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을 채우는 감성마을
"오빠 덕분에 축구 볼 수 있어 고마웠어요. 저는 승부차기만 봤는데ᆢ너무 짜릿했어요."
"나도 그런 축구 경기는 처음이었다. 전반에 우리가 먼저 한 골 먹은 다음 페날티킥 얻어서 동점 만들고 후반에 또 한 골 먹은 뒤 종료 직전 추가 시간 끝날 무렵 몇 초 남기고 동점 만들어 연장전으로 넘어 갔잖아. 그리고 연장전에선 우리가 먼저 한 골 넣고 경기를 끝낸다 싶었는데, 추가 시간 거의 끝날 무렵 세네갈이 다시 3:3 동점으로 만들어 승부차기까지 갔게 되었잖아 ㅎ. 정말 쫄깃 하고 드라마도 이보다 더 긴장하진 않을 축구 경기는 난생처음 봤다. 대한민국 축구사에 잊히지 않는 명승부였어."
" 오빠, 나 오늘 근무해요. 시간 되면 놀러오세요. 오후 4시 퇴근해요.
"오늘? 가게 되면 문자 주고 갈게ᆢ"
휴일 늦은 아침. 그렇게 시작된 J와의 전화로 부랴부랴 잠자리에서 일어나 찬밥을 라면에 말아 아침을 해결하곤 미뤄두었던 빨래와 청소를 하고 나니 오전이 훌쩍 달아났다.
J와는 친동생처럼 허물없이 지내는 사이지만 초청 받은 몸인데 싶어 집안일로 땀이 밴 옷을 갈아입으려고 샤워실로 들어갔다. 누군가의 기다림에 미지로 떠나기 전 몸을 씻는 일은 그 무 엇보다 기분 좋은 설렘이고 일종의 나만의 신성시하는 의식이다. 샤워하고 옷을 갈아입은 뒤 자동차 내부의 먼지를 털어내고 넉넉히 주유까지 마치고 출발하니 낮 12시 57분.
가랑비가 촉촉이 메마른 대지에 입맞춤하는 휴일 오후, J의 부름을 받고 찾아가는 56번 국도는 푸른 설렘으로 가득했다. 싱그러운 녹음이 우거진 길을 따라 고불고불 이어지는 2차로 좁은 국도는 우측으로는 춘천호수와 좌측으로 광덕계곡으로 이어져 휴가를 떠나는 기분이다. 비가 내림에도 호숫가에는 강태공의 휴일을 낚는 여유로운 풍경을 감상하다 보면 어느새 작은 물보라를 일으키며 바위 사이로 헤집고 흐르는 계곡은 내게 한눈팔지 말라고 하는 듯하다. 56번 국도 중 확포장이 덜 된 구간이기에 긴장해야 하는 도로다.
J와는 10년지기다. J를 처음 만난 장소는 퇴근 후 찾은 요양 보호사 교육장이었다. 당시 나는 어머니의 뇌출혈 장애로 간병 4년 되는 해였고 J는 직장에 다니며 미래에 필요한 투잡을 준비하고 있었다. 강의실 맨 앞자리에 앉은 나는 바로 뒤에 앉은 J와 쉬는 시간이면 속닥이며 자연스레 가까워졌다.
그 뒤 교육을 수료하고 J는 내가 운영하는 업소를 이용하며 늘 오빠라고 호칭하며 친 남매처럼 마음 씀이 깊고 살가워 나도 고객이 아닌 동생처럼 여겨왔다.
내가 취미로 대학에 편입하여 공부할 때는 J에게 필요한 자료를 보내 카피를 부탁하기도 하고 때론 아파트까지 찾아가 자동차를 손봐주고 같이 가족들과 밥을 먹는 등 남다른 애정으로 지내기를 8여 년 어느 날 J가 내 일터로 찾아와 불쑥 장난스레 "오빠 나 암이래!" 하여 정말 장난인 줄 알았다. 평소 낙천적이고 무한 긍정의 모습으로 늘 쾌활하였기에 믿을 수 없었다. 그렇게 암과의 사투는 시작되었다. 직장에 휴직계를 제출하고 J는 서울 A 병원으로 떠났다. 정밀검사 후 절제술을 하고 항암치료를 병행하며
첫댓글 마저 정리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