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형제 민담집) 168 말라깽이 리제/169 숲 속의 집 (20230905)
모인 사람 : 영미, 은영, 명아, 고영
알모가 준비한 브런치 만찬을 즐기며 오붓하게 충만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168 말라깽이 리제 (그림 형제 민담집 784쪽)
<꿈꾸는 자 그대로 되어라> 발제 : 이고영
앞선 옛이야기 게으른 하인츠와 뚱뚱한 트리네 이야기를 들먹이며 말라깽이 리제와 키다리 렌츠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게으른 하인츠는 무사태평한 삶을 추구하며 트리네와 얼렁뚱땅 나름의 삶을 자족하며 살아가지만, 말라깽이 트리네는 키다리 남편 렌츠와 가난한 삶에서 벗어나고자 무던히 애를 쓴다 그러나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다. 그러니 눈먼 돈이라도 주워 형편을 바꾸고 싶다는 꿈을 꾼다. 꿈에서조차 부지런한 리제는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남편과 푸닥거리를 한다. 그래도 다음날이면 언제 그랬냐는 듯 형편이 나아지기를 꿈꾸며 부지런을 떨며 일을 하겠지.
어려운 형편에서 벗어나고자 애쓰는 것 그것이 쉽지 않음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그래도 나은 방법이 없을까를 생각하며 산다는 것은 희망적이라고 해야겠지.
세상이 급변하고 조금은 살기 좋은 세상이 되었지만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더 깊어졌다. 조금 달라진 것이 있다면 개인의 가치관을 우선에 두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것. 그래서 살아가는 방법, 가족의 형태가 다양해졌다.
각자가 꿈꾸는 세상, 살아가는 속도, 가치의 크기가 다르더라도 모두가 인간으로서 가치 있는 행복한 삶을 추구한다. 그런 면에서 옛이야기는 헤매고 있는 마음에 깨달음과 위로가 되기도 한다.
169 숲 속의 집 (그림 형제 민담집 786쪽/1840년 4판에서 추가)
<가장 낮은 곳에서 온 축복 “당신도 잘 자요”> 발제 : 최영미
“우리와 함께 먹었고,
우리와 함께 마셨고,
우리 생각을 잘해주었으니,
당신도 잘 자요.”
“du hast mit uns gegessen,
du hast mit uns getrunken,
du hast uns alle wohl bedacht,
wir wünschen dir eine gute Nacht.“
다음 날 아침 밝은 햇살에 눈을 뜨자 마법은 풀렸다. 숲 속의 낡은 오두막은 궁전으로 암탉과 수탉과 얼룩소는 세 명의 하인으로, 백발노인은 왕자로, 다시 변한 것이다. 마법을 풀 수 있었던 것은 ‘사람뿐만 아니라 동물에게도 상냥하게 대하는’ 소녀의 마음이었다. 숲속의 집에서 가장 낮은 존재인 동물들을 살핀 소녀의 마음은 자신뿐 아니라 모두를 구원한다.
언제까지나 부모가 만들어준 길을 따라갈 수는 없다는 것을, 내게 도움을 주는 존재뿐 아니라 내 도움이 필요한 가장 미약한 존재 역시 나를 살피듯 살펴야 한다는 것을.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별 것 아니어서 어떤 상황이 되면 잊고 지나치기 쉬운 것들이다.
자기 삶의 주인으로 살 수 있다면 누구나 옛이야기의 주인공이다. 낮은 곳으로부터 오는 축복은 삶을 바꾼다. 약한 존재가 주는 축복의 가치를 모르고 자신의 힘을 믿고 우쭐대는 사람은 언젠가 망한다.
그리고 나는 축복을 구하는 존재이고 축복을 할 수 있는 존재이니 말한다.
“우리와 함께 먹었고, 우리와 함께 마셨고, 우리 생각을 잘해주었으니, 당신도 잘 자요.”
(최영미 발제문 일부를 옮겨 적었습니다.)
-옛이야기로 인해 가끔 깨닫게 되는 것이 있다. 잊고 있는 사소한 것들을 일깨워준다.
-요즘 ‘위를 보고 살라 달리라’라고 하는데 가장 낮은 곳으로부터 오는 축복은 삶을 바꾼다는 것, 그것이 중요하다는 것.
-혼자일 때는 내가 어떤 존재인지 모른다. 둘이나 셋이 되면 서로의 모습을 보고 깨닫고, 절충을 찾고 이해하는 관계가 되고 함께 사는 세상이 된다.
-사람이라면 기본적으로 해야 하는 것 살펴야 하는 것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