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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촛불은 달린다 원문보기 글쓴이: 여름비
(14회 촛불열차 ) 호떡아 호떡아, 촛불이 이길 날 기둘려다오^^
시민단체에서는 어제까지만 이마트 앞에서 피켓팅을 하는 걸로 했다. 이마트 앞에서의 피켓팅이 평일에도 좀더 이어져야 하는 거 아닌가 생각들었고, 슬픈바다 님에게 나와줄 수 있느랴고 물었다. 그녀는 흔쾌히 그러자고 했다. 키도 작고 몸집도 가녀린 두 여자가 매서운 바람 맞으며 어둑신한 이마트 앞에서 피켓을 들고 있다. 지나가며 흘깃 보고 가는 시민들.... 어쩌다 빈정거림과 불만의 목소리도 들려온다.
"그정도 했으면 돼! 미국산 소고기가 무엇이 문제야!" 꼬마 손을 잡고 가는, 아빠로 보이는 남자가 말했다.
"내가 수의사인데 미국산 소고기가 제일 좋다구!" 오십줄로 보이는 남자는 호통 비슷하게 치며 지나간다. "그러세요? 그럼 많이 드세요. " 나의 대답이었다.
바람은 허허벌판에서 불어오는 듯 매섭고, 순환장애 심한 엄지발가락은 자꾸 통증을 호소한다. 이마트 앞을 오가는 시민들 시선도 싸늘한 듯하다. 그래도 캔들보이가 녹음해준 민중가요가 흘러나오는 작은 엠프가 든든한 호위병이다. 피켓을 가슴에 품고 고개를 고추세우며, 마주오는 시민들 얼굴을 똑바로 본다. "아유 이 추위에도 나왔군요. 고생 많으시네요." 옆을 지나던 아주머니가 응원의 말을 건넨다. 그리고 슬픈바다가 불렀다. 그녀 손엔 호떡 한봉지가 들려있었다. 어떤 아저씨가 주고 갔단다. 순간 가슴이 훈훈해진다. '그래, 지금은 우리 둘뿐이지만, 우리 뒤엔 수백만 촛불이 있다구! 이깐 추위쯤이야 이길 수 있다구!.... '
호떡 세개에 담긴 민주시민의 마음......
호떡으로 격려 받고 나니 바람도 한결 부드러워진 듯했다. 7시까지 이마트 앞에서 피켓팅을 한 후 촛불을 켤 광장으로 나왔다.
(호떡으로 얼굴을 가린 그녀의 모습... 이 귀여비. )
매주 촛불을 켜던 산본 분수대광장은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에 점령당하고.... 우린 다른 장소를 찾아야 했다. 광장에서 호떡을 먹으며 찾아보기로 했다. 추위에 호떡이 목에 자꾸 걸렸지만, 호떡 세개를 건네준 그분의 정성이 고마워 꼭꼭 씹어 먹었다. 호떡을 먹느라 손이 곱아올 정도였고...... 까닭모르게 짠한 마음이 일렁이며 뭉클했다.
(이제부터 그녀의 이름은 호떡녀! 왕호떡녀! ^^)
호떡을 먹으며 슬픈바다와 여름비는 웃어젖혔다. 그리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우리 너무 불쌍한 거 같아요.... "^^
오늘은 느티나무 님까지 해서 셋이서만 촛불열차 탈 지도 몰라... 그랬는데, 얼마 후 강물님이 짠 나타나 힘을 북돋워 주고, 한참 후 군포1번지 아저씨 동지들 오구, 안양과 인천의 촛불님도 오구.... 으흑, 날은 매서워도 힘 난데이.^^
인천 빈양럽 님, 일케 이쁘게 차려입고 왔으니 을매나 추우셨을꼬. ^^ 예고도 없이, 이 추운날 거리로 달려와주니 얼마나 반갑던지요.
메가폰 잡은 촛불님의 외침이 산본 광장으로 울려펴졌다..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를 호주산이나 한우로 속여 판 대형마트 각성하라!!" "경제위기 민중에게 책임전가하는 이명박정권 심판하자!!"
피켓팅하며 메가폰으로 외치기만 했으니, 14회 달려온 촛불열차 중에서 제일 소박하게 촛불을 켠 날이다. 그러나 마음 만큼은 칼바람도 두렵지 않은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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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요즘 왜이리 발이 시려운지 나이는 못속이나봐요.ytn앞에서 부터 토요일 오늘 현장에서 발이 넘 시려워요.......에휴 나두 참 불쌍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