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토요일에도 삼성직업병 올바른 해결 위한 농성과 이어말하기 계속되었습니다.
농성4일차, 저녁 이어말하기는 비를 피하기 위해 쳐 놓은 비닐 안에서 진행하다가 비가 잦아든 뒤 다시 밖으로 나와 진행했습니다.
오늘 저녁 이어말하기 첫 번째 주자는 전지인 님 입니다. 전지인 님은 ‘건강한노동세상’ 사무국장이고 2007년 반올림 만들어질 때부터 함께 활동해 온 분입니다.
“오늘 여기에 7살 된 딸과 같이 왔는데 우리 딸이 제 뱃속에 있을 때 반올림이 역학조사 기관인 산업안전보건공단에서 이틀간 농성을 했었습니다. 그때는 역학조사를 똑바로 하라고 싸웠는데, 그때의 요구와 조금은 다르지만 어쨌든 또 이렇게 농성을 하고 있네요. 그리고 둘째가 태어난 지 7개월밖에 안되어서 많은 시간을 할애하진 못하지만 끝까지 힘 보태서 함께 싸우겠습니다. 제가 반올림 활동을 오래 했는데도 불구하고 아직 모르는 분들도 많고 하니 같이 인사하고 알아갔으면 좋겠습니다.”
전지인님 이야기가 끝나고 비가 좀 잦아들어서, 바깥으로 나왔습니다. 삼성 건물 쪽을 자세히 보니 삼성경비들 수가 이상하게 늘어났습니다. 어제 밤과 오늘 새벽에 농성장 위에 비닐을 치는 과정에서 삼성경비가 시비를 걸고, 결국 경찰이 와서 이상 없음을 확인하고 갔는데, 또다시 삼성이 침탈을 시도 하는 건 아닐까 우려되는 상황에서 우리 중 한 명이 마이크를 잡고 삼성을 향해 경고를 했습니다.
“삼성경비들이 ‘회사는 이것을 허용할 수 없습니다’ 라고 하는데, 삼성이 이걸 허용하고 말고 할 문제가 전혀 아닙니다. 우리는 적법하게 낸 집회신고대로 집회를 하고 있는 것인데 회사가 이래라 저래라 하다니요. 여기 농성장 안에는 아이들도 있고 한데 삼성경비들이 호시탐탐 침탈하려고 합니다. 침탈하지 마십시오. 분명히 밝혀둡니다”
다시 이어말하기가 진행되었습니다. 두 번째로 이야기를 하신 분은 공유정옥(반올림 교섭단 간사)님입니다.
“유엔에서 ‘유해물질 및 폐기물 관련 인권 특별 보고관’이 한국을 방문합니다. 다음 주 월요일에 반올림을 만나러 이곳에 옵니다. 전자산업 노동자들이 화학물질 때문에 어떤 병에 걸렸는지, 그리고 그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정부와 기업으로부터 어떤 인권 침해를 겪었는지를 들으러 옵니다. 삼성 경비들께 말씀드립니다. 비 오는 날 비닐 한 장 덮지 못하게 하는 삼성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면, 비닐을 걷어 가십시오. 정당한 집회의 권리도 짓밟는 삼성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면, 농성장 침탈하십시오. 유엔 특별보고관이 이 자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을 보실 수 있을 겁니다.”
“최근 삼성에 대한 세 가지 기사를 보았습니다. 우선, 유럽에서 삼성이 에너지 효율을 속여서 TV를 판매해왔다는 게 드러나면서 자칫 판매 중지까지 될 수 있다는 기사가 있었습니다. 폭스바겐에서 디젤 자동차의 배출가스 측정을 속여 큰 이슈가 된 것과 비슷한 성질입니다. 소비자들은 에너지 효율이 높다고 믿고 삼성 제품을 구입하였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더라는 것이죠. 두 번째 기사는 애플의 아이폰 배터리 수명이 적고 발열이 심한 이유가 삼성반도체 칩 때문이라는 겁니다. 경쟁사인 대만의 제품과 비교해서 품질이 떨어져, 이후 아이폰에 삼성 칩을 쓰지 않을 것 같다고 합니다.”
이 두 가지 기사는 삼성의 3대 세습을 정당화하기 위해 이재용씨의 경영능력이 출중하다는 걸 보여주어야 하는 삼성에게 상당히 부담스러운 내용입니다. 그럼 삼성은 과연 이 부담을 어떻게 해결하려 하느냐, 이건 세 번째 기사에서 엿볼 수 있습니다. 삼성이 해외 사업장의 사무직을 감축하고 있다는 겁니다. 내년 쯤 이재용 체제의 실적이 좋아보일 수 있도록, 제품 품질이나 정직성에서 감점당하는 부분을 인건비 절감으로 만회하려는 것 아니냐는 평가들이 나옵니다. 오늘 북한 노동당 기념일을 맞아 김정은이 자신의 통치력을 과시하기 위해 엄청난 돈을 들여 화려한 열병식을 준비했다고 들었는데, 뭔가 비슷한 구석이 있습니다. 노동자들의 고통을 외면하고, 자신이 잘못한 것을 고치려 하지 않고, 천억원이라는 돈을 내세워 마치 모든 것을 해결하는 것처럼 보이도록 꼼수를 쓰고 있는 삼성의 모습이, 서민들의 고통을 외면하고 겉으로만 그럴싸하게 보이는 행사를 통해 체제를 정당화하려는 북한의 모습과 겹쳐 보입니다.
세 번째 이야기 손님은 반올림 자원활동가 성호 님입니다. 성호님은 삼성이 아닌 다른 반도체 회사를 다는 적이 있는 분입니다.
“반도체를 만들려면 반도체가 깨끗해야 하거든요. 반도체를 깨끗하게 하려고 정말 쌩쇼를 합니다. 얼마나 반도체를 ‘먼지없이 깨끗하게’ 잘 만드느냐가 기술이고, 저도 놀랄 정도로 제품을 깨끗하게 하려고 굉장히 독한 화학약품을 사용합니다. 사람이 먼지이고 반도체에겐 적인 것이죠. 반도체 칩이 더 중요하다 보니까 보호나 예방이나 이런 게 전혀 없었습니다. 어쩌면 반도체 업계의 순위는 얼마나 사람에게 해로운 걸 더 쏟아 부울 수 있느냐 하는 기술력의 싸움이죠”
네 번째 이야기 손님은 향남공감의원 송홍석 원장님입니다.
“삼성이 초일류 기업이라고 이야기하는데 지금 하고 있는 행태를 보면 정말 그런 모습 답지 않게 째째하고 비열하게 하고 있고, 그 행태들에 화가 나서 왔습니다.
“우리는 밥 먹는 시간, 자는 시간을 빼면 많은 시간을 일터에서 보내게 됩니다. 제가 환자들을 보면 무엇보다 스트레스 때문에 병이 생기는 것 같아요. 우리가 어떤 사람을 만날 때 어떤 일을 하는지 보는 게 필요합니다. 불건강의 문제가 일 때문에 생기는 경우가 많은데, 노동자 본인들도 자신이 어떤 환경에서 일하고 있는지 좀 제대로 알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있는 것 같고 합니다”
“치외법권이라는 영화간판이 바로 앞에 보이는데 저게 바로 삼성의 현실인 것 같습니다. 법보다 주먹, 법보다 돈 이런 현실인 것 같습니다. 일하다가 일터에서 많은 노동자들의 죽음이 있었고 그렇다면 이를 공적으로 밝히고 규명해야 하는데 이를 감추고 자기들이 알아서 하겠다는 태도는 결코 봐주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8년간의 반올림의 투쟁들이 다시 한번 새롭게 사회의 힘들을, 삼성권력에게 다시 한 번 우리의 힘들을 보여주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마지막 이야기 손님은 반월시화공단에서 중소영세 사업장 노동자들을 조직하는 ‘월담’ 활동을 하고 계신 미숙님 모셨습니다.
“사실 잘 몰라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일을 하면서 아프고 다치고 죽고 있는지 잘 몰라요. 통계라도 잡히면 알 수 있는데 중소영세 비정규 노동자들은 산재처리도 잘 안합니다.”
“오래전에 제가 볼펜 만드는 공장에서 일을 했었는데 잉크로 세척하는 일을 하는데 메틸 알콜, 톨루엔 등 물질로 세척을 하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스 물 두살 시절에 쉴 곳이 없어 세척실에 들어가 박스깔고 잤어요. 그런데 아무도 그곳이 위험한 곳인지 이야기해주지 않았던 기억도 납니다.
“저는 장성여상을 나왔는데 작년에 또하나의약속을 볼 때 굉장히 눈물이 났습니다. 영화 속 윤미가 고향을 떠나 오는 버스 장면에서 부터요. 그때 당시의 제 친구들은 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비오고 더 추워진 날씨에 농성장 위에 비닐이라도 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인데, 삼성은 그 비닐마저도 못 덮게 하려고 안달입니다. 삼성직업병 문제해결을 위한 사회적 대화를 내팽게치는 바람에 시작된 농성인데, 제 아무리 막무가니 삼성이라지만 적법하게 집회신고된 장소에서 비를 피해가 위해 쳐놓은 얇은 비닐마저 걷어가려는 파렴치한 삼성의 행태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삼성은 제발 정신 차리십시오!
삼성은 사회적 대화에 성실하게 임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