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친정 오빠가 조현병을 앓고 있어서, 혹시나 유전적인 영향이 있을까 봐 늘 노심초사하며 아들을 키워왔습니다. 그런데 고등학생이 된 아들이 언젠가부터 친구들과 전혀 어울리지 않고, 동아리나 취미 활동에도 아예 관심을 끊어버렸습니다. 주말 내내 방에만 있고, 또래 남자아이들이 한창 관심 가질 이성 교제나 외부 활동에도 아무런 의욕이 없습니다.
가끔 엉뚱하거나 앞뒤가 안 맞는 이상한 말을 할 때도 있어서, 혹시 이런 극단적인 사회적 고립과 무기력함이 조현병이 시작되려는 전조증상인 건지 심장이 덜컥 내려앉습니다. 그저 사춘기 우울증인 건지, 아니면 유전적인 병의 발현인 건지 부모로서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제발 도와주세요.
A.안녕하세요, 가족력에 대한 깊은 불안감을 안고 아이의 작은 변화 하나에도 가슴을 졸이셨을 어머님의 애타는 마음에 깊은 위로를 전합니다. 또래와 단절된 채 무기력해진 아이를 보며 병의 시작일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에 얼마나 두려우셨을지 충분히 이해합니다.
어머님께서 걱정하시는 아드님의 사회적 위축과 무기력은 실제로 조현병의 유전적 취약성과 관련이 깊은 특징적인 지표일 수 있습니다.
조현병 고위험군 자녀들을 추적 관찰한 핀란드 입양 가족 연구에 따르면, 유전적 위험이 높은 청소년들은 그렇지 않은 청소년들에 비해 또래 관계와 활동 참여 등 전반적인 사회적 기능에서 뚜렷한 결함을 보입니다.
특히 이들은 또래 관계에서 먼저 다가가려는 주도성이 부족하고, 집 밖의 사회적 활동에도 스스로 참여하려는 의욕을 보이지 않는 특성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고위험군 남학생은 여학생에 비해 전반적인 사회적 기능이 더 떨어지며, 청소년기의 중요한 발달 과업인 이성 교제에서도 두드러지는 어려움과 결함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보이는 사회적 고립과 엉뚱한 말(초기 정신증적 증상)을 무조건 조현병의 발병으로만 단정 지어 절망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영국에서 12세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코호트 연구에 따르면, 초기 정신증적 증상과 불량한 사회적 기능(또래 문제) 사이의 연관성은 대부분 우울증이나 과잉행동 같은 '동반된 정서 및 행동 문제'에 의해 설명됩니다.
즉, 아이가 사회적으로 고립되는 것은 정신증 자체의 직접적인 결과라기보다는, 낯설고 두려운 증상이나 환경으로 인해 발생한 우울감이나 불안감 같은 정서적 고통이 원인일 가능성이 큽니다.
아이는 지금 병에 완전히 굴복한 것이 아니라, 내면의 혼란스러운 감정이나 우울감 때문에 사람들에게 다가갈 에너지를 잃어버린 상태일 수 있습니다. '조현병 발병'이라는 결과에만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아이가 현재 겪고 있는 우울감과 심리적 고통 자체를 먼저 평가하고 덜어주기 위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평가와 정서적 개입이 시급합니다.
"사회성 결함은 조현병 발병을 예측하는 중요한 조기 경고 신호가 될 수 있습니다."
1. 또래 관계와 외부 활동 참여 세심하게 모니터링하기
고위험군 청소년들은 또래 관계에서 주도성을 덜 보이고 외부 사회 활동에 참여하는 빈도가 낮습니다. 아이가 친구들과 어울리거나 취미 활동에 참여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면, 이를 단순한 내성적인 성향 문제로 넘기기보다 세심하게 관찰해야 합니다.
2. 성별에 맞춘 사회성 지원 제공하기
조현병 고위험군 남학생과 여학생은 겪는 사회적 어려움의 양상이 다를 수 있습니다. 특히 남학생의 경우 대인관계 및 이성 관계 형성에 더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으므로, 아이의 성별과 특성에 맞춘 구체적인 사회적 기술(Social skills) 훈련과 정서적 지원이 필요합니다.
3. 조기 식별을 위한 임상 지표로 활용하기
청소년기의 사회적 기능 결함은 향후 조현병 발병 위험을 알리는 조기 지표가 될 수 있습니다. 아이가 사회적 관계 맺기를 극도로 피하거나 어려워한다면, 이를 조기 발견의 기회로 삼아 전문가의 도움을 적극적으로 모색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본 센터는 아동과 청소년을 비롯한 모든 연령의 상담을 진행하는 센터로 사회성 발달을 위한 집단상담, 치료놀이 및 각종 상담방식이 다양한 치료센터입니다. 또한 전문 치료사가 배치되어 고민하고 어려워하는 부분을 정확하고 친절하게 상담을 해드리고 있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홈페이지를 방문하시어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언제까지 아이에게 친구들과 사이좋게 잘 지내라는 뜬구름 잡기식의 잔소리만 할 것인가? 초등학생인 우리 아이의 사회성을 길러줄 수 있는 답이 이 책에 담겨 있다. 사회성에 대해 20여 년간 상담하고 관련 프로그램을 개발해 아이의 사회성에 대한 고민을 해결해온 이향숙 박사의 오랜경험과 노하우가 이 책 한 권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책 소개 中)
*참고문헌
Tikkanen, V., Siira, V., Wahlberg, K. E., Hakko, H., Läksy, K., Roisko, R., Niemelä, M., & Räsänen, S. (2020). Adolescent social functioning in offspring at high risk for schizophrenia spectrum disorders in the Finnish Adoptive Family Study of Schizophrenia. Schizophrenia Research, 215, 293-2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