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센터
김광호
당신은 언젠가 핸드폰을 고치러
서비스센터에 간 적이 있어요
무언갈 고치는 일을 멈추려면
무언갈 사는 일을 멈춰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그래서 당신은 누군가 사는 일을 멈추었다는 연락을 받은 적이 있어요
모르는 이름이라 슬프지는 않았겠지만 당신은 그 사람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을 겁니다 사람들도 그 사람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을 거고 그로 인해 그 사람은 그 순간 사람들 기억에서 좋은 사람으로 나아지고 있을 것이고 그러면서 사람은 수리가 되는 거라고
그렇게 믿으면 모든 것을 멈추는 일이 가능한 일이 될까
수리할까요
서비스센터 직원이 물어보면
나는 생각하게 됩니다
남아있는 생활비와
남아있는 사람들과
결국엔 네라고 대답하는 나에 대하여
희망은
네가 켜지 않았으면
고장날 일도 없었을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는 그 희망을 켰고
서비스센터 직원은
어두운 작업장에서
반짝이는 기계를 하나 꺼내어
크고 휜
날개를
펄럭 펄럭이면서
수리된 나를 건넨다
사람들이 이제
나를 좋은 사람으로 생각하게 될거라고
꿈에 젖은 잠을 깨고 나면
꿈에 젖어버린 마음을
하나씩 하나씩
말려보느라
밤의 전력을 모두 소비하는 중이고
사는 일을 멈추어야 한다고 생각이 드는데
서비스센터의 영업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입니다
웹진 『시인광장』 2024년 5월호 발표
김광호(金光鎬) 시인
1984년 전남 곡성에서 출생. 경인교육대학교 졸업. 아주대학교 교육대학원에서 석사학위 받음. 2020년 《문학사상》을 통해 등단. 현재 웹진『시인광장』편집위원. 초등학교 교사, 글발시인축구단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