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학급 학생들만으로 학예발표회를 계획하고 실행에 옮기기까지는 적지 않은 고민과 어려움이 있었으나 학예발표회를 통해 장애학생, 비장애학생, 학교행정가 및 통합학급 교사를 포함한 일반교사들, 장애학생 학부모, 특수학급 교사 모두 각자의 입장에서 의미 있는 느낌과 생각을 품게 되었다.
특수학급 어린이(오늘의 주인공들) 공연의 흥분된 분위기는 며칠 동안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교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아이들마다 “선생님 저 멋있었죠?”“저요, 태권도 또 할래요. 열심히 할 거에요.”라고 말하는 아이들은 주인공이 된 기분과 성취감에 벅차하고 있었다. 아이들저마다 공연이 끝난 후 자기반으로 돌아가 친구들 앞에서 한 번 더 칭찬과 박수를 받았다고 한다. 항상 잦은 실패감과 좌절감을 느껴보았던 우리 친구들이 맛본 성취감은 정말 귀중한 것이었다. 평소 자기 자신에 대해 자신감이 없었던 아이도 그날의 모습이 생생한 듯 너무나 자신을 자랑스러워하고, 친구들과 담임선생님이 오셔서 보았다는 사실에 더욱 우쭐해 했다. 인정받는다는 사실, 관심을 받았다는 것이 우리 친구들을 앞으로도 더욱 자신있게 만들 거라 믿는다.
특수학급 아동의 학부모 선생님과 친구들이 다 돌아간 후 주인공들과 부모님은 간단한 기념촬영을 하였다. 오늘은 어머님들도 밝은 얼굴로 사진을 찍으시며 기뻐하셨다. 지난 해는 사진을 찍지 않으려 하시며 뒤로 숨는 등, 많은 사람들 앞에 내 아이를 드러내는 것이 어색하셨던 분들도 계셨는데 올해는 모두 당당하고 밝은 모습으로 참여하시는 모습에서 학부모님들의 달라진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작년의 경우는 우리 아이가 무대 위에서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부모님들의 염려가 컸었고 부담스러워했던 분들도 계셨다.‘ 초대한 친구들이 놀리면 어떡하지?’,‘ 아이가 갑작스럽게 이상한 행동을 하면 어떡하지?’하는 염려는 기우에 불과하였다. 학예발표회를 통해 부모님들도 장애를 지닌 자녀의 있는 모습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것에 조금은 익숙해진 것 같았고, 이런 행사가 장애학생들의 교육에 관심을 증진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말씀하셨다.
통합학급 친구들 장애아동 1인당 반 친구 4명 정도만 초대하기로 계획되었지만 학급 전체 아동과 함께 관람을 희망하시는 담임선생님이 계셔서 4학급은 반 전체 아동이 관람을 했으며 다른 학급의 경우도 희망자가 많아서 4명 이상의 반 친구들이 관람을 하러 왔다. 이런 저런 이유로 공연장이 예상보다 많은 관객들로 꽉 차게 되었다. 초대받은 학급친구들은 자신들이 공연에 초대받은 것 만으로도 매우 기뻐했다. 자연스럽게 자기반 친구를 응원하고 격려하였으며 자랑스러워하였다. 당일 공연을 본 후 친구들의 소감을 들어보면 다음과 같았다. “다들 너무 잘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많은 웃음을 준 것 같다”,“ 연습을 했어도 사람들 앞에서는 긴장을 했을 텐데 너무 잘 한 것 같다”,“ 처음에는 우리보다 못하는 줄 알았는데 계속 보니까 우리보다 매우 더 잘하였다”,“ 정말 교실에서는 말도 없고 그랬는데 학예회를 보니 씩씩하고 우렁차게 보였으며 다음에도 ????가 잘했으면 좋겠다”,“ 아주 잘했다. 우리는 나가서 말도 못했을 텐데 △△는 떨지도 않았다.” 학급 친구들에게 특수학급 친구들의 모습이 보잘 것 없게 보였을지도 모른다는 어른들의 염려와는 달리 아이들은 친구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함께 기뻐하고 격려하면서 자연스럽게 하나 됨을 느꼈다.
담임선생님을 포함한 일반교사들 담임선생님뿐만 아니라 교장·교감·부장선생님들께서 오셔서 격려해 주신 일은 학예발표회를 준비한 학급 아동과 우리 모두에게 큰 힘이 되었다. 무엇보다 감사한 분들은 바쁘신데도 불구하고 기쁜 마음으로 찬조출연을 해주셨던 일곱 분의 플루트동호회 선생님들이시다. 무대를 빛내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리니 오히려 이런 무대에 설 수 있게 만들어 주어서 영광이었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담임선생님들의 반응은 한결같이“????가 이런 걸 잘 하는 줄 몰랐어요. 너무 잘 하더군요”라는 말과 함께“이렇게 잘 할 수 있는데 그 동안 신경 못 쓴 것에 너무 미안하다”는 말씀을 덧붙이셨다. 그리고 공연 후 우리 친구들이 학급으로 돌아왔을 때 학급 친구들 앞에서 크게 칭찬을 해주시고, 친구들에게 큰 박수를 또 다시 받게 해주셨다. 장애학생들의 담임이 아닌 선생님들도“너무 아름다웠어요”, “너무 감동적이었어요”라는 한마디로 받은 많은 느낌을 표현해 주셨다.
학예발표회를 함께 준비한 통합학급 친구들 지난 해에는 특수학급 아이들만 무대에 올랐는데 올해는 통합학급 친구들과 함께 부채춤을 준비하여 대미를 화려하게 장식하였다. 특수학급 친구 4명과 통합학급 친구 4명이 함께 부채춤을 연습했다. 애초 담임선생님께 함께 공연할 친구 2명을 부탁드렸더니 희망자가 너무 많아 4명으로 늘리게 되었다. 우리 친구들이 많이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짜증 한번 안 내고 부족한 부분을 서로 도와가며 즐겁게 참여해 주었다. 특수학급친구들과 함께하는 것에 대해 전혀 창피하거나 부끄럽다고 생각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들이 주인공인양 즐겁게 참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특수학급교사 특수학급 학생의 경우 비장애학생과 함께 생활하기 때문에 더 배워야 할 점이나 부족한 점이 부각되기가 싶다. 특수학급 교사 또한 특수학교 교사에 비해 장애아동을 교육할 때 비장애아동과 항상 비교되기 때문에 장애학생들의 장점보다 더 배워야 할 점을 먼저 생각하는 경향이 많다. 작년 학예회를 끝내고 올해 장애학생들을 교육하면서 특수교사의 머릿속에는 이 친구들이 무엇을 잘 할 수 있을지, 무엇에 흥미가 있는지를 항상 생각하게 되었다. 특수학급 교사에게는 장애 학생들의 장점과 특기를 우선 찾아내려는 마음가짐을 다질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또한 일반 초등학교 교사들과 함께 근무하는 특수학급 교사 한두 명은 비주류이다. 비장애인들이 주류인 사회에서 장애인들이 비주류이듯이, 특수학급교사 또한 특수학급 아동처럼 비주류 집단이다. 비주류 집단의 행사가 전교 교사와 학생들의 관심과 박수를 받는 일은 감동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비장애학생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교육활동에 특수학급 학생을 조금이라도 참여시키려고 노력은 항상 많이 해 왔지만, 특수학급 학생들이 중심이 되는 학예발표회 행사는 특수학급 교사에게도 값진 경험의 기회가 될 수 있었다. 우리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과 더 나은 모습이 되고자 노력하는 모습을 당당하게 드러내어 보여 줄 수 있는 학예발표회 무대를 통해 특수학급 교사와 학생 모두 큰 변화를 경험할 수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