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스크럼 풀지 않고 있지만 그들에게서
그날의 긴장 읽을 수 없다 어떤 놈들은 벌써
대열로부터 벗어나 풀섶 저 혼자 비스듬히 누워
좌선에 들어갔거나 흙과 더불어 나뒹굴며 시월
달아오른 햇살에 살비듬이나 풀풀풀 날리고 있다
사각의 단단한 표정도 어지간히 풀어져 둥근 웃음을
하고 어떤 놈들은 천진하기가 서산 마애불 같다
山城이여, 그대에게서 나는 증오와 불신 대신
차라리 관용을 읽고 간다 한 시절 무엇인가
지킬 것 있고 앗을 것 있어 城은 세워지고
적의의 깃발 세상 덮었겠지만 시간 이길
미움은 없는 것이다 살다 보면 막힌 하수구처럼
생은 뚫어야 할 일로 매양 분주한 것이어서 모처럼
山城이나 왔으면 향토 사학자와 같이 근면한
표정이나 짓고 갈 일이 아니다 산 아래 멀어서
근심과는 아무런 상관없는 얼굴을 하고 있는 마을
담아 사진이나 찍고 얼큰하게 풍경에 취해서
삐뚤삐뚤 돌아갈 일이다
-시집<<위대한 식사>>(세계사,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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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이 없는 스크럼은 때로 웃음거리다.
강아지가 드나드는 울타리를 보라.
관광지가 된 山城들의 이완을 보라.
그리고,
386세대의 축 처진 아랫배를 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