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김장을 삼백폭 했습니다.
한 열흘전부터 남편과 이틀동안 고추다듬고,
마늘 사흘밤 까고, 야채다듬고 씻고,
낮으론 틈틈히 김장 품앗이 다니며 동네 아줌마들과 속노란 배추에 수육에다 동태찌게에 점심을 나누고.
시골은 집집이 김장하는게 엄청 납니다.
시동생들, 친정 동생들, 그리고 여기저기 보내줄 김치들,
그리고 집에서 일년동안 먹을 김치들.
집집이 다들 이삼백폭이 다 넘습니다.
너무 많으니 혼자선 도저히 못하고 밤으론 김장 준비하며 낮으론 품앗이 다니며 밤낮으로 김장을 한열흘하고 나면 다들 온 몸이 작살날 수준.
새벽 4시에 일어나 대충 청소하고 새벽에 아침밥 한술뜨고,
커다란 다라다라마다 물을 받고 모든 준비 마치고 아침 여덟시에 트럭으로 동네 아주머니들 모시러 서너차례 남편이 출동 합니다.
뜨거운 커피한잔을 시작으로 산처럼 쌓인 잘 절인배추를 씻기 시작합니다.
돋서도 오고, 품앗이 다닌 아주머니들에,
배추 많다고 그냥 해주시는 인정 많으신분들은 나중에 남편이 땔 나무라도 한차씩 실어다 드립니다.
점심메뉴로 오른 토종장닭 세마리 잡아줄 시동생,
무거운것 들어다줄 남편과 절친한 홀아비 아저씨,
칠십이 훨넘으신 옆집 아주머니,
그리고 마누라가 품앗이와 점심 드시러오시는 아저씨들...
그렇게 김장이 시작 되었습니다.
몇십년 일로 살아오신 굳은살박힌 손들은 척척진행이 되어 열한시에 씻기다 끝나고,
목삽겹 수육에다 노란 속배추 절임에 작년에 따서 담은 노랗게 우러난 개 복숭아술에 참을 드십니다.
양념을 두 다라에 나눠서 나중먹을 멸치젓갈과 새우젓갈을 넣은것과,
먼저먹을 생굴과 생새우를 넣은것을 버무리고, 이제 배추 속넣기가 시작됩니다.
한쪽에선 구수한 닭 삶는 냄새가 퐁퐁나고,
김치를 버무리시는 아주머니들은 노래가락이 흘러 나오고,
마당에 세워둔 트럭 적재함 바닥엔 술과 수육과 곁드린 양념에 동네 아저씨들이 어우러지고,
통통이 채워지는 김치들...
끝날것같지않은 배추는 조금씩 줄고 두시를 넘겨 늦은 점심을 먹게 되었답니다.
김치를 담으러 생굴을 사가지고온 친구와 점심을 차리고.
아주머들께서 돌아가시고 남편은 뒷정리에 정신이 없습니다. 마당으로 하나인 온갖 크고 작은 수십개의 다라들, 콘테이너들, 배추 시레기들.
전 우거지 지른 김치통을 눌러 묶어 마무리하고, 상치우고...
설겆이도 못하고 온 몸이 으슬으슬,
따뜻한 곳에서 두세시간 다리도 못펴고 죽어 잤습니다.
전화소리에 무거운 몸을 일으키고 그 단잠이 올 김장김치의 고달픔도 함께 잠재운걸 느꼈지요.
뻑적지근한 어깨와 허리 무릎,
몸살이 날것 같았던 몸은 많이 가벼워졌지요.
이렇게 올 김장은 끝이나고 글이되어 남겨지는군요.^^
아~~~이제 조금 살만합니다.
대단하세요.. 전 애들이 주말농장에서 뽑아온 6포기하고 힘들어 죽는줄 알았는데..어렸을때 동네에서 몇십포기씩하면 옆집아줌마들 와서 품앗이 하던 풍경이 그려지네요
몇폭하나 몇십폭하나 재료준비하고 힘든것 같은것 같아요. 수고하셨네요.^^
좁은문님 오랫만이네요. 그동안 까페에도 못 들어 왔지만 이곳도 첨이네요. 가을 나들이도 취소되고 바쁘기만 하다가 ㅎㅎㅎ 근데 김장이 정말 대단 하네요. 완전 동네잔치 수준이구만요. 난 오늘 15포기 하는데도 저녁 되어서야 마치고 온 삭신이 아리고 쑤셔서 누웠다가 좀전에 들어왔는데, 정말 존경스럽다. 그래도 너무 무리인거 같어요. 힘 든 만큼 뿌듯함도 크겠지만, 땅에다 묻어 놓았다가 내년 여름쯤에 꺼내 먹으면 정말 맛나겠다. 내년 5~6월쯤에 김치 먹으러 가야지.ㅎㅎㅎ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고 못 오게 할려나?
언니 저도 반가워요^^ 저희가 김치없음 하루도, 아니 한끼도 못살거든요. 그것도 익은 김치로만. 일년내 김장김치 안 떨어져요. 언제든 오시면 김장김치 맛 뵈어 드릴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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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하는날 정신 없어요. 이리뛰고 저리 뛰고 커피타내고 고기 삶아내고 점심하고 틈틈히 김장하는것 양념에...그래도 전 바쁜게 좋아요. 농사일이 좋구요. 버섯과 밤을 제외한 수입은 다 제거거든요.ㅎㅎㅎ 배추도 마늘도 대파 쪽파 갓, 당근 무우 제가 모두다 심어서 해 먹으니 건강에 좋구요.ㅎㅎㅎ 많이 하면 친구들도 나눠주고 일년내 푸짐하게 먹어요.^^
님!! 울 언니가 배추를 절여서 40포기를 보냈대요ㅠㅠ 저번에 30포기 햇다구 했는데도 울 착한 형부께서 기여기 어머니꺼까지 일년동안 김치 담지 말라구 하시면서 보내셨는데 많기도 하구 해서 동치미를 만들어 보구 싶어서 여쭈어 봅니다. 배추 동치미 한번도 안만들어 보았는데 도움 좀 주세요! 10포기정도 해서 어른 국물 시원하게 드시게 잘 만들고 싶은데 인터넷도 별뾰족한 수가 없네요~ㅎㅎ 잘만드시는 분꼐 여쭈어 보구 할려구요~~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