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은 2023. 11. 3. 금요일.
날씨는 흐리고 후덥지근하다.
몸은 서울에 있어도 마음은 멀리 서해안 산골마을로 내려가 있다.
둘이서 함께 살던 어머니는 저녁밥을 드시다가 갑자기 위독해서 서울아산병원을 거쳐서 응급치료를 받았고, 하도 늙어서 더 이상의 치료는 어렵다고 해서 .... 충남 보령아산병원에서 장기간 입원하셨다.
다음 해인 2014년 2월 말 아흔일곱 살이 된 지 며칠 뒤에 저세상으로 여행 떠나셨다.
어머니를 장사 지낸 뒤에 나는 그참 처자식이 있는 서울로 되올라왔다.
이런 이유로 내가 텃밭 농사를 짓지 않은 지도 벌써 10년째.
시골집을 텅 비워두었으니 흙 먼지와 낙엽 등으로 무척이나 더러워졌을 게다.
이하 생략....
나는 무능력하고, 무기력한 늙은이.
퇴직한 지도 오래되었기에 .... 서울에서는 할일이 전혀 없다.
오늘은 무엇을 하지?
컴퓨터를 켜서 인터넷 뉴스나 보고, 또 문학카페에 들락거리면서 회원들의 글이나 읽는다.
'등단 시인방'에 오른 어떤 시를 보았다.
아래처럼 댓글 달았다가는 이내 지웠고, 대신에 여기에 올려서 내 글감으로 삼는다.
우리말을 우리글자(한글)로 쓸 때에는 더 다듬어야 한다고....
내 댓글 :
'슬플 때면 기뻐 쓸 때를 생각하고'
이게 무슨 뜻?
혹시 이런 뜻은 아닐까?
→ '슬플 때면 기뻤을 때를 생각하고'
이 글 쓰다가는 깜박 잠이 들었다.
세상에나... 나도 모르게 잠들었다니....
나도 자꾸만 늙어서, 아픈 세월에 더 가까이 와 있다는 뜻이겠지.
2.
아래 글은 며칠 전에 쓴 일기이다.
2023. 10. 31.
오늘 아침에 핸드폰에 문자가 떴다.
'로젠택배'
소중한 물품이 오늘 오후에 배달 예정.
오후에 책이 왔다.
<한국국보문학 2023년 11월호>.
책 두께가 368쪽이니 무척이나 두껍고, 무겁다.
아름다운 우리말과 우리글자로 쓴 문학-글이기에 찬찬히 거듭 읽어야겠다.
글 읽으면서 내가 잘 모르는 말이나 어색하게 틀린 문구에는 연필로 표시해 두기에, 덕분에 글쓰기 공부를 더 한다.
연필로 표시한 곳이 많은 책은 나중에... 무심코 실수로, 남한테 선물할까봐 걱정이다.
어떤 수필을 읽으면서 연필로 지겹도록, 숱하게 표시하기 시작했다.
'2023년 10월 1일
추석연휴 제4일 나들이'
'... 둘째딸 사위가 드라이보 겸 점심을 위한 ...'
'... 가을 늦더위를 식키려는 어느 젊은 사람은 제트뽀트 뒷줄에....'
' ...우리 딸 사위도 두 늙이에 자리를 잡아 앉히고는 맞있는 고급빵과 부드러운 차를 주문해...'
' .... 맞있는 빵과 부르러운 커피를 먹고 마시며 ....
' ... 나도 지금 사람스런 아내 딸 사위와...'
'... 코스모스 꽃이 하늘하늘 섞여 수좁은듯이....'
'... 귀한 것을 모르게 마런이다.....'
'... 주변 민가에는 하오수를 짓고....'
'... 또 다리가 아프면 쏘파에 않아서 다리를 쉬면서....'
.... 이하 생략.
문학지에 내는 글은 더 다듬었으면 싶다.
나중에 보탠다.
2023. 10. 31. 화요일.
3.
오후 3시가 가까워진다.
송파구 석촌호수 서호 쉼터로 나가서 바람이나 쐬야겠다.
날씨는 흐리고 꾸물거려도 당분간은 비는 내릴 것 같지 않다며 바깥으로 나갔다.
조금 걷는데 비가 떨어지기에 집으로 되돌아와서 우산을 손에 들고는 다시 바깥으로 나갔다.
다행히도 비는 더 이상 내리지 않았다.
느리적 느리적 걷는 내 꼬라지가 한심스럽다.
육십여년 전, 오십여년 전에는 단거리 달리기 선수였던 '쌍둥이'이였다. 아쉽게도 동생은 만나이 20살에 뱀 물려 다음날 죽고... 형인 나는 지금껏 산다. 죽은 쌍둥이 동생의 몫까지 더 살았으면 싶다. 크게 아프지는 말고.
석촌호수 서호 놀이마당 인근에 있는 가로수 은행나무.
땅바닥에 떨어진 은행알이 으깨어지지 않도록 이따금씩 몇 차례나 나는 은행알을 신발로 톡톡 차서 그루터기 안쪽으로 밀어넣었다. 이따금씩 그곳에 가보면 누군가가 은행알을 집어갔고, 빈 껍질만 남았다.
은행알이 무척이나 굵기에 오늘은 아홉 개를 주웠고, 겉껍질을 운동화 신발로 눌러 살살 으깬 뒤 속알맹이를 뽑아냈고, 화장지로 싸서 화장실로 가져가서 물로 씻었다.
2주일 뒤에 시골집으로 내려가거든 텃밭 흙속에 묻어야겠다.
운이 좋으면 싹이 터서 자랐으면 싶다. 30여년 뒤에는 첫 은해알이 열리기 시작할 게다. 먼 훗날 누군가가 은행알을 주울 게다. 아름드리로 자라서 은행나무가 있는 텃밭과 마을안길이 되었으면 싶다.
충남 보령시 웅천읍 구룡리 화망마을에 있는 내 시골집.
텅 빈 빈집이 된 지도 10년째이다.
텃밭 가생이, 마을안길, 바깥마당에는 한 아름이 넘는 은행나무가 서 있다.
내 텃밭으로 낸 마을안길, 텃밭에는 제법 큰 은행나무들이 줄줄이 서 있다.
그런데도 내가 욕심을 내서 오늘은 은행알 아홉 개를 주웠다. 시골 가져가서 흙에 묻어 싹을 틔우려고.
나중에 텃밭 가생이에 더 심었으면 싶다.
나중에 더 보탠다.
천연기념물(1962. 12. 7. 지정). 높이 42m, 둘레 11m, 수관폭 20m)
사진은 인터넷으로 검색. 용서해 주실 게다.
사진에 마우스를 대고 누르면 사진이 크게 보임.
2023. 11. 3. 금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