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방울에서 교집합 줍다
지금까지 살아온 날들을 뒤적거려보면
내게 사랑을 주는 얼굴들은 내게 다가왔다
내게 위안을 주는 얼굴들은 내가 다가갔다
마음과 마음이 교집합이 되는 언저리가 좋았다
그 언저리에서
넘어졌다가 일어설 힘 얻었을 터
고향 뒷산에 줄지어 서 있던 소나무들
뒤뜰 감나무 감만큼이나 솔방울이 풍년이었다
그 나무와 나무 네 기둥 사이에
방 두 칸 편편하게 만들던 소꿉놀이
솔방울은 빵이었다가 떡이었다가 무엇이었다
나란히 둘레에 놓으면 울타리였다
어머니 되고 아버지 되고 아가 되고
집이라는 교집합 속에 코 박고 놀았다
나이 먹을수록 선명해지는 그 기억 때문일 터
방금 공원에서 만난 우뚝한 소나무에 솔방울들
호수를 스치는 바람결처럼
제 마음 내게 겹쳐 동그스름한 교집합 남겨놓는다
왜일까 왜일까 솔방울과 마주칠 때마다 나는 생각하고는 했지요
옛 친구를 불현 듯 만난 것도 같고 어머니 닮은 사람을 거리에서 문득
만났을 때 같기도 하고 마음에 두었던 오래전 사람을 만난 듯도 하고.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자꾸 올려다보게 되는, 끈끈한 이끌림 때문이지요.
온 몸으로 온기가 전해져오는 듯도 하고 아는 사람과의 눈맞춤 같기도 하고.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더니 이제야 알겠네요. 가만 가만 어릴적
장면들을 따라가 보니. 알겠네요. 솔방울은 친구요 어머니요 고향이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