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게 지나는 세월 속에서 어느덧 내 나이 인생 70을 지나고 있어 사회적 정년에서 벗어나고 있음을 보게 된다.
그동안 오직 나와 나의 가정을 위해서 그토록 바쁘게 살아오면서 곁을 돌아볼 여유를 갖지 못했고 주변의 친구들도 점차 직장에서 물러나 퇴직하는 상황들이 눈앞에 다가온 현실이 되다 보니 이제 남의 일이 아니라 여겨지고 남아있는 생을 정말 의미 있고 행복한 인생으로 가꾸어가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으로 요즈음 많은 생각들을 하며 지내고 있다.
그러던 시기에 참으로 우연하지 않게 읽게 된 “헐 하우스에서 20년”은 나에게 많은 것들을 깨우쳐주는 동시에 어떻게 사는 것이 진정 가치 있는 삶인가? 라는 질문을 던져주는 커다란 주제로 작용하고 있음을 부인할수 없을 것 같다.
저자인 “제인애담스”의 생애를 담고 있는 자전적 에세이(essay)를 통해서 한 사람의 숭고한 사상과 인생철학이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영향력을 끼치고 세상을 변화시키는지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어 좋았고 불평등한 세상에서 몸소 나눔과 사랑을 실천하고 행동하는 분들이야말로 존경스럽다 못해 귀하게 여겨지고 스스로 낮아져서 평생의 삶 전체를 그늘진 곳에서 가난과 질병으로 소외되고 아픔을 겪고 있는 우리의 이웃들에게 친구가 되고 위로자가 되어주며 소망을 갖게 해주는 일이어서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정말 참되고 소중하고 가치 있는 삶이 아닌가 생각된다.
말은 쉽지만 실제로 자신의 전부를 이웃을 위해 헌신한다는 것은 쉽지 않으며 잠시 누구를 도와주고 선한 일을 할 수는 있겠으나 “제인애담스”처럼 오로지 다른 사람을 위해 살고자 자기의 삶, 전체를 헌신하며 희생하는 것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라 여겨진다.
병들고 가난하고 절망 가운데 있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그들의 필요를 채워주는 일을 국가가 모두 책임질 수 없기에 끊임없이 사회복지제도가 요구되고 있고 숨은 곳에서 남을 도우며 알게 모르게 좋은 일을 하는 분들이 많으나 아직도 한없이 부족하고 이는 선진국이라 할지라도 좀처럼 해결하기가 어려운 일로 어쩌면 국가와 사회가 안고 있는 영원한 미완(未完)의 숙제로 남게 될 것이 분명하다 하겠다.
저자인 “제인애담스”가 이처럼 사회복지에 크나큰 관심을 지니게 된 이면에는 그의 성장배경도 중요한 밑거름이 되었다고 보며 그에게 많은 배움의 기회들을 제공해준 그가 그토록 존경하는 아버지의 영향도 지나칠 수 없는 하나의 이유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교육을 위한 과정에서 다양한 서적들을 두루 탐독하면서 얻게 된 깊이 있는 지식과 많은 경험을 쌓고자 세계 곳곳을 여행하면서 바라본 또 다른 세상의 그늘진 모습들이 그를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하게 했고 마침내 그의 인생을 소외된 이들을 위해 살아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하는 하나의 계기가 되었을 것으로 미루어 짐작해 볼 수 있다. 그리고 절대적인 동기를 꼽는다면 그가 지닌 장애와 그의 신실한 신앙이 결국에는 “헐 하우스”를 시작하게 한 결정적인 이유가 되었을 것 같고 그가 성장하면서 겪어야 했던 환경적 요소들이 아마도 복합적으로 작용했으리라 믿어진다.
저자는 목표와 자기 주관이 분명한 사람으로 어떻게 사는 것이 의미 있는 삶인가를 일찍이 알고 있었고 정해진 목표를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는 긍정의 사고(思考)를 지닌 사람임을 알수 있다.
그는 옳다고 생각하는 일에 주저함이 없었고 그의 실천하는 사랑을 바라보는 주변 사람들이 그를 통해서 힘을 얻고 깊은 감흥(感興)을 받지 않았을까 싶다.
그는 항상 약자 편에서 일했고 국가와 사회가 할 수 없는 일들을 했기에 그의 수고가 정말 값진 것으로 그의 선행이 미국 전역뿐 아니라 전 세계에 알려지고 그의 영향력이 극대화되고 놀랍게 확산(擴散)되는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고 보아 진다.
그가 이룬 업적들은 실로 대단하지 않을 수 없으며 “그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나중은 심히 창대하리라” 한 성경 말씀이 그대로 성취된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저자는 지식인 중, 지식인이며 생활환경도 비교적 부유한 형편임에도 어려서부터 남달리 어려운 이웃들에 대해 관심이 많았고 그 관심을 자기의 삶에 그대로 적용한 인물이기에 더욱 그의 삶이 빛나고 존경스럽고 위대해 보이는 것이 아닐까?
대개의 사람은 자신만을 위해 사는 경우가 허다하고 자신의 부와 명예와 권력을 위해 일평생을 노력하고 자신의 전부를 바쳐서 무언가를 이루려 하는 것이 대부분인데 정말 위대한 인물들의 삶을 보면 지향하는 인생의 목표와 목적이 분명히 다르다는 것을 쉽게 알 수가 있을 것 같다.
온 인류의 존경과 추앙(推仰)을 받는 聖女 “마더 테레사” 수녀가 그러하고 비록 드문 일이지만 오늘날에도 가끔 자신의 전 재산을 아낌없이 사회에 환원하는 분들을 보면서 감동이 되는데 남을 위해 자신의 것을 주는 것이 진정 가치 있고 고귀하고 숭고한 일이기 때문일 것이다.
비근(卑近)한 예로 가깝게는 우리 주변에도 ‘청량리 굴다리의 기적’이라고까지 알려진 “다일공동체” 최일도 목사님과 “밥-퍼” 이야기가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고 그 외에도 드러내지 않고 어려움을 겪는 분들을 돕는 숨은 봉사자와 사랑의 수고가 지금도 세계 도처(到處)에서 계속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제인애담스”는 평생을 굶주리고 가난한 빈민과 보호받지 못하는 노동자들과 함께하는 것을 그의 즐거움으로 삼았고 그가 끝까지 그 길을 갈 수 있었던 것은 사람을 차별하지 않는 그의 고매(高邁)한 인격과 훌륭한 아버지 밑에서 잘 다듬어진 품성이 그가 수많은 사람으로부터 칭송(稱頌)받는 위대한 여성이 될 수 있었지 않았나 싶다.
복지실현을 위해 사회 불균형을 시정하고자 일선에서 부딪히면서 얼마나 많은 반대가 있었을까 싶고 그럴 때마다 그만의 지혜와 포용력이 발휘되었을 것으로 생각되며 결과적으로 모두에게 유익이 되는 방향으로 결론이 나지 않았을까 싶다.
그가 담당했던 일의 성격을 보면 보육원과 유아보호센터를 시작으로 빈곤층을 위한 구제 활동과 도시빈민 노동자들의 처우개선, 여성 노동자들의 부당한 근로, 이민자들의 고충, 아동노동 폐지, 청소년문제, 약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법제도 확립 等 그의 활동 영역이 점차 곳곳으로 확대(擴大)되어 갔음을 알 수 있으며 또한 선한 일을 함에 있어 방해도 많았고 그를 괴롭히는 일들로 인해 마음 상할 때도 있었겠지만 확고한 목표를 향해 당당하게 나아갔기에 그의 뜻을 이룰 수 있었다고 여겨지며 약한 자들의 인권과 권익 보호와 세계평화를 위해 기여(寄與)한 공로로 인류 역사상 최고의 영예인 ‘노벨 평화상’ 수상자까지 될 수 있었다고 보아 진다.
그의 삶을 들여다보면 자신보다는 언제나 사회공동체의 이익을 대변했고 약자 편에서 조정자의 역할을 탁월하게 수행했으며 불의와 타협하지 않고 오직 사회정의와 공평한 세상을 만들고자 최선을 다한 자타가 인정하는 훌륭한 사회운동가였음을 알 수가 있다.
그의 이 같은 열정은 주변에 수많은 자원봉사자에게 동기부여가 되기에 충분했고 그가 설립한 미국 최초의 사회복지기관인 “헐 하우스 20년” 역사는 실로 인간이 인간답게 살 권리가 있음을 온 세상에 일깨워준 값진 교훈이 되고 있으며 사회복지를 위해 일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던져주는 더 없는 교과서이자 최상의 지침서가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한 여성의 비범(非凡)한 꿈이 현실로 이루어져 가는 과정에서 자유와 희망을 향한 인간의 무한한 의지와 용기가 진한 감동으로 다가왔고 나 자신 그동안의 삶을 겸허히 돌아보는 기회가 되고 있으며 새로운 인생관과 가치관을 정립(定立)함에 크나큰 도움이 되고 있음도 사실이다.
주는 자와 섬기는 자가 복이 있다고 했는데 저자인 “제인애담스”는 이웃의 아픔을 자신의 아픔 인양, 베푸는 것을 사명처럼 여기며 평생을 살았다고 생각되며 이는 “우는 자와 함께 울라” 하는 성경의 가르침과 일맥상통(一脈相通)한다고 느껴진다.
선한 뜻을 품고 오로지 남을 위해 헌신하는 삶이야말로 어찌 보면 가장 고상하고 아름다운 최상의 삶이라 여겨지며 나아가 하나님이 감동하실 수 있는 위대한 능력이 아닐까 싶다.
“헐 하우스 20년”은 독자들에게 무엇이 중요한가를 깨우쳐주는 단순한 지식 이상의 높은 이상(理想)과 강한 메시지를 담고 있으며 사회 공익과 복지 분야를 공부하는 모든 분 들이 한 번쯤, 꼭 읽었으면 하는 필독서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새삼 한 알의 밀알이 썩어질 때, 수많은 열매를 맺게 된다는 숭고한 진리가 가슴으로 뜨겁게 전해오는 것을 강하게 느끼며 그 어떤 책보다 감명(感銘) 깊게 읽을 수 있어 무척 다행스러웠다.
내 나이 일흔을 지나면서 남은 생애를 무엇을 위해 살까? 고민하던 차에 읽게 된 한 권의 책이 나에게 새로운 도전을 주고 있으며 부족하나마 그동안의 경험과 내게 주어진 달란트를 활용하여 나 또한 이웃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고 있음도 나름, 무척 의미 있고 거룩한 부담이 아닐까 싶다.
기쁨은 나눌수록 커지고 고통은 나눌수록 작아진다는 말처럼 비록 작은 사랑이라 할지라도 하나씩 행동으로 옮기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필요하리라 여겨진다.
진정 아름다운 인생이란 자신만을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이웃의 행복을 위해 자신의 것을 내어주고 희생하는 것임을 “헐 하우스 20년”을 통해 배우며 인류를 위해 헌신의 삶을 살았던 분들에게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아낌없는 감사와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글=장명길)
첫댓글 귀한 교훈 글 감사합니다.
자료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