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환청 통조림이 가득 든 냉장고다*
진눈깨비 날리는 아침이었어요. 골목길에서 쓰레기 봉지를 큼큼대던 커다란 개와 눈이 마주쳤지요. 담배를 꺼내 물자 그녀는 슬금슬금 골목을 빠져나가 큰길가로 갔어요. 열두 개의 부푼 젖이 오래 출렁거렸어요.
혈압으로 쓰러진 S가 위독하다는 얘길 들은 탓인지 간밤 꿈에 S는 자기 머리통을 옆구리에 낀 채 "씨팔 좆됐어 좆됐어" 중얼대며 못 본 척 지나쳤어요. 그의 죽음을 예감해버린 꿈 밖, 불안하고, 담배에선 피비린내가? 콰빡 캐-앵!
죽음이 느닷없이 펼쳐졌어요. 눈앞에 그녀의 눈알 두 개가 튀어나와 한 개는 아스팔트 위를 구르고 또 한 개는 콧등에 걸려 흔들흔들, 6-2번 마을버스 기사가 "니미 정초부터 재수 더럽네." 침을 뱉었어요. 이런 사나운 꿈땜이 도무지 현실처럼 느껴지지 않았어요. 열두 개의 젖무덤 위로 진눈개비가 내리기 시작했고요.
어느 운명의 끝을 목격하는 기회가 자주 오는 건 아니죠. 식어가는 자궁 안에서 산 것이 꿈틀대는 것도 보기 어려운 광경이죠. 운이 좋다고요? 침을 뱉고 싶네요. 아스팔트가 피와 젖으로 흥건해졌어요. 본디 것으로 돌아가는 색은 검은색이라던데 아스팔트는 제대로 된 캄캄 검은색이란 생각, 들었어요. 귀에선 자꾸 어미 배 속에 든 것들 옹알이가 들렸고요. 뭣에 씐게 틀림없지요. S이거나 죽은 어미 개의 혼이거나 간에 암튼,
환...... (배꼽이 시려. 이상해. 뭔가 이상해.)
......청이...... (한참 자고 일어나면 괜찮아질까?)
들렸어요. 물론, 개소리죠.
꼽추 아들한테 매일 개 맞듯 두들겨 맞는 장 씨 할매, 종이박스를 주우러 큰길에 나섰다가 죽어 자빠진 개를 보곤 마음이 바빠졌어요. '약을 내려야지. 아들 줘야지. 누가 채 가기 전에 끌구 가얄 텐데. 유모차에 실어보까? 정월 초부터 한 횡재했으이 조상님네 음덕이 이제사 뻗치능가? 근디, 시장 야가 아적 덜 죽은 거 아녀?' 구청 도로정비 트럭이 트럽 트럽, 입맛을 다시며 횡단보도 앞에서 유턴을 하자 디굴데굴 개 눈치를 살피던 장 씨 할매 눈길이 사나워졌어요. 장 할매 그날 새벽 첫 대사, " 이 거 내깨(꺼+개)여-"해놓곤, 백태 낀 눈을 부릅!
지루했다고요? 솔직하군요. 그럼 제 애인이 든 통조림을 하나 따 드리죠. 20년 전이에요. 그날도 진눈깨비가 날렸죠. 전 그때 신설동 안쪽에 틀어박힌 로얄모텔 301호안, 거기서도 더 안쪽, 애인의 자궁 안에 있었는데 이상스레 뭔가 불안했어요. 근데 갑자기 애인이란 게 말간 눈을 따죠 뭐. 근데 유통기한이 지나 변질 됐을 수도 있어요. 과박태앵-
"흥! 남은 아파 죽겠는데 저만 좋으면 단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