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이 방향을 자주 바꿔가며 불고 있습니다.
자두꽃을 충분히 즐기지도 못하고
복숭아꽃의 분홍빛도 길바닥에 뒹구는 꽃잎으로만 보았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법회도 못하고 외출도 마음대로 못하는 시절에
봄마저 마음껏 즐기지 못하는 어설픈 시간의 연속이었습니다.
오늘 드디어 공사의 끝이 다가왔음을 알 수 있는 장면이 되는
콘크리트 포장을 끝냈습니다.
물론 난간과 가드레일 등등을 설치해야 하고
마당에 자갈을 골고루 깔아야하며
축대의 곳곳을 시멘트로 메워야 하기도 합니다.
2월 16일에 시작한 공사 덕택에 무엇 하나 제대로 흘러가는 것이 없었습니다.
길어야 한 달이면 끝날 것이라 생각하고 시작한 공사가
이렇게 길게 이어질 줄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그나마 공사를 진행하시는 분께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성의를 보인 덕택에 지저분한 일이 한 번도 생기지 않았습니다.
제가 복이 많은 것은 분명해보입니다.
스님, 밥을 해주시면 안될까요?
돌싱과 총각, 두 사람의 부탁으로 공사를 진행하던 내내
거의 모든 날에 점심밥을 하느라 엄청 바빴습니다.
매일 같은 것을 줄 수 없으니 밥하는 일이 많이 고되었습니다.
그나마 뭘 해주건 잘 먹어줘서 고맙기도 했고요.
공사 중간에 생각지도 않았던 화장실 누수에 마음이 철렁하기도 했습니다.
화장실 바닥을 파고, 주저앉은 배관을 다시 하고 되메우기를 했으니
이제 시멘트와 타일로 마감을 하면 됩니다.
인오선원의 바닥을 형성하고 있는 흙이 점착성이 높은 진흙이라
배관의 이음새 부분이 흙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찢어졌더군요.
이번 공사를 하지 않았으면 아마도 모르고 지나갔을 것입니다.
그랬다면 분뇨와 하수가 건물 아래에 차곡차곡 쌓여갔을 것입니다.
넘어졌더니 잃어버린 물건이 눈앞에 있는 격이랄까??
코로나 때문에 초파일 행사를 제대로 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일년에 겨우 2번의 큰 법회인데 개원기념 법회는 하지 못하고 지나갔고
부처님 오신 날 행사는 간소하고 조용하게 치뤄야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부처님께서 남기신 가르침을 배우고 익히는 일은
그 어떤 바이러스가 창궐하더라도 놓을 수 없습니다.
늙고 병들고 죽어가는 일은 그 어떤 존재도 막을 수 없으니까요.
매주 목요일 오후 2시에 니까야 강독을 강의하고 있습니다.
누군가를 가르친다는 생각보다 제가 게으르지 않기 위해서 하는 일입니다.
하지만 부족한 능력이라 가르치고 난 다음에 드는 후회와
오류의 발견은 늘 부끄럽고 창피합니다.
전생에 얼마나 수행을 게을리했으면 아직도 이렇게 헤매는지.......
에휴~~!
돌아오는 부처님 오신 날에는
선혜경 불자님 가족이 공양을 올린 새로운 인오선원 표지석과
동시에 30대 이상의 승용차가 주차할 수 있는 인오선원을 경험하실 수 있습니다.
축대가 높아서 쫌 썰렁하기도 하긴 하지만........
모든 불자가 행복하여 지이다.
인오선원의 모든 불자와 그 가족들이 행복하여 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