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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FIBA 월드컵과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에 나설 우리 남자농구국가대표팀이 마침내 소집됐다. 시작부터 서울에서는 다소 껄끄러운 소식이 들려왔지만, 진천에서는 일단 "우리 갈 길대로 간다"는 분위기다. 진천리포트는 남녀 대표팀이 스페인 무대로 향하는 날까지 틈틈이 전할 계획이다. 첫 순서에서는 유재학 감독이 구상하는 이번 대표팀의 컨셉트와 첫 날(19일) 소집현장 분위기를 전한다.
이번 대표팀의 시선은 오로지 아시안게임 금메달에 향해 있다. (사진=KBL 제공)
# 1 QTR 이승현의 숙제
"왜 그래?"
"무슨 일이야?"
이승현이 한동안 일어나지 않자 주변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부축을 위해 이종현이 손을 내밀었지만 고개만 숙인 채 일어나지는 못했다.
"(발목이) 돌아간 거 같은데..."
5월 18일 안암동 고려대 화정체육관에서 열린 제37회 이상백배 한일대학선발대회 3차전 막판의 상황이다. 경기 종료까지 겨우 3분여 남은 시점. 이승현은 수비를 위해 점프했다가 착지 과정서 왼쪽 발목을 다쳤다. 경기는 82-77로 이겼지만 말 그대로 상처만 남은 영광이었다.
대표팀 벤치는 싸늘해졌다. "부상 없이 잘 마쳐야 한다"고 강조했던 황준삼 감독(건국대)의 표정도 그리 밝지 않았다. "일단은 붓기가 있어서 자고 일어나봐야 알 것 같아요. 지금은 아무리 검사해봐야 제대로 알 수 없으니까요."
경기가 끝난 뒤에도 이승현은 한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트레이너가 압박 붕대를 감는 동안, 쉬고 있던 2학년 최성모가 얼음을 들고 달려왔다. 얼굴에는 근심이 가득했다. 기념사진 촬영도 함께 못했다. 이종현도 걱정이 됐는지 촬영 중 틈날 때마다 선배가 있는 벤치쪽을 힐끔거렸다.
걱정되기는 관계자들도 마찬가지. 김대환 전 고려대 코치는 "어지간히 아파서는 저렇게 티 안 낼 녀석"이라며 혀를 끌끌 찼다. 현장에 있던 이들이 안타까워 한 이유는 또 있다. 바로 다음 날인 19일이 남자농구 국가대표팀의 소집일이었기 때문이다.
이번 대표팀은 8월 30일에 열리는 스페인 농구월드컵과 9월 19일 개막하는 인천아시안게임 출전을 위해 소집된다. 대표팀을 관장하는 국가대표팀 운영위원회(이하 국대위)는 4월 29일 에 예비 엔트리 24명을 발표했고, 이어 1차적으로 진천에서 합숙할 15명의 멤버를 5월 8일에 공개했다. 그 중에 이승현도 있었다.
이상백배 대회에서 발목을 다쳤던 이승현. 첫날은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웨이트 트레이닝에 임하고 있었다. (사진=KBL 제공)
이승현에게는 이번이 2번째 도전이다. 지난해에는 16명의 훈련명단에 이름을 올렸지만 윌리엄 존스컵까지는 함께 하지 못했다. 이번에는 꼭 선발되길 희망했던 그였기에 이번 부상은 악재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19일 진천선수촌 체력단련실에서 이승현을 만났다. 발목에 테이핑을 하고 있던 그는 심한 동작은 힘든 상태였기에 조심스럽게 웨이트 트레이닝에 임하고 있었다.
"인대 손상은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면 괜찮을 것 같아요. 뼈 부위 검사가 필요한데, 이 부분은 다시 X-레이를 찍어보기로 했습니다."
대표팀에서도 유재학 감독을 보좌하게 된 정태중 트레이너의 소견이었다. 불행 중 다행인지 일단 유재학 감독은 당장 격하게 운동을 시킬 계획은 없었다. 아픈 선수가 이승현만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김태술(손가락), 윤호영(발가락), 이대성(발목) 등 시즌의 여파로 모두들 아픈 곳은 1~2곳씩 있었다. 앞으로 2주는 몸을 만들면서 유재학 감독이 추구하는 수비 스타일을 설명하고 맞춰가는 단계가 될 것이다.
이승현에게도 유재학 감독이 내준'숙제'를 검사받을 기회가 있다는 이야기다.
"지난해 선수촌에서 나갈 때 유재학 감독님께서 과제를 주셨어요. 포지션이 애매하니 외곽슛과 외곽 수비를 발전시켜야 한다고요."
19일 현장에서 만난 이승현의 말이다.
"그럼 본인이 생각하기에 좀 나아진 것 같나요?"
"외곽 수비는 여전히 어려운 것 같아요. 포스트 수비는 키가 작아도 힘으로 버틸 수 있는데, 외곽 수비는 순발력이 필요하다보니 쉽진 않더라고요."
그렇다면 유재학 감독의 생각은 어떨까?
"감독님이 이번에 이승현 선수에게서 보고자 하는 부분은 무엇인지요?"
"외곽에서의 움직임을 보려고 해요. 지난해에도 나갈 때 말을 했었는데, 외곽슛은 많이 좋아졌더라고요. 문제는 외곽 수비에요. 그 신장으로는 수비에서 못 버티니까 안타까운 부분이죠. 개인적으로도 승현이 같은 아이는 우리 리그에서 뛰더라도 3.5번 정도까지는 소화해야 돼요. 그래야 (현)주엽이 정도의 선수가 되죠. 4번으로 해서는 어려워요. 함지훈 같이 농구 잘 하는 아이도 여기에 못 들어오는데..."
유 감독은 비단 대표팀에서 뿐 아니라 이승현이 미래의 프로 '자원'으로서도 경쟁력을 갖추길 바라고 있었던 것이다.
"작년에 헤어지면서 주문했어요. 주문대로 슛 거리도 늘어나고, 정확도도 올라갔더라고요. 이제는 수비만 어느 정도 되는지 봐야겠죠."
대학리그 현장을 드나드는 농구인들은 그간 "이승현이 성인무대에서도 검증할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아왔다. 코트 위에서의 활약도 그렇거니와, 코트 밖에서의 학업 성취도나 태도 등에 있어서도 '충분히 믿을만한 선수'라며 말이다. 간곡히 익명 처리를 부탁한 지도자 출신 농구인은 "매년 할 줄 아는 것을 하나씩 늘려가는 대학생이 몇이나 되겠냐"며 외곽슛 정확도를 끌어올리며 주가를 상승시켜온 이승현을 높이 평가하기도 했다.
# 2 QTR : 수비로 공격한다! 아-탁!
"예전에 대표팀에 '아-탁'이란 전술이 있었어요."
"어택(attack) 말씀이시죠? 공격인가요?"
"공격 같죠? 근데 그 전술은 수비였어요. 공격적으로 수비하자, 그러니까 맨투맨으로 밀착 마크한다고 해서 '아-탁'이라 했어요. 사실은 잘 모르고 갖다 붙인 단어였어요. 그땐 지역방어라는 것을 잘 몰랐으니까..."
농구원로 염철호 선생의 회고다.
우리 대표팀의 수비가 맨투맨에서 지역방어, 프레스 등 다양한 형태를 띄게 된 것은 1950~60년대 외국인 코치를 초빙하면서부터였다. 신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도입됐던 전면 강압수비는 청소년부터 성인대표팀에 이르기까지 여전히 의존도가 높은 수비 중 하나다.
유재학 감독도 우리 대표팀의 승리 해법을 '수비'에서 찾았다.
"5대5 농구를 해서 이길 가능성은 10%도 안 됩니다. 할 수 있는 것은 수비죠. 가운데가 약하기 때문에 프레스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작년(2013년 FIBA 아시아선수권)에도 프레스를 했지만, 그것만으로는 승산이 없어서 올해는 더 공격적인 프레스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유 감독은 앞선의 가드뿐 아니라 장신들도 적극적으로 가담해주길 바라고 있었다. 외곽까지 나와 스위치가 되더라도 적극적으로 견제하고 막아주길 바랐던 것이다. 이는 지난해 그가 대회를 치르면서 절실히 느꼈던 우리 대표팀의 한계이기도 했다.
"KBL에서는 외국선수들이 적극적으로 해주질 않아요. 반면 대표팀에서는 앞선이 아무리 붙어봐야 우리나라 4, 5번 선수들이 훼이크 한 번에 다 떨어져 나가더군요. 필리핀 전에서도 스위치 상황에서 빠르지도 않은 애들한테 스텝 한 번, 아이 훼이크(eye fake) 한 번에 나가 떨어졌어요. 이란 같은 경우는 2m가 넘는 선수들도 외곽 수비를 잘 하더군요. 덩치 큰 선수들이 말이죠. 우리는 어릴 때 그런 부분을 안 해봐서 생소해하죠. 앞으로 뛰는 것은 몰라도 옆으로 하는 수비는 어려워해요. (이) 종현이, (김) 종규 모두 국내에서 작은 애들만 데리고 농구해왔으니...."
첫 날, 선수들이 코트에 서자 유재학 감독이 가장 먼저 한 일은 바로 앞으로 하게 될 수비에 대해 시범을 보이는 것이었다. (사진=KBL 제공)
첫 날, 플로어에 모여서 유재학 감독이 가장 먼저 시범을 보인 것도 바로 수비였다.
"내일부터 연습해야 할 수비"라면서 짧게 동선만 짚어줬다. '코치'자격으로 합류한 이훈재 상무 감독과 이상범 전 KGC 감독도 이를 지켜보면서 유 감독과 장, 단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막힘없이 설명하며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에게 이를 숙지시켰다. 이미 유 감독식 훈련을 경험했던 대다수 선수들도 묵묵히 지시를 따랐다.
앞으로 대부분의 훈련은 수비가 주를 이룰 전망이다. 유 감독이 선수촌에서 입소하면서 그린 밑그림이기도 했다.
"아시안게임을 위해 어떤 농구를 해야 하는지 밑그림을 그려야 합니다. 우리 리그(KBL)에서 나온 성적을 갖고 선수를 뽑는 것이 아니에요. 그 그림을 그려놓고 선수들을 끼워넣어야 하죠. 앞으로 누가 될 지 시도를 해보고, 이 선수가 필요한지 안 필요한지 테스트를 해봐야 합니다."
그런 면에 있어 장신 선수들의 기동력과 수비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될 전망이다. 새로이 선발된 장재석이나, 2년 연속 선수촌에 오게 된 이승현이나 같은 문제를 풀어야 생존이 가능한 셈이다.
"(최)부경이는 작년에 데리고 해봐서 (어느 정도까지 가능한지) 잘 알아요. (장)재석이는 아직 못 봤기에 그런 기동력이나 수비가 되는지 보려고요."
이와 관련해 현재 유 감독은 오세근과 최진수의 합류 시기 때문에 걱정이 많다. 한참 논산에서 땀 흘리고 있을 두 선수다. 협회는 대표팀 합류를 위해 두 선수의 차출을 요청했지만, 국방부는 눈 앞의 대회가 아닌데다 '12명으로 확정된 선수'가 아니라는 이유로 훈련기간이 지난 6월 이후에야 보내줄 수 있다고 회신했다.
"연습경기가 6월 24일부터 시작돼요. 그때까지는 몸도 만들고 손발도 맞춰야 하는데 두 선수가 늦게 오면 그만큼 아쉬워지죠. 합류가 가능할 지 테스트를 해봐야 하는데, 늦게 오면 아무래도 몸도 덜 되어있고, 훈련도 덜 되어 있으니 두 선수에게 손해잖아요."
일부에서 계속 논란이 제기됐던 이대성의 합류에 대해서도 확실한 소신을 밝혔다.
"일일이 답할 수도 없고..." 라며 '논란'이 이해가 안간다는 표정을 지은 유재학 감독이었다.
"지금 12명의 70% 이상을 수비로 갈 생각입니다. 거기에 그런 아이(이대성)가 필요해요. 박찬희는 작년에 프레스를 할 때 지키는 프레스보다는 뺏으러 나가는 습성을 보였어요. 공격적인 부분도 저하돼서 (대표팀에서)뺐었죠. 하지만 올해는 공격적인 프레스를 생각하고 있는 만큼 찬희 선발도 생각하고 있어요. 둘 다 190cm대이기 때문에, 만약에 대성이가 안 좋다면 찬희가 들어올 수도 있어요. 조성민, 김민구, 김선형 모두 보장된 자리가 아니에요."
'이대성이 모비스 선수이기 때문에 뽑았다'라는 분위기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이런 큰일하면서 그런 생각하는 사람이 어딨어요?"
# 3 QTR : 경쟁, 시작됐다
대표팀 첫 날 훈련 스케치 (점프볼 TV 제공)
밖에서 보기에 진천선수촌은 평온하다.
태릉선수촌도 조용했지만 서울 시내에 있다보니 정문만 나가면 차가 쌩쌩, 이따금 '딴 생각'을 하기도 적당한 환경이었다. 대표팀이 추락을 거듭하던 시기, 대한체육회 한 직원은 "농구 선수들의 외박과 외출이 가장 많아 걱정이다. 회식도 너무 잦다"라며 혀를 끌끌 차기도 했다.
한때 전 선수가 참여하는 '아침 체조(라 쓰고 에어로빅이라 말하는)'에도 불참자가 가장 많았다.
반면 진천선수촌에서는 그런 생각을 할 수가 없다. 나가봐야 아무 것도 없기 때문이다.
"방에는 TV도 없어요. 필요하면 갖고 들어와야 하죠. 작년에 책을 얼마나 읽었는지 몰라요. 올해는 아예 TV를 들고 왔습니다." 대표팀 매니저를 맡게 된 성준모 코치의 말이다. 선수들도 아마 노하우가 생겼을 터. 작년에는 TV가 있는 선수 방에 몰렸다는 후문도 있다.
고참 김주성이 코트 안팎에서 끼치는 영향력은 생각 이상으로 크다. (사진=KBL 제공)
고참들이 형성하는 분위기도 괜찮다. 이번 대표팀 주장은 양동근이다. 소속팀에서든 대표팀에서든 그의 자세는 한결 같다. 유 감독도 "운동에서의 솔선수범은 동근이가 짱"이라며 믿음이 대단하다.
"(김)주성이는 다소 부담스워하는 부분이 있어요. 하지만 주장은 아니더라도 연습할 때는 주장 이상의 역할을 해주고 있죠. 훈련시에도 솔선수범하고요. 다만, 늘 100% 몸상태가 아니니 운동의 솔선수범은 동근이가 해주는 거지요."
벤치에 앉아있다보면 타종목 스타들도 종종 볼 수 있다. 선수촌을 찾는 묘미 중 하나다. 이미 배구 대표팀도 훈련을 시작했다. 하지만 그 평온함은 오로지 건물 밖에서만 느낄 수 있는 분위기다. 체육관 내부에서는 눈앞에 다가온 아시안게임에서의 쾌거를 위해 땀 흘리는 선수들의 기합 소리가 울려퍼진다. 농구대표팀도 곧 겪게 될 분위기다.
15명 중 13명이 소집된 가운데, 유재학 감독은 "이들 중 12명이 될 수도 있고, 합숙에서 제외된 선수들 가운데 새로 합류해 12명이 구성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사진=KBL 제공)
첫날은 간단한 일정으로 진행됐다. 대표팀은 선수촌으로 향하기 전, 안산에 마련된 세월호 합동 분향소를 찾았다. 짐을 푼 뒤 4시에 체육관서 모여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몸을 풀었고, 5시부터는 유 감독이 수비 작전을 간단히 설명한 뒤 슈팅 훈련이 이어졌다.
이 중 몇몇은 시즌 이후 거의 공을 처음 잡아본 선수도 있었다.
'아직까진' 선수들의 분위기는 진천선수촌 외부와 비슷했다. 마치 늘 그래왔던 것처럼 차분하게 웨이트 트레이닝에 임한다. 김주성은 윤호영에게, 조성민은 최준영에게 자신만의 노하우를 알려준다. 이 가운데 대표팀 분위기가 아직 낯선 장재석과 이대성 등은 묵묵히 트레이닝에 임했다.
이대성의 경우는 한 눈에 봐도 챔피언결정전 때보다 상체가 좋아진 모습이었다. "하체 운동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상체에 집중했다"며 "앞으로 뛰는 운동만 하다가 다 빠져버릴 것 같아 걱정이다"라고 엄살을 피운다. "낯설지 않냐"는 질문에는 "낯설긴 한데, 아는 선수들(김선형, 장재석)이 있어서 괜찮다"고 웃어 보였다.
유재학 감독은 앞으로 2주간은 몸을 만드는데 시간을 쓸 생각이다. 재활을 해야 하는 선수도 있다. 시즌아웃 됐던 김태술도 마찬가지다. "손가락이 단순히 인대만 다친 것이 아니라 공잡고 하는 운동은 하지 못하고 있어요. 공을 잡을 수 있을 정도까지 빨리 만들어야죠."
본격적인 훈련은 6월부터 시작된다. 마지막 12명이 정해지는 시기는 유 감독 본인도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
"1차적으로 브리검영 대학, 일본과 다섯 경기를 치르는데 그때까지 못 고를 경우에는 뉴질랜드 전지훈련까지 갈 수도 있어요. (뉴질랜드에는) 꼭 12명이 가야만 하는건 아니니까 지켜볼 생각입니다. 시간은 적당히 주어졌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어느 정도일지는 나도 모르겠어요. 연습경기 해보고, 뉴질랜드와 경기하고, 세계선수권대회 해봐야 알겠죠." (그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만나게 될 팀들도 어차피 장신팀인 만큼 아시안게임을 대비해 잡은 '테마'를 그대로 가져갈 것이라 고 밝히기도 했다.)
현재 합숙에 들어오지 않은 선수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렇다고 24명 중에서만 고른다는 원칙도 없다. 지난해 문성곤(고려대학교) 같은 경우가 그랬다. 상황에 따라서는 공익근무 중인 하승진도 합류할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소집해제(7월 25일)까지는 합류가 어렵다는 것이 마음에 걸린다.
김태술은 "하승진이 있고 없고의 차이는 어마어마한 차이다"라며 그의 존재감을 높이 샀다. 평소의 하승진이라면 대표팀 합류가 비관적이었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난 시즌부터 KCC 관계자들로부터 줄곧 확인해본 바로는 현재의 몸 상태는 본인의 꾸준한 노력 덕분에 나쁘지 않다는 평가다. "시즌 중에는 퇴근 후에도 척(Chuck Person) 코치를 잡고, 아니면 혼자서 연습을 열심히 하더군요. 결혼하고 아빠가 되면서 많이 달라진 것 같아요." KCC 관계자의 말이다.
# 4 QTR : 헤인즈와 이승준
헤인즈 귀화는 이미 지난 일이 됐다. 누구도 공식적인 해명을 내놓지 않은 채. 다행히 이승준의 부상 회복 속도는 관계자들이 놀랄 정도로 빠르다고 한다. 그는 대표팀 합류를 누구보다 갈망하고 있었다. (사진=점프볼 제공)
최근의 대표팀 화두는 '귀화'다. 너무 늦게, 급하게 추진하다보니 결국 외화만 버렸다.
이미 전력분석원을 대동하고 레바논과 미국 등을 돌 때부터 '급하다','늦었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상범 감독이 일찍(?) 시즌을 마쳤기에 그나마 돌아다녔지, 그게 아니었다면 후보조차 추리지 못했을 것이다. 물론, 그 추린 후보들조차 무위로 돌아가 결국 '아는 이름(KBL 외국선수 출신들)'으로 압축됐지만 말이다.
최종적으로 애런 헤인즈가 대상이 되면서 귀화가 추진됐지만, 알려진 바와 같이 이마저도 무산됐다. 헤인즈가 한국 국적을 갖게 된다 해도 아시안게임을 못 뛰게 됐기 때문이다.
'3년 연속 한국에 거주한 선수'만이 가능하다는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의 새 규정은 이미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직후에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졌으나, 누구도 이를 인지하지 못했다. 이로 인해 상황이 악화될 수 있다는 것은 국대위가 소집된 19일보다 무려 7일여 전에 감지됐던 분위기였다.
그런데도 일처리는 너무나도 늦고, 안일했다. 그 무렵 국대위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OCA에 문의하는 일 밖에 없었다. 이것도 농구계 입장에서는 '나랏일'인데, 해도해도 너무한다는 생각도 든다.
사실, 귀화선수가 처음 추진될 무렵에도 농구계에서는 "누가 이 일을 추진하고 이끌 것인가"보다는 "안 됐을 때 누가 책임질 것인가"를 따지는 분위기가 강했다. '책임' 운운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레파토리처럼 느껴지기도 하는데, 그만큼 협회와 연맹의 불협화음도 심각했다. 대한농구협회와 한국농구연맹간의 화합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은 국제농구연맹(FIBA) 고위층인 패트릭 바우먼 사무총장도 알고 있으며, 방한 당시 이를 지적했을 정도로 잘 알려져 있다.
"아마도 광저우아시안게임 당시에 이승준도 무리 없이 아시안게임에 출전했었고, FIBA에서도 귀화선수가 자유롭게 출전해왔으니 미처 거기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다"는 것이 농구계 관계자의 말이다.
19일에 만났을 때도 유재학 감독은 이미 귀화에 대해서는 기대를 접은 눈치였다. "행정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내 소관이 아니다"라며 말이다.
"헤인즈 건은 제 손을 떠난 일이에요. 감독이 해야 할 일이 있고, 협회가 해야 할 일이 따로 있잖아요."
"체류 3년과 3시즌 연속 뛴 것은 다르니까요. 그걸 생각해줄 지 모르겠어요. 그리고 그때가서 귀화가 된다고 해도 시간이 너무 늦어요. 그래서 국대위 회의 안건으로 2가지를 요청했어요. 문태종을 합류시켜주는 것, 그리고 엔트리를 늘려서 이승준까지 다시 포함시키는 것까지 안건으로 올려달라고 했죠."
이미 기사에도 밝혀졌듯, 이승준의 상태는 생각 이상으로 좋다는 평가다. 이승준은 지난 1월 17일, 안양 KGC와의 정규리그 경기 중 왼쪽 발목 인대가 파열되는 부상을 입어 시즌아웃 된 바 있다. 곧장 수술을 받은 그에 대해 주변에서는 나이가 나이인 만큼, 코트에 서는 시간이 오래 걸릴 지도 모른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실제로 본 이들은 이승준의 상태가 생각보다 멀쩡(?)해 보였다고 한다.
"이(상범) 코치가 마이애미에 숙소를 잡았는데, 우연히 연습 체육관에서 (이)승준이를 만났다고 하더군요. 재활 중인데 '나 진짜 많이 좋아졌다고 감독님께 전해달라'고 하더라고요. 그 아이는 진짜 하고 싶어해요. 재활 속도도 빠르고요. 팀에 필요한 선수라면 데려가야죠." 유재학 감독의 말이다.
유 감독은 아마도 6월 연봉협상 시점이면 구단에서 이승준의 정확한 상태를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유재학 감독이 원하는 수비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빅맨들의 영리하고 기민한 움직임도 필수다. 이승준이 제 컨디션으로 임한다면 공격과 수비 양면에 있어 적지 않은 힘이 될 것이다. (사진=KBL 제공)
사실, 이번 귀화건만 떠나서 본다면 대표팀에 대한 지원은 2000년대보다도 나아진 상황이다. 205cm의 김주성조차 비행기 이코노미 석을 타고 다니던 시절이 있었다. 장신선수들에 대해 배려다운 배려가 제대로 이뤄진 것은 하승진이 등장한 이후부터다.
심지어 대표팀에 특정 학교가 너무 많이 들어간다며 감독 요청을 묵살하고, 옥신각신하던 시절도 있었다. 해외 전지훈련은커녕 해외팀과의 연습 경기조차 생각 안 했던 시절도 있었다. 전력분석원과 트레이너 등에 대한 지원이 풍부해진 것도 얼마 되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이런 것들은 '당연히 이뤄져야 하는 것'이 이제야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셈이기에 '발전했다', '좋아졌다', 혹은 '챙겨줬다' 등의 말로 포장되어선 안 될 것이다. 국제대회 성적이 잘 나오길 바란다면 말이다. 이미 중국이나 이란, 필리핀 등은 이런 단계를 초월하고 있다. 농구 인기가 날로 떨어지고 있으며, 우리가 늘 한 수 아래로 여기는 일본 역시 마찬가지다.
16년 만의 월드컵 진출, 12년 만의 금메달 탈환 등 농구팬 입장에서는 반가운 테마가 많은 2014년이다.
아마도 대다수 관계자들이 이번 2014년을 기점으로 농구가 긍정적인 기운을 받길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그 가운데서 대표팀이 단추를 꿴 첫 날에 들려온 소식이 너무나도 실망스럽고, 그 뒤에 이어지는 행동들도 아쉽기 짝이 없다.
일단 유재학 감독의 대표팀은 첫 발을 내딛었다. 귀화선수 합류 여부를 떠나, 과연 유 감독이 구상한 '공격적인 수비 농구'가 얼마나 잘 정착할 지, 대표팀에는 누가 남고 누가 떠나게 될 지 여전히 관심이 가는 부분이 많다. 적어도 진천에서만큼은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소식이 계속 들려오길 기대하고, 또 응원한다.
글=손대범(점프볼 편집장)
+ 2014 남자농구 국가대표팀 합숙훈련 명단
감독= 유재학(모비스)
코치= 이훈재(상무) 이상범(前 KGC인삼공사)
트레이너= 정태중(모비스) 김보규(한양대)
전력분석원= 한기윤(국가대표운영위원회)
가드= 김민구(KCC), 김선형(SK), 김태술(KGC), 양동근(모비스), 이대성(모비스), 조성민(KT)
포워드= 김주성(동부), 윤호영(동부), 이승현(고려대), 최준용(연세대), 최진수(오리온스)
센터= 김종규(LG) 이종현(고려대) 오세근(KGC) 장재석(오리온스)
* 대표팀 일정
5월 19일 = 합숙훈련 시작
6월 26일 = 국내평가전 시작 vs 브리검영 대학
6월 27일 = vs 일본 평가전
6월 28일 = vs 브리검영 대학 평가전
6월 30일 = vs 일본 평가전
7월 1일 = vs 브리검영 대학 평가전
7월 13일 = 해외전지훈련 및 평가전(~19일까지), 뉴질랜드(웰링톤, 타우란가, 오클랜드)
7월 29일 = 국내평가전 시작
7월 29일 = vs 뉴질랜드 평가전
7월 31일 = vs 뉴질랜드 평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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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반면 대표팀에서는 앞선이 아무리 붙어봐야 우리나라 4, 5번 선수들이 훼이크 한 번에 다 떨어져 나가더군요. 필리핀 전에서도 스위치 상황에서 빠르지도 않은 애들한테 스텝 한 번, 아이 훼이크(eye fake) 한 번에 나가 떨어졌어요. 이란 같은 경우는 2m가 넘는 선수들도 외곽 수비를 잘 하더군요. 덩치 큰 선수들이 말이죠. 우리는 어릴 때 그런 부분을 안 해봐서 생소해하죠. 앞으로 뛰는 것은 몰라도 옆으로 하는 수비는 어려워해요. (이) 종현이, (김) 종규 모두 국내에서 작은 애들만 데리고 농구해왔으니...."
낙역 현우 특히 현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