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 비화] 욕망에 눈먼 베테랑들: 카지노 내부의 '도둑 딜러팀' 사건
오늘은 카지노 딜러라는 직업에 대해 깊은 자긍심을 가지고 살아온 제 가슴 한구석에, 씻을 수 없는 상처와 회한으로 남은 이야기를 하나 꺼내 보려 합니다. '돈'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그 달콤한 유혹 앞에 무너져버린 동료 딜러들과 그 뒤에 숨겨진 추악한 작당 모의에 관한 기록입니다.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 카지노의 철저한 보안 시스템에 대해 잠시 설명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보통 손님이 게임에서 돈을 따면 칩을 현금으로 바꾸기 위해 '케이지(Cage, 은행)'로 향합니다. 이때 케이지 직원은 단순히 칩을 바꿔주는 것이 아니라, 손님에게 어떤 게임을 했는지 확인한 뒤 해당 테이블이 있는 구역인 '핏(Pit)'의 책임자 '플로어(Floor)'에게 연락을 취합니다.
플로어가 "맞다, 이 손님이 내 구역에서 얼마를 땄다"라고 최종 승인을 해줘야만 비로소 칩은 현금으로 변환됩니다. 이 철저한 상호 확인 시스템을 머릿속에 기억하시고 아래의 사건을 따라와 주시길 바랍니다.
수상한 풍요로움의 시작
사건의 배경은 제가 산전수전 다 겪었던 라스베이거스의 리오(Rio) 호텔 카지노입니다. 당시 우리 딜러들은 모두 같은 임금을 받고, 손님들이 주시는 팁도 공평하게 나누어 가졌습니다. 구조적으로 어느 누구도 부정한 방법으로 더 많은 이득을 취할 수 없는 시스템이었죠.
그런데 유독 눈에 띄는 딜러 한 명과 플로어 한 명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부터인가 그들은 도저히 월급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고가의 스포츠카를 끌고 나타났고, 화려한 새집을 마련했습니다. 심지어 회사 사원 친선 골프 대회가 열릴 때마다 매번 최고급 브랜드의 새로운 골프채 세트로 무장하고 나타나 주위의 시선을 끌었죠. 별다른 부업도 없는 그들의 갑작스러운 풍요는 카지노 내부에서 서서히 의구심을 불러일으켰고, 꼬리가 길면 밟히듯 그들의 '작업'도 서서히 실체를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25와 $500 사이의 위험한 트릭
그들의 범행이 가능했던 이유는 당시 리오 호텔 카지노의 칩 디자인 때문이었습니다. 25달러짜리 그린 칩과 500달러짜리 연한 하늘색 칩은 사이즈가 거의 같았습니다. 만약 그린 칩 위에 하늘색 칩을 교묘하게 겹쳐 놓으면, 상단의 감시 카메라(Eye in the sky)조차 그 차이를 쉽게 식별하기 어려웠습니다.
이들은 딜러, 플로어, 그리고 바람잡이 역할을 하는 가짜 손님, 여기에 케이지에서 근무하는 플로어의 여자친구까지 가담해 완벽한 '팀'을 꾸렸습니다. 수법은 치밀했습니다.
공모한 손님이 테이블에 앉아 50달러를 베팅합니다. 초록색 칩 25불 짜리 2개
손님이 지면 딜러는 태연하게 50달러를 수거합니다.
하지만 손님이 이기면, 딜러는 25달러 그린 칩 아래에 몰래 500달러짜리 하늘색 칩을 깔아서 총 525달러를 지불합니다.
보통 한 게임이 2~3분 내외로 돌아가는데, 이런 식으로 한 시간만 작업하면 순식간에 거액이 만들어집니다.
목표 금액에 도달하면 손님은 공모자가 기다리는 케이지로 가서 칩을 내밉니다. 여자친구인 직원은 규정대로 남자친구(플로어)에게 확인 전화를 걸고, 미리 짠 대로 승인이 떨어지면 그 검은돈은 깨끗한 현찰이 되어 그들의 주머니로 들어갔습니다.
"움직이지 마, 저 새끼들 딱 걸렸어"
범행이 절정에 달했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저는 손님이 없는 빈 테이블을 지키고 서 있었는데, 갑자기 상급자가 제 등 뒤로 조용히 다가와 숨죽여 속삭였습니다.
"움직이지 말고 그대로 서 있어."
그의 시선은 문제의 딜러가 있는 테이블을 매섭게 쏘아보고 있었습니다. 잠시 후, 낮게 깔린 목소리로 그가 덧붙였습니다.
"저 새끼들, 드디어 딱 걸렸어."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무전기로 신호가 가더니, 어디선가 수십 명의 경찰과 보안 요원들이 들이닥쳤습니다. 순식간에 게임을 하던 가짜 손님부터 딜러, 플로어, 그리고 케이지의 직원까지 모두의 손목에 차가운 '은팔찌'가 채워졌습니다. 화려했던 그들의 사기극이 막을 내리는 순간이었습니다.
끝없는 욕심과 참담한 결말
나중에 밝혀진 그들의 고백은 더욱 충격적이었습니다. 처음에는 하루 1,000~2,000달러 정도의 소액으로 시작했다고 합니다. 이 정도 금액은 케이지에서 별다른 의심 없이 통과되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한 번 돈의 맛을 본 인간의 욕심에는 끝이 없었습니다. 액수는 점점 커져 5,000달러를 넘기기 시작했고, 결국 꼬리가 잡힌 것입니다.
라스베이거스 법은 참 묘합니다. 딜러들끼리 나누는 '팁'을 훔치면 민사 소송에 그치기도 하지만, 카지노의 재산인 '칩'을 훔치는 행위는 연방 소송으로 이어져 곧바로 감옥행입니다. 같은 딜러로서 그들이 연행되는 뒷모습을 지켜보는 제 마음은 참담하기 그지없었습니다.
카지노 바닥에는 참으로 파란만장한 이야기가 많습니다. 하품하는 척하며 입안에 칩을 숨겨 나가려다 걸린 딜러부터, 도박의 늪에 빠져 생활비까지 탕진하고 결국 범죄의 유혹에 손을 뻗는 동료들까지... 이런 사소한 사건들은 신문이나 미디어에 보도되지 않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선가 벌어지고 있는 카지노의 어두운 이면입니다.
개인적 생각인데 만약에 그들이 욕심을 않부리고 계속 걸리지 않을 만큼 조금씩 매일 훔쳤다면 더 많이 오래 동안 훔칠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슴니다. 여러분 생각은 어떠세요?
오늘은 카지노 내부자들만이 알 수 있는 은밀하고 가슴 아픈 이야기를 들려드렸습니다.
[김해송의 장손 김성필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