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하늘을 수놓는/ 짱아야/ 짱아야/ 고추짱아야/ 고추/ 먹고/ 매워서/ 맴맴 맴도니?’
버스를 기다리던 때였다. 버스는 오지 않고 슬슬 지루해지기 시작할 즈음 예쁜 그림과 동시 한 수가 눈에 들어온다.
시를 읽어 내려가며 미소를 짓는 순간 누구의 손길에서 시작된 것인지 궁금해진다. 그동안 빛을 보지 못하고 책장 사이에 가려져 있던 충북 출신 작가들의 동시를 찾아내 시민들에게 알리는 작업을 하는 이가 있다.
바로 청주대학교 국어교육과 황경수 교수(50). 훈민정음 알리기에 매진하던 황 교수가 지난해부터 청주시 버스정류장을 비롯해 공원, 학교 등의 공간에 동시와 동요를 전시하는 프로젝트 ‘동시동락(童詩同樂)’으로 우리말 사랑에 앞장서고 있다.
강의· 연구, 24시간이 부족하다
황경수 교수는 훈민정음과 우리말 바로 쓰기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라면 학생, 시민, 공무원 등 대상에 상관없이 어디든 달려가 무료로 강의를 하곤 했다. 중세국어를 전공한 그는 외국어에 아랫목을 빼앗긴 우리글 훈민정음에 대한 애착이 많았다.
그는 훈민정음은 세종대왕께서 만든 우리나라의 언어라는 사실은 익히 알고들 있지만 창제배경과 창제원리에 담긴 훌륭한 정신은 알려지지 않아 안타깝다고 말한다. 그래서 청주대학교 국어국문학과 학생들을 비롯해 여러 단체에 초청강연을 받을 때마다 ‘세종대왕의 훈민정음 이야기’를 주제로 ‘훈민정음 알림이’를 자청했다.
그뿐만 아니라, 평소에 공문서에 필요이상으로 어려운 용어와 잘못된 어휘들을 사용하는 것을 줄이기 위해 공무원 대상으로 ‘국어능력 향상반’을 개설해 수업하고, 시민과 학생들에게는 ‘국어능력인증반’을 만들어 무료로 가르치는 등 ‘국어, 바로 알고 바로 쓰기’ 운동에 앞장서 왔다.
“대학생 시절 ‘훈민정음 강독’이란 전공 강좌를 들으면서 느낀 게 많았습니다. 훈민정음은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지정될 정도로 훌륭한 언어인데 사용하는 우리가 그 가치를 잘 모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지요. 대학원에 가서 깊이 연구해야겠다는 결심을 하면서 제가 훈민정음을 알리는데 앞장서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우리언어 ‘훈민정음’ 배울 기회 많지 않아
대학에서 국어국문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은 관련된 강좌가 있어서 훈민정음을 공부 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 하지만 다른 과 학생들이나 일반 시민들은 세종대왕께서 창제한 언어가 ‘한글’이라고 말할 정도로 그에 대한 정보가 적은 편이다.
황 교수는 ‘한글’이라는 명칭은 1913년 주시경 선생이 지었다고 알려져 있기도 하지만 정확히 누가 지칭한 것인지 알 수 없다며, 원래대로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인 ‘훈민정음(訓民正音)’으로 부르는 것이 세종대왕의 창제 정신과 맞다고 강조한다.
그의 훈민정음 강좌는 해례본(언해본)을 토대로 진행되는데 강의가 끝나고 나면 수강생들이 간혹 어렵다고 말하는 것을 듣곤 한다.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훈민정음 이야기에 대해 어렵게 느끼는 모습을 보면 조금 아쉬운 점도 있지만 끝까지 자리를 지키고 설명을 들으면서 이해하려고 하는 수강생들의 모습을 보면 고맙기도 하고 우리언어 훈민정음의 앞날이 어둡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동시동락(童詩同樂)’,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나누고 싶다
충청북도자치연수원 공무원 교육이나 자유학기를 맞은 중학교에 찾아가 강의를 통해 우리글의 아름다움을 알렸던 황 교수는 지난해부터 충북지역 출신의 작가들이 지은 동시와 동요를 찾아내 예쁜 그림과 함께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에 게시하고 있다.
올 한해에만 서원구·청원구·충북도교육청 등 여러 곳에서 의뢰를 받아 버스정류장과 학교, 공원 등에 ‘동시동락(童詩同樂)’ 프로젝트를 진행하였는데, 내년에도 동시동락에 참여를 원하는 시·군·구와 단체들이 있어 해야 할들이 무척 많다.
그는 “시민들이 지역출신 작가들의 동시와 동요를 감상하고 우리지역에 애향심을 갖게 되면서, 우리말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깨달았으면 좋겠다.”며 “또한 시민들이 잠시 동안이라도 정서적 순화와 동심의 마음을 갖길 바란다. 앞으로도 아름답고 순화된 우리말을 찾아 시민들에게 알리고 우리말을 사랑하는 마음을 기르는데 앞장서서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