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지사 할아버지 일대기 펴낸 손자 유부열
선열들의 숭고한 애국정신 계승 발전시켜야
▲ 유경근 일대기에 나타난 '강화.김포지역 3.1운동 주도 요약도'(p.13)
‘독립지사 송암 유경근 선생(1877∼1956) 일대기’의 저자 유부열(78세) 씨. 그는 선생의 손자이자 전직 고등학교 교장이다. 책 판형을 보니 4*6배판, 412페이지 분량이다. 그동안 조사한 자료를 바탕으로 70세에 집필을 시작해 4년 만에 책이 나왔다. 그런데 이게 완성이 아니다. 책 발간 후에도 새로운 사실(事實)을 5가지나 발견했다. 지금도 일대기 작업은 진행 중인 것이다. 최근에는 강화군광복회 주최 세미나에서 <유경근 애국지사의 독립운동과 보창학교>(2022년), <유경근 애국지사의 독립운동과 강화 3.1운동>(2023년)을 주제로 발표했다.
저자를 수원시 장안구 송죽동 자택에서 만났다. 일대기를 써야겠다고 마음먹은 동기부터 물었다. 이 작업을 손자 세대에서 하지 않으면 선생의 애국운동이 묻혀버릴 것 같아서라고 한다. 또 선생의 일생을 기록으로 남겨서 후손들이 본받게 하려는 의지도 작용했다. 대한제국기 전후부터 한일 강제병탄, 광복 전후, 6.25 전후까지 선생의 교육 구국운동과 독립운동, 건군운동 등 선생의 위대한 애국정신과 활동을 널리 알리고 기리기 위함이라고 담담히 말한다.
유년시절에 손자의 눈에 비친 할아버지의 모습이다. 국회의원, 군수, 경찰서장들이 부임 인사하거나 세배하려고 우리 집을 찾았다. 강화지역의 강력한 리더로서 연로하신데도 10리길 강화읍으로 거의 매일 외출하시는 분. 일제의 고문 후유증으로 늘 지팡이를 짚고 다니셨던 분. 더운 여름 우물물로 등물을 해드렸는데, 일제 고문으로 등피부가 우툴두툴 엉켜있었고 퍼런 멍자국이 남아 있었다.
▲ <독립지사 송암 유경근 선생 일대기> 겉표지
저자는 집안 차원을 넘어서 이 책을 펴낸 더 큰 뜻이 있다. 첫째, 선생의 알려지지 않은 독립운동 사실(fact)을 밝혀 독립운동 관련 국가기관이나 연구기관에 자료를 제공하고 둘째, 독자에게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확고하게 심어주기 위함이라고 밝힌다.
저자는 어릴 때부터 집안에서 구전되는 조부님의 독립운동 이야기를 많이 들으면서 자랐다. 특히 고교시절에 조모님, 부모님, 숙부님, 형님들로부터 상당히 많은 사실들을 듣게 되었다고 한다. 그는 퇴임 후 2009년부터 2018년 말까지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자료를 조사하고 수집하는데 집중했다. 2018년 11월, “강화 3.1운동의 지역사적 의의 학술심포지엄”에서 <독립운동가 유경근 선생과 3.1운동>이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2019년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10월 27일 조부님의 탄신일에 <독립지사 송암 유경근 선생 일대기>를 발간, 헌정하였다.
그는 이미 알려진 내용의 근거자료나 새로 조사 수집한 자료에 멈추지 않고 궁금한 것을 새로 조사 수집하기를 반복했다. 문헌조사와 탐문조사를 병행했다. 국내는 물론 선생의 발자취를 따라 블라디보스토크 옛 신한촌까지 방문했고 관계자들을 면담했다. 독립운동을 한 후손들도 만났다. 개인면담을 한 사람만 30여 명이다. 그가 일대기 집필 시 가장 유의했던 점은 사실(fact)에 근거하여 기술한다는 것이다. 한 점의 꾸밈이나 과장, 그리고 오류도 없이, 있는 그대로 투영되어 글을 쓴 나 자신을 물론, 할아버님께 한 점 부끄럼없는 기록으로 남겨지기를 기도하면서 글을 썼다.
▲ 독립지사 유경근 일대기의 저자 유부열 씨가 수원 송죽동 자택에서 포즈를 취했다.
에피소드 한 가지. 선생의 독립운동아지트(1914∼1919.7)인 서울 관철동 조선여관의 위치를 찾는데 무려 10여 년이 걸렸다. 현장 탐문과 문헌조사는 허사였다. 종로구청, 관철동, 여관업협회 어디에서도 100년 전에 일이라 기록도 없고 아는 사람도 없다. 의사 처남의 지인인 서울대 황상익 교수의 도움으로 조선여관의 주소가 기재된 동아일보 스크랩(1925.4.7. 2면6단 기사)과 1929년도 지적도, 현재 위치도까지 입수하게 되었다. 기쁨의 눈물이 한없이 쏟아졌다고 한다. 종로구 관철동 256번지, 위치는 현 보신각 근린공원 우정국로 2길 건너이다.
독립지사 송암 선생의 업적을 요약 정리하면 첫째가 교육을 통한 구국운동, 둘째는 독립운동, 셋째,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 건군운동이다. 그는 앞으로 독립운동 자료 발굴에 계속 정진할 것이며 순국선열의 독립정신 선양 활동을 전개하고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의 정체성 확립을 위한 일을 할 것이라고 다짐한다.
후손들이나 국민들께 하고 싶은 이야기는 ‘역사를 잊은 민족은 미래가 없다’는 것. 우리는 잃어버린 나라를 되찾기 위하여 목숨을 바쳐 독립운동을 펼친 선열의 숭고한 정신을 계승하고 발전시켜야 한다. 역사는 역동적인 생명체라고 한다. 도전과 응전의 연속이 역사이다. 역사에 얽매이는 민족 또한 미래가 없다. 대한민국 전 국민이 자유통일에 동참하자고 역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