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의 세대
임병식 rbs1144@daum.net
팔순을 지척에 앞두고 있다. 만 나이를 적용하면 한 살이 줄어들고 거기다 아직 생일이 돌아오지 않았으니 한 살을 더 빼면 3년이 남은 셈이지만 예전 나이로 치면 79세이니 팔순이 목전이다. 내가 태어난 해는 해방 이듬해인 1946년으로 일제강점기의 후유증이 여전했지만 그래도 나라를 짓밟히는 고통은 없었다.
흔히 1945생을 일러 ‘해방둥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진정한 의미에서 해방둥이는 아니다. 어머니 뱃속에서 열 달을 지낸 동안 일제의 압제에 있었으니 온전한 해방을 맞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에 반해 1946년생은 그야말로 자유로운 세상, 해방공간에서 맑은 공기 호흡하며 잉태하여 세상에 태어났다.
그 이전의 사람들은 어떠했던가. 그야말로 죽지 못해서 사는 세월, 나라 빼았기고 주권도 없이 노예 상태에 놓여있었다. 먹고사는 것도 초근목피에 의지하여 생을 이어갔다.
그 여파는 길어서 내가 태어난 때도 삶의 여건은 개선되지 않고 열악하기 짝이 없었다. 태어난 곳이 두메마을의 빈농이다보니 모든 것이 부족했다. 우선 먹고 살기 빠듯한 터에 대처로 나가 공부한다는 것은 언감생심, 사치였다. 머슴처럼 일에 매달리지는 않았지만 어디를 가자면 돈이 있어야하는데 구할 수가 없어 낙담하기 일쑤였다.
나는 어릴 적을 돌아보면 마치 무딘 낫 한 자루를 들고 떼기 풀 엉성한 들판에 서있었던 모습이 연상된다. 소를 먹이려면 쇠풀을 베야하는데 가진 연장도 그렇고 살아가는 바탕도 열악하기 짝이 없었던 것이다.
거기다 가방끈 오죽 짧은가. 그렇다보니 살아가는데 제약이 많았다. 우선 첫대박에 직장을 잡는데 한계가 있었다. 소위 넥타이 메고 일하는 하이칼라 직업은 엄두도 낼 수 없고 3D업종인 직종만 조금 문호가 열려 있었다. 흔히 말하는 모자 큰 직종으로 경찰관, 소방관, 역무원, 교도관등이다. 반대로 판사나 검사는 얼마나 작은 모자를 쓰는 것인가.
형편을 알기에 얼른 눈을 돌려 분수에 맞는 직장은 빨리 구하였다. 생각 같아서는 제대하고 나서 한 일 년 쯤 공부하여 다른 직장을 잡아볼까 했으나, 집에 돌아오니 도무지 그럴 형편이 못되었다. 논 몇 마지기 붙이고 사는데 대번에 가족들의 눈치가 보였다. 그러던 차에 군청 공보판을 보니 경찰관모집이 있어서 바로 응시했다.
직장이 적성에 맞지 않았지만 유익한 점도 있었다. 나는 비교적 영혼이 자유로워 성격은 사뭇 감상적이고 충동적인 면도 강한데, 법을 집행하는 직장에 있다 보니 나를 제어하고 통제하는 힘이 길러졌다. 그렇지만 몸속에서 꿈틀거리는 문학에의 열정은 어쩔 수가 없어서 40을 넘기며 매진하게 되었다.
승진을 하려면 공부를 해야 하는데, 승진과 문학을 함께 축구할 수가 없어 전자를 포기했다. 하지만 나는 그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사람은 어차피 모든 것을 다 할 수는 없다. 기로에서 선택할 수 밖에 없다.
나는 내가 무엇이 되고자하는 생각은 없었다. 그렇지만 어떻게 살 것인가. 어떤 사람으로 남을 것인가는 늘 생각해 왔다. 그래서 처신하는데 각별히 신경을 써왔다. 적어도 이름 석 자를 더럽히지 않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그래서 직장생활을 할 때는 돈이 생기는 곳은 애써 피하고, 나름 청렴한 생활신조를 모토로 삼았다.
나는 무엇을 함에 있어서 그게 ‘도리’에 합당한가를 따진다. 남에게 비난받거나 서운한 일이 없는가를 살핀다. 그게 일종의 버릇이 되어서 기록해두고 명심을 한다.
세상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끔직한 자연재해가 수시로 일어나고 사람이이 죽어 나간다. 엊그제는 충격적이면서도 엽기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수능시험 만점을 받은 의대생이 여자 친구를 불러내 죽이는 엽기적인 사건이 벌어졌다.
그 뉴스를 접하며 큰 충격을 받았다. 그토록 좋은 머리를 가진 사람이라면 앞으로 얼마나 국가와 사회을 위해 공헌할 일이 많을 것인가. 그런데, 그는 인생을 하루아침에 망가뜨렸다. 본인의 추락은 말할 것도 없고, 키워준 부모를 얼마나 절망시킨 것인가. 그 심정은 어떨 것인가.
거기다 희생된 여자 친구는 무슨 날벼락인가. 그 소식을 듣고 충격에서 벋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이번에는 태국에서 한국인 청년 3명이 그곳에 여행 온 한국인을 잔인하게 죽여 놓고 돈을 요구하는 천인공노할 일이 발생했다. 시신을 고무 통에 넣고서 시멘트를 퍼부어 저수지에 내던졌다는데, 소름이 끼친다.
이들의 머릿속은 대저 어떻게 생겨먹은 것일까.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인생목표나 가지고 있는 것일까. 참으로 무섭고 소름끼치는 세상이다. 막되멱은 정신이상자들이 아닌가 한다.
우리사회에는 다른 것은 잘 가르쳐주면서 어떻게 살라는 가치관은 가르쳐주지 않는다. 숫제 그러한 교육기관이 없다. 알아서 살아가라고 방임하고 있다.
반면에 돈 많이 벌고 부자 되라고는 끊임없이 부추긴다. 살아가는 데는 돈이 최고이며 돈 없이는 아무것도 못한다고 꼬드긴다. 이런 저런한 사회풍조가 날로 심화되는 빈부격차와 함께 사회공동체를 급속히 병들어가게 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내가 직장생활을 할 때 느낀 것이 있다. 사람들 중에는 낮에는 멀쩡하다가고 저녁이 되면 돌변하는 사람을 많이 보았다. 고래고래 노래를 부르고 노상방뇨하며 수상한 짓을 하는 것을 예사로 하는 걸 보았다. 남의 집 월담을 시도하는 사람을 붙잡아 놓고 보니 지역 유력인사여서 놀란 적도 있다. 그걸 보니 사람의 마음속에는 천사와 악마가 동시에 존재한다는 말이 새삼스레 느껴졌다.
어떻든 간에 지금은 풍요롭고 살만한 시대이다. 암흑의 일제강점기도 아니고 6.25전쟁이 난지도 70년이 넘었다. 여전히 북한의 위협과 불편한 중국과 일본 러시아 때문에 긴장은 하고 살지만 일찍이 이런 평화시기는 없었다.
그런데 걱정은 구성원을 이루고 사는 사람이 문제가 아닌가 한다. 인성교육이 되지 않아 사람이 어떻게 어떤 자세를 가지고 살아가야 할지를 모르고,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없으며 이기적인 생각으로 가득차서 제멋대로 행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옛날에는 외부의 침략으로 많이 무너졌는데, 이러다간 자기 통제가 약하고 무 개념에 사로잡혀있는 막가파 인간들 때문에 나라가 잘못될지 심히 걱정이다. 그래서인지 나는 행운의 시대에 태어났지만 제약된 환경으로 인하여 나래를 활짝 펴보지 못하고 살았는데, 근자에 들어서 어찌 되려고 이런 패악의 현상이 반복적으로 일어나는가 싶어서 걱정이다.
시급한 인성교육, 가치관을 정립하는 교육이 필요하지 않는가 한다. 이대로 방치하면 행운의 세대도 결코 밝게만 끝나지 않을까 싶어서다. (2024)
첫댓글 요즘 행운의 세대에 참으로 꼴불견이 많은 것 같습니다.
기차나 버스를 타는 경우 젊은이들이 노인들을 옆에 세워 놓고 뻔뻔스럽게 앉아 외면하는 것을 볼 때 참으로 저주스러운 마음이 들더군요. 승진과 문학을 함께 추구하시느라고 수고 하셨습니다. 최근 수재인 의대생이 사귀던 처녀를 살해한 사건이나,
한국인이 태국까지 가서 잔인하게 손가락을 자르고 고무 통에 넣어서 죽인 살인 사건은 참으로 끔찍했습니다.
패악의 현상은 도덕이 무너지고 너무 잘 살고 어려운 것을 싫어하고 나 밖에 모르는 사회 현상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나라가 망하는 징조는 자체의 부정부패와 도덕의 타락이 일조라 여겨 집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오늘날을 살고 있는 세대들은 전쟁이 없고 배고픔을 모르니 살만한 세상이 분명하지만
너무 풍요롭다보니 우려스러운 징후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심성들이 사악해지고 내일을 생각하지 않는 즉흥적인 생각으로 무슨 일이나 아무렇지
않게 자행하고 있습니다.
이번의 두 사건은 요즘 젊음이들의 비뚤어진 가치관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인성교육, 가치관 교육을 해야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급격한 사회 변화에 가치관이 바로 서지 못하고 극단적 이기주의와 황금만능주의가 횡행하는 어지러운 세상이 된 듯합니다 전통적 도덕관념이나 사제지간의 도리는 무너진 지 오래지요 끔찍하고 엽기적인 사건사고가 속출하여 노장의 간담을 서늘케 합니다 그나마 사회 전반적으로는 대의가 무너지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교사가 학생을 마음놓고 훈육하지도 못하는 그릇된 풍조가 하루속히 사라지고 근린상조의 미풍이 회복되어 화기넘치는 사회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그나저나 젊인이들의 한심한 가치관이 우려를 자아냅니다.
전통적인 도독관념이 붕괴되어 배운 사람이나 배우지 못한 사람이나
머리 좋은 사람이나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걸핏하면 끔찍한 범죄를
예사로 저지르니 한심하고 무서운 세상이 아닌가 합니다.
이번 두 사건은 우리의 현 실상을 보여주는 지표가 아닌가 싶습니다.
경각심을 높여, 도덕 재무장을 할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