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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바라기] 07
S#1. 포장마차
술잔을 기울이는 현우. 그 앞에 앉아있는 수연. 수연, 빈잔에 술을 따른다. 현우,
수연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현우가 한 모금에 술잔을 기울이면 다시 빈잔에 술
을 따르는 수연.
현우 (가만히 바라보다) 너, 접대부냐?
수연 .......... (살짝 웃는다) 원하신다면요.
담담히 현우를 바라보는 수연. 현우, 수연을 바라보다 다시 술을 들이키고 빈잔
을 내민다.
S#2 레스토랑
빈잔에 채워지는 맥주. 하경이 맥주를 들이킨다. 하경, 이미 취했다.
준서 그만해.
하경 남았는데?
준서 (남은 맥주를 벌컥벌컥 마신다) 됐지, 가자.
하경 아쭈, 좋다. 이번에 2차로 소주다. 가자.
준서 (소리친다) 그만 좀 해. 뭐야. 무슨 말을 하고 싶어서 이래,
응?
하경 (탁자에 엎드린다. 얼굴을 탁자에 파묻은 채 끊어진 목걸이를
내민다) 이것 좀 붙여주라.
준서 ..............
하경 현우 말이다. 자기가 사준 건지도 모르나부다.
하경, 그대로 얼굴을 파묻고 있어 그녀의 표정을 볼 수는 없다. 목걸이를 쥔 하
경의 손만 우두커니 바라보는 준서.
S#3 스텝의국 앞
현우를 부축하고 힘겹게 복도를 걷는 수연. 스텝의국문 앞에 서서 문고리를 잡
으면 문이 열려있다. 살짝이 문을 열어보면 두사람의 실루엣.
S#4 스텝의국 안
침상위에 의식을 잃은 듯 누워있는 하경. 그 앞에서 하경을 바라보는 준서. 하
경에게 얼굴을 가까이 가져가는 준서.
S#5 스텝의국 안
수연, 부랴부랴 현우를 일으켜 세우곤 다시 오던 길을 걸어간다
S#6 의국 안
준서, 하경의 얼굴위로 바짝 얼굴을 들이대면.
하경 (눈을 감은채) 준서야, 하지마.
준서, 놀란 듯 하경을 바라보다 몸을 일으킨다.
준서 자라.
준서가 자고 나면 하경, 눈물을 흘린다.
S#7 901호실
은주가 불을 켠다. 현우를 부축하며 들어오는 수연. 은주와 함께 현우를 침대에
누인다.
은주 완전히 꽐라가 되셨네. 링겔 한병 꽂아드릴까요?
수연 그 정돈 아니예요. 고마워요.
은주, 나가고 수연, 잠시 현우의 잠든 모습을 바라보다 불을 끄곤 나가려는데
현우의 신음소리.
현우 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
현우의 잠꼬대에 몸을 돌리는 수연. 현우곁에 다가가 선다.
현우 (현우를 바라보다 나즈막히) .... 선생님이 좋아요.
S#8 응급실
외국인 노동자가 머리에 피묻은 붕대를 하고 누워있다. 그 옆에 선 동료 노동
자.
인찬 어쩌다 이렇게 됐냐구요.
노동자2 (겁에 질린 표정)
인찬 말을 못알아든데. 어디서 (손으로 머리를 치며) 꽝 했냐구요?
네참. 직장에서 다쳤어요?
노동자2 ............ (끄덕끄덕)
인찬 수술 해야돼요. 오퍼레이션. 알죠? 사장이 뭐래요? 산재처리
해준데요? 보험 인슈어런스.
이때 상도가 커튼 열고 들어온다. 상도, 아무말 없이 환자의 얼굴을 보고 상처
부위 보고, 동공상태 본다.
인찬 Skull Fracture(두개 골절)로 인한 EDH(Extradural
Haematoma-경막외 출혈)예요, 선생님 (스테이션 쪽으로 몸을
돌리며 구청에 연락할께요.
상도 기다려. (옆에 서있는 노동자2) 비자 노! 여권 노! 머니 노! 예
스?
노동자2 (고개 수그린다)
상도 야, 연락할 필요없다. 쌍판을 봐라. 마빡에 불법체류자, 딱 박
혔잖냐, 퇴원시켜!
인찬 예?
상도 퇴원시키라고 싸가지야.
노동자 (유창한 발음) 내 친구 살려주세요. 선생님.
상도, 인찬 놀란 듯 노동자 2를 본다.
S#9 스테이션
준서가 스테이션으로 다가와 간호사에게 묻는다.
준서 병실 하나 비어있지?
은주 (복도에서 걸어오며) 901호실에 장현위 선생님 계세요.
준서 그래? 내일 글루 모닝콜 좀 해주라. (병실쪽으로 가려하면)
은주 아, 선생님. 김병문 환자요, 신열이 심한데.. 잠도 못자고.. 투약
해도 소용이 없네요.
준서 그래? 보자.
은주가 종종걸음으로 나서고 준서, 은주를 따라간다.
S#10 수술실 환자 운반용 복도
노동자1이 누워있는 이동침상을 대기시켜 놓곤 수술실 안을 기웃대는 상도.
상도 GS(일반외과) 깡통들, 뱃가죽 한번 열었다 닫는데 뭔 시간을
그렇게 끄냐?
상도, 침상 아패 쭈그려 앉는다. 허겁지겁 뛰어오는 인찬.
인찬 선생님. 퇴원수속 끝냈습니다.
상도 오케이.
인찬 아직 수술실 안비었어요?
상도, 골똘히 생각에 잠긴채 쭈그려 앉아 턱을 괴고 있으면 인찬이 그 옆에 쭈
그려 앉는다.
상도 이름을 뭘로 할까?
인찬 글쎄요. (상도와 같은 자세로 턱을 괸다.)
이때 수술복을 입은 태동의 모습이 보인다. 물품 준비실에서 태동이 전화기에
대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
태동 ... 담당과도 아닌, 쥐뿔도 아닌 마취과가 왜 나서냐 그거지, 당
신... 마취시켜서 기절시켜 놓고 피없으니 그냥 주무셔, 하면
되냐?임상병리과에서 생각하는 마취과는 자장가 불러주는 데
냐? 혈액 더 안올려 보내면 니네들 피, 싸그리 뽑아버린다. 한
방울도 안 남기고.. 알았냐?
전화기를 신경질적으로 끊는 태동. 수술실로 들어가며 레지던트에게 소리친다.
태동 임상병리과 앞에서 죽때려, 피 줄때까지... (레지던트가 가려하
면) 야, 이거 갖고 가. (메스를 준다. 벙찐 레지에게 소리 친
다) 인질극을 벌이든, 자결을 하든 피만 올려보네.
태동, 수술실 안으로 들어간다.
인찬 뿅간다, 윤태동 선생님.
상도 그래, 그러자.
인찬 네?
이때 수술방 문이 열리고 환자가 실려 나온다.
상도 (벌떡 일어서며) 가자.
실려나오는 수술 마감 환자의 침상을 교차하며 상도와 인찬의 침상이 안으로
밀어진다.
S#11 수술실 안
마취과 의사며 간호사들이 철수 준비를 하고 있다. 상도가 침상을 밀고 들어오
자 당황한 표정.
상도 (다급한 듯이) 응급이야. 언니들 얼른.
간호사 뭐야? 우린 연락 못받았는데요.
상도 연락하고 오면 그게 응급이야? (마취과 의사에게) 아, 뭐하세
요? 빨리 재워줘야지.
마취과의사 이런 법이 어딨어?
상도 (환자에게 큰소리로) 윤태동씨, 의사들 한심하다고 욕하지 마
세요, 네? 신경외과는 사람 하나 살릴려고 기를 쓰는데 마취과
가 협조를 안했다고만 생각하세요.
마취과의사 윤태동? 어? 아까 저기서 바락바락 악쓰고 계시던데?
상도 (챠트 던지며) 빨랑 해줘요. 환자 죽여요?
마취과의사 알았어. 왜 소리는 지르고 그러냐? (레지던트에게 지시를 내린
다) 준비해라. (상도에게) 임상병리과에서 피신청은 했어?
상도 당근이지. 권인찬, 준비해라.
인찬 네, 선생님.
마취과의사 뭐야? 열받더니 혈압이라도 터진거야?
상도 (인찬에게) 준비 끝나는 대로 올라가서 은주언닌한테 빈 병실
하나 준비시켜라.
인찬 네, 선생님.
상도와 인찬 얼굴까지 붕대로 칭칭 감아 드러나지 않는 노동자를 들어올린다.
상도 자, 뒤집자. 하나 둘 셋
뒤집혀 올려지는 환자.
S#12 901호실
어둠속에서 눈을 뜨는 현우. 술기운이 채 가시지 않은 듯 고개를 들어보다 자신
의 손을 잡은채 보호자용 간이침상에 걸터앉아 고개만 현우의 침상에 파묻고
엎드려 잠이든 수연의 모습. 현우, 손을 빼려다 곤히 잠든 수연의 모습을 한동
안 바라본다. 수연에게 잡혀있는 손으로 수연의 손등을 자상하게 어루만져 보는
현우. 수연, 벌떡 몸을 일으킨다. 현우도 놀라서 수연을 바라보고 수연도 놀란눈
으로 현우를 바라본다. 손을 잡은 채 그렇게 놀란 눈으로 서로를 바라보다 수연
이 현우가 잡은 자신의 손을 본다. 현우, 그제사 자신의 손을 추스르며 고개를
돌린다. 그리곤 어색한 몸짓으로 침대에서 내려온다.
현우 내가 환자냐, 병실에다 던져놓게?
수연, 어색하듯 일어선다. 현우, 아직도 취기가 가시지 않아 비틀
수연 어디 가세요. 선생님?
현우 별 참견을 다한다, 너. 의국가서 잘거다, 왜?
수연 안돼요, 선생님.
현우 (픽 웃는다) 너나 여기서 눈 좀 붙여라. (나가려다 따스한 미
소로) 오늘 신세 많이 졌다, 한수연. 빚 갚을 날이 있을거다.
현우가 나가려하자 수연이 현우의 팔목을 잡아 돌려세운다.
수연 (인상을 쓰며 소리친다) 제발 말 좀 들으세요.
수연의 손에 현우의 손목이 잡힌채 바짝 다가선 상태로 서로를 마주보는 둘. 이
때 벌컥 열리는 문.
준서 같이 자, 달링.
어둠속에서 굳은 듯 준서를 바라보는 둘. 준서, 놀란 눈으로 현우와 수연을 바
라본다. 멍청히 둘을 바라보는 준서. 다급히 손을 놓고 물러서는 수연. 혐오스런
표정으로 현우를 힐끔 보곤 돌아선다.
준서 (병실문을 나서며) 부끄러운줄 알아라, 장현우. 하경이 의국에
있다.
준서가 나가고 현우가 수연을 바라본다.
S#13 스테이션
수술복의 인찬이 은주에게 다가온다.
인찬 빈 병실 하나 있죠?
은주 (소리친다) 병실이 무슨 여관방이예요?
인찬 네?
은주 오늘은 왜 선생님들이 죄다 빈 병실 타령이람? 901호실로 가
보세요.
S#14 901호 앞 (빈 병실)
병실에서 나오는 현우의 모습. 인찬, 얼결에 꾸벅 인사를 하곤 열려진 문고리를
잡는 순간 수연이 다급히 문을 나선다. 놀란 듯 인찬을 바라보는 수연. 인찬, 벙
찐 표정으로 수연을 바라보다 일그러지는 얼굴. 분노에 차서 현우를 향해 뛰어
가는 인찬. 눈이 똥그려져서 인찬을 바라보는 수연.
수연 권선생님.
인찬, 현우의 어깨를 거세게 잡으며 돌려세우곤 주먹을 치켜든다.
현우 (주먹쥔 인찬을 담담히 바라보다가 수연을 보며) 한선생, 다음
에 여기 말고 분위기 있는데서 보자.
인찬, 어금니를 물고 그대로 주먹을 치켜들고 현우를 바라보다 몸을 돌린다. 힘
없이 돌아서 가는 인찬.
인찬 (수연을 스치며 멈춰 선다. 수연의 눈을 피한채) 환자들이 묶
는 방입니다. 한수연 선생님, 장선생님 말대로 병실은 피해주
세요.
인찬, 싸늘한 뒷모습을 남기며 복도를 걸어가고 수연이 현우를 바라본다. 현우,
복잡한 머리채를 천천히 흔들며 복도 천장을 본다. 허탈한 미소. 수연, 그대로
선채 고개를 숙인다.
수연 (현우에게) 죄송합니다. 선생님.
현우, 불현 듯 수연에게로 다가와 강한 키스를 한다. 인찬, 뒤를 돌아본다. 현우
의 손아귀에게 어찌할바를 모르는 수연. 현우. 수연을 풀어준다.
현우 모두가 이걸 원하잖아. (인찬을 쏘아본다)
인찬, 격한 눈빛를 현우에게 남기고 병실안으로 들어간다.
S#15 901호안
침상에 걸터 앉은 채 어둠속에서 허한 눈빛을 깜박이는 인찬.
S#16 스텝의국
불꺼진 의국 의자 한켠에 오두마니 앉은 하경의 모습. 꼼지락대는 하경의 손.
펜치로 끊어진 목걸이 줄을 잇고 있따. 그러나 오히려 펜치로 인해 목걸이 고리
만 구부러지고 끊어진 줄은 이어지지 않는다. 허망히 목걸이를 책상위에 내려
놓는 하경
목걸이 C.U.
(F.O)
S#17 병원 INS
밤에서 아침으로.
S#18 뇌파 검사장
머리에 전극을 붙이고 긴장된 표정으로 앉아있는 고교생 찬식. 그 앞에 수연이
섰다.
기사 긴장 풀어라. 금방 끝나.
기사, 전원을 올리자 하얗게 발작을 일으키는 찬식의 모습. 움찔 찬식에게 다가
가려하는 수연. 기사가 제지한다.
S#19 1층 로비
하경이 걸어가다 퇴원하는 은미의 모습을 본다. 경호원들의 틈에 가려져서 선글
라스를 쓴채 걸어나가는 거만한 은미의 모습. 미쳐 하경을 보지 못한 듯... 주춤
걸음을 멈추고 살짝 미간이 찌푸러지며 아팻배를 어루만지는 은미를 경호원이
살짝 부축하면 은미, 경호원의 손을 뿌리친다. 하경, 훔쳐보슫 힘없이 걸어가는
은미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면 현관 앞에 세단이 와 선다. 하경이 몸을 돌리
려 할 때 문득 선글라스 벗으며 하경쪽으로 아련한 눈빛으로 고개를 돌리는 은
미. 하경이 훔쳐보는 시선을 이미 알고 있었던 듯 주저없이 하경을 바라보는 은
미의 준길에 일순간 하경이 당황한다. 슬픈 눈망울로 하경을 바라보는 은미. 하
경, 그래도 망연히 은미를 바라본다. 한줄기 눈물이 은미의 눈에서 흘러내린다.
멀리서 아득히 서로를 바라보는 둘 사이에 일군의 사람들이 지나치며 시선을
흐트리는 사이 은미의 세단은 어느새 하경의 시선을 벗어난다. 어지러운 인파속
에서 굳은 듯 현관만 바라보고 선 하경.
S#20 뇌파 검사실
여전히 발작을 일으키는 찬식의 모습. 그에 따라 소음을 내며 곡선을 그리는 뇌
파용지. 용지를 바라보는 수연 옆에 어느새 상희가 서 있다.
상희 시저(Seizure 경련) 있었니?
수연 네. 아침에 한번.
상희 (비아냥 된다) 왜 나한텐 노티파이가 안됐을까?
수연 아침에 선생님 찾았는데 안계셔서요. 그래서 조동호 선생님 한
테 직접...
상희 에필랩시(Epilesy 간질)에 시저 동반되는일. 그렇게 특별한 일
인가? 치프 젖히고 스텝선생님한테 쪼르르 달려갈 정도로...
수연 .... 주의하겠습니다, 선생님.
상희 한두번 듣는 말은 아닌 것 같다. 미안합니다. 주의하겠습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혹시 너.. 아니야.
수연 무슨 하실 말씀이....
상희 아니야. 앞으론 환자가 메스껍다거나 이상한 냄새가 난다고 하
면 곧바로 페니토인 (Phenytoin, 항경련제) 풀로 넣어줘. 시저
때문에 유난떨 것 없어. 기도유지하고 경련 끝날 때 까지 주시
하면 되는 일이야. (나가려 한다.)
수연 .........(생각난 듯) 혹시.. 선생님. 장현우 선생님 일을 말씀하신]
다면 그건 오햅니다.
상희 (돌아보며) 장현우 선생?
수연 네? (아뿔사 해서 입을 닫는다)
상희 ... 장현우 선생은 또 뭘까? ..... 못참겠따. 사실은 궁금한게 있
어. (돌연) 너 주기적으로 뇌파검사 받아보고 있니?
수연 .... (의아한 듯 상희를 바라본다)
상희 니 동창, 할머니. 딴 병원 가서 치료 받는단다. 너 때문이래.
수연 ?
S#21 신경내과 병동 앞
수연이 입을 벌리고 서있고 그 앞에 난감한 표정의 희연이 수연을 마주보지도
못하고 서있다.
희연 난 지금 너한테 뭐 달리 문제가 있을거란 생각은 안해. 근데
어른들 입장에서 보면 좀 그렇지. 솔직히 그래. 병력이 있는
데... (차마 말을 못한다) ..... 그렇게 됐어. 니가 이해해.
수연 난... 니쪽 주치의가 아니잖니.
희연 그게 그래. 정신병자 의사를 뽑는 병원이란거지. (실수했다 싶
어 고개를 돌린다)
수연 알았따.
수연, 병실 안으로 들어가려하면 희연이 수연에게
희연 근데... (의심스런 눈빛으로) 병은 다 나은거야?
수연 (고개를 돌리곤 한동안 말이 없다) 희연아... 오래전에 말이다..
어떤 사람이 지독한 독감을 앓은 적이 있었어. 그 사람은 이젠
내과 의사가 되려고 해. 자격 없니?
희연 (대뜸) 그게 감기랑 같니, 애?
수연 (눈을 내리깐다) 다르지. 감기같은 전염성은 없으니까, 그건...
수연, 병실 안으로 들어간다.
S#22 병실 안
꾸려진 짐을 침대위에 올려놓은 희연 모. 들어서는 수연을 힐끔 보곤 침대에 누
워있는 희연 조모의 상체를 일으켜 세운다. 뒤따라 들어오는 희연.
수연 아직도 머리 많이 아프세요?
환자 (쭈볏댄다) 증상은 다 말했는데, 뭐. 다른 선생님한테...
수연, 환자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주위를 둘러본다. 수연의 보는 환자, 보호자들
의 눈길이 남다르다. 휑한 공기가 감도는 병실 분위기. 멍청히 사람들을 바라보
다 머리를 쓸어넘기는 수연. 휠체어를 가지고 들어오는 희연. 수연, 공허한 눈빛
으로 서있다가 나가려 하면 희연과 희연모가 희연조모를 휠체어에 싣기가 힘겹
다. 수연, 나가려던 발길을 그들쪽으로 돌린다. 그들 앞으로 성큼 다가가 희연조
모를 휠체어를 안정되게 착석시키는 담담한 수연의 옆모습.
S#23 901호 병실 앞
순덕이 몇 개의 열쇠꾸러미를 병동 문 손잡이에 집어넣어 돌려보지만 문은 꼼
짝도 않는다. 그 옆에 겁먹은 표정으로 서있는 은주. 은주를 쏘아보는 순덕.
순덕 (계속 열쇠를 구멍에 넣어보면서 잔소리) 꼴통이 약품이름 못
외는거, 그거야 맞으면 외. 근데 열쇠가 오프낸 모양이라고?
(짜증스레) 꼴에 그걸 위트라고 내뱉어?
은주 (우물쭈물) 그게요, 아휴. 답답해. 열쇠요... 조만간 복귀할게요,
선생님.
순덕 복귀좋아하네. 복구지. 복귀야?
은주 (멍청히) 그럼 복귀는 뭐야?
순덕 (소리친다) 복귀는 떡볶기다.
은주 히히. 그럼 열쇠를 떡볶기하는 거네. 히히.
순덕 무식해, 숨이 콱콱 막혀. 너, 한시간 내로 열쇠 복귀해놔.
은주 떡볶기?
순덕이 힐끔 째리곤 스테이션 쪽으로 간다. 은주,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내보며
한숨을 푸 쉰다. 병실문을 노크하는 은주, 노크박자 세 번, 두 번, 한번. 문이 열
리지 않자 은주, 짜증스레 마구 문을 두드린다.
은주 으유, 진짜. 아, 문 열어요.
문이 벌컥 열리며 은주의 팔을 낚아채 잡아끌고 들어가는 손.
S#24 병실 안
상도가 문앞에 귀를 세우고 밖을 살핀 뒤 은주에게 다가간다.
상도 (은주의 볼을 꼬집으며) 언니, 내가 두 번, 세 번, 한번이라 그
랬잖아.?
은주 (짜증스레) 내가 그걸 어떻게 외워요?
상도 알았어, 알았어. 니 내키는 대로 해. 내가 너의 숨결을 아니까..
불법체류 노동자가 침대에 누워있다.
은주 한 시간내로 열쇠 만들라는데 나 어떡해요?
상도 목숨을 걸고 막아야지.
은주 내가 왜 그래야 돼?
상도 지아비를 따르는데 이유가 어딨어?
은주 지아비?
상도 아 참, 언니 그런 말 모르지.
은주 알어, 딴 건 몰라도 남자하고 관계된건 다 알아요. 날 뭘로 보
고...
상도 그럼 내가 자기랑 뭐 하고 싶어하는지도 알아?
은주 내 참. (당연하단 듯) 뽀뽀지 뭐.
상도 그거 아니야, 더 중요한 거.
은주 (놀란 듯) 안돼요, 난 그런데 못가.
상도 ..........
은주 누가 보면 어떡해. 여관 들어가다가...
상도 (벙찐 듯) 언니, 참 대담한 생각을 하는구나.
은주 (부끄러운 듯) ... 아니예요?
상도 우리... 같이 살자.
은주 (챠트를 상도의 머리에 내리친다) 날 뭘로 보고... (토라져 나
가며) 뽀뽀도 안해보고 어떻게 같이 살어?
은주가 나가면 몸을 뒤척이는 노동자의 모습. 상도가 다다간다. 의식의 회복된
환자의 모습을 보며 천진한 웃음을 웃는 상도의 모습. 이때, 문을 열고 들어오
는 인찬.
인찬 문도 안 잠그고...
침상으로 다가가면 노동자가 눈을 굴리며 인찬을 바라본다. 인찬, 상도옆에서
역시나 상도처럼 천진하게 웃는다. 노동자의 손을 어루만지는 상도. 그위에 함
께 손을 올리는 인찬. 빙그레 웃음짓는 노동자.
S#25 마취과 의국
태동이 전화를 하고 있다.
태동 (애원조다) 나 좀 껴줘라.... 돈 있다니까.... 에이, 끼워줘. 이번
엔 감이 온단 말야. (울상) 나도 한번만 따보자. 내 소원이다...
수술은 무슨 수술이야. (페이퍼를 넘기며 수술 스케줄을 확인
하다가) 어? 가만 있어봐. 이용관?
(전화기에 대고) 야, 이용관이 알지? .... 그래, 그 새끼 몇살이
냐? 우리랑 동갑이야? (나이를 확인한다) 야, 그놈 여기 있다...
(소리를 지른다) 임마, 누가 판 벌이러 왔대? (레지던트에게)
이 수술 누가 들어가냐?
레지1 뭐요, 선생님?
태동 아, 여기 NS(신경외과) 14번 방. 지금 할거.
레지1 박수형 선생님이 들어가시는 걸로 알고 있는데...
태동 (잠시 생각하다 전화기 들고) 야, 나 안가. (전화 끊고) 박수형
쉬라 그래. 내가 가야돼, 기필코.
S#26 판독실
신경내과 과장 앉아있고 옆에 현우가 서있다.
그 뒤에는 수연이 생각에 잠긴 듯 멍한 눈으로 서있다. 신경내과 과장이 사진을
손가락으로 가르키며
내과장 측두부 양쪽이 병소고 우측엔 동정맥 기형이 보여. 둘다 건드
리면 아무래도 위험하잖아.
현우 일단 여기 넓게 보이는 기형만 손대보지요. 나머지는 예후 보
고 결정해야겠습니다. 위치가 만만친 않으네요.
내과장 (사진 보며 고개 끄덕) 장선생, 환자 한번 봐라.
현우 그러죠.
내과장 (수연에게) 박 찬식이 좀 뵈죠.
수연, 넋을 잃고 서있다.
내과장 한수연.
수연 네?
현우 근심이 많은가, 한선생?
내과장 루틴 마치면 내방에서 잠깐 보지. 한수연.
수연 네.
S#27 엘리베이터 안
어색한 듯 붉은 계단 표시등만 바라보는 수연.
현우 어색하냐, 나 보기가?
수연 ... 어제 선생님, 그러시는거 이해는 합니다. 그치만 홧김에 그
렇게 행동하는거, 좋은 습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현우 나 그전부터...
이때 열리는 엘리베이터 문. 그 앞에 서있는 의사들.
현우 입 맞추고 싶었어.
벙쪄서 현우를 바라보는 의사들.
S#28 찬식의 입원실
찬식이 경련을 일으키고 있다. 현우와 수연이 바라보고 있다. 찬식이 바르르 떨
다가 이내 심호흡을 하고는 축 늘어진다. 돌아서 눕는 찬식. 현우가 다가가 찬
식의 얼굴을 보려하자 찬식이 현우의 파을 확 밀쳐버린다. 현우, 다시 찬식의
얼굴을 돌리려 하자 거칠게 다시 밀쳐버리는 찬식.
현우 화나냐?
찬식, 돌아누운채 입술만 질근질근 씹는다.
현우 어쩌면 평생 그렇게 화만 내고 살지도 모르겠다. 너 말짱하게
만들 확신이 없거든.
현우가 돌아서 나가려는데 수연의 소리.
수연 (찬식에게) 저 분, 요술부려...
고개 돌리는 현우.
수연 저 선생님 손만 닿으면 달라져. 나, 봐. 저 선생님 아니였으면
지금도 너처럼 화만 내고 있었을거야.
찬식의 뒷모습을 생각에 젖은 듯 바라보는 수연의 그늘진 모습.
S#29 복도
현우와 수연이 말없이 걸어가고...
현우 (대뜸) 종종 거짓말까지 하나?
수연 거짓말 아닙니다, 선생님. 임상돌던 그 날, 그 수술실이후 전
분명히 달라졌습니다.
우울한 표정으로 걸어가는 수연. 현우로부터 멀어져 간다.
S#30 수술실1
하경의 척추 디스크 수술 상도와 인찬이 어시스트를 하고 있다. 발판위에 서서
펜치로 척추를 뜯어내고 있는 하경.
상도 선생님, 힘 좋으시다.
하경 그래서 만나는 남자마다 나한텐 뻑이 가잖아.
상도 (놀란 듯) 어머나 선생님. 그런 낯부끄러운 말씀을...
하경 힘센게 뭐가 부끄러?
상도 (실실웃으며) 그게 그게 아니가 그거잖아요. 선생님, 너무 야
해.
하경 힘없이 어떻게 이 노가다 생활을 하니? 몇시간 됐지?
상도 (인찬에게) 야, 몇시간 됐냐?
인찬 아무 말도 없이 하경이 집어주는 뼈만 받고 있다.
상도 야 싸가지
인찬 (그제서야) 네?
상도 몇시간 됐냐고?
인찬 (벽시계 보며) 아, 한 8시쯤 된 것 같은데요?
하경 (인찬 쏘아보고) 너, 나가.
인찬 (놀란다)
상도 (변명해 준다) 선생님, 애가 요즘 사랑에 눈이 멀어서...
하경 수술실 문이 열리는 그 순간부터는 사랑 아니라 부모까지 팽
개쳐. 싫으면 나가.
인찬 .........
하경 8시간동안 거슬렸어, 너. (상도에게) 박자.
상도, 척추교정기를 내민다.
S#31 수실실2 안
태동이 환자의 사진을 열심히 보고 있따. 남준이 수술을 하고 있다.
태동 아이구, 잘하면 죽을 수도 있겠네.
남준 (현미경에서 눈을 떼며 인상을 쓴다) 뭐?
태동 죽으면 안되겠죠?
남준 거 묘한 발언이다. 죽여달라는것 같어, 꼭?
태동 (흥분해서는) 아니, 과장님. 의사가 환자 죽길 바라는 법도 있
습니까? 아무리 이놈이 악독한 빚쟁이래도 그렇지 죽길 바랬
으면 내가 이날까지 시달려 가면서 가만놔뒀겠습니까? 그냥
앉은 자리에서 아작을... (입을 틀어막는다)
남준 ..... 그런 야로가 있었구만.
태동 (입을 막곤 괜시리 필름만 본다) 스트로크(Stroke 뇌졸중) 부
위가 크네. (남준에게) 과장님.... 이 정도면 언어장애나 기억상
실증이라도 오겠죠, 그죠? (눈치를 슬금슬금 본다)
남준 (수상쩍은 눈빛) 너, 확실히 마취한 거냐? 다른 약 넣은건 아
니지?
태동 (인상을 긁으며) 씨, 난 다른 약 몰라요. 마취제밖에...
남준 이 환자, 내 목숨을 걸고서라도 살린다. 이 불한당 같은 놈아.
태동 (징징댄다) 과장님이 몰라서 그래. 저 인간이 얼마나 악독한
사채업잔지 알아요?
남준 윤태동, 꺼져. 욕나올라 그래. 아, 얼른 안 꺼져?
태동 (마지못해 문밖으로 걸어나가며 환자에게) 이 나쁜 놈아, 쌤통
이다.
남준 (몸을 일으키며) 야, 드릴 줘봐.
태동이 도망치듯 나간다.
남준 (다시 현미경을 들여다보며) 이 양반아, 덕을 쌓고 살지...
이때 환자가 딸꾹질을 한다.
남준 왜 이래? 야, 딴 약 넣은거 아니야?
마취레지 (웃으며) 아닙니다, 과장님. 마취가스 더 주입해야겠네요.
남준 (레지에게) 아, 놀래라. 윤태동이한테 전해. 향후 일주일간 내
눈에 어른거렸다간 영안실에서 보게 될거라고, 알았어?
s#32 한철의 입원실
재봉이 박수무당인 한철에게 다가온다.
재봉 내일 수술 날짜 잡혔으니까 오늘부턴 금식하셔야 됩니다.(침대
맡의 챠트를 보고는) 팔 한번 움직여 보세요.
한철 자네, 누구 맘대로 수술 날짤 잡나?
재봉 네?
한철 내, 신을 받은 사람이요. 날 잡는건 내 소관 아닌가? 내 분야
에 함부로 간섭하진 말아주게. 그고... 내일은 손타는 날이래.
우리 장군님이 그러셔.
재봉 하, 참. 어떤 장군놈이 그러는데요?
한철 어떤 장군놈? (얼굴에 핏발이 선다)
재봉 (쭈뼛) 내일 안하시면 안돼요. 저 혼나요.
한철 내 모시는 신이 맥아더 장군이야. 근데 장군님이 그러시는데
(잠시 재봉을 쏘아보며) 자네, 요즘 괴롭다는데? 진상 하나 굴
러와서 오장육부를 박박 긁어놓는다는데?
재봉 어...? 맞아요. 맥아더 장군놈, 아니 님이 그러세요?
한철 (눈을 감는다) 보여.
재봉 뭐가요?
한철 자네 등뒤에 붙은 귀신.
재봉이 등뒤로 고개를 돌리면 순영이 쭈쭈바를 빨며 서있다. 재봉 화들짝 놀라
뒤로 물러난다.
순영 자기야.
재봉 (한철의 손을 부여잡는다) 도사님.
S#33 간호사 스테이션
재봉이 상도, 순덕, 은주가 있는 곳에서 설명을 하고 있다.
재봉 기가막혀요. 한번 가서 점쳐봐.
상도 너, 곧 잘린다 말은 안하디?
재봉 네.
상도 그럼 사이비야.
재봉 에이씨.
상도 뭐가 임마, 에이씨야. 내일 수술 펑크나면 넌 꽹가리나 치면서
박수무당 똘마니나 할 판이야.
순덕 (재봉을 가만히 본다) 있지, 우리 애아빠. 이번에 소설 나오거
든. 좀 뜰까 모르겠네.
재봉 (손을 잡아끈다) 가봐요.
상도 아줌마, 그 무당 머리에 혈관 터져서 당장 수술안하면 언제 골
로 갈지 몰라. 지 죽을 팔자도 모르는게 맞추긴 뭘 맞춰.
순덕 중이 어떻게 제 머릴 깎니? 허선생님, 가보자.
재봉과 순덕이 병실 쪽으로 간다.
은주 (순덕을 쫓아간다) 나도 가야지.
상도 언니. (운주를 바라보다) 언니, 같이가.
S#34 한철의 입원실
순영이 한철의 옆에 앉아 쭈쭈바를 빨면서 한철을 뚫어져라 바라본다.
순영 아침마다 머리가 아프지?
한철 어? 처녀가 그걸 어찌아나?
순영 구토도 나고.
한철 그러지.
순영 같은 증상으로 죽은 사람있지. 가족중에.
한철 영험하네. 내 조부가 그렇게 돌아가셨지.
순영 ...........아저씨, 사이비지?
한철 .... (놀란 듯 순영을 보다가 순영의 손을 덮썩 잡는다) 보살님,
잘못했습니다.
순영 (씨익 웃고는) 당장 수술해. 그러면 제 정신 돌아오고 양심도
돌아와.
한철 몇날 몇시에?
순영 아까 본 그 띨빵이가 하자는 때에....
한철 예. 보살님
입구에서 모여선 순덕일행. 입을 벌리고 서있다.
순덕 누구? 저남자, 저 여자?
이때 재봉쪽으로 고개를 돌려 윙크를 하는 순영.
S#35 스텝의국
제약회사 직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준서. 광고 용지를 보고 있다.
직원 스테로이드는 제산제를 같이 써야잖습니까? 위에 자극이 되니
까. 근데 이건 제산제 같은 게 필요가 없어요, 선생님. 자극성
에 대해선 99.9% 확신을 드릴 수 있습니다. 저렴하고 의보처
리도 되고.
준서 알았어요, 샘플있죠? 그거나 두고 가세요.
직원 웬간한 병원에선 다 바꿨습니다, 선생님. (주머니에서 흰 봉투
를 꺼낸다) 저, 이거... (탁자위로 밀어넣는다)
이때, 들어서는 현우.
현우 준서야, 시간 있냐?
준서 없다.
현우 ... 니가 왜 화를 내냐?
준서 (일어선다) 너 잘난거 세상이 다 안다. 잘난 의사노릇 하는 거
솔직히 부러워. 그러나, 어디까지 가볼테냐? 그 어린앨 데리
고... 그것도 병실에서... (고개 돌린다) 최하경이 불쌍하다.
현우 ... 그 얘길 하기가 그렇게 힘드냐?
준서 ...........
현우 (나가며 나직히) 가서 고백해, 임마. 언제까지 쳐다만 볼거냐?
(돌아보며) 혹시 나 때문이라면 그건 니 착각이다.
현우, 나간다. 의외의 상황에 준서만 바라보는 직원. 준서, 가만히 넋을 잃고 서
있다가 휑하니 나간다. 뎅그마니 혼자 앉아 눈만 껌벅대는 직원.
S#36 스텝의국 밖
현우, 벽쪽으로 고개만 돌리고 섰다. 현우의 눈길을 따라가면 문 옆에 벽에 하
경이 서있다. 수술복에 의사까운을 걸치고 서 있는 하경. 그런 시선이 오가는
사이 준서가 나오면 현우는 바쁜걸음으로 멀어져간다. 준서, 허한 하경의 모습
을 곁눈질로 바라본다.
하경 (멍하니) 그 어린애가... 혹시 신경내과 레지던트니?
준서 .........
하경 (미소를 짓는다) 걔 괜찮은 애다.
하경, 허탈한 뒷모습을 남기며 복도끝으로 걸어간다.
S#37 남준의 방
남준이 수술기록부를 보고있고 상도가 남준의 책상유리를 괜시리 손가락으로
비비며 서있다.
남준 (쏘아본다) 너, 왜 남의 책상에 대고 때는 밀고 있냐?
상도 (불현 듯 나가려 하며) 걸레갖고 와서 책상 닦아드릴까요, 선
생님?
남준 필요없어, 이놈아. 니 손이나 닦고다녀. (챠트를 이리저리 들추
어 보며) 수간호사 선생이 아무래도 이상하다고 나한테 널 족
쳐보란다. 왜 환자당 한명씩 돌아가면서 초과량의 약품오더를
냈으며 그럴 때마다 간호사가 하겠다는 데도 직접 약 그릇 들
고 투약을 하러다닌 거냐?
상도 그야... 일시적으로 투약효과를 높일 필요성이 있는 환자들이었
고, 그런 환자의 정신건강을 우려하는 의사로서 스킨쉽을 할
필요가 있지 않겠습니까, 선생님?
남준 (꼬나본다) 너, 약품 빼돌리냐?
상도 선생님. (울상) 너무 하십니다. 제가 그런 놈으로 보이십니까?
남준 .... 그리고 마취과에서 얘길하길 니가 어제 이상한 수술을 했
다고 하는데 수술챠트 어딨어?
상도 그거 수술이 아니라.. 실습으로.
남준 그리고 임상병리과에서 RH-B형 혈액을 10개나 올렸다는데..
실습용에 혈액도 넣었냐? 피가 들어가디?
상도 ........ (고개를 숙인다)
난준 (계속 꼬나본다) 환자 어디다 숨겨놨어?
상도 ......... (고개를 숙인채 침울하다) 그 상태론 도저히 돌려보낼
수 없었습니다, 선생님.
남준 돈이 없으면 사회복지과도 있고 구청도 있꼬.. 도둑 수술에 도
둑 입원을 시켜? 이 도적놈아.
상도 불법체류잡니다. (음울하다) 돈 벌러 여기까지 와서... 그냥 개
죽음 당하는 꼴을 어떻게 봅니까?
남준 .... (고개 숙인 상도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그럼 완전범
죄를 하던지, 이 놈아. 도처의 의혹의 단서들을 깔아놓고, 이녀
석...
이때 빼꼼히 문을 열고 들어오는 제약회사 직원.
남준 (사납게) 뭐요?
직원 (생글생글 웃으며) 과장님. (명함을 내밀며) 기가막힌 약이 나
왔는데..
잠준 (눈이 번쩍 뜨인다) 돈 가져왔소?
막문이 막힌 듯 과장을 보는 직원과 상도
직원 네? 네. (봉투를 내민다)
남준 (봉투를 보더니) 좀더 써.
직우너 네? 네. (봉투를 두 서너개를 건넨다)
남준 (봉투들을 상도에게 건네며) 그 환자, 정식으로 입원수속 시키
고 이 분은 사회복지과 모시고 가서 기부금 기탁 영수증 써드
려.
상도 과장님. (활짝 웃으며 덥썩 남준을 끌어안는다. 그리곤 바삐
직원에게) 가시죠.
직원 (멍청한 표정으로) 과장님, 약은요?
남준 샘플이나 놓고 가셔.
상동가 직원을 끌고 나간다.
남준 (살짝 웃는다) 고상도, 저놈.
S#38 신경과 과장실
고개숙인 수연. 그 앞에서 담배를 피고 있는 과장.
내과장 비믄 피하고 보자고. 보호자들이 진료거부까지 하겠다는데 우
리도 난감해. 환자들 안정이 안되니까 도통 치료가 되야말이
지. 잠시만 피하자고... 올핸 그냥 임상실습 한번 더 했다 생각
하고.. 내년에 자네 자린 비워둘테니까, 응?
수연 ..... (눈을 내리깐채) 네, 선생님. 그러겠습니다.
조용히 일어나서 인사를 하곤 문을 여는 수연의 눈에 눈물이 한방울 떨어진다.
S#39 간호사 스테이션
상희가 간호사 스테이션에서 차트를 보고 있다.
상희 신환, 김윤영씨, 히스토리가..... 사이코패씩 퍼스낼러티?
(Psychopathic Personality 정신병질 인격)
레지1 네, 선생님.
상희 한수연이랑 같네.
레지1 한수연 선생님, 그게 진짜예요, 선생님? 아, 고 예쁜게.. 말짱해
뵈던데...
상희 정신병은 외상이 아니니까.
이때, 우두커니 상희 앞에 선 수연. 간호사들, 눈치를 살피며 스테이션을 피한
다.
수연 선생님. 인수인계 해야 될 것 같습니다.
상희 그래. 의국으로 가자.
당당한 상희를 따라 복도를 걷는 수연. 이때 마주치는 인찬.
상희 컨설트 환자 보러 오셨어요?
인찬 네.
상희 어쩌지, 한수연이 지금 노티파이 할 입장이 아닌데?
인찬 제가 볼 환자를 왜 꼭 한수연씨를 통해야 됩니까? 신경내과
엔 의사가 한수연 선생뿐입니까?
상희 (의아한 듯) 고무적인 일이네요, 신경과로선. 우리 선생님 한분
거기 계세요.
인찬, 수연을 외면하곤 멀어져 간다.
S#40 신경과 약국
레지던트에게 인수인계를 하는 수연.
상희 잠깐만. 한수연, 그 까운 벗어도 돼, 이젠. 불편하면.
수연 (바라보도) 아닙니다, 불편하지 않습니다. 노티파이 계속하겠습
니다.
상희 노티파이 끝나면 환자차트 컴퓨터에 입력시켜 놔라. 유종의 미
란 말은 알지?
수연 압니다, 선생님. (잠시 이마를 짚으며 헛기침을 한다) 계속 하
겠습니다.
S#41 주차장 향하는 길목 (저녁)
현우가 차키를 들고 가려는데.
하경(E) 현우야.
현우, 고개를 돌리면 하경이 벤치에 앉아있다. 하경, 현우를 바라보고 있고. 현
추, 마차 다가서지도 못하고 서있다.
하경 잠깐만 앉아라.
현우, 망설이다 천천히 가서 앉는다.
하경 ............(망설이듯) 어제, 수술실에선 내가 치사했다.
현우 (냉정히) 이미 끝난 얘기.
하경 .... 우리 관계 끝난지 오래지만... 나 비겁하게 심적인 정리 미
루어 왔어. 그걸 이제야 할 생각이다.
현우 (돌아본다)
하경 기억하니? 나, 까운 벗던 날.
S#42 신경과 의국
홀로 앉아 컴퓨터를 끄곤 망연히 의국을 둘러보는 수연.
어려운 손길로 까운을 벗는다. 가습의 명패를 만져보는 수연.
S#43 하경의 회상 - 병원로비
사복차림으로 울먹이며 걸어가는 하경의 뒤를 까운을 들며 쫓는 현우.
현우 (까운을 던지며) 입어. 그정도의 실수, 수없이 겪어야 돼, 우리.
고작 도망을 가냐? 한심한 기집애.
하경 (현우의 얼굴에 까운을 집어던진다. 그리곤 복받치는 듯 눈물
이 글썽인다) 한치의 부끄러움도 없니? 난 다 아는데.
하경이 떨어진 까운을 밟으며 멀어져 가고. 현우, 물끄러미 하경을 바라보다 떨
어진 까운을 내려다본다.
S#44 벤치
하경 (앞만보며) 떠날 때, 널 죽어서도 안만날거라고 생각했어. 근데
궁금하더라. 니가 참 궁금했어.
현우가 하경을 바라본다.
S#45 신경과 의국 창가
인찬의 시야로 보이는 현우와 하경의 모습. 이때, 상희가 들어온다.
상희 선생님
인찬 (문득 돌아보며) 아, 네... 아, 컨설튼 환자요. 그 환자...
상희 그건 우리과 선생님하고 얘기가 끝나지 않았습니까?
인찬 네, 그렇죠.
상희 선생님
인찬 네.
상희 한수연한테 왜 갑자기 냉정하세요?
인찬 ..............
상희 한수연 정신병력 때문에 찝찝하세요?
인찬 네?
상희 만약 그렇다면 좀 실망스럽긴 하네요, 선생님이. 하지만... 한수
연 제겐 거슬렸어요. 저에 대한 선생님 태도가 한수연으로 인
해 변해버린걸 감당하기엔 제 심성이 그리 곱진 못하거든요.
인찬 (한참 상희를 바라보다) 수연씨, 어딨습니까?
상희, 당황한 듯 인찬을 보면
인찬 (소리친다) 어딨냐구요.
상희 (놀란 듯 인찬을 보다가 다부진 입술로) 쫓겨났어요, 걔.
인찬, 상희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쏜살같이 달려나간다.
S#46 신경과 의국
불꺼진 의국 책상에 가지런히 개여진채 놓인 수연의 까운에 명패만 반짝 빛을
낸다.
S#47 벤치
현우 (하경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 내가 뭘 어떻게 한거냐, 너한
테?
하경 그때 그 자리에서만이라도 니가 진실했다면... 참 좋았을텐데.
난 기다렸거든.. 너의 진실...
현우 니가 말해봐. 뭐냐, 그게?
하경 내가 아니라 니가 죽였잖아, 그 환자.
현우를 싸늘히 바라보는 하경. 현우, 얼굴이 굳는다.
S#48 건물 밖
수연이 현우와 하경의 모습을 멀리서 바라보고 있다. 몸을 돌려 가려할 때 인찬
이 숨을 헐떡이며 그 앞을 막는다. 인찬의 손엔 수연의 까운이 들려있다.
수연 ......... (인사를 한다)
인찬 안돼요, 이거 받아요. (까운을 내민다)
수연 ....... (고개를 가로젓는다)
인찬 못 보냅니다, 수연씨.
수연 ...........
인찬 ...... 장현우 선생님한테 가세요. 도와 주실 겁니다.
수연 .......
수연, 아무 말 없이 가려하지 인찬이 수연의 다리 맡에 풀썩 무릎을 꿇는다.
인찬 (고개를 숙인채) 아무것도 바라지 않습니다. 내가 잡아도 안되
면 장현우 선생님을 부를 거고 장현우도 안되면 대통령, 하나
님, 부처님 누구든 다 부릅니다. 가지 말아요, 수연씨.
한동안 인찬을 바라보던 수연
수연 .........소용없네요, 선생님. 마음이 떠났어요, 병원을.....
수연, 인찬을 벗어나면 인찬, 그대로 앉아 있다가 어금니를 물곤 벌떡 일어서며
수연의 팔을 강하게 부여잡으려 현우 쪽으로 잡아끈다.
인찬 (크고 성남 목소리로 소리친다) 장현우 선생님.
인찬의 손에 부여잡힌채 놀란 듯 이끌리는 수연과 성난 얼굴의 인찬의 모습 포
즈.
제 7 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