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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림도령에 관한 이야기는 제주 지역에서 전해오는 다양한 본풀이 중 일반신본풀이에 속하며, ‘차사본풀이’란 이름으로 전해지고 있다. 차사본풀이는 ‘시왕맞이’에서 구연이 되며, 이승의 강림도령이 저승차사가 된 내력을 설명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흔하지 않은 저승신화이다. 설화의 전승 주체들은 이승과 저승을 오갈 수 있는 강림도령을 통해 죽은 망자가 저승으로 잘 인도하고, 그 곳에 가서도 잘살 수 있기를 바란다.
차사본풀이 시양맞이의 강림도령 이야기
강림도령에 관한 이야기는 제주 지역에서 전해오는 다양한 본풀이 중 일반신본풀이에 속하며, ‘차사본풀이’란 이름으로 전해지고 있다. 차사본풀이는 ‘시왕맞이’에서 구연이 되며, 이승의 강림도령이 저승차사가 된 내력을 설명하고 있다. 설화의 내용에서 전반부는 삼형제를 죽이고 세 아들을 얻은 각양각시이야기이고, 후반부는 원님의 명으로 염라대왕을 잡으러 간 강림도령의 이야기로 구분된다.
삼형제를 죽이고 세 아들을 얻은 과양각시
옛날 동정국의 범을황제가 아홉 형제를 낳았으나, 가운데 삼형제만이 살아남았다. 하루는 지나가던 스님이 삼형제를 보더니 “너희들은 단명할 팔자구나. 하지만 이제부터 저작거리에서 장사를 하고, 과양생이 집에만 들어가지 않으면 오래 살 수 있을 것이다.”라고 했다. 그 말을 전해 들은 범을황제는 삼형제를 내보내 장사를 하게 했다. 집에서 나온 삼형제는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니며 장사꾼으로 살았다. 그러던 어느 날, 삼형제가 지친 몸을 달래기 위해 주년국 연못가에서 쉬고 있었는데, 한 이름 모를 여인이 자신의 집에 가서 쉬어가라고 했다. 형제들은 그녀의 집으로 들어가서 진수성찬으로 배를 채우고 술도 마셨다. 여인은 삼형제가 술에 취해 잠이 들자 삼형제를 죽여 시체에 돌을 달아 연못에 넣고, 물건들을 가로채 버렸다. 그렇게 삼형제가 죽고 시간이 흘러 연못에는 아름다운 세 송이의 꽃이 폈다. 과양각시는 연못을 지나다가 꽃을 발견하고, 꽃을 꺾어 집에 가져다 두었다. 그런데, 꽃들이 문을 들어설 때마다 머리를 박박 긁어 댔다. 그러자 각양각시는 못된 꽃이라며, 아궁이에 넣고 태우니 영롱한 구슬로 변하였다. 각양각시는 구슬을 입안에 넣고 놀다가 배 속으로 삼켰고, 이후 임신하여 삼형제를 낳았다. 형제들은 영특하여 열다섯이 되었을 때 장원급제를 했고, 과양각시는 형제가 돌아오는 날에 잔치를 준비했지만, 삼형제는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아무런 이유 없이 죽고 말았다. 너무나도 억울했던 각양각시는 고을의 김치원님을 매일 찾아가 상소를 했다.
염라대왕을 잡으러 저승으로 간 강림도령
김치원님은 자신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자 강림도령에게 “저승에게 가서 염라대왕을 잡아오너라.”라고 명했다. 말도 안 되는 명령에 강림도령이 죽으려 하자, 큰 부인이 조왕신과 문전신에게 정성을 드리고, 저승 갈 준비를 해 주었다. 저승을 찾아 떠난 강림도령은 조왕신의 도움으로 저승길에 들어섰고, 문전신의 도움을 받아 여덟 험로를 지났다. 이후 저승차사 이원잡을 만나 염라대왕을 만날 수 있는 방법을 전해 들었다. 드디어 길고 험난했던 여정 끝에 강림도령이 염라대왕을 만났다. 강림도령은 “이승에서 염라대왕을 잡으러 왔소.”라고 했다. 그러자 염라대왕은 강림도령의 용기를 칭찬하며, 하던 일을 마치고 이승으로 찾아가겠다고 했다.
강림도령은 이승으로 돌아와 원님에게 염라대왕과의 일을 설명했지만, 원님은 믿지 못하고 강림도령을 옥에 가두었다. 다음날, 염라대왕이 관아에 와서 원님에게 자신을 부른 이유를 묻자 원님은 벌벌 떨면서 과양각시의 삼형제에 관한 일을 말했다. 그러자 염라대왕이 과양각시를 잡아오라고 했다. 염라대왕은 과양각시에게 “네가 삼형제를 죽여서 그 혼이 너에게 복수한 것이다. 죄 없는 형제를 죽였으니, 너 또한 천벌을 받아야 한다.”라고 했다. 염라대왕은 과양각시를 죽이고, 범을황제 삼형제를 살려 부모에게 돌려보냈다. 이후 염라대왕은 강림도령의 혼을 저승으로 데려가 저승차사로 삼았다고 한다.
죽어서도 잘 살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강림도령에 관한 이야기는 우리나라 서사무가에서 흔하지 않은 ‘저승신화’이며, 저승 및 인간의 죽음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강림도령이 저승차사로 좌정하게 된 내력을 풀이하면서 인간의 죽음과 그 이후 사후세계를 본격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특이한 점은 독립된 두 개의 이야기가 전반부와 후반부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독특한 서사구조는 전반부에서 삼형제의 죽음으로 ‘질문’을 제시하고, 후반부에서는 강림도령이 그 ‘답’을 찾는 과정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장치로 기능하고 있다. 또한 이승과 저승을 오가는 강림도령을 통해 죽은 망자가 저승으로 잘 인도되고, 그 곳에 가서도 잘 살 수 있기를 바라는 설화 전승집단의 마음이 담겨 있다.
참고자료
단행본
국립민속박물관. 한국민속신앙사전: 마을신앙2. 서울:국립민속박물관,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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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인간의 죽음과 그 이후 사후세계를 보여준다는 강림 도령
제주도 설화에는 재미있는 글이 많네요.
잘 읽었습니다.
저승차사 이야기 진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