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련사 동백숲길에서 - 고재종
누이야, 네 초롱한 말처럼 네 딛는 발자국마다에 시방 동백꽃 송이송이 벙그는가 시린 바람에 네 볼은 이미 붉어 있구나 누이야, 내 죄 깊은 생각으로 내 딛는 발자국마다엔 동백꽃 모감모감 통째로 지는가 검푸르게 얼어붙은 동백잎은 시방 날 쇠리쇠리 후리는구나 누이야, 앞바다는 해종일 해조음으로 울어대고 그러나 마음속 서러운 것을 지상의 어떤 꽃부리와도 결코 바꾸지 않겠다는 너인가 그리하여 동박새는 동박새 소리로 울어대고 그러나 어리석게도 애진 마음을 바람으로든 은물결로든 그예 씻어 보겠다는 나인가 이윽고 저렇게 저렇게 절에선 저녁종을 울려대면 너와 나는 쇠든 영혼 일깨워선 서로의 無明무명을 들여다보고 동백꽃은 피고 지는가 동백꽃은 여전히 피고 지고 누이야, 그러면 너와 나는 수천 수만 동백꽃 등을 밝히고 이 저녁, 이 뜨건 상처의 길을 한번쯤 걸어 보긴 걸어 볼 참인가

*Y-Cl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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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남녘은 동백이 한창이래서요....
동백꽃을 노래한 좋은 글입니다.
음악이 피자말자 떨어져버리는 꽃처럼 좀 슬프지요?...
구수한 사투리로 순박하게 읊은 시가 좋으네요 동백
은 더욱 정감이 가고....
사투리에 정감이 더 가지요?
동백
은 낙화도 예쁩니다.
근데 봉우리가 너무 똑똑 떨어져버려....디기 섭섭해지더군요...
동백 椿 camellia 정겨우면서도 눈물 날것 같은 이름입니다.
정겨우면서도 눈물날것 같은 꽃 동백 .....
동백꽃 모감모감 지는가...하는 시어가 인상적이네요. 동백은 모가지채로 댕겅 떨어지지요.
제가 자주 못드어와서...세은양이 남산 석호정에서 국궁 배웠다는 얘긴 들었지요. 국궁 사범 호미숙씨를
잘 알아서요...역시 국궁도 잘 하셨던 아버지가 따님을 데려 왔다고요...^^
어머 호미숙씨를 어떻게 아세요? 세상이 역시 좁네요...호미숙씨 참 훌륭한 엄마고 여자인것을 이번에 처음 알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