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꺼번에 장을 보고 오느라 무거운 짐을 들고 있었던 여자가 계단을 오르다 고양이 캔을 떨어뜨렸는데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던 아래층에서 처음 보는 남자가 나타나 캔을 주워줬다. 남자는 짐이 무거워보이니 도와주겠다고 했는데 여자는 집이 바로 여기 4층이니 도와주지 않아도 된다고 거절했다. 남자는 자기도 4층으로 간다며 '배고픈 고양이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며 친근하게 말을 걸었고, 여자는 자신의 이웃을 알고 있었지만 남자가 그 집에 온 손님이라고 생각했다. 여자가 계속 거절하자 남자가 '되게 자존심 부리네요.'라며 장바구니 손잡이 한 쪽을 잡아서 여자는 어쩔 수 없이 장바구니를 넘겨줬다. 현관문에 다다르자 남자는 '고양이가 얼마나 오래 굶을 수 있는지 알아요? 내 친구가 나한테 고양이를 맡긴 적이 있는데 내가 밥을 안줬거든요.' 라는 식으로 이상한 말을 했다. 불쾌함을 느낀 여자가 현관문을 열고 이제 가보셔도 된다고 하자 남자가 총구를 들이밀었고 여자의 집에서 여자를 강간했다. 남자는 강간 후 열려있던 창문을 닫고 '난 주방에 가서 음료를 마시고 그대로 나갈거니까, 조용히만 있으면 해치지 않을거야.'라고 했는데, 여자는 분명히 자신을 죽일 거라는 직감이 들어 남자의 뒤를 조용히 따라가다가 남자가 서랍을 뒤적거리는데 집중한 사이에 도망쳐서 목숨을 구했다.-
위 이야기가 이 책에서 말하는 위험신호를 알리는 직감의 예시야
저 사건의 피해자가 그 당시에는 그냥 '위화감'이라고만 느꼈던 것들이 전부 본능의 위험신호였던 거임 논리가 ABCD ... XYZ라면 직감은 A 에서 바로 Z 로 점프해버리는 거라서 사람은 그 사이에 생기는 공백을 자꾸 논리로 채우려 한다고 해 하지만 적어도 생존, 안전의 문제에서는 논리보다 직감이 훨씬 중요한 신호를 주고 직감의 공백을 논리로 채우려 하는 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
1. 아무 소리도 없던 아래층에서 나타나 마침 본인과 같은 4층으로 간다는 남자 : 여자는 이 남자가 자신의 이웃이 아니라는 걸 알았고 위화감을 느꼈지만 이웃집에 온 손님이겠거니 하고 직감의 공백을 채워버림
2. 배고픈 고양이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 저자는 이걸 강제 동맹..? (책 없어서 대충 이런 느낌) 이라고 말하는데 "우리"라는 이름으로 친근감을 줘서 위화감을 지우려 하는 의도적인 수법이라 함
3. 되게 자존심 부리네요 : 사람은 ”너는 어떻다“ 라는 단정적이고 부정적인 꼬리표가 붙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에 저런 말을 들으면 바로 부정하고 싶어함 그래서 여자도 계속 거절하다가 ‘난 쓸데없이 자존심 세우는 사람이 아니야’ 라는 반박을 하려는 마음이 장바구니 손잡이를 넘겨주는 방식으로 나타난 것 중요한 건 상대방도 진짜로 '자존심 부린다'고 생각하지 않음 그냥 그들은 그 수법이 잘 먹힌다는 걸 알고 있을 뿐
4. 친구가 맡긴 고양이 이야기, 주방에 가서 음료를 마신 후 나갈거라는 구체적인 이야기들 : 사람은 진짜를 말할 때는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음 거짓말에서 느껴지는 위화감을 감추기 위해 구구절절 물어보지도 않은 사소하고 구체적인 이야기들로 어색하게 느껴질지도 모르는 부분을 채우려고 하는 것
5. 창문을 닫은 남자 : 정말 남자가 물만 먹고 나갈거라면 굳이 창문을 닫을 이유가 없음 소리가 새어나갈까봐 창문을 닫은 거고 총을 사용하면 소리가 나니까 서랍 뒤적거리던 것도 칼을 찾고 있는 거라는 걸 여자가 본능적으로 알아차린거임 그 당시에는 "그냥" 죽일 것 같았다 였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자기도 사실 구체적으로 알고 있었던 거지
6. No Means No : 사실 계속 거절하는데도 계속 거절을 부정하고 굳이굳이굳이 도와주려고 고집부렸다는 것 자체가 가장 강력한 위험신호라 함 거절을 부정하는 것 자체가 그 사람을 지배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기 때문이라고 적어도 모르는 사람이 계속 거절을 거절하면 100% 조상신이 사이렌 울려주는거라 생각하고 피하란 뜻 '아... 안되는데...' 하면서 주도권을 넘겨주거나 '일단 제가 먼저 해결해볼테니 안되면 도와주세요' 라는 식으로 협상하지 말고 그냥 싫다고 정확하고 강하게 표현하라 함 미국도 여자들 사는 건 한국이랑 똑같은지 여자들은 호의를 거절할 때에도 드세다, 도와줘도 난리다, 까칠하다 등등 비난을 쉽게 받기 때문에 완강하게 거절의 태도를 유지하는 게 어렵대 '이 사람은 날 도와주려고 하는데 내가 괜한 사람을 의심해서 무례를 범하는 게 아닐까?' 라고 자기 스스로도 자신을 검열하는데, 남이 오해받아서 불쾌함을 드러내거나 남에게 무례를 범했다 라는 불편한 감정 같은 것들은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는 아주 사소한 대가일 뿐이니 "의심할만 해서 의심했다"라고 생각하래 이게 바로 본능이 주는 신호라고
범죄 피해자들은 전문가가 더 많은 데이터를 가지고 있으니 더 잘 알거라고 생각하지만 본인의 사건을 직접 겪은 건 본인이니까 사실 그 자신이 가장 정확하고 많은 정보를 알고 있대 논리적으로 가능성이 떨어져서 배제하는 것들도 직감은 전부 캐치하고 있다 함 예를 들어 협박을 받고 있는 사람이 주변에 의심되는 사람 이름을 쏟아내다가 마지막에 "사실 한 명 더 있긴 한데... 그 사람이 그럴 사람은 전혀 아니라... 아무 근거도 없어서 이렇게 말하는 것도 웃기긴 한데..." 라고 말한다면 마지막에 말한 그 사람이 범인일거래
---------------- 사족
뭔가 이상하다 쎄하다 싶으면 그게 맞으니까 피해라 라는 내용의 책인데 작가가 범죄 피해자들 인터뷰하면서 세상의 여혐을 뼈로 느끼고 남혐 생긴 것 같아서 재밌음 생각이란 걸 할 줄 안다면 당연히 느끼는 거겠지만 비교대상이 이 나라 XY들이다보니 일단 책 서문부터 “세상의 거의 모든 폭력은 남자가 행하니까 적어도 이 책에서는 가해자는 남성이라고 성차별적으로 말하는 것이 더 공평하다” 라고 써있음 ㅋㅋㅋ "남자들은 여자들이 자신을 비웃을까 두려워하지만 여자들은 남자들이 자신을 죽일까 두려워한다" 라는 문장도 나왔는데 이 문구 원래 유명한건지 여기서 처음 나온 건지는 모르겠지만 책 곳곳에서 이거 여자가 썼나 싶을 정도로 저자가 남자들한테 진저리난 게 느껴짐 (초반이라 그럴 수도 뒤로 가면 백인 남성의 빻음이 나타날지도) 위 내용은 초반부인데 흥미롭게 보다가 책 구성이 마음에 안들어서 완독은 못했지만(저 이후로도 몇 번 더 빌렸는데 진도 못나가고 포기) 특히나 흉흉한 요즘 여시들의 직감을 믿고 안전을 확보하자는 뜻에서 자게에 썼던 글 수정해서 올림
첫댓글 남자들은 여자들이 자신을 비웃을까 두려워하지만 여자들은 남자들이 자신을 죽일까 두려워한다ㅠㅠ
나도 저 책 읽어봐야겠다..
논리가 ABCD ... XYZ라면 직감은 A 에서 바로 Z 로 점프해버리는 거
이 부분 너무소름
진짜 한남 쎄한 느낌은 꼭맞더라 자리피하는게 젤 좋아
대박이다…
쎄하면 무조건 피해. 여시가 맞아.
사람에 대해서만큼은 진짜 촉 정확함
아 무섭다
소름 거절을 거절하는 사람...
헛
밀리랑 교보에 없네 아쉽 ㅠㅠ
나 그래서 이제 내 직감 무시안함
읽어봐야겠다.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