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어릴적에
내 아버지는 정말 싫었다.
새벽마다 단잠을 깨우는
그 부지런함이 싫었고
잠에서 깨어난 나에게
주판을 튕기게 해서 더 싫었다.
매일 아침
발코니에서 자라던 화초에
물을 줘야하는 물조리개가 미웠고
일요일마다
관사의 그 많은 유리창을
네모난 신문지로 닦아야 하는 일은
정말 죽기보다 싫었다.
술을 마시고 오시는 늦은밤에는
잠에서 깨어나
그 귀한 탕수욕도 어거지로 먹어야하는
고통도 싫었고
형제들 순서에 따라 마지막에 노래를
해야 하는 막내라는 것도 참 싫었다.
행여 그런 내 아버지가
지방으로 출장이라도 떠나시는 날에는
집안에는 거의 축제분위기 되었다.
그토록 정말 싫은 것만 죽어라고 시키시던
무섭고 강하셨던 내 아버지...
팔순도 훨씬 넘기신 그 분은 지금은
파킨스씨병에 걸려 자리에 누워계신다.
혼자서는 화장실조차 가지 못하는
거의 식물인간 수준이다.
그 당당하셨던 몸짓과
잘생긴 용모와 빛나던 까만 눈빛은
다 어디로 사라져 버린 것일까.
나는 절대 되돌아 갈수 없음을
너무도 잘 알고 있으면서
속으로 기원해 본다.
내 아버지가 다시 일어나실수만 있다면
새벽에도 일찍 일어나고 주판알도 잘 튕기고
화초에도 물 잘주고 유리창도 잘 닦고
탕수욕도 잘 먹고 노래도 잘 부르고
더더욱
출장 가신다고 좋아 하지는 않을 것 같다.
아 가련한 내 아버지,,
그땐 아니였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정말 당신을 사랑합니다.
첫댓글 저도 아버지가 넘 싫었는데 지금은 넘 좋아해요.
아름다운 사부곡 잘 읽고 갑니다.
☆~ 솔직한 님의글이 마음에 와 닿는군요. 저는 마음은 가득하면서... 내 부모의 늙어가는 초라한 모습을 그렇게 표현하고 싶지가...
싫어 하는 아버지라도 있었으면 좋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