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1]
앞으로 내가 다닐 학교를 바라보았다.그냥 보통 학교 같았다.하지만 안으로 들어서자 보통 학교와는 다르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무언가 눈에 보이지 않는 포스와 오로라가 풍겼고 나를 흘기는 이 학교 아이들의 표정도 심상치 않았다.
그래,이곳은 전국에서 불량하고 문제가 있는 아이들을 모아 놓은 학교….
그리고 동시에 엄청난 감각과 재능이 있는 아이들을 모아놓은 이 곳은 최상고등학교다.
"쟤,고 3이라며?학교 생활 여태까지 잘했으면 그냥 자기가 다니던 고등학교에서나 잘할 것이지.막빠지에 왜 이런 학교에 올까?"
"뒷 빽이 장난이 아니라잖아.결국 하도 사고를 많이쳐서 감당 안되서 보내진거라든데?"
"대박이다."
내 귀를 때리는 여러 아이들의 목소리를 무시 한 채 교무실로 들어섰고 내가 들어서자마자 시끌벅적 하던 교무실이 조용해졌다.
그래,내 뒷 배경이 장난이 아닌것도 알고 있고 그 뒷 배경을 가지고 있는 나도 장난이 아니라는걸 짐작이라도 하듯 잠잠해진
교무실을 한번 삥 둘러본 뒤 씨익 웃고는 교무실을 거쳐 교장실로 들어섰다.
나를 반기는 교장 선생님의 목소리를 듣고 자리로 안내하는 교장 선생님의 안내를 따라 자리에 앉았다.
정말 가식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저 웃음과 뒤에 감춘 비열함을 바라보니 웃음이 나왔다.
"제가 배정받은 반이 어디라고 하셨죠?아버지한테 전해들어서 재대로 듣질 못했네요.맞느라 정신이 없어서."
"3학년 1반인데 그만큼 뛰어난 재능과 천재적인 감각들을 가진 동시에 아주 심한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반 입니다."
"그래요?아마,조만간 아버지가 찾아뵐 수 있으면 이곳에 한번 들리신다더군요."
"영광입니다.그럼 수업종이 울리기 전에 올라가보시죠.반은 2층 맨 오른쪽 복도입니다."
"네,감사합니다.수고하세요."
반을 확인하고서 2층 오른쪽 복도를 향해 걷고 있었다.수근수근 거리는 소리가 참 거슬리네?할 말이 있다면 앞에서나 할 것 이지.
아,그런데 괜히 교복 치마를 줄였나?안그래도 살쪄서 지금 미칠 것 같은데 괜히 줄인 것 같네….
요세 유행하는 컷으로 해달라니까 자주가는 헤어숍 언니가 알겠다며 자신만 믿으라고 말해놓고선 내 긴 머리를 싹뚝 잘라버렸다.
나는 그게 아니였다고….내 머리 길이에서 지지고 볶든 염색을 하든 하라는 거 였는데…역시,자세히 말해줘야겠어.
왜 가위를 드나 했더니…아휴.그나저나 이 반은 꽤나 시끄럽네.
재밌을 것 같기도 하고 말이야.
"늦어서 죄송합니다.이 학교를 찾느라 길을 좀 헤맸네요.플러스로 교장 선생님도 뵙고 오느라 좀 늦었습니다."
"그러니?괜찮단다.어차피 조회중이였고 일단 들어와서 간단하게 자기소개라도 하겠니?"
"그러죠."
나는 교실을 한번 삥 둘러보았다.관심없다는듯 자거나 딴 짓을 하는데 열중하는 아이들과 나를 흥미 있다는듯 쳐다보는 아이들.
하지만 나는 아랑곳 하지 않고 교탁 앞으로 다가와 섰다.그리고 앞으로의 일을 기대하며 웃어보였다.
활짝은 아니더라도 그냥 1년동안은 뭔가 많은 일들이 일어 날 것만 같은 느낌에 기대감에 가득한 웃음이였다고 해야하나?
수근거리는 아이들을 무시한 채 나는 잠시 굳게 닫고 있던 입을 떼었다.
"만나서 반갑다.현로담이라고 한다.남은 1년 즐겁게 생활해보자."
* * *
그렇게 아무 탈 없이 한 교시 한 교시가 잘 지나가고 있었다.나에게 말을 걸어오는 아이들은 단 한명도 없었다.
덕분에 입이 근질거렸고 심심했다.수업도 무척이나 지루했고 나는 내 가방에서 공책과 연필 그리고 지우개를 꺼내들었다.
MP3를 꺼내들었고 이어폰을 귀에 꽂고 내가 집에서 작곡한 파일들을 들으며 빠르게 가사를 써내려갔고 미완성 된 곡들의 뒷부분을
완성 시켜가며 내가 좋아하는일,내가 하고싶은일에 집중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쩌다보니 내 입에서 흥얼거리는 노래소리가 나오기 시작했고 나는 수업시간도 잊은 채 반 아이들의 시선도 잊은 채 즐겼다.
쉬는 시간이 되어서야 나는 연필을 내려놓았고 이어폰을 귀에서 뺐다.그러자 한 남자아이가 내게 말을 걸었다.
"야."
"왜?"
"방금 니가 흥얼거리던 노래."
"그게 뭐?"
"그거 노래 제목 좀 알려줘봐."
"그거?내가 작곡한 노랜데?"
"진짜?"
"진짜."
"네 천재적인 감각이 작곡이란 말이지."
"아니."
"아니라고?"
"응,뭐 작곡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난 절대음감이야."
"그걸 네 입으로 잘도 말하네."
"그래,뭐…자랑이지."
"한도환이다.이 학교 천상의 목소리라고도 불리지."
"그걸 네 입으로 잘도 말하네?"
"그래,뭐…자랑이라고 할 수 있지."
그렇게 나는 한도환이라는 아이와 친해졌다.같이 급식을 먹으며 음악의 대한 얘기들을 함께 나누며 마지막 HR시간인 자율을 땡땡이
치고서 운동장 스탠드에 앉았다.한도환은 춥다며 곰 처럼 겨울 잠을 미친듯이 자 버리겠다며 엎드려버렸다.
지금쯤 운동장엔 아무도 없을 줄 알았더니 이 학교에도 축구부가 있었나?했을만큼 아침엔 고요했던 운동장이 지금은 무척이나
시끄럽다.차디 찬 운동장 스탠드 계단에 앉아 있으려니 엉덩이가 너무 시려워서 꽂고 있던 이어폰을 빼고 일어서려는데 무언가가
이리로 날아오고 있었다.나는 깜짝 놀라 고개를 빠르게 숙였고 다행히 내 숙인 머리위로 날아간 것은 나를 맞추지 않았다.
나는 잔뜩 성난 표정으로 그 물체가 날아간 곳을 바라보니 다름아닌 축구공이였다.
"씨…아오,욕나오게 하네.공을 누가 이따위로 던지고 지랄인데!!"
내 큰 목소리에 놀란 듯 갑자기 축구부 아이들이 모두 나를 쳐다보기 시작했고 나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리고 축구부에 한 남자애가 이리로 빠르게 걸어오더니 나를 지나쳐 공을 주워가려고 했을 때 사과 한마디 하지 않은 녀석을
다짜고짜 붙잡았다.그러자 내 손을 거칠게 쳐내더니 나를 노려보기 시작했다.노려보면 나도 똑같이 노려봐줄께.
사과도 안하고 그냥 가려고 했단 말이지?
"야."
"뭐야."
"사과해."
"내가 왜."
"네가 분명히 공 이리로 날렸잖아.안그래?그리고 내가 안피했다면 나 분명히 이 공에 맞을 뻔 했거든?"
"그래서."
"사과하라고."
"사과 받고 싶냐."
"어,난 사과 꼭 받아야겠는데."
"2학년10반 박 하.사과 받고 싶으면 학교 끝나고 찾아와라."
그리고 황급히 뛰어 다시 축구를 시작하는 저 남자애를 보며 화가 치밀어 올랐다.
감히 현로담의 말을 무시하고 축구를 하러 갔다 이거지?그리고 사과를 지가 하러 와야지 받고 싶으면 자기를 찾아오라고?
뭐 이런 골때리는 새끼가 다 있어.분노의 걸음질을 하며 교실 뒷문을 거칠게 열고 들어섰고 다행히 담임 선생님은 계시지 않았다.
도환이는 여전히 자고 있었고 마지막 종이 끝나는 소리가 들렸고 나는 종례도 듣지 않은 채 2학년 10반으로 향했다.
그런데 대체 2학년 10반은 어디인가?나는 지나가는 한 여자아이를 붙들고 물어보았다.3층 맨 왼 쪽?아,이게 규칙적인가?
한참을 돌아다닌 끝에 2학년 10반에 도착했고 이제 막 아이들이 종례를 끝마치고 나가는듯 보였다.
"어이,나 찾냐."
"딴건 다 필요없으니까 사과나 해."
"그렇게 쉽게 사과 할 것 같았어,내가?"
나를 복도 끝으로 몰아 넣었니 자신의 두 팔에 가둬둔다.미친,어디서 본 건 있어가지고 아주 재대로 사람 야마돌게 하네?
어디 갈 때까지 가보자는 심산으로 가만히 반항도 하지 않은 채 웃음을 띄우고 이 몹쓸새끼를 바라보았다.
나와는 반대로 웃음끼 하나 띄지 않은 굳은 표정으로 나와 점점 거리를 좁혀 오더니 그때서야 씨익 웃는다.
그렇게 웃으면 어쩌겠다는 건데?그리고 입술이 다을랑 말랑 할 때 쯤에 나는 녀석의 넥타이를 잡아당겨 그대로 내 입술로 돌진하게
했다.능숙하게 리드하는 나는 키스를 오질나게 못하는 몹쓸새끼를 비웃으며 입술을 뗐다.
"까불지마,꼬마야.누나는 그렇게 호락호락한 여자가 아니란다."
"씨발."
"사과는 이걸로 만족할께.그럼 안녕."
쌤통이다.그러니까 누가 잠자는 사자의 콧털을 건들이랬냐고.한껏 후련해진 속으로 힘찬 발걸음으로 내 오피스텔에 들어섰다.
내 작업실처럼 되어있는 이 공간에 가방을 던져놓고 미친듯이 작업에 몰두하고 있었다.순간 누군가 초인종을 눌렀다.
나는 누군지 물어보지도 않고 문을 열어주었고 나를 확 껴안아오는 미호를 볼 수 있었다.고작 삼일 안본건데 아주 난리를 친다.
나는 발광하는 미호를 진정시키고 오렌지 쥬스를 한 잔 가져다 주었다.
"학교는 어땠어?"
"친구 사겼어.한도환이라는 남자앤데 착해."
"헐?한도환!?"
"왜,아는 사이야?"
"아니!!!!그 쪽 동네에서 완전 소문난 애 잖아!인맥도 죽인다던데!!생긴거 쩔고 목소리가 대박이래.노래할때 진짜 굿이래!!"
"그래?그래서 지 입으로 천상의 목소리 어쩌고 지랄을 한거였구만."
"로담아,나 걔 소개시켜줘…."
"아련한 척 하지마라.그리고 아주 당돌한 꼬맹이 한명도 봤어."
너무 당돌해서 탈이였지만 말이야.하지만 결국엔 내가 엿맥이고 돌아서긴 했는데 또 마주치진 않겠지?
아무래도 진짜 즐거운 것 같단 말이야.이 학교.천하의 현로담을 즐겁게 해주는 건 아마도 학교가 될 것 같아.
내일도 정말 기대된다.
(-)
안녕하세요!
첫댓글 잘보고가여
잘 보고 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