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고지 이전으로 인한 상처때문에 제가 쓰는 오리온스 마지막 글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차기 시즌에 대한 기대가 상당했던 저로서는 이번 연고지 이전 사건과 관련해서 그 과정에서 너무나 큰 실망을 했기에......선수들 생각하면 그래도 오리온스 경기를 계속 볼것 같기도 한데......어쨌든 그냥 지난 15년간을 정리해보고자 글을 남깁니다.
오리온스는 사실 KBL 역사로만 따지면 최고의 명문구단이 될 수 있었습니다. 원년부터 한기업, 한연고지에서 시즌을 치른 유일한 팀이었고, 한때는 전국구 인기팀이었으며 성적 역시 꾸준하고 좋았죠. 하지만, 심모단장의 부임과 김승현의 부상, 이면계약으로 인한 갈등을 시작으로 한없이 무너지기 시작합니다. 2000년대 중반까지 명문구단을 꿈꾸었는데 지금은 이보다 나쁠수 없다는것을 보여주는 팀이 되어버렸습니다. 아마 요 몇년간 오리온스의 행보는 어쩌면 한국 프로스포츠 역사상 최악이 아닐런지....
오리온스의 시작은 실업팀 동양으로 시작하죠. 동양은 전희철-김병철 중심으로 팀이 창단되었고, 대우는 우지원-김훈중심으로 팀이 만들어졌죠. 아무래도 동양쪽이 더 나은 전력을 가졌던것으로 기억됩니다. 프로창단되기전 실업대회에서 창단한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동양이 우승했던것으로 기억합니다.
프로 출범후 오리온스는 좋은 전력을 선보입니다. 두시즌 연속 상위권 성적을 찍었던것으로 기억합니다. 당시 팀의 간판은 전희철 선수였던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러던중 오리온스는 중요한 결단을 내립니다. 최근 안양이 보여주었듯이 전희철, 김병철, 거기에 신인으로 입단할 예정인 박재일까지 군입대를 시킵니다. 이들이 군대를 다녀온후 우승을 노리겠다는 시나리오였죠. 하지만, 이들의 공백은 상상을 초월했죠. 다음시즌 32연패라는 아직도 회자되는 기록을 세우게 됩니다. 하지만, 당시에 대구팬들은 여전히 경기장을 찾아주었고, 오리온스 구단 역시 가수초청등 다양한 이벤트를 마련합니다. 그 후 전희철, 김병철이 해마다 돌아오지만 오리온스는 기대밖의 성적을 냅니다. 오리온스로서는 포인트가드부재를 해결하기 위해 김병철은 포가로 기용하는 수까지 내지만 대실패.... 신인보강 역시 99년 조우현, 00년 이흥배로 그다지 좋지 못했고.....
특별한 반전이 없었던 오리온스는 여러모로 역사에 남을 드래프트픽을 하게됩니다. 바로 김승현이죠. 당시 동국대소속으로서 일반인에게 무명이었던(물론 대학때 대학선발은 물론, 기록에서나 전문가에게는 능력을 인정받았지만) 김승현을 3픽으로 지명하게 되죠. 송영진은 어느팀이든 1픽하는게 당연한것이었고, 2픽으로 골드뱅크가 전형수를 지명하는 덕분에 오리온스가 당초 목표대로 김승현 획득.......김승현이 오리온스 1번 자리를 어느정도 해결 해주리라고 예상은 했지만, 어마어마한 신인 성적을 찍을줄은 당시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죠. 김승현-김병철-전희철-힉스-페리맨이라는 이상적인 라인업으로 오리온스는 창단 첫 우승을 이루어냅니다. 김승현은 MVP, 신인상을 최초로 석권하며 센세이션을 일으킵니다. 이때를 기점으로 오리온스는 전희철-김병철에서 김승현중심으로 팀이 운영되게 됩니다. 우승후 오리온스는 전희철이 아닌 김병철을 선택하고, 전희철은 씁쓸하게 트레이드 되고 오리온스 3번 자리는 아주 오랬동안 약점 포지션이 됩니다. 하지만 02-03시즌 오리온스는 여전히 좋은 모습으로 정규시즌 우승을 하지만 챔스에서의 불운(잃어버린 15초)등으로 통합우승을 놓칩니다. 그 후 오리온스는 서서히 우승권에서는 멀어집니다. 하지만 김승현-김병철이라는 화려한 백코트를 중심으로 용병과 더불어 화려한 농구를 선보이면서 꾸준히 상위권 성적을 유지함과 동시에 전국구 인기팀으로서 위용을 자랑합니다.
하지만 심용섭단장의 부임과 더불어 내부적으로 김승현과 팀간의 이면계약으로 인한 불편함이 서서히 시작됩니다. 김승현이 건강할때는 그것이 조용히 넘어갔지만, 김승현이 혹사에 의한 부상과 본인관리 소홀로 정상적인 몸관리를 실패하고 부진에 빠지자 이러한 갈등이 서서히 표면에 드러납니다. 그러는 사이 팀성적은 팀성적대로 떨어지고, 감독 역시 수없이 교체가 일어납니다. 이면계약사건으로 온세상을 밝혀지고, 어설프게 수습되는듯하나 다시 1년이 지난후 다시 터지고 말고, 김승현은 아직까지 코트에 복귀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농구의 인기가 갈수록 떨어지는 상황서 농구대잔치가 아닌 KBL에서 만들어진 최고의 인기 선수가 이지경까지 온것은 여러모로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고 볼 수 있죠. 김승현의 몰락은 결국 오리온스의 몰락으로 봐도 무방할듯합니다.
몇년간의 하위권으로 인해서 최근들어 좋은 신인들을 보강해서 점점 나은 전력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기대치가 어느정도 높아지는 시점에서 뜬금없이 연고지 이전을 발표합니다. 명분도 약할뿐더러 설령 그러한 이유로 연고지 이전을 한다고 해도 그 일련의 과정은 정말 최악이 아닌가 싶네요. 본인들이 지은죄를 알아서 야반도주하듯이 도망가는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러한 현실자체가 참 씁쓸합니다. 이렇게까지 최악의 결별을 할 수 있나 싶네요.
기억나는대로 썼는데 틀린부분이 있는지 모르겠네요. 02년도 우승현장에서 기뻐했던것이 기억에 생생한데 지금 상황이 되어보니 참 기분이 안 좋네요. 명문구단이 될 수 있었던 오리온스.....하지만, 지금은........
ps 전희철 선수도 sk에서 영구결번식을 해서 안타깝더니, 김병철선수마저 생뚱맞게 고양에서 은퇴식을 하게 생겼네요. 김승현은 어찌될지 여전히 불투명하고..................참 안타깝네요.
첫댓글 저도 원년팬이지만 안좋을때나 좋을때나 믿고 기다린 결과가 이러니 좀 씁쓸하네요.
대구동양오리온스의 1기팬클럽이있기전의 최초의팬클럽.. VICTOR 회원이였던 저로써는 정말 씁쓸합니다..
고등학교시절때 양재 문화회관도 다니고 막그랬었는데..휴..
쇼타임 오리온스가 그립네요. 단장 하나 바뀌었을 뿐인데, 팀이 뿌리채 흔들리는 것도 모자라 뽑혀버린 현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아 정태호 단장님이 계속 해주셨으면...ㅠㅠ
저기 우승할때 5명중에서 패리맨은 모르겠지만 나머지 선수들은 마무리가 안좋네요;; 특히 전희철 너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