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0.27-10.28
영남알프스 울주나인피크트레일 (UTNP), 121.5km / 9190m+
올해 지리산 화대종주와 Korea50K 트레일런 대회를 참가하면서 또다른 세계를 경험하였다. 마라톤도 아닌 것이 등산도 아닌 것이 묘한 매력이 있었다.
녹음이 우거진 숲길, 바위길, 계곡, 임도 등 다양한 종류의 길을 자연과 더불어 내 거친 호흡을 느끼면서 뛰다가 힘들면 걷기도 하고 때론 아름다운 풍광을 보면서 쉬기도 하고 때론 이런저런 상념에 빠지기도 하고....
아직 초보 트레일러너 딱지도 떼지 못한 상태에서 무리라는 주변의 만류에도 나의 무모한 도전을 막지는 못했다. 한 살이라도 더 젊을 때 하고싶은 것을 해야한다는 약간의 강박감이 있었겠지만, 퍼져서 회수차에 실려오는 한이 있더라도 그러한 도전을 통해 얻는 성취감과 자신감이 얼마나 큰 것인지 잘 알고 있기에 대회를 한달여 남기고 감히 도전장을 내밀었다.
가을가족굿 행사 준비로 대회를 준비할 시간이 많지 않아 주말에는 북한산둘레길, 오산종주, 도봉산둘레길을 돌았고 주중에는 아침에 틈틈이 정발산을 뛰었다. 클럽 친구 종두에게 대회 코스, 복장, 뉴트리션 등의 정보를 얻었고 영남알프스 완주기, 관련 동영상도 보았지만 뭐니뭐니해도 백문이 불여일견!!!
대회 전날 오후에 KTX를 타고 울산역에 도착해 이른 저녁을 먹고 택시로 대회장소인 영남앞프스 복합웰컴센터까지 이동하여 근처 모텔에 묵었다. 대회장은 아직도 마무리가 되지 않았는지 늦은 밤이었지만 여러 사람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대회 당일 아침 8시 조금 넘어 접수장소에 도착하여 등록을 마친 후 클럽 친구 종두, 영민이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사진도 찍었다. 파아란 가을 하늘과 따스한 햇살, 출발-도착 아치, 대회 깃발, 다양한 참가자들의 모습들이 너무 잘 어우러져 아름다운 풍광을 만들어 내었다.
아침 9시 출발하여 간월산, 고헌산, 문복산은 해가 지기 전에 넘어야 하는데 다행히 초반이라 체력이 충분해서 어렵지 않게 목표시간안에 CP-3에 도착할 수 있었다. 여기서부터는 헤드랜턴을 달고 난생 처음 야간 산행이 시작되는 구간이다. 약 100m 거리마다 주로를 안내하는 야광 표식이 있어 생각보다 길찾기는 어렵지 않았지만 잠을 자지 않고 계속 랜턴 빛에 집중해서 걷는 것이 힘들었다. 간혹 뛸 수 있는 구간이 나와도 어둠에 익숙하지 않아 혹시 발을 잘못디뎌 넘어지지 않을까 걱정이되어 그냥 걸었다.
나인피크 중 가장 높은 가지산. 어떤 구간은 경사가 너무 심해 오르기가 쉽지 않았다.그리고 나서 운문산은 쉽게 오를 수 있지만 내려오는 너덜바위길은 몸과 마음을 더욱 지치게 만들었다. 그래서 그런가 60km 넘어 위치한 CP-5에 도착해서 여러 참가자가 포기하는 것을 보았다. 나는 CP-5에 새벽 1시 도착을 목표로 했었는데 약 10분 정도 지체되어 도착했다. 다행히 누워서 쉴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어 드롭박스에 넣어놓은 새옷으로 갈아입고 누워 한숨을 청했지만 잠이 오지 않아 20여분 그냥 누워 있다가 다시 출발했다.
밤사이 기온이 확 떨어져 추웠지만 CP-5에서 긴팔셔츠를 덧입고 그위에 바람막이를 입으니 견딜만 하였다. 그리고, 무사히 천황산, 재약산을 넘어 아침에 CP-7에 도착하였다. 더부룩한 배를 달래기 위해 화장실에 앉아 보았지만 결국 실패하고 뛰면서 배안의 가스를 계속 배출할 수 밖에 없었다. 이 구간 부터 영축산에 오르기 전까지 도로 포장 구간이 많아 600m 정도 가파른 언덕 구간을 제외하고 대부분 뛰었다. 그런데 나중에 보니 이 구간에서의 체력손실이 많아서 그랬는지 후반부 체력이 고갈되어 그랬는지 바로 이어지는 영축산, 신불산 구간은 좋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너무 힘들었다. 무릅 통증으로 인해 내리막에서는 더 힘들었다. 이 구간에서 아내에게 전화를 받았다. LiveInfo 앱으로 보고 있었는데 몇시간이 지나도 다음 구간으로 넘어가지 않자 무슨 사고가 났는지 걱정이 되어 전화한 것이었다. 고마워 여보~~
영축산에서 보이는 주변 바위산 들의 웅장함과 빨갛게 수놓은 가을 단풍은 안그래도 무거운 나의 발길을 자꾸만 잡아 당겼고 내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래, 풍경도 구경하면서 천천히 가자~~
영축산에 이어진 신불산, 영남알프스 모든 산에서 억새를 구경할 수 있지만 신불산의 억새는 내게는 그 중 으뜸인 것처럼 멋지게 보였다.
마지막 CP를 지나면서 날씨가 흐려지고 안개가 끼기 시작했다. 간월재에서 대회장인 복합웰컴센터까지는 길도 좋고 거리도 얼마 되지 않는 것 같아 속도를 올려서 뛰어 보지만 생각보다는 멀게 느껴졌다. 드디어 저기 웰컴센터가 보인다. 30시간 이내 완주를 목표로 했지만 31시간 55분으로 결승점을 통과했다. 힘들게 왔지만 그래도 별 부상없이 결승점에 도착할 수 있어 감사했다.
첫댓글 와~~~, 수고하셨습니다. 야간산행을 좋아하는데… 앞으로는 트레일런을 해야겠네요… 후기, 잘 읽었습니다.
가고싶다고 아무나 할 수 없는 알프스
알프스를 위해 노력하시고 준비하시며
흘리신 땀방울이 얼마일까요
완주 축하드립니다
형님 무사완주 축하드립니다^^
풍광이.. 환상이네요.
형님..굿입니다..!
우와~~끝내주네요 형님~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저도 함께 하고 싶습니다~~^^!!
무사히 완주하신거 축하드립니다~^^!!!
일철 숨은고수~~~^^
뵐때마다 몸이 더 좋아지시더라구요 ㅎㅎ
자연과 어우러진 사진보니 한번쯤 도전해보고 싶네요
힘들꺼 같아서 한번입니다~~
와우! 멋있습니다. 나이스~~ 트레일런 저도 몸이 다져지면 해보고 싶은 생각이 드네요.
일할땐 일하고, 운동할땐 운동..
올해 엄청나네요..행님~~
살이 너무 빠져서 걱정 됩니다.
내년에 훈련부 이끄시려면 살살 하세요.
작품 사진 잘 봤습니다.
저에게 트레일런은 넘사벽입니다..ㅎ
축하드리고
그 동안 대회 못간 한풀이를 하는듯 느껴지네 쉽지 않은 코스 이제 난 따라가기도 힘들듯 .수고하셨소
형님 올해 3종 트레일런외
국악까지 관심사가 부럽습니다
축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내년에도 열심히 운동해야죠?
선배님 완주 축하드려요!👏🏼👏🏼👏🏼
멋지십니다.👍🏼
진짜 많이 슬림하셔서 영양보충 잘 하셔야겠어요~😸😸
저도 꼭 해보고 싶습니다!😸
타잔 선배님의 무한도전은 진행중이시죠? 내년에도 멋진 도전 이어가세요.^^. 저도 매년 UTNP(영알9peaks)를 참가하지만 국내에서 최고 난이도 대회라 충분한 훈련이 되어있지 않으면 고민하게 되는 대회인데, 좋은 기록으로 완주하셔서 축하드려요~ 저도 지인들과 늦가을 단풍 삼아 동반주하느라 의미있는 피니시했어요~ 트런의 세계에 오심을 환영합니다~ㅎ~일철~힘!!!
트레일러닝에 빠지면 저처럼 철인 접을 수도 있어요~ 대한민국 최강코스 완주 축하드려요~!
더블때 자전거로 지나갔던 가지산, 운문산, 천왕산이 눈에 들어오네요.
언젠가 저도 함 가봐야 겠네요.
수고하셨습니다^^
2022년 정말 숨가쁘게 누구보다 행복하게
보내신듯해요~내년에 저도 발뒤꿈치만큼이라도
열심히 따라가보겠습니다^^