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 고조되는 군사분계선
20일 경기도 파주시 자유로에서 바라본 북한 초소에 북한군인들이 경계근무를 서고 있는 가운데 초소 인근에 확성기가 보인다. 지난 19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총무부장이 군사분계선(MDL) 침범에 대응한 한국군의 경고사격 등 조치에 반발하며 군사력 증강 배치와 대남 확성기방송 재개를 검토한다고 밝혔다.
20일 국방부는 전날 저녁 발표된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 부장의 담화에 대해 “우리의 정당한 조치를 빌미로 추가 도발을 감행할 경우 단호히 응징할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김여정은 북한군의 MDL 월선에 대응하는 우리 군의 경고 방송과 경고 사격이 “정세 격화 행위”라며 ‘전술적 타격 수단의 증강 배치’와 ‘대남 확성기 방송 재개’를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이날 중부전선을 담당하는 5군단 사령부를 방문한 진영승 합참의장도 김여정의 담화가 “우리의 정당한 작전적 조치를 도발로 규정하며 군사적 긴장 고조의 책임을 우리 군에 적반하장식으로 전가한 것”이라며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MDL 침범 못 막는 경고 사격
지난 19일 담화에서 김여정은 우리 군이 “확성기 경고 방송 도발은 무려 2870차, 경고 사격은 201차”를 했다고 밝혔다. 우리 군은 북한군이 MDL에 접근하면 사전에 경고 방송을 하고, MDL을 넘어 남하하면 그때 경고 사격에 나선다. 우리 군이 매번 경고 사격을 했다고 가정하면 북한은 8월 이후로 200여 차례 MDL을 넘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에게 “북한군이 우리 군의 경고 방송과 경고 사격을 카운팅하고 있었다”며 “북한이 의식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경고가 북한군의 MDL 침범을 막는 데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리 군은 MDL을 침범한 북한군 방향이 아니라 우리 측 비무장지대(DMZ) 내에 별도로 마련한 표적을 향해 경고 사격을 한다. 군 관계자는 “‘경고’ 목적으로 총소리만 내다 보니, 북한군도 이를 몇 번 겪고 나면 위험하지 않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했다.
김여정은 담화에서 지난 15일부터 17일까지 사흘 동안 21사단 일대에서 우리 군 경고 사격이 60회에 달했다고 공개했다. 하루에 20차례 가까이 경고 사격을 해도 북한군이 아랑곳하지 않고 작업을 계속했다는 의미다.
◇“서북도서 인접지 여러 변화”
최근 북한군은 서해 해안선을 따라 철책을 세우고 지뢰를 매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주일석 해병대사령관은 이날 해군·해병대 국정감사에서 “세부적인 것들은 말씀드릴 수 없지만, 서북도서 전방의 북한 4군단 지역에도 여러 변화가 있다”며 “정보·감시·정찰(ISR) 장비를 보강하고 있고 대비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했다.
백령도·연평도 등 서북도서는 북한 포병 부대가 배치된 장산곶과 옹진반도에서 10여 ㎞ 떨어져 있다. 북한이 이 지역에 다연장로켓과 장사정포를 전진 배치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김정은은 2024년 2월 남북 간 해상 경계선 역할을 하고 있는 서해 북방한계선(NLL)에 대해 “국제법적 근거나 합법적 명분도 없는 유령선(幽靈線)”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김경률 해군참모총장은 이날 “우리 군은 북한이 NLL을 침범할 경우 절차에 따라 즉각적으로, 그리고 강력하게 격퇴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북 확성기 배제 안 해”
국방부 관계자는 이날 “북한이 대남 확성기 방송을 한다고 하면, 그때는 비례적 대응이 필요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북한이 대남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면 우리 측도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를 검토해 볼 수 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그러나 군 내부에서도 지난달 북한군 지뢰 폭발 이후 우리 정부가 북한과의 수 싸움에서 번번이 밀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방부는 북한군이 우리 측에 매설한 지뢰 일부를 제거한 것이 ‘단호한 대응’이라고 했지만, 북한은 지뢰 매설에 대한 사과는커녕 오히려 ‘대남 확성기 방송 재개’ 카드를 꺼냈다.
군 관계자는 “북한의 MDL 일대 작업을 어떻게 막을 수 있을지에 대한 ‘솔루션’이 필요한데, 지휘부가 ‘추가 도발을 감행한다면 단호하게 대응하라’는 원론적 입장만 내놓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