했으나, 속옷 차림으로 탈출한 사실이 알려지자 “선실에서 바지를
갈아입는 사이 배가 기울어 급히 달려왔다”고 말을 바꿨다. 특히 조타실에 선원이 아닌 중년의 한 한국 여성과 필리핀 여성과 함께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씨의 행적에 대한 의문이 증폭됐다. 필리핀 여성은 선상 공연을 하는 가수로 밝혀졌다. 일각에서는 선장의
속옷 차림과 여성이 무슨 연관성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30일 “의혹은 있지만 아직
조사를 하지 않아 정확한 것은 모른다”고 말했다. 합수부는 이 선장이 사고 당시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와 두 여성이 조타실에 왜
있었는지에 대해 추가 조사를 할 계획이다. 선
장과 함께 탈출한 한 선원은 “이씨(선장)가 세월호 침몰 직전까지 휴대폰으로 게임을 한 것 같다”는 진술을 했다. 합수부는 29일
“세월호가 기울어지기 전 선장실에 머물렀던 이씨가 휴대전화로 게임을 하고 있는 것을 봤다는 선원의 진술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
선원은 “기관실에서 올라오다 선장실에 있는 선장을 봤는데 선장이 휴대전화를 양손으로 들고 있었다. 게임을 하는 것으로 보였다”고
했다. 이씨는 이에 대해 “카카오톡 메시지를 확인하고 있었다”고 말했다고 합수부는 전했다. 합
수부는 “팬티인지 수영복인지는 수사에 별로 중요하지 않아 자세하게 확인하지 못했다”면서도 “남방에 사각팬티 차림으로 탈출한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합수부는 “수영복으로 갈아입었다면 구명 조끼도 착용했어야 했는데 그렇지 않은 점을 미뤄
의도적으로 수영복을 입은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출처] 본 기사는 프리미엄조선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