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이 안으로 굽는다.‘는 옛 말이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일이 생기면 나를 돌아보기보다 남부터 탓하는 것은 인간의 오랜 천성인지도 모릅니다. ‘남에게 관대하고 나에게 가혹해라‘ 귀 따갑게 듣고도 그렇게 실천하지 못하고 항상 뒤돌아서서 가슴 아파하는 사람의 마음,
“우리나라 속담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삼정승을 사귀지 말고, 제 몸을 깨끗이 삼가라.” 이것은 스스로를 힘쓰라는 말입니다. “네 집 쇠뿔이 아니면 어찌 우리집이 무너지겠느냐?” 이것은 남을 탓하는 말입니다. “밤에는 흰 것을 밟지 말아라. 물 아니면 돌이다.” 이것은 어두운 길을 걸어가는 사람에게 주의시키는 말입니다. “나가며 고개 숙이고 들어가며 고개 숙인다고, 문을 공경해서 그러겠느냐?” 이것은 남과 부딪치는 것을 타이르는 것입니다. “주인집에 장이 떨어지자 나그네가 국을 마다 한다.” 이것은 주인과 나그네가 함께 편안해 한다는 이야깁니다. 형이 내게 충고하려는 점이 이 몇 가지 가운데 어느 경우에 해당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지금 대책을 세운다면, 깨끗하게 하는 것이 최선입니다. 뒤끝을 깨끗하게 하려면, 머물고 떠나는 것을 잘해야 합니다. 오래 머물 것인지 빨리 떠날 것인지, 내가 감히 공자처럼 그때그때 꼭 알맞게 할 수는 없겠지요. 그러나 어찌 다급하게 처신해서 남에게 더 비웃음거리가 되겠습니까?“(答應之書)
위 의 글은 연암 박지원이 면천군수로 있을 때 공주 판관 김응지가 충고를 보내자 박지원이 보낸 답신입니다. “그러나 내가 어찌 조그만 사내겠습니까? 한번 뜻대로 되지 않았다고 해서 멍하니 얼이 빠져, 공중에다가 돌돌咄咄(뜻밖의 일을 당하고 놀라서 탄식하는 소리로 진나라 때 고사)글자나 쓰고 있겠습니까? 나를 어찌 이다지도 부끄러워 죽고 싶게 만듭니까?”
작은 일은 작다, 큰일은 크다는 것을 빨리 깨닫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것도 결국은 사람의 일이라 완전한 판단은 아닐 것입니다. 무엇이 옳고 그른가? 알 수 없는 것이 세상사世上事입니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은 뜻밖의 일 같이 보이지만 오래전부터 예비 된 것이 그 형상으로 나타나는 일이고 백년도 못사는 우리들은 그것을 운명이라고 순응하면서 살다가 돌아가는 게 아니겠습니까?
오늘은 22대 국회의원을 뽑는 22대 총선 날입니다. 선거 기간에만 국민을 위하고 국가를 위한다고 해놓고 막상 선거에서 이기기만 하면 나하고 생각이 같으면 군자고 나하고 생각이 다르면 소인이라면서 자당의 이익과 자신이 이익에만 몰두합니다. 어디 그뿐입니까? 국민의 투표에 의해서 국회의원이 된 귀하신 몸이라고 유권자 알기를 똥 친 막대기쯤으로 생각하는 수많은 정치인들,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고, 죄를 짓고도 일말의 부끄러움을 모르는 정치인들, 그들에게 <햄릿>이 젊잖게 한마디 합니다.
“참으로 위대하다는 것은 거대한 목적 없이는 행동하지 않는다는 것, 그런데 명예가 문제일 때에는 지푸라기 하나를 위해서도 큰 싸움을 벌이다니 신기루 같은 명성을 몽상하고 잠이나 자러 가는 듯이 무덤을 향해 떠나는 죽음을 앞에 둔 2만 명을 보고 나는 부끄러울 뿐이구나.“
<햄릿>4막 4장에 나오는 글입니다.
중국 악양루에는 중국 북송 때의 문장가이자 정치가인 범중엄이 쓴 <악양루가>에 나오는 글이 걸려 있습니다. “천하(天下)의 근심을 먼저 근심하고(先天下之憂而憂) 천하의 즐거움은 나중에 즐긴다.(後天下之樂而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